[616] 제46장. 대미(大尾)
2. 고월과 동행한 여정(旅鼎)
===========================
새벽에 날이 밝아오기 전, 여정은 오행원을 출발해서 일로(一路) 북향(北向)하고 앞으로만 달렸다. 노산으로 떠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 내막에 대해서는 자원과 소연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비밀리에 진행이 되었다.
양이와 음이도 어제 하루 푹 쉬었던 탓에 기운은 충실했다. 고월은 안에서 조용히 밝아오는 새벽의 여명을 바라보면서 심사가 천만 가지로 복잡하게 뒤엉켰으나 흔들리는 마차에서 집중할 수도 없어서 그냥 흐르는 풍경에 마음을 맡기고서 가다가 해가 떠오른 다음에 사물이 또렷하게 보이자 다시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 스승님이 왕가(王家)의 인연으로 분주하게 돌아다녔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것은 아무래도 왕권(王權)을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爭奪戰)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문득 들자 갑자기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졌다. 그제야 소연이 왜 그렇게 불안해하고 자원은 또 왜 그렇게 서두른 것인지 이해가 될 듯도 했다. 그렇다면 스승님과 연루되어서는 살아날 길이 없다는 말인 것으로 봐서 이 거사(擧事)는 반드시 실패하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스승님 해장국이라도 먹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앞에서 열심히 말을 몰던 여정이 뒤를 돌아보며 고월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자고 나서 빈속임을 생각하자 갑자기 시장기가 돌았다.
“그러세, 어디든 맘에 드는 것으로 가면 되겠네.”
고월이 전후의 상황을 판단하고 나자 오히려 마음이 담담해졌다. 뜨끈한 국밥으로 배를 채우고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정과 대화도 하면서 여유있는 마음으로 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여정, 400리를 가려면 얼마나 소요될까?”
“예 스승님, 대략 이틀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내일 저녁쯤이면 방향을 전환할 수가 있겠습니다. 다행히 말이 잘 달려주므로 충분히 400리는 벗어날 것 같습니다. 아무런 염려 마시고 편히 계시기만 하면 잘 모시겠습니다.”
“아닐세.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으면 또 뭘 하겠나. 그러니까 기왕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가는 것이 좋겠네. 하하하~!”
“그야 여정이 바라던 바입니다. 말씀해 주시면 귀를 활짝 열고 듣겠습니다. 어떤 가르침이라도 좋습니다. 하하~!”
“여정은 ‘정해진 것’과 ‘정해질 것’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던가?”
마침 그 이야기는 항주에서 혜정이 해 준 말이었다.
“예, 들은 바가 있습니다. 어느 노인을 만났는데 우울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에서 스승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는 쾌할한 마음으로 변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던 것이 생각납니다.”
“오호, 그런 일이 있었구나. 실은 내가 이번 길에 과연 정해진 액운의 조짐을 막아낼 수가 있을 것인지 생각하다가 물어본 것인데 그것도 능히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말로 들리는걸. 하하하~!”
“당연하지요. 여정도 그것은 가능하다고 믿게 되었거든요. 스승님에게 닥친 일조차도 능히 끊어내고 새로운 기운으로 연결이 될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해안도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고 현지 선생이 어떤 곳에서 머무르고 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하하하~!”
“그건 나도 그렇다네. 조용하고 지혜로운 현지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한데 혹시라도 피치 못할 사정이라고 생겨서 못 받아준다고 하면 어쩌나 싶어서 그것도 두렵구나.”
“그럴 리는 만무(萬無)하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소연과 자원 누님이 그것을 파악하고 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승님, 어떻게 생각되십니까? 이러한 것이 흡사 실타래가 풀리듯이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행군하듯이 그렇게 연결된 연속처럼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현지 선생이 떠나가자, 우창 스승님이 돌아오자, 고월 스승님이 떠나시게 되자, 소연이 그것을 보게 되자, 자원 누님이 또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하시는 것들이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신기하기조차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듣고 보니 과연 그렇기도 하겠구나. 그런데 이번 여행길에서 여정도 공부가 많이 되었구나. 예전의 여정이 아닌걸. 깨달은 바가 많았던 것이 분명하지?”
고월의 칭찬에 여정도 신이 났다.
“그렇습니까? 여정은 모르겠습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익히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스승님과 자원 누님께서 눈치 보지 않고 공부할 수가 있도록 동참의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그야 여정이 타고 난 스승 복이지. 하하하!”
고월도 어느 사이에 현실을 잊어버린 듯이 대화에 몰두했다. 그렇게 또 서너 시진을 달리자 어느 큰 마을에 도착했다. 말을 타고 흔들리면서 가는 길이어서인지 배도 더 빨리 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승님 점심은 여기에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낮에는 든든하게 고기를 먹도록 하겠습니다. 이 식당에서는 도미 튀김을 잘한다고 써 놓은 것으로 봐서 그게 맛있는가 봅니다. 그걸로 주문하겠습니다.”
“그러렴. 나야 아무래도 좋으니까.”
첫날을 보내고 이튿날 해질녘이 되자. 염성현(鹽城縣)에 도착했다. 이정표(里程標)를 보니까 소주부까지 500리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이틀 동안에 400리를 넘어서 500리까지 달려왔던 모양이다. 비로소 북향(北向)을 멈춰도 될 지점이었다. 성시(城市)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마차를 동으로 몰았다. 그리고는 다시 얼마간 달리다가 조용한 마을의 객잔을 발견하고 여장을 풀었다.
고단한 김에 푹 자고서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다시 길을 떠났다. 소연이 최대한 빨리 해안도관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이 자꾸만 떠올랐던 여정이 길을 재촉했던 까닭이다. 고월도 어떻게든 자기를 위해서 애써주는 여정이 무척 고마웠다.
“마음은 바빠도 말도 쉬엄쉬엄 가야 하지 않겠나? 너무 서두르지는 말게. 그러다가 말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말이지. 하하하~!”
“스승님께서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말은 제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열흘은 달려도 끄떡없을 겁니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여정은 계속 말을 앞으로 몰았다. 해가 떠오를 무렵이 되자 비로소 말의 속도를 늦추고 길가의 두부와 콩나물국을 파는 작은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고월이 주인에게 혹시나 하고 길을 물었다. 가게의 중앙에 옥황상제를 모신 제단이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길을 좀 여쭤보겠습니다. 바닷가로 가면 경치좋은 곳에 도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들어 보셨는지요?”
주인은 새벽에 개시해 준 손님이라서 반갑고 고마운 터에 길을 물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얼른 말했다.
“알고 말굽쇼~! 곧바로 가면 천상도관이 나오고 100리쯤 가다가 남쪽으로 꺾어서 달리면 해안도관이 나옵니다. 어느 도관을 찾으시는지요?”
“아, 정해진 것은 아니고 유람을 나온 김에 경치 좋은 곳에 도관이나 사찰이 있을 법하여 여쭤본 것입니다. 안내해 주신 말씀을 참고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장사도 번창하기 바랍니다.”
여정은 다시 말을 몰았다.
“스승님, 아까 길을 물으면서 주인이 해안도관을 말해 줬는데 왜 어물어물 말씀하셨는지요?”
“여정은 그 뜻을 모르겠나?”
“혹시, 누군가의 추격이라도 있을 것에 대비한 것에 대한 말씀이신가 싶어서 여쭤봤습니다.”
“그렇다네. 기왕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일이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 하지 않겠나? 하하하~!”
“과연 주도면밀(周到綿密)하십니다. 하마터면 해안도관에 간다고 하는 말이 튀어나올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 하하하~!”
정오가 조금 지나자, 두 갈래 길이 나오고 주인의 말대로 남쪽으로 향한 곳이 반가운 해안도관(海安道觀)의 이정표가 나타났다.
“스승님 이제 60리만 가면 되겠습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그렇구나.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겠군.”
고월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한편 긴장이 되기도 했다. 혹시 현지가 없으면 어쩌나? 혜암이 반대하면 어쩌나?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하면 또 어쩌나? 그야말로 생길 수가 있는 온갖 변수를 생각하면서 앉아있느라고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마음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은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서 과연 신시(申時)가 되자 해안도관의 입구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하마평(下馬坪)에 마차를 대어 놓고서 계단을 향해서 걸었다. 도관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계단을 올라서 뒤를 돌아보니까 동해의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그 모습을 본 여정이 감탄을 했다.
“이야~ 바다는 이렇게 넓은 것이었군요. 처음 봅니다.”
고월도 처음 노산에서 바다를 봤을 때의 느낌이 떠올라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때 젊은 여도사가 다가와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시주님들은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공손하게 말하는 것에서 함부로 범접할 수가 없는 위엄이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합장하고서 말했다.
“예, 실은 이곳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현지라고 하시는 분을 뵈려고 왔습니다. 혹 계시는지요?”
“아 그러십니까? 방문하신 시주님의 존호를 알려주시면 안으로 전갈하겠습니다.”
“예 오행원의 고월이라고 전해 주시기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객실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이대로 좋습니다.”
고월의 말에 여도사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현지가 여도사와 함께 바삐 뛰다시피 나왔다.
“어머나, 고월 스승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 여정도 같이 왔구나. 먼 길에 수고 많았네. 어서 들어가세요.”
이렇게 말한 현지가 여도사에게 차를 준비해 달라고 하고는 접객실로 들어갔다. 접객실은 안쪽의 한가로운 곳에 마련된 공간이었다.
“어쩐지, 진명에게 위치를 알려주고 싶어서 말해놓고 왔더니 이렇게 바로 쓰이게 될 줄이야. 그래 여정을 보니까 우창 스승님은 무사히 귀환하신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니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현지에게 고월이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다. 그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던 현지가 정황을 모두 이해하고 나자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구나. 혹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순간 큰 걱정을 했었잖아요. 호호호~!”
“내가 너무 갑자기 찾아오기는 했지? 하하하~!”
“마침 우리 도관은 한가롭고 또 절벽 쪽에는 천연의 동굴이 있어서 몇 달이고 편히 쉴 수가 있는 방을 만들어 뒀어요. 도사들이 명상하거나 면벽할 적에 사용하는 곳인데 지금은 비어있어요. 혹시라도 관군이나 수상한 사람이 거동하는 것을 보게 되면 조용히 들어가셔서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푹 쉬시면 되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하시면서 2년만 도를 닦으시면 되겠어요. 그리고 스승님을 뵈신 적이 없죠? 잠시 가서 인사를 드릴까요?”
고월은 그제서야 현지가 스승인 혜암도인의 부름으로 여기로 오게 되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그렇지? 내가 급하다고 예의도 갖추지 못했군. 어서 인사드리러 가지.”
고월이 현지와 같이 혜암도인을 뵙고 인사를 드렸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예, 소생의 이름은 임가(林家) 원보(元甫)라고 합니다. 아호는 고월(古越)이니 그렇게 불러 주셔도 좋습니다.”
“흠, 고월이라...... 원래 남방(南方) 사람인가?”
“그렇습니다.”
고월은 이렇게 말하면서 내심 놀랐다. 아호를 보면서 바로 출신을 꿰뚫는 사람은 혜암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인연이 있어 왔으니 수행 잘하게.”
이렇게 말하면서 벽장에서 붉고 두툼한 책을 한 권 꺼내놓았다. 고월이 이름을 보니까 길게 써져 있는 책이었다.
『태상감응옥추보경(太上感應玉樞寶經)』
“이건 귀신과 교감하고 귀신을 다루는 책이네. 흔히들 ‘옥추경(玉樞經)’이라고 하지. 이 책을 읽고 외우게 되면 도교의 수호신들이 자네를 지켜주고 보호할 것이며 사악한 악귀들로부터 휘둘리지 않을 것이니 열심히 외우게.”
“예, 잘 알겠습니다.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월이 합장하고 허리를 굽히고는 현지와 함께 물러났다. 오랜만에 어른 앞이어서인지 우창의 스승님이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그것을 본 현지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에구 우리 고월 스승님께서도 혜암도인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셨어요. 호호호~!”
“맞아, 왠지 모를 위압감에 나도 모르게 그만 식은땀이 흘렀어. 하하~!”
접객실에서 기다리던 여정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서 표정을 보더니 마음이 놓였다.
“잘 되셨나 봅니다. 그럼, 여정은 이만 오행원으로 귀가하겠습니다.”
현지가 그 말에 깜짝 놀라서 말했다.
“아니, 무슨 소리야, 여기가 어디라고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이 밤중에 길을 나서겠다는 거야. 도중에 있는 길에는 가끔 호식(虎食)을 당하는 행인들도 발생한다고 들었어. 아무 소리 말고 푹 자고 며칠 쉬었다가 가도 돼.”
여정은 며칠 푹 쉬라는 말이 훈훈하게 들렸다. 정말 그래도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기도 했다. 드넓은 바닷가에서 풍광을 좀 즐기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기 때문인데 현지가 그것을 헤아렸는지 이렇게 말하자 여정도 거절하지 않고 수긍했다.
다음날 여명으로 동쪽 하늘이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여정은 파도 소리에 잠이 깨서 밖으로 나갔다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하늘을 생전 처음으로 바라보면서 감동에 사로잡혔다.
“어떤가? 이 시간의 풍경은 별천지라고 할 만하잖은가?”
돌아보니 어느 사이에 현지가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아, 잘 쉬셨습니까?”
“응, 나도 매일 아침 이러한 풍경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지. 그리고 벼랑 아래로 내려가면 게와 고둥과 조개들도 있어서 잡아다가 삶아 먹어도 재미있어.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며칠 쉬어.”
여정은 순간적으로 그러겠다고 대답하려다가 오행원에서 조바심을 내면서 기다리고 있을 자원과 우창의 표정이 떠오르자 이내 생각을 바꿨다.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만, 이번에는 바로 가서 경과를 말씀드려야 모두 마음을 놓으시지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런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마음이 행복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천천히 쉬면서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참 그렇기도 하겠구나. 그럼 더 만류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해.”
정갈한 아침밥을 먹고 여정은 곧바로 출발했다. 고월이 배웅해 줬다.
“고생 많았네. 무사히 잘 돌아가기를 빌겠어.”
“예, 고월 스승님 멋진 곳에 계시는 것을 보고 가서 좋게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그럼 2년 후에 뵙겠습니다.”
마차가 떠나고 나서도 현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줬다. 여정은 혼자 마차를 달리니까 말들도 더욱 신이 나서 걸음을 재촉했다.
삼 일 후.
오후 신시(申時)가 될 무렵에 오행원에 도착한 여정이 우창에게 경과를 이야기하자, 자원과 소연과 춘매도 나와서 모두 이야기를 듣고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그래 여정이 큰일을 했구나. 이제 푹 쉬거라. 하하하~!”
다음 날, 사시(巳時)가 되자 종을 울렸고, 제자들은 모두 대강당으로 모였다. 우창이 없는 동안 고월이 담당했던 교육도 다시 우창이 맡게 되었고, 왠지는 모르겠으나 오행원은 더욱 활기가 느껴졌다.
“싸부, 고월 사부가 편히 쉴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죠?”
오후에 진명과 함께 접객실로 과일을 들고 온 자원이 사과를 깎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정말 소연이 큰일을 했지?”
“모두가 하늘의 뜻일 거예요. 호호호~!”
“그렇다면 이것도 또한 정해진 것이라는 말인가?”
우창이 깜짝 놀라서 묻자, 자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걸 누가 알겠어요? 다만 우리는 오늘의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안 그래 진명?”
“맞아, 내일은 알 수도 없으니까 오늘 주어진 일에 대해서만 집중할 따름이라고 스승님께서 늘 말씀하신 그대로잖아요? 호호호~!”
“아, 그랬던가? 하하하~!”
“그나저나 고월 스승님이 떠나셔서 뭔가 허전해요. 항상 옆에 계셔서 든든했는데 이상하네요.”
“나도 그래. 그래도 2년 후에 뵙게 될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지 뭐.”
“그렇긴 하네요. 호호호~!”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차 소리가 들리더니 밖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스승님! 백발(百發)입니다. 오랜만에 문안드립니다~!”
“아니, 오랜만이구나. 어떻게 지내셨는가?”
“제자야 항상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 아닙니까? 스승님께서는 먼 길에 별고 없으셨지요? 오랜만에 뵈니 더욱 좋아 보이십니다. 하하하~!”
오랜만에 만난 백발과 밀렸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해가 기울었다. 백발이 겪은 이야기들이며 우창이 보고 들은 견문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고, 진명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백차방으로 자리를 옮기고 춘매와 소연도 데리고 와서 같이 이야기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