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제45장. 만행(漫行)
16. 식신생재격(食神生財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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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주가 비로소 이해되었다는 듯이 말하자 자원이 다시 부연해서 설명했다.
“언니, 만약에 관인상생(官印相生)이었다면 그렇게 차관(茶館)에서 기예를 팔면서 때가 되기를 기다렸겠어요? 좋은 남편을 만나서 여염집의 현처(賢妻)가 되었겠죠?”
“맞아! 이제 그 의미를 알겠네. 그러니까 비록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없으니 애초에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지만 그 재능은 손에 있으므로 차예(茶藝)의 기술을 습득해서 호구지책(糊口之策)을 삼은 것이었구나. 정말 신기하네. 그것도 또한 운명이었던 건가?”
“운명이기도 하고 환경이기도 하고 노력이기도 할 테니 한마디로 팔자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죠. 호호호~!”
기현주가 하염리의 사주를 다시 들여다 보면서 말했다.

“그렇구나. 시간(時干)의 정화(丁火)는 밝게 보이는 것이어서 남에게 잘 보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휘해서 빛나는 일을 하는 건가? 정화도 불이니까 말이야.”
“왜 아니겠어요. 더구나 축토(丑土)는 차호(茶壺)잖아요? 속에 찻물이 들어있으니까요. 그러니 제대로 팔자에 맞는 기술을 습득한 걸로 봐야죠? 호호호~!”
자원의 풀이에 하염리가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나! 그렇게나 깊은 뜻이 제 팔자에 있었단 말이에요?”
하염리의 말에 자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냐! 그냥 웃자고 꿰어맞추는 거지. 호호호~!”
사주를 뚫어지게 살펴보던 기현주가 다시 물었다.
“와~! 긴 주둥이는 아무래도 을묘(乙卯)라서가 아닐까? 막대기가 무척이나 길잖아? 더구나 임(壬)과 임자(壬子)로 봐서 찻물이 넘치고 있으니까 말야.”
“언니의 통변(通辯)도 참 기발하고 참신해요. 누가 말이 안 된다고 하겠어요. 당연히 말이 되죠. 호호호~!”
“그렇다면 올해의 운은 어떻게 풀어야 하지?”
“올해는 계유(癸酉)니까 묘유충(卯酉沖)을 받아서 일지(日支)가 동하니까 앉은 자리에 지진이 난 것과 같다고 봐야죠. 그래서 누군가 건드려 주면 오뚜기가 튀어 오르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어디론가 튈 준비를 다 하고 있다고 봐야겠어요.”
자원의 설명에 하염리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자원이 기현주에게 다시 설명했다.
“만약에 일간(日干)이 약하다면 충동(衝動)을 당해서 힘이 든 상황으로 처하게 된다고 해석해요. 그러나 일간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능동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 비유하자면, 계란(鷄卵)은 부딪치면 깨어지지만 오뚜기는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오뚝 일어나는 것과 같다고 하겠네요.”
자원의 설명에 기현주도 이해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알았어. 무슨 뜻인지 설명을 들으니까 바로 이해가 되네. 올해 천간(天干)의 계수(癸水)는 스승님이 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까? 편인(偏印)이니까 말이지.”
“그것은 공부하고자 한다면 스승이 되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쓸데없는 번뇌가 될 따름이기도 하니까 그것도 생각하기에 달렸다고 봐야겠네요.”
“왜? 어떤 경우가 될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야?”
“당연하잖아요? 편인(偏印)은 공부가 되는데 어떤 공부를 하느냐는 것은 선택하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을 테니 말이죠.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공부하면 관료(官僚)의 길로 가게 될 것이고, 노장(老莊)을 읽으면 무위진인(無位眞人)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니 어찌 그다음의 일까지 예측할 수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편인은 들어왔지만 노력은 또 각자의 몫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자원의 설명을 듣고서 기현주가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역시~! 자원의 사유가 깊은 것을 새삼스럽게 알았어. 그러니까 개운(開運)의 전환점(轉換點)에 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다음의 일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는 의미였구나. 과연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더 맞겠네.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었네. 호호호~!”
기현주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자 자원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유금(酉金)도 들어오고 있으므로 무엇을 하든 인내심이 발동할 것으로 보이네요. 그러니까 그냥 눌러앉아 있기에는 묘유충으로 쉽지 않겠지만 뭔가 새로운 공부를 한다면 오히려 몰입해서 깊이 파고 들어갈 수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편인과 편관(偏官)이 서로 상생을 이루고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비록 운으로 봐서는 흉하다고 하겠지만 그것을 축재(蓄財)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또한 나쁠 까닭이 없겠죠.”
“그러니까 돈을 모으는 것으로 쓰게 되면 오히려 번뇌가 생긴단 말이지?”
“맞아요. 편인의 양면은 영감(靈感)과 번뇌(煩惱)니까요. 호호호~!”
자원과 기현주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하염리가 또렷한 음성으로 자원에게 말했다.
“언니, 지금 두 분의 대화는 제 팔자를 보고서 하시는 말씀이잖아요? 그 공부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갑자기 궁금해요. 그리고 그러한 것을 하려면 천부적(天賦的)으로 타고나야 하는 것인지도 궁금하고요. 만약에 타고 나야 한다면 어쩔 수가 없지만 노력만으로도 그러한 경지를 누릴 수가 있다면 지금 하고 싶은 것은 간지 공부가 되었어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안 된다면 또 다른 길도 찾아보기는 해야 하니까요.”
“왜? 풀이하는 것을 보니까 재미있지? 그러면 이미 인연이 된 거야. 다만, 여태까지 갈고 닦은 용행십팔식은 써먹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그러면 아까워서 어쩌누? 호호호~!”
“아니, 팔자에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요? 그냥 관심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인연이 되었다면 너무 간단하지 않아요?”
하염리의 의아하다는 듯한 말을 듣고서 기현주와 자원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고는 기현주가 한마디 거들었다.
“인연이란 말이야. 오랜 세월, 그러니까 삼생(三生)을 이어가면서 이어지는 것도 있고 일념간(一念間)에 생기기도 하는 거야. 그리고 삼생의 인연도 최초는 일념에 있지 않았겠어?”

기현주의 말을 듣고서 하염리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머! 그 생각은 못 했어요. 그냥 오랜 세월이 쌓여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렇게 가까이에서 변화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오늘 새로운 가르침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아요.”
“일순간(一瞬間)과 억겁(億劫)은 같은 말이지.”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비로소 그 말의 뜻이 이해된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이해되었어요. 타성(惰性)이 문제였어요. 언제라도 바뀔 수가 있다는 생각을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했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에 와서 비로소 그것이 허상이었다는 것을 확연히 알았어요. 그러니까 내 삶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란 말이죠?”
“아니아니 그건 아니야. 호호호~!”
자원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 모습을 본 하염리가 다시 물었다.
“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타고난 것도 있고, 만들어지는 것도 있다는 뜻이지 뭐야. 모든 것을 내 맘대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할까 싶어서 하는 말이야. 가령 저 개가 어느 날 사람으로 행세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안 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
자원의 말을 들으면서 눈을 깜빡이던 하염리가 이해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아항! 또 잘못 생각했네요. 밥솥으로 태어났거나 조롱박으로 태어났거나 기본적으로 타고난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는 말이죠? 다만, 밥솥으로 태어났더라도 물두멍이 될 수도 있고, 불전에 향로가 될 수도 있고 쓰레기를 담는 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옳지~!”
자원이 말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잠시 생각하던 하염리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팔자는 노류장화(路柳墻花)로 태어났더라도 황실(皇室)에서 왕비가 될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 청정(淸淨)하게 산중(山中)에서 수행할 수는 있다는 말씀이잖아요?”
“하물며.”
자원의 말이 이어졌다.
“동생의 팔자는 장인(匠人)이 될 그릇인데 여태까지 남의 눈을 즐겁게 하는 일로 세월을 보냈으나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단 말이야. 기예(技藝)를 닦아서 명인(名人)이 되는 것도 훌륭하겠고, 학문(學問)을 닦아서 한 분야의 종사(宗師)가 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니겠어?”
“어머! 정말요~!”
“거위 새끼가 오리들 무리에 있다고 해도 세월이 흐르면 그 자태가 저절로 드러나듯이, 주머니에 넣어 놓은 송곳은 꺼내지 않더라도 저절로 주머니를 뚫고서 밖으로 드러나듯이, 긴 겨울이 지나면 땅에서 온갖 화초가 저절로 땅을 뚫고 솟아올라서 꽃을 피우듯이 그렇게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는 거야. 이것이야말로 삼생인연(三生因緣)이지, 처음에 만들어진 대로 순응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닌 거지.”
“그러니까 그냥 길게 줄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매 순간에 매듭으로 변화할 수가 있다는 것이잖아요? 여태까지 생각했던 것은 굵은 밧줄로 이어진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바람처럼 자유로운 삶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맞아요?”
비로소 이해되었다는 표정으로 하염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원에게 물었다. 그 표정과 말을 들으면서 자원이 말했다.
“운명(運命)은 ‘정해진 것도 있고, 정해질 것도 있다’고 싸부가 늘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꼭 맞는다고 생각해. 그래서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것도 자기의 삶이 되는 거고, 새롭게 변신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또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되는 거야.”
자원의 말을 듣고서 잠시 생각에 빠진 하염리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차를 마셨다. 이미 차가 식었다. 그것을 본 주인이 얼른 뜨거운 물을 가져다 채워줬다. 자원이 고맙다는 듯이 눈인사했다.
“언니는 어쩌다가 이렇게 인연이 되셨는지 궁금해요.”
조용히 생각하던 하염리가 뜬금없이 묻자, 자원은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잠시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뭐라고? 갑자기 그게 궁금해? 호호호~!”
“정말로요. 아무런 근심없이 스승님과 동행하여 천하를 유람하는 언니는 어떤 인연을 만나서 이렇게 되신 건지 궁금해졌어요. 말씀하기 곤란하시다면 안 해주셔도 괜찮고요. 호호~!”
“그러고 보니까 나도 처음에는 검객(劍客)이 되어서 천하를 누비면서 억울한 사람을 구하고 사악(邪惡)한 사람을 징계(懲戒)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던가 보네. 그러다가 싸부를 만나서 그 생각이 바뀌어서 검술(劍術) 대신에 도학(道學)을 잡게 되었으니 이렇게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극적(劇的)이라고 해야 하겠는걸. 호호~!”
“와~! 그러셨구나. 정말 극에서 극으로 삶의 방향이 바뀌신 거잖아요?”
“그런 건가? 그냥 매 순간을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지 뭘.”
“후회는 없으신 거죠?”
“후회?”
자원이 반문하면서 과연 후회한 적이 있었던가 싶어서 돌이켜 생각해 봤으나 그런 기억은 없었다.
“아니!”
“단 한 번도요?”
“실은 후회라는 두 글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
“정말 부러워요. 하루에도 세 번은 후회하면서 살아왔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살 수가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고 감탄스러워요.”
“그런가? 정말 듣고 보니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 싶구나. 호호~!”
“이제 어떡하죠? 차관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어졌어요.”
갑자기 하염리가 정색하며 말하자 기현주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뭘 어떡해? 그냥 따라붙으면 되는 거야. 우리와 함께 강호를 유람하면서 재미있는 것도 지켜보고 씁쓸한 것도 겪어보면서 그렇게 인생을 배우면 되는 거지.”
기현주의 말에 하염리는 우창을 바라봤다. 그래도 되느냐는 뜻이었다.
“왜 날 보나? 스스로 마음에 정했으면 그대로 따르면 될 일을. 하하~!”
“어머! 정말요? 그래도 될까요?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동행한다는 것을 말씀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된다면 얼른 정리하고 오겠어요.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려고요.”
우창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것을 본 하염리가 서둘러서 정리한다고 돌아가는 것을 본 기현주가 말했다.
“어쩌나? 예정에 없던 식구가 하나 더 늘었으니 말이야. 호호호~!”
“어쩌긴요. 다 자기 할 일이 있다잖아요. 오히려 더 재미있겠어요.”
멀찍이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주인이 다가와서 말했다.
“이제보니 산천경계(山川境界)를 벗 삼아서 소요하시는 분들이셨군요. 염리가 꽤 신중한 아이로 알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지켜봤으나 오늘처럼 흥분하는 것을 처음 봤어요. 과연 겉으로는 깔깔대며 웃고 명랑했는데 내면에서는 말하지 못한 번뇌가 있었다는 것을 보고 사람은 겉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주인의 말에 자원이 대답했다.
“그랬군요. 사람이나 자연이나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니까요. 아마도 오늘이 그 전환점(轉換點)이 되었던가 보네요. 내일은 비록 후회하게 될지라도 오늘 기쁜 마음으로 선택했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행동으로 옮길 수가 있는 젊음이 좋은 거지요. 소인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으나 얽히고설킨 인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체념하고 살고 있으니 말이지요.”
이렇게 말하고서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속에는 뭔가 말 못 할 고민이 있어 보여서 자원이 짐짓 물었다.
“왜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주인의 마음속에는 또 어떤 번뇌가 자리하고 있을까요? 혹 의논이라도 하고 싶다면 말씀하셔도 좋아요.”
자원이 말미를 주자 주인은 그러고 싶었다는 듯이 다가와서 하염리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혹 폐가 되지 않는다면 이 일을 그만둬도 괜찮을지 궁금하네요.”
이렇게 말한 주인이 과일을 내어 오라고 시키고는 긴장하는 표정으로 우창을 바라봤다. 그것을 본 자원이 육갑패(六甲牌)를 꺼내어서 탁자에 부채 모양으로 펼쳤다.
“자, 어떻게 하시는 것이 가장 좋을지 알아봐요. 손이 가는 대로 이 중에서 세 개를 뽑아 보세요.”
기현주는 자원이 세 장을 뽑으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다섯 장을 뽑아서 오주괘(五柱卦)로 삼는데 오늘은 세 장으로 보고싶었던 것으로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인이 조심스럽게 세 장을 뽑아서 나란히 놓자 자원이 처음에 뽑은 것을 짚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 오른쪽의 패(牌)는 과거(過去)를 의미해요. 그리고 가운데의 패는 현재(現在)를 의미하고, 마지막으로 왼쪽의 패는 미래를 암시하죠. 그런데 이렇게 손이 가는 대로 뽑았으니 그것을 믿을 수가 있느냐고 하는 생각은 들지 않으신가요?”
자원의 물음에 주인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면서 말했다.
“잘 알았어요. 말씀으로 봐서 이것은 천지신명(天地神明)의 계시(啓示)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말씀이지요? 그러니까 어떻게 해석이 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의혹(疑惑)을 조금도 갖지 않을뿐더러 이렇게 열성적으로 자연의 이치를 논하는 분들의 풀이라고 한다면 비록 돌을 삶아서 밥을 짓는다고 해도 의심하지 않겠어요.”
“잘 알고 계시네요. 호호호~!”
“동네 이웃에 가끔 답답할 적에 찾아가는 무녀(巫女)가 있는데 때로는 손에 깃발의 뭉치를 들고서 손이 가는 대로 뽑아 보라고 하기도 해서 이 의미는 잘 알고 있거든요.”
“아하! 맞아요~! 바로 그런 이치와 같아요. 다만 무녀의 깃발은 귀신이 풀이하고 오늘의 육갑패는 학자가 풀이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죠. 호호호~!”
여인의 말을 듣고서 자원이 패를 천천히 뒤집었다.

과거패는 계미(癸未), 현재패는 을해(乙亥) 미래패는 병진(丙辰)이었다. 우창과 기현주는 자원이 어떻게 풀이하려고 이러는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자원은 대중의 얼굴을 쓱 훑어보고서는 여인에게 말했다.
“모친께서 운영하던 이 찬관(餐館)을 물려받아서 자리를 잡느라고 무척이나 고생하셨어요. 그렇게 대략 40여 년이 지나고 보니 이제 자리가 잡혀서 손님들은 미꾸라지를 끓여서 장어라고 해도 다 믿고 맛있게 먹을 만큼의 안정된 자리를 마련했네요. 이제는 기본적으로 호구지책(糊口之策)은 해결되어 마음에 여유로움도 생겨서 안정된 미래를 꿈꿔도 되겠으니, 이제부터 주방의 일은 아들에게 넘겨주고 편안하게 소일(消日)해도 되겠어요. 자원이 보기에는 이렇게 해석이 되는데 싸부께서 더 얹어 주실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려요.”
이렇게 정색하고 풀이한 다음에 우창을 보며 물었다. 우창이 들어봐도 특별히 더 추가할 내용이 없어 보여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싸하군. 내가 봐도 그 정도로 보이는구나. 하하~!”
우창이 동의하자 주인이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소인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셨네요. 아들이 운영할 수가 있으니 그만하고 쉬라는 말은 수년 전부터 하는데도 마음이 안 놓여서 차일피일(此日彼日)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조금 힘이 든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예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그런데 점괘를 들어보니까 마음 놓고 넘겨줘도 되겠어요. 이러한 말씀이 아니었더라면 여전히 걱정만 하고 살았을 건데 말이죠. 감사합니다. 답례로 간단한 요리라도 한 접시 마련하겠어요.”
주인이 이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기현주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아니, 자원은 어떻게 오주괘(五柱卦)를 삼주괘(三柱卦)로 만들려고 생각했지? 언제 봐도 새로운 시도는 감탄스럽단 말이야. 그런데 간지독립법(干支獨立法)으로 본 게 아니잖아? 어떻게 본 거야?”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을 뿐이에요. 호호호~!”
“정말 알고 나면 이렇게 자유로운 운용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단 말이야.”
“맞아요. 독립법으로 봐야 할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현재패의 천간(天干)을 주인으로 놓고 봐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참, 싸부에게 미처 물어보지도 않았네요. 흡사 삼주(三柱)를 풀이하듯이 이렇게 해도 이치에 벗어나지 않을까요?”
자원의 말에 우창도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마음이 조짐이라니까. 하하하~!”
“오주가 기본이라면 삼주는 변형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이지.”
“그러니까 이주(二柱)로 점괘(占卦)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군요. 당연히 안 될 이유가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서도요.”
“점괘는 마음이잖아? 한 마음이 동하면 그것이 조짐이고 그 순간에 패를 뽑으면 그것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니까. 그래서 ‘모두가 마음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씀이네요. 그렇다면 패가 없어도 가능할까요? 무패괘(無牌卦)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자원은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서도 과연 가능할 것인지 궁금했다. 가만히 자원의 말을 듣고 있던 여정이 손을 번쩍 들고서 말했다.
“아, 누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생각했는데 어떤 때는 말이 서로 호흡을 잘 맞춰서 순탄하게 나가는데 또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말들이 서로 고집을 부리고 제대로 달리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는데 이러한 것도 볼 수가 있을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조짐이라고 봐야 할까요?”
여정의 말에 자원도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우창을 바라봤다. 그러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대답했다.
“단지 그 이야기만으로 조짐을 풀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전후의 정황이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말들의 이상행동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가 있겠지. 다만 그것만으로 풀이한다면 앞으로의 길에 조짐이 나쁘니까 길을 멈추고 쉬거나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도 가능하겠구나.”
우창의 말에 여정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러한 행동을 보고서 말들이 꾀를 부린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음에는 전후의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합장하자 우창이 시(詩)를 한 수 읊었다.
“처처견조짐(處處見兆朕)하니, 무불도징조(無不都徵兆)니라.”
“그러니까, ‘곳곳에서 조짐이 보이니, 모두가 징조 아님이 없다’라는 뜻이네요. 멋지네요. 호호호~!”
자원이 이렇게 풀이하자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견불견조짐(見不見兆朕)은 자오자연리(自悟自然理)니라.”
“아, 오언절구(五言絶句)였어요? 처음 들어봐요. ‘조짐을 보거나 보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것에 있다.’라고 하는 뜻이죠? 이런 구절은 어디에 나오는 말인가요? 쉽고도 간단한 핵심이잖아요.”
“한마디로 한다면, ‘아는 자는 안다’는 말이지. 지자지(知者知)라고 하면 더 간단하겠군. 하하하~!”
“참 간단한 말이네요. 자원도 나중에 써먹어야 하겠어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