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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 제44장. 소요원(逍遙園)/ 13.자원(慈園)의 과제(課題)

[570] 제44장. 소요원(逍遙園)/ 13.자원(慈園)의 과제(課題)

 

[570] 44. 소요원(逍遙園)

 

 

13. 자원(慈園)의 과제(課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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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의 상세한 가르침 덕분에 복잡할 수도 있는 이치를 잘 알았습니다. 이제부터 기초부터 한 걸음씩 차근차근 밟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리석은 제자로 인해서 스승님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지나 않을지 그것이 염려스럽습니다.”

갈만은 염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었던 우창이었다. 옆에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자원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자원이 갈만을 좀 가르쳐야 하겠지?”

우창의 말에 갈만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자원 선생께서 지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힘들겠지만 잘 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갈만의 말을 듣고서 자원이 기뻐하며 말했다.

당연하죠. 이제부터 혹독하게 지도할 테니까 열심히 따라와 주시겠어요?”

여부가 있습니까?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겠습니다. 조금도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해서 자원 선생님을 실망하시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기현주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보기에도 아름답구나. 그러면 나는 하루 세 끼를 책임지고 열심히 공급해야 하겠네. 조용하던 소요원에 활기가 감도니 즐거워. 호호호~!”

기현주가 기뻐하는 것을 본 자원이 갈만에게 말했다.

이미 공부한 것이 충분히 있으니까 대략 한 달 정도만 열심히 하면 요지(要旨)는 깨닫게 될 거예요. 그러면 싸부와 말 상대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답답해도 조금만 참고 열심히 해봐요.”

당연하지요. 두 달이 걸려도 좋고, 짧은 생각으로는 삼 년은 파고들어야 약간의 윤곽이나마 잡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서두르지 않고 어디든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갈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미소를 짓던 기현주가 우창에게 웃으며 말했다.

자원에게 재미있는 일을 맡기는구나. 내가 가르치고 싶기는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공부를 해 놓지 않았으니 이참에 갈 선생과 같이 공부할 수가 있겠네. 잘 되었지 뭐야. 호호호~!”

말을 듣고 있던 갈만이 기현주에게 말했다.

갈 선생의 호칭이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지은 아호가 있는데 그것으로 하대(下待)하시면 어떻겠습니까?”

, 그래? 그렇다면 어서 알려 줘. 나도 그러고 싶었어. 호호~!”

광덕(廣德)입니다. 널리 덕을 쌓자는 의미도 있고, 우리나라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작은 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호~! 광덕! 입에 착 달라붙네. 이제 광덕으로 부를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자원 선생님께는 작은 선생님이라는 의미로 소사(少師)라고 칭하면 어떨까요? 결코 낮춰서 부르는 뜻이 아니라 구별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갈만의 말에 자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물론이에요. 그렇게 불러주면 좋겠어요. 이제 정리가 되었으니 공부를 시작해 볼까요? 시간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것이니까요. 호호~!”

자원이 두 사람을 앞에 놓고 설명하려고 하자 삼진과 여정도 같이 공부하겠다고 달라붙었다. 모두 기본적인 설명에 대해서 우창의 강의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같이 책상에 모였다. 그러자 자원이 삼진에게 말했다.

아니, 오라버니는 이미 달인(達人)의 경지에 도달하셨는데 무슨 필요가 있다고 괜히 자원이 부담스럽게 자리를 잡으시는 거예요!”

아니지. 공부하다 보면 항상 흔들리는 것은 기초공사의 심도(深度)에 있단 말이네. 그러니 이런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네. 아무런 부담을 갖지 말고 기초공사를 공고(鞏固)히 한다는 정도로만 생각해 주면 될 일이니 어디 가르침을 펼쳐 주시게.”

자원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 까닭에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이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광덕을 기준으로 설명할 테니 여정과 오라버니는 이야기를 듣다가 혹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물어요.”

자원이 이렇게 말하고는 이어서 물었다.

음양은 무엇이죠?”

, 소사님 음양은 도()입니다.”

왜 그런가요?”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일음일양이 바로 음양이니 말이지요.”

언제 만나나요?”

? 만나다니요? 그런 이야기는 없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갈만이 의외라는 듯이 말하자 자원이 다시 물었다.

일남일녀(一男一女)는 도()인가요?”

그렇습니다. 일음일양은 사람으로 대입하면 그렇게 되는 까닭입니다.”

다시 물을게요. 그렇다면 남녀가 있으면 자녀가 탄생하나요?”

자원이 이렇게 다시 묻자, 기현주가 얼른 나서서 말했다.

잠깐! 내가 잠시 오만한 마음으로 큰 실수를 할 뻔했잖아. 내가 알고 있었던 음양의 이야기가 아니네. 나도 받아줘. 여기 한 자리 추가야~!”

이렇게 되자 결국은 우창만 한가롭게 되었다. 모두 자원을 앞에 두고 모여 앉아서 기초적인 공부가 시작되었다. 갈만이 자원의 반문에 뭔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듯이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그렇겠습니다. 자녀가 탄생해야 도가 되니까 이점을 생각해야 하는군요. 그렇다면 같이 있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합방(合房)해야 가능하지요.”

자원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본 갈만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소사의 가르침은 실용적(實用的)입니다. 계사전(繫辭傳)의 내용은 관념적(觀念的)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경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면 자평심법의 음양은 실제로 적용하는 것에서 나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그 차이는 매우 큽니다. 이것은 마치 이론(理論)과 실제(實際)의 차이만큼이나 말이지요.”

갈만은 말문이 열린 듯이 신나서 설명을 이어 갔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일음일양은 중요합니다. 다만 실제적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그래봐야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씀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남녀가 합방하지 않는다면 따로 있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지요. 참으로 놀라운 가르침입니다. 아무래도 역경의 해설가는 계사전의 주석을 다시 써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뭘 그렇게까지나 거창하게 생각하세요. 그냥 단순하게 보면 되는 것이니까 쉽게 생각하고 이해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호호~!”

자원은 갈만의 이야기에 흥미가 동했다.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갈만이 다시 말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전설이 있습니다. 참고되실까 싶어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에 아무것도 없던 시절인 태초(太初)에 천신(天神)께서 흙을 반죽해서 인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일음일양이지요. 천신과 흙사람이니까요. 여기에 천신이 숨결을 불어 넣었습니다. 그러자니까 흙으로 만든 인형의 코에 입을 대고 불어넣었을 겁니다. 그 순간에 생명을 부여받고서 최초의 인간이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이 또한 만남으로 인해서 도가 생긴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거들었다.

맞아! 광덕이 잘 이해하셨네. 하하하~!”

우창의 말에 신이 난 갈만이 다시 말했다.

()과 양()이 있고, 음양(陰陽)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셋이 되는 것이지요. 음과 양은 따로따로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둘이 합하게 되면 음은 음이 아니고 양은 양이 아닙니다. 새로운 무엇으로 변화한 음양이 되는 것이지요. 소사의 말씀을 듣고서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음양(陰陽)의 공부에 입문(入門)한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자원도 보람이 있어요. 호호호~!”

그동안은 음양을 피상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야말로 음과 양으로만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양극단(兩極端)인 줄로만 알고 그 중간에 있는 지점은 간과(看過)한 것입니다. 이제야 그것을 가르쳐 주셔서 깨우치게 되었으니 아둔한 제자를 인도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말한 갈만이 합장했다. 자원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이미 음양의 공부는 다 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내가 깨달은 바를 남에게도 설명할 수가 있어야죠. 아는 것에서 그대로 머무르면 자기의 우물에 갇히게 됩니다. 그것을 남에게 설명하게 되면 비로소 우물을 벗어나서 드넓은 사유를 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그러니 설명하는 방법도 알아두면 좋을 거예요.”

자원은 목이 타는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한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음양의 역할을 체용(體用)으로도 대입할 수가 있습니다. ()은 체가 되고, ()은 용이 되는 것이지요. 가령 남녀로 말한다면 음인 여성(女性)이 체가 됩니다. 그래서 모체(母體)라는 말을 하지요. 혹 부체(父體)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 부채라는 말은 금시초문입니다. 그런 말도 있습니까?”

그렇다면 체()는 모체가 맞겠다고 생각해 볼까요?”

당연하지 싶습니다. 모체가 부친의 정자(精子)를 받아들여서 자녀를 생산하는 것으로 사용하니 모체부용(母體父用)의 이치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자원은 갈만의 말에서 정자(精子)라는 것이 나오자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정자라고 함은 부정(父精)을 말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덕국에서는 남녀의 만남으로 남자의 정액(精液)으로 자녀가 잉태하는 것을 그렇게 말합니다.”

이해되네요. 선생에게만 자()를 붙이나 했죠. 호호호~!”

자원의 말에 우창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서 학문의 동서교류(東西交流)가 이렇게 이뤄지고 있구나. 하하~!”

우창의 말에 갈만도 말했다.

, 그렇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맞습니다. 하하~!”

자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가령, 심신(心身)이라고 하는 두 글자를 놓고 체용(體用)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지 광덕이 말해 보시겠어요?”

, 소사께서 물으신 심신은 따로 떼어서 육신(肉身)과 정신(精神)을 말할 수가 있고, 이것을 붙어서 사람의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따로 놓고 말하는 것이 우선한다면 몸은 신체(身體)가 되고 마음은 용도(用度)가 되는 것으로 보겠습니다.”

왜 그렇죠?”

자원도 어느 사이에 우창의 화법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었다. 답변이 맞으면 맞는 대로 틀리면 틀린 대로 그 이유를 듣고자 했기 때문이다. 갈만이 말했다.

그 이유는 원래는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몸이 태어남으로 인해서 정신이 존재하는 까닭입니다. 태어날 적에 이 땅에 몸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 몸이 성장하면서 점차로 자아(自我)가 생겨났으며 몸에 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갈만의 설명에 자원이 의아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처럼 생각이 되면서도 그동안 생각해 왔던 마음이 주인이고 몸은 종이라고 한 우창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설명이 된다는 것에서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그렇다면 몸은 영원하고 마음은 몸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란 말인가요?”

맞습니다. 덕국의 과학자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체가 있어야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신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자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자기의 생각을 전해야 할 것인지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문득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은 미소만 짓고서 잘해보라는 듯이 눈짓만 했다.

좀 전에 광덕이 말하기를 실사구시(實事求是)라고 했나요? 지금 이 자리에서 답을 찾는 것을 뭐라고 했죠?”

, 실용적인 것을 말씀하십니까? 관념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었지요.”

맞아요! 실용적이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답을 찾는 것이 옳을까요? 아기가 태어난 장면을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것이 옳을까요?”

소사께서 말씀하시려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봐야 한다는 의미로군요. 당연하지요. 지금 이 자리에서 답을 찾는 것이 더 옳다고 봅니다. 어떻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여기에 광덕이 있습니다. 이것이 몸입니까? 마음입니까?”

그야 몸이지요. 보타암에서 기거하던 몸이 지금은 여기 소요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몸을 따라서 동행한 것이겠군요?”

맞습니다.”

몸은 왜 여기로 왔나요?”

몸은 학문에 대한 열망으로 스승님을 따라서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主人)인 몸은 종()인 마음의 요청에 따라서 끌려서 여기까지 온 셈인가요?”

?”

이렇게 말한 갈만은 또 생각에 잠겼다. 곰곰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잘못 말씀드렸습니다. 실제적으로 논한다면 마음이 주인이고 몸은 마음을 따르는 종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체가 되고 몸이 용이 된다고 해야 하는 것이로군요.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새롭고도 신기합니다.”

자원의 말에 대해서 비로소 이해한 갈만이 대답했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체용법(體用法)을 잘 이해하게 되면 음양의 절반은 이해한 것이라고 하겠어요. 대부분의 사물은 체용으로 분류하면 그 안에 포함이 되니까요. 물론 이 외에도 명암(明暗)이나 대소(大小)나 한열(寒熱)이나 홀짝으로 구분해야 할 경우도 있으니 이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할 테니 잘 들어보세요. 당연히 기본적인 생각은 양극단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요. 이것이 이해되고 나면 이제 비로소 그 중간을 생각하는 것이 쉬울 테니까요.”

자원의 말에 네 사람은 모두 정신을 집중해서 음양법(陰陽法)에 대해서 이해를 깊이 해갔다.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던 여정이 물었다.

누님, 홀짝에 대한 말씀인데요. 혹 사람의 얼굴에서도 음양을 찾을 수가 있을까요? 가령 눈은 둘이고 코는 하나이니까 이 둘에 대해서도 음양으로 답을 찾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연하지. 눈과 닮은 것은 뭘까?”

눈과 닮은 것은 귀가 아니겠습니까? 보통 말하기를 이목(耳目)과 구비(口鼻)라고 하니 귀는 눈과 짝을 이루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귀도 둘이고 눈도 둘이니 이것은 홀짝으로 보며 맞지 않는 것도 같습니다.”

그럼 맞는 것을 찾아봐야지? 눈은 닫고 있다가 필요하면 열리는 것이 맞아?”

자원이 여정에게 묻자 여정이 얼른 답했다.

그야 입이 닮았습니다. 누님의 말씀에 답이 있었습니다. 눈은 둘이고 입은 하나이니 홀짝에도 부합이 됩니다. 그러면 입은 양이 되고 눈은 음이 되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까?”

맞아. 그리고?”

그리고 코와 귀는 항상 열려있음으로 이것도 짝이 됩니다. 그러니까 코는 양이 되고 귀는 음이 되는 것으로 보겠습니다.”

맞아. 그리고 또 찾을 수가 있는 것이 있으면 찾아봐.”

얼굴의 이목구비에서 또 뭘 찾습니까?”

그야 하나씩 있는 것의 음양도 찾으면 나오지 않을까?”

? 그것은 홀짝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내친김에 찾아보라는 거지. 홀짝 외에도 무엇인가 보이는 것이 있으면 찾아보는 거야. 그것이 음양을 보는 방법이기도 하니까 말이지.”

그제야 여정이 자원의 말뜻을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직은 한 가지를 생각하면 다른 것은 떠오르지 않아서인가 봅니다. 입과 코는 하나씩 있으므로 공통점이 됩니다. 그렇다면 코는 양이 되고 입은 음이 되겠습니다. 그 이유는 코와 귀의 비교해서도 코가 양이었고, 눈과 입의 비교에서는 입이 양이었지만 닫힌다는 것을 감안하면 입은 코에 비해서 음이 되는 까닭입니다.”

여정도 어느 사이에 말귀가 많이 트여 있었다. 대답하는 품이 예전의 여정이 아니었던 것이 느껴졌다.

이야~ 여정도 알게 모르게 내공이 쌓여가고 있었구나. 호호호~!”

고맙습니다. 모두 열심히 가르침을 주신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또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생각해 볼까? 왜 코는 양이고 입은 음인지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까?”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합니다. 여정의 생각으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여정이 이렇게 말하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기현주가 나섰다.

내가 생각한 것을 말해 볼 테니까 맞는지 살펴봐 줘. 코는 천공(天供)을 받고 입은 지공(地供)을 받잖아. 그러니까 코는 하늘이고 입은 땅이 되는 거야. 어때?”

기현주의 말에 갈만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기현주에게 물었다.

천공이며 지공은 무엇입니까? 절에서 머물다 보니 불공은 들어봤습니다만 지금 말씀하신 것은 금시초문입니다. 설명이 필요합니다.”

코가 하는 일은 뭐지?”

그야 호흡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호흡은 하늘의 기운을 들이마시는 것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갈만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 무슨 말씀인가 했더니 기능성(機能性)을 의미하는 것이었군요. 코는 하늘의 공기를 마시는 것이 맞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산소(酸素)를 들이마시고 폐에서 쓰고 남은 이산화탄소(二酸化炭素)를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정말 광덕의 상식에는 새로운 것이 많구나.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니까. 호호호~!”

이렇게 말한 기현주가 다시 갈만에서 설명했다.

입은 땅에서 생산되는 동식물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니까 이것은 땅의 공양을 받는 것이잖아?”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갈만이 말했다.

아하! 알겠습니다. 그런 뜻이었군요. 정말 사려가 깊은 통찰력입니다. 코와 입의 음양을 이렇게 이해하는 방법도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자원이 다시 갈만에게 물었다.

양은 뚫을 곤()자처럼 세로선이고 음은 한 일()자처럼 가로선이예요. 그래서 음()과 양()이 만나면 서로 인연이 되어서 도()가 되는 것이기도 한데, 얼굴에서 이러한 관점으로 살피는 것도 가능할까요?”

자원의 물음에 갈만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코와 귀는 세로선이고 눈과 입은 가로선이로군요. 이런 것까지 생각하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결국은 눈과 입은 음이 되고 귀와 코가 양이 된다는 것과도 관통(貫通)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갈만은 참으로 음양의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것에 대해서 새삼 놀라웠다. 단순하게 관념으로 생각하던 음효(陰爻)와 양효(陽爻)에 머물러 있던 것에서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갈만은 문득 종이에 음효와 양효를 그리고서 말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많은 것이 보인다는 가르침이 틀림없음을 오늘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모르면 손에 쥐어 줘도 모른다는 말이 맞습니다. 하하~!”

갈만은 의문들이 모두 풀리자, 유쾌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자원도 흐뭇했다.

그러는 사이에 해가 저물고 저녁밥이 마련될 때쯤에는 자원도 음양에 대한 모든 설명을 마칠 수가 있었다.

, 오늘은 음양을 관찰하는 방법을 설명해 드렸어요.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죠. 저마다 눈앞에서 혹은 생각 속에서 전개되는 정황을 잘 살피면서 어떻게 음양으로 대입하면 될 것인지를 궁리해 보면 내공은 점점 깊어질 거예요.”

자원이 마무리 삼아서 말하자 갈만이 물었다.

말씀을 죽 들어봤습니다. 과연 유연한 사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말씀을 다 듣고서 생각해 보니, 한마디로 음양을 논한다면 상대적(相對的)인 관찰법(觀察法)’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모두 대상이 있을 적에 살펴보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요약해도 되겠습니까?”

맞아요.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그것이라고 봐야죠. 잘 이해하신 것으로 보이는데 혹 궁금한 것이 또 있나요?”

이렇게 말한 자원이 기현주와 삼진과 여정도 둘러봤다. 그러자 모두 고맙다는 듯이 합장하고 말했다.

귀한 가르침을 잘 받았습니다. 열심히 익히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야기를 마치자 저녁을 먹자는 연락이 와서 모두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현주가 식탁의 상석에 앉으며 말했다.

공부했더니 배가 더 빨리 고파졌는걸. 호호호~!”

그러자 갈만도 자리에 앉으며 한마디 했다.

맞습니다. 기운이 더 많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뇌의 활동으로 체력이 가장 많이 소모되는 까닭이라고 합니다. 육체노동보다도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이 그러한 현상을 느끼게 된답니다.”

과연 광덕은 아는 것이 많구나. 그래서 또 하나 배웠어. 그러고 보니 고인의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기도 하구나. 호호호~!”

맞습니다. 고인의 가르침은 경험철학(經驗哲學)입니다. 직접 겪어가면서 깨달은 것이니까요. 오늘의 음양 공부도 모두가 우리가 경험할 수가 있는 일이거나 경험했던 일에 대한 설명이어서 공감이 더 잘 되었습니다.”

대중들도 갈만의 말에 공감하면서 모두 정갈하게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이미 어둠이 짙게 내린 소요원에는 등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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