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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제45장. 만행(漫行)/ 17.고독한 노인과 대화(對話)

[612] 제45장. 만행(漫行)/ 17.고독한 노인과 대화(對話)

[612] 제45장. 만행(漫行)

 

17. 고독한 노인과 대화(對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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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아까부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노인이 있었다. 혼자서 음식을 시켜놓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이따금 우창 일행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관심을 보이다가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가 되는 듯하니까 가까이 다가와서 인사하고 말했다.

“초면에 실례하겠소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기에 나도 모르게 듣게 되었는데 과연 이치가 심오해서 인사라도 하고 싶구려.”

이렇게 말하고는 마시던 술병을 들고 와서 우창과 삼진에게 따라주고 자기 잔에도 따른 다음에 술을 권했다.

“자, 귀를 즐겁게 해 준 이야기 값이니 한 잔 받으시구려. 부인들께서는 원하신다면 마셔도 좋으니 편하실 대로 하시오.”

그러자 기현주가 술잔을 들었다. 그러자 여정이 기현주의 잔에도 한잔 채웠다. 자원은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서 사양했다.

“술이 참 향기롭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어르신의 술을 얻어 마시니 과분합니다. 하하~!”

노인이 고기를 한 점 집어서 씹고는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시오. 늙은이가 말벗이 없어서 혼자 쓸쓸하게 보내다가 시장해서 들어온 곳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발견하고 함께 하게 되었으니 오히려 내가 수지맞았다고 해야 하지 않겠소? 허허허~!”

노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외로움의 맛을 우창은 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인에게 그것을 여쭤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께서 노후에 쓸쓸하시다고 하시니 안타깝습니다. 자녀들이나 부인이 안 계신지요?”

우창이 노인의 말에 장단을 맞추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비로소 노인은 말벗을 만나서 반갑다는 듯이 환해지는 표정으로 말했다.

“봐하니, 젊은 선생은 고독(孤獨)의 의미를 이해하기에 아직은 젊은 나이일 듯 싶구려.”

이렇게 말을 던진 노인은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옆에 있던 삼진이 다시 술을 채웠다. 노인이 다시 술잔을 기울이자 삼진이 나직이 물었다.

“어르신께서 아무래도 후배에게 귀한 가르침을 주시고자 하는 뜻으로 이해가 됩니다. 오늘 이러한 기회를 놓치게 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디 귀를 열고 귀한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

보통은 무표정한 삼진이 이번에는 어떤 느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본 우창도 여태 나누던 이야기를 멈추고 시선을 노인에게로 향하자 현주와 자원도 우창의 눈길을 따라서 노인을 바라봤다.

나이는 70~80정도 되어 보이는 모습에 차림으로 봐서도 벼슬살이를 한 듯 절도가 있어 보이는 자세가 느껴졌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살펴본다면 얼굴에는 깊게 드리워진 고독이 느껴질 것도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자원이 말을 건넸다.

“할아버지! 하찮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셔서 고마워요~! 저희는 한가롭게 강호를 유람하고 있는 중입니다. 때로는 귀한 가르침도 접하고 또 때로는 세상의 풍경도 보면서 다니다가 이곳에 들렸는데 이렇게 가르침을 주시고자 하시니 어찌 사양하겠어요. 어떤 말씀이라도 환영이에요~! 호호~!”

“오호~ 낭자는 늙은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능이 있구려. 허허허~!”

“녭! 자원(慈園)이라고 불러 주세요. 조은령(曺銀鈴)이예요.”

“흠, 봐하니 무예가 몸에 밴 듯한데 강호의 여걸인가 싶구려.”

“정말, 그런 것도 보인단 말씀이세요? 호호호~!”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구려. 마치 공자를 수행(隨行)하던 자로(子路)가 떠올랐지 뭐요. 허허허~!”

“어머나! 자로라니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할아버지는 어떤 내력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여기 소녀의 술도 한 잔 받으시고 이야기보따리를 끌어놓아 주세요. 저희는 바쁠 것도 없거든요. 호호호~!”

우창은 자원의 행동을 보면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어른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잘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원의 행동에서는 진심이 묻어나는 것이 매력이었다. 외로움에 대해서 말하려는 노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술을 권하면서 턱 밑으로 눈을 맞추니 어느 노인인들 싫어하랴.

“허허허~! 이래서 내가 주책없이 젊은이들 대화에 끼어들었는데 그래도 싫다고 하지 않고 끼워주니 고마울 따름이외다. 오늘은 이 늙은이 일진이 좋은 날인 걸로 그래서 또 끼워줘서 고맙다는 술부터 한 잔 받으시오.”

이렇게 말하면서 각자의 잔에 3할 정도의 술을 따라주고 자기의 잔에도 채운 다음에 잔을 들면서 말했다.

“우리의 만남을 축하하면서~!”

모두 을 들어서 자원만 입술을 적시고 다른 일행은 술을 마셨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용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하염리가 노인에게 술을 권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오랜만에 뵙겠어요. 못 뵌 사이에 더 좋아 보이세요. 만어루에 가끔 오면 조용하게 사유하시면서 찻잔을 기울이시던 모습도 봤는데 오늘은 이렇게 합석하고 보니까 의외로 보기보다 젊으신걸요. 호호호~!”

“그랬구나. 어쩐지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더니 그래서였군. 반갑네. 기억해 주는 사람이 고마울 때가 되었단 말일세. 허허허~!”

“보통은 술이 몇 잔 들어가면 목소리들이 커지고 시끄럽고 한데 항상 조용하게 앉아 계셨다가 가는 모습만 봤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에 남았어요. 오늘은 이렇게 합석하게 되었으니 살아오시면서 얻으신 삶의 지혜를 나눠주시겠죠? 기대되네요.”

이렇게 말한 하염리가 예쁜 얼굴을 두 손으로 고이고 앉았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다 되었다는 표정이었다. 우창은 그러한 모습도 무척 맘에 들었다. 그야말로 수년 전에 곡부에서 만났을 때의 춘매를 보는 듯했는데, 노인이 말하는 바람에 그 생각에서 벗어나서 노인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아까 언뜻 듣자니까 ‘정해진 것’과 ‘정해질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까 하염리의 사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나눈 내용이었다. 그 말을 하염리가 얼른 받아서 말했다.

“맞아요! 그랬어요. 할아버지 생각은 어떠신지 듣고 싶어요. 그것은 염리가 앞으로 배워야 할 인생의 귀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호호~!”

노인이 물을 한 잔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아참 내 이름은 성은재(成隱才)라고 하네. 보통은 조광(照光)이라고 해도 좋고. 예전에 만났던 나그네가 우울해 보인다면서 지어준 아호라네. 허허허~!”

“아, 원래 조광 선생이셨군요.”

우창은 이렇게 말하면서 일행을 소개했다. 이렇게 한바탕 이야기가 오간 다음에 다시 조광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지. 예전에는 현감(縣監)도 하고, 주목(州牧)도 하면서 바쁘게 도포자락을 휘날렸던 시절에는 항상 내일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았으니까 말이네.”

“그러셨구나! 어쩐지 품격이 있어 보여서 함부로 범접(犯接)하기 어려운 풍모가 있으셨는데 이제 알고 보니 국정을 돌보셨던 내공이 있으셨네요. 그러한 풍모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이해되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재미가 없으시단 말씀인가요? 당연히 은퇴하셔서 한가롭고 다복한 나날을 보내실 것으로 생각되는데 말이에요.”

하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의문을 던지면서 조광의 말을 끌어내는 노련함이 보였다. 하염리의 말에 조광은 쓴 웃음을 지으며 허공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나도 그렇게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나? 이렇게 쓸쓸한 나날을 보내면서 웅담(熊膽)을 씹는 것 같은 세월이 내 앞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

“정말 궁금해요.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죠?”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는 말은 들어 봤나?”

조광의 말에 하염리는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우창을 바라봤다.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표정이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말했다.

“아마도 우창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맹자(孟子)》의 「양혜왕」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아내를 잃은 남자를 환(鰥)이라고 하고, 

남편을 잃은 여인을 과(寡)라고 하고,

부모가 없는 사람을 고(孤)라고 하며,

자식이 없는 사람을 독(獨)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글자들을 모아서 환과고독이라고 하고 무릇 왕이 되어서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최우선으로 이러한 사람부터 살펴서 다스려야 비로소 왕도(王道)를 따르는 자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군.”

이렇게 말한 우창이 조광에게 물었다.

“조광 선생님 우창이 기억한 것이 맞습니까?”

“오호~ 그런 것을 기억하고 있다니 대단하군. 허허허~!”

조광은 흐뭇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하염리가 다시 조광에게 물었다.

“아니, 말씀으로 봐서는 홀아비와 과부와 고아와 독거노인을 말하는 것이잖아요? 과연 그 모든 사람의 면면을 생각해 보니까 일맥으로 관통하는 느낌이 있어요. 삶에 재미가 없이 지루하고 고통스럽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 말이에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현재 그와 같은 처지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그러게나 말일세. 허허허~!”

하염리는 자조 섞인 듯한 말을 듣고서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부인께서 안 계세요?”

“있어.”

“자식은요?”

“있지.”

“연세가 있으시니 부모님이야 세상을 떠나셨다고 하더라도 조금도 우울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면 그런 사람에는 해당하지 않으시잖아요? 이해되지 않는 걸요. 말씀해 주세요.”

하염리의 말을 듣고서 노인이 종이에 글귀를 적었다. 

 

신재군중이여영(身在群中而如影)하고

심거가실이여객(心居家室而如客)이라

 

조광이 쓴 글을 본 자원이 읽으면서 풀이했다. 하염리는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눈을 가늘게 뜨고서 자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몸은 군중 속인데 흡사 그림자 같고

맘은 집에 있는데 흡사 손님 같구나

 

자원이 풀이하자 조광이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염리가 비로소 의미를 이해하고서 말했다.

“아하!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환과고독은 세상에 오직 혼자만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가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될 수가 있다는 말씀이잖아요? 그런데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요? 지금의 연세쯤이라면 안락(安樂)한 나날을 보내셔야 하는데 말이에요.”

한숨을 다시 쉬고 난 조광이 낮은 음성으로 하염리에게 말했다.

“그렇다네. 모두 머리를 맞대고 행복한 삶을 토론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끼어들고 싶었던 마음을 알겠나?”

“그러셨군요. 그런 내면을 품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 그냥 복 많고 여유로운 노인이신 줄만 알았죠.”

“그야 말하지 않으면 속내를 알 수가 없는 일이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기현주가 합장하고서 말했다.

“조광 선생님의 사려 깊으신 싯귀며 말씀이 가슴을 울리네요. 홀로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고 함께 있음에도 홀로 있는 것 같은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말씀을 들으니, 가슴에 확 와닿는 느낌이 새로워요. 아, 문득 홀로 독(獨)의 뜻에 대해서 동생이 풀이해 줄까? 그 의미가 궁금해.”

기현주의 말에 우창이 조광을 바라봤다. 어르신이 말하고 있는데 주제넘게 나서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였다. 그것을 얼른 알아챈 조광이 과연 어떤 뜻으로 풀이가 되는지 궁금하다는 듯이 우창을 바라봤다. 모든 눈길이 우창을 향하자 우창이 종이에 독(獨)자를 쓰면서 말했다.

 


 

 

우창은 독(獨)의 앞에 있는 큰 개 견(犭)을 짚으며 말했다.

“홀로 있는 뜻이 왜 큰 개가 붙어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문 앞에 묶어놓은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견(犬)은 개가 뛰어다니면서 짖는 모습이라면 견(犭)은 우두커니 앉아서 멀뚱멀뚱 오가는 사람들만 보면서 가끔 으르릉거려보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떠오르는걸.”

우창의 뜻에 대한 풀이를 듣고서 기현주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게 또 동생의 풀이를 만나니까 왜 이렇게 실감이 나지? 오른쪽의 촉(蜀)자는 어떻게 풀이하지? 글자만 봐서는 애벌레 촉(蜀) 자인데 말이야.”

기현주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촉 자를 짚으면서 물었다. 무슨 답이 나올지 궁금해서였다. 우창이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고는 말을 이었다.

“이 글자는 그릇 명(皿)으로 덮개를 말하고, 쌀 포(勹)는 포(包)의 고자(古字)로 감싼다는 뜻이며, 살무사 충(虫)은 충(蟲)과도 통하지만 단독으로 쓰면 뱀을 나타내기도 하지.”

우창의 설명을 듣고 있던 자원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싸부! 그게 무슨 말이야? 외로운 글자를 풀이하는데 앞의 우두커니 앉아있는 개를 말하기에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무슨 그릇이 나오고 살무사가 나오고 이건 무슨 동물농장도 아니고 정말 이렇게 풀이해서 본래의 뜻이 나오는 것은 맞아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러나 조광은 우창의 말을 들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모두 조용해 졌다. 우창의 설명을 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과연 자원의 말을 듣고 봐서는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겠네. 내가 봐도 그렇게 생각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하하~!”

이렇게 맞대응한 우창이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짓고서 설명했다.

“실로 그릇 명(皿)을 집 면(宀)으로 봐도 되겠지. 그냥 집보다 커 보이잖아? 지붕이 우뚝하게 높은 집이라고 해도 될 거야. 그러니까 화려한 저택으로 볼 수도 있단 말이지. 원래 사람이 사는 집도 크게 보면 그릇이니까. 안 그래?”

우창의 말을 듣고 있던 자원이 비로소 이해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어? 그렇게 보는 법도 있었어요? 억지(抑止)스러운 해석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일리는 있어 보여요. 호호호~!”

“그렇다면 다행이군. 하하하~!”

“그래서요? 그릇 명은 집이라고 쳐요. 그것도 큰 집이라니까 고대광실(高臺廣室)이라고 해 두죠. 호호호~! 그다음은요?”

두 사람의 대화에 다른 탁자에 있던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하나둘 모여들었다. 마침 심심하던 차에 이것은 무슨 재미있는 대화인가 싶었는데 글자 하나를 놓고서 기발한 풀이를 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원이 그 모습을 쓱 둘러보고는 더욱 신이 나서 말했다.

“싸부의 억지스러운 풀이에도 무슨 이치가 있어야 할 거예요. 보세요. 이 많은 손님이 벌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하고 있잖아요.”

자원의 말에 둘러있는 사람들이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어서 우창의 설명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내 주위가 잠잠해졌다. 그것을 본 우창이 빙긋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홀로 독(獨)에 대한 의미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근거는 없지만 그럴싸한 답이 되도록 애써 보겠습니다. 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설령 황당하다고 생각되시더라도 너무 탓하시지는 말이 주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이렇게 인사치레를 한 우창이 정색하고서 설명을 이었다.

“자,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큰 개[犭]가 한 마리 마당가 대문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습니다. 그리고 안쪽 본채[皿]에는 비단으로 감싼[勹] 안주인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향락(享樂)을 누립니다. 그 안주인은 바로 살무사 같은[虫] 마님입니다.”

우창이 이렇게 설명하자, 여기저기에서 감탄하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 장면을 둘러본 자원이 다시 말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집 안에 있는 사람은 마님[婦]이 아니라 살무사라니요.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안 되세요?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잖아요? 호호호~!”

자원의 말을 들은 관중들도 폭소를 터트리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우창의 설명을 기다렸다. 그러한 표정을 본 우창이 목소리를 가다듬고서 말했다.

“여러분께서 동의하지 않으셔도 할 수 없지만, 마당가에 매여있는 개가 보이는 것을 보면 안 주인은 독하기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는 독사와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글자가 홀로 독이고 같이 있어도 홀로 있는 것과 같다는 조광 선생의 말씀도 있고 보면 이 사이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은 아니지만 견사지간(犬蛇之間)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다정다감한 부부라면 애초에 독(獨)을 썼을 리가 있겠습니까?”

우창은 동의를 구하는 의미로 말을 끊고서 한 바퀴 돌아봤다. 그러자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남자들이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다는 표정이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냥 원숭이보다 더 한 것이 늙은 아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창이 아직은 늙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독사 굴에 들어앉아서 먹을 것만 내어놓으라고 하면서 볶아대는 아내라면 아마도 한 마리의 독이 오른 뱀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서로 대화가 되겠습니까? 뱀은 말이 없고 개는 짖어대지만 서로 알아들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개도 고독하고 뱀도 고독하여 고독(孤獨)이라는 글자에 조합이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말이 되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을 마친 우창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마지막으로 조광에게 눈길을 줬다. 그러자 조광이 두 손을 들어서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그것만으로도 우창의 설명은 나름 성공한 것으로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광이 우창의 말이 끝나자 청중을 둘로 보면서 말했다.

 

“과연, 젊은 선생의 식견이 놀라울 지경이오. 이 나이가 되도록 강호를 돌아다니면서 견문을 넓혔으나 이러한 글자 풀이는 금시초문이오. 참으로 후생가외(後生可畏)라더니 참으로 놀라운 풀이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소이다. 허허허~!”

“과연 어르신께서 그렇게 과분한 평가를 해 주시니 우창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비록 부부가 한 집에서 같이 있어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홀로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가르침에 어느 정도 부합이 된다면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말한 우창이 문득 오행원에 있을 서옥(瑞玉)이며, 일석(一石)이며, 춘매(春梅)와 고월(古越)까지도 그리워졌다. 그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게 살아왔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져서이다. 이러한 표정을 본 자원이 그 심경을 짐작하고는 미소를 짓고서 말했다.

“과연, 싸부의 얼렁뚱땅은 천하제일임을 인정하겠어요. 호호호~!”

“그렇게 봐주니 고마울 따름이로군.”

“그나저나 조광 선생께서는 어떤 세월을 지내고 계시는지 이야기를 청해도 될까요? 저희같이 젊은 사람은 삶을 겪어오면서 얻으신 지혜의 말씀 하나로 또 내면이 성장하는 법이니까요. 그래야 오늘 주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것인지를 깨닫기도 하고 말이죠. 호호호~!”

자원의 말을 듣고서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흩어졌다. 그리고 다시 만어루는 잠시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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