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 제42장. 적천수(滴天髓)
22. 강건(剛健)하기 으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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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大衆)이 진술축미의 특징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정리를 마치기를 기다렸던 현담이 대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은 일진이 경금(庚金)을 공부하는 날이 아니라 진술축미(辰戌丑未)를 이해하는 날이로군. 어떤가? 오늘은 이쯤하고 마무리 하는 것이 말이네.”
현담은 시간이 거의 오시(午時)가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새로 시작하면 이야기를 끝내기가 바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지 이렇게 대중의 의향을 물었다. 그러자 백발이 이에 대해서 의견을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미 공부를 한 것만으로도 깊은 이해가 되었으니 더 공부하지 않아도 포만감으로 가득합니다. 경금에 대해서는 또 내일 공부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배려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하~!”
우창도 그냥 끝내기도 아쉽고 더 하기도 애매한 시간에 백발이 이렇게 말하면서 오늘 공부를 마무리하자는 의견이 오히려 편했다.
“그러면 오늘은 이렇게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태사님께서도 쉬시지요.”
“그래, 알았네. 다들 즐거운 공부 되시게나. 허허허~!”
다음 날 아침은 날씨도 화창했다. 모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마다 새로운 학문의 이치를 얻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현담이 자리에 앉기를 기다려서 모두 예를 갖추고 공부할 준비를 하자 현담이 말을 꺼냈다.
“오늘도 그대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내 마음도 청춘으로 돌아간 듯하군. 수경(水鏡)이 「경금편」을 읽어보겠나?”
“예, 태사님 읽어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적천수의 경금에 대한 대목을 읽기 시작했다.
경금대살 강건위최(庚金帶殺 剛健爲最)
득수이청 득화이예(得水而清 得火而銳)
토윤즉생 토건즉취(土潤則生 土乾則脆)
능영갑형 수어을매(能贏甲兄 輸於乙妹)
수경이 낭랑한 음성으로 천천히 원문(原文)을 읽자 현담이 다시 수경에게 말했다.
“잘 읽었네. 그렇다면 어디 첫 구절도 풀이해 볼 텐가?”
현담이 수경의 음성이 맘에 들었는지 낭독에 이어서 풀이도 해보라고 말하자 수경이 다시 일어나서 말했다.
“예, 태사님. 첫 구절은 ‘경금대살(庚金帶殺)’이에요. 이것은 병화(丙火)편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병화맹렬(丙火猛烈)’과 그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기억되었습니다. 병화가 맹렬한 것은 경금을 통제하고자 함이고, 경금을 통제하려는 것은 황제(皇帝)격인 갑(甲)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대살(帶殺)’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경(庚)은 살기(殺氣)를 띠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보면서 경살갑(庚殺甲)의 이치가 명백(明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추천(秋天)의 숙살지기(肅殺之氣)를 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기문(奇門)의 관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살기를 거느린다’고 하는 의미는 그대로 존재한다고 봐도 되지 싶어요.”
수경의 말을 듣고서 현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잘 풀이했구나. 다음 구절까지 풀어봐도 되겠네.”
“다음은 ‘강건위최(剛健爲最)’니, 굳세기로 십간(十干) 중에서 으뜸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또 생각해 보니 오음(五陰)에 비해서 오양(五陽)이 강하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경(庚)을 잡는 병(丙)이 있고, 병(丙)을 잡는 임(壬)이 있는데 으뜸으로 강건하다는 것에는 무슨 숨은 뜻이 또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실은 여기에서 막혔습니다. 태사님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
수경이 이렇게 말하고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현담이 이번에는 우창에게 대신 물었다.
“수경이 궁리하다가 막혔다니 그것을 우창이 속 시원하게 꿰뚫어 주기 바라네. 허허허~!”
“스승님. 제자가 알기로는 ‘경금고체(庚金固體)’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무토고중(戊土固重)이라고 했는데 경금고체(庚金固體)라는 뜻은 언뜻 생각하면 흡사(恰似)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완연히 다른 의미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무토의 고중(固重)은 만물의 관점에서 견고(堅固)한 중력(重力)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경금의 고체(固體)는 만물의 개개(箇箇)가 그와 같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말한 우창이 대중을 둘러봤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더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보면서 하던 말을 이어갔다.
“즉, 무생경(戊生庚)으로 양대양(陽對陽)의 구조를 하고 있으니 그 내면(內面)으로는 무(戊)의 속성(屬性)이 오롯이 경(庚)에게 이전(移轉)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견고할 고(固)의 의미도 그대로 물려받은 것입니다. 이것은 만물의 내면(內面)에 깃들어서 육안(肉眼)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존재라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무(戊)의 정신(精神)이 경(庚)으로 옮아온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하는 의미가 역력(歷歷)하게 살아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창의 설명에 현담의 눈이 커졌다. 처음 듣는다는 의미였다. 잠시 생각에 잠긴 현담이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아니, 그렇게 관하는 방법도 있었더란 말인가? 그렇다면 ‘살기(殺氣)를 품고 있다’는 ‘경금대살(庚金帶殺)’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현담의 말에 대중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우창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뜸을 들였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제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대살(帶殺)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니면 오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만 계절로만 논한다면 숙살지기에 초목(草木)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의미로는 일리가 있으니 그 정도로 살피는 것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강건위최(剛健爲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야 매우 단단하고 큰 바위를 상징으로 삼기 때문이 아니겠나?”
현담이 짐짓 물었다. 제자들의 눈높이에서 던져본 물음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우창이 현담의 물음에 답했다.
“스승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면서 애먼 바위를 소환하십니다. 하하하~!”
“괜한 소리 말고 어서 그 이치를 설명해 보게.”
다른 대중들도 현담의 채근을 들으면서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우창을 바라봤다. 이러한 모습을 둘러본 우창이 비로소 현담을 보면서 말했다.
“스승님, 우창이 생각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견고(堅固)한 것은 금강석(金剛石)이지만 그보다 백천 배는 더 단단한 것이 정신(精神)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정신은 백절불굴(百折不屈)이어서 그 무엇으로도 꺾을 수도 없고, 자를 수도 없는 존재인 까닭입니다.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경도(京圖)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강건(剛健)하기가 세상에서 으뜸이다.’라고 하셨을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불타(佛陀)의 말에 따르면 개유불성(皆有佛性)이라고 했으니 저마다 그 내면에 존재하는 것은 부처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존재가 바로 경금(庚金)에 있는 것이고, 또 십성(十星)으로 비견(比肩)이라고 하고 ‘천상천하(天上天下)에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고 하는 것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
우창의 말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강당에 메아리를 남기며 울려 퍼졌다. 모든 사람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이 머릿속이 아득해짐을 느꼈는지 저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깊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우창은 문득 심한 갈증을 느꼈다. 아마도 가슴에 벅차오르는 열기로 인해서인가 싶었다. 냉수를 한잔 다 들이키고 나서야 다시 대중을 둘러봤다.
그러자 대중들도 우창만 바라보고 있는데 앞쪽에 앉아있던 자원이 손을 들고는 낭랑한 음성으로 말했다.
“스승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자원은 머리 위로 번갯불이 떨어진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말씀인즉 경금(庚金)은 불성(佛性)이고 자아(自我)이며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는 뜻이잖아요. 이보다 더 높은 것이 없고 이보다 더 넓은 것이 없으니 작기로 들면 겨자 씨앗 속에 들어가도 틈이 남고, 크기로 들자면 우주를 담아도 여전히 허공같이 넓은 공간이 남는다는 것이죠?”
우창은 언제나 맑은 마음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자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정말로 자연의 질서정연(秩序整然)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어요. 무(戊)에서 태허공(太虛空)을 깨닫고, 기(己)에서 산하대지(山下大地)를 이해하고서 그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엄청난 가르침에 가슴이 떨리고 숨이 가빠졌어요. 이것이 오행의 이치였군요.”
“오늘도 자원은 공부에 푹 젖어서 진리의 세계를 유영(遊泳)하고 있으니 또한 축하해야 하겠구나. 하하하~!”
“그게 아니에요. 스승님의 가르침과 적천수의 심오한 이치를 모기 눈물만큼이나마 이해를 한 까닭이죠. 병정화(丙丁火)가 세상을 비추고 따뜻하게 터전을 마련한 것이야말로 바로 태초에 한 줄기의 갑을목(甲乙木)이 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니까 천간(天干)의 이치가 한 줄에 꿰어지는 것 같아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가 봐요.”
자원이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하자 우창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그러자 자원이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갑을(甲乙)은 호흡(呼吸)이고 병정(丙丁)은 열정(熱情)이었네요. 그로 인해서 무기(戊己)의 천지(天地)가 개벽(開闢)하면서 경(庚)을 만나자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주체(主體)가 생기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천간(天干)의 이치가 심오하다고는 늘 생각했으나 오늘에서야 왜 그것이 단지 책에만 존재하는 것일 뿐만이 아니라 소소영령(昭昭靈靈)하게 대자연에서 존재하는 실체(實體)라고 깨달았어요.”
“맞아! 바로 이해를 했군.”
우창도 긴말이 필요 없어서 한마디만 했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말했다.
“스승님, 뒤의 구절은 자원이 풀어봐도 될까요? 약간의 이해가 된 것 같거든요. 부족한 것은 도와주시면 되죠. 호호~!”
자원의 말에 우창이 현담을 보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창이 자원에게 말했다.
“그래? 물론이지. 어디 설명해 보게.”
“득수이청(得水而淸)이라, 스승을 잘 만나서 자신의 업습(業習)을 연마하고 수련하니 흐르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갈고 닦아서 그 정신은 더욱 맑아진다는 의미로 이해가 되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될까요?”
“오호! 맞아, 잘 헤아렸어.”
우창은 문득 노산에서 자원과 함께 공부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 시절과 공간은 달라졌고 세월도 변했어도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고월까지 한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보니 더욱 그 시절의 감상이 떠올라서 가슴이 뭉클했다. 이런 상념에 젖어있는데 자원의 음성이 이어졌다.
“득화이예(得火而銳)라, 화를 얻어 날카로워진다는 것은 이 정신은 태어나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고난(苦難)과 시련(試鍊)을 겪으면 그럴수록 더욱 정신이 날카로워져서 민첩(敏捷)해져요.”
“옳지~!”
우창은 자원의 말에 신명이 나서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또 토윤즉생(土潤則生)이라, 훌륭한 스승님을 만나는 것은 토(土)와 같으니 이로써 나날이 새로운 지혜가 늘어나게 되고, 토건즉취(土乾則脆)라, 올바르지 못한 스승의 가르침을 만나게 되면 스스로 의지가 허약하게 되니 이것을 잘 알아서 배움을 가려야만 정신은 더욱 단단해진다는 의미가 되겠어요.”
“그렇지~!”
우창이 저절로 흥겨워서 이렇게 장단을 쳤다. 그러자 자원은 마지막에 남은 구절도 단숨에 풀었다.
“능영갑형(能贏甲兄)이라, 시련을 견디고 수행을 쌓아서 우뚝하게 태산처럼 중심을 잡고 있으니 바람인 갑목(甲木)이 아무리 흔들어 대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수어을매(輸於乙妹)라, 을경(乙庚)합의 이치에 따라서 신체(身體)에 해당하는 몸은 균형을 이루고 적당(的當)하게 다스려서 건강을 지키니 몸이 있고서야 수행도 가능하기 때문이라 흡사 누이동생처럼 아낀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을 바라보자,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경금(庚金)에 대해서 잘 설명하셨네. 혹 다른 대중이 이해되지 않으신다면 질문하셔도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누군가 미흡하거나 궁금증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처음에 풀이했던 수경이 합장하고 말했다.
“스승님, 자원 언니의 설명으로 의문은 말끔히 사라졌어요. 그런데 궁금한 것은 경(庚)의 글자가 왜 그렇게 생겼을까를 생각해 봤어요. 부족한 수경의 소견(所見)으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풀이를 못 하겠어요. 여기에 대해서 스승님께서 가르침을 주신다면 정리에 큰 도움이 되지 싶어요.”
우창은 수경의 말을 듣고서 붓을 들어서 경(庚)자를 썼다.

모두 우창의 설명을 기다리면서 조용하게 앉아있었다. 붓을 놓은 우창이 천천히 설명했다.
“이 엄(广)은 집을 의미한다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집은 육체(肉體)를 말하는 것이지. 그러니까 자아(自我)라고 하는 것은 몸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수어을매(輸於乙妹)의 소식(消息)이기도 하지. 하하~!”
우창의 설명에 수경이 이해되었다는 듯이 합장했다. 그것을 본 우창이 다시 설명했다.
“집 안의 붓 사(肀)는 붓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깃든 의미를 본다면 진리 도(十)와 감출 혜(匸)라네. 감출 혜를 터진입 구라고도 하지만 감춘다는 의미에서 혜자를 뒤집어 놓은 것으로 보면 될 것이네. 이것을 풀이해 보면 ‘몸 안에 도를 감추고 있다’는 의미가 되지. 마지막으로 아래의 인(人)은 이것을 일러서 사람이라고 한다는 뜻이 된다고 풀이할 수가 있겠군. 이렇게 놓고 보니 과연 경(庚)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임이 분명하군. 일리가 있어 보이나?”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수경에게 물었다. 그러자 수경이 우창의 말을 가슴에 새기듯이 하나씩 곱씹어 보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니, 어쩜 그렇게 기가 막히게 끌어다 붙이셔요? 이러한 풀이는 스승님께 듣지 못한다면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을 경자법문(庚字法門)이네요. 호호호~!”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웃다가 보니 어느 사이에 경금에 대한 공부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우창이 정리하면서 말했다.
“자, 여러분이 잘 이해되셨다면 그대로 궁리하고 또 새로운 이치를 찾아서 사유(思惟)하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을 마친 우창이 현담을 바라보고 합장하며 말했다.
“혹 스승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침이 있으시면 청하겠습니다.”
“예로부터 경(庚)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었다네. 우창은 육경신(六庚申)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
현담이 이렇게 묻자, 모든 대중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웠다. 그것을 본 우창이 곡부에서 춘매에게 이야기해 줬던 일이 떠올라서 춘매를 바라보자 춘매도 빙긋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무슨 뜻인지 궁금합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육갑(六甲)이 한 바퀴 돌아서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이 계해(癸亥)가 되는데 그 3일 전의 일진(日辰)이 경신이잖나?”
“맞습니다. 스승님.”
“도교(道敎)에 전하기를, 경신일 자시(子時)가 되면 사람 몸속에 있는 「삼시(三尸)」라는 신(神)이 몸을 떠나서 하늘로 날아가서 옥황상제(玉皇上帝)에게 이 사람이 세간에서 한 갑자(甲子:60일)동안에 있었던 공과(功過)를 고하게 되면 옥황상제는 그 사람에게 그에 따라서 상을 내리거나 벌을 내리는데 털끝 만큼의 오차도 없다네. 이렇게 한 해에 여섯 차례의 경신(庚申)일마다 몸을 떠나서 하늘에 올라가 그 과정에 대해서 낱낱이 고한다고 하지.”
“예? 우창도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삼시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자세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우창이 관심을 보이자 현담도 웃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가? 삼시는 상시, 중시, 하시인데 각 시(尸)마다 또 삼충(三蟲)이 있어서 태어나면서 같이 태어나서 사람과 함께 하면서 죽을 때까지 있다가 수명이 다하면 비로소 그 몸을 떠난다고 하는데 이러한 삼시의 이야기는 『태상삼시중경(太上三尸中經)』에 있다네.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생명이 오곡의 정기를 먹으면서 모친의 배 속에서 자라다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삼시구충(三尸九蟲)도 따라 나오는 것이라네.”
“아니, 삼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시마다 삼충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야말로 신기합니다. 몸 안에 벌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그러한 것은 몸의 어디에서 사는 것입니까?”
“상시(上尸)는 이마의 상단전(上丹田)에서 삼충(三蟲)과 함께 기거하면서 정신의 흐름을 기록하고, 중시(中尸)는 가슴의 중단전(中丹田)에 기거하면서 감정의 선악(善惡)을 기록한다네.”
“그렇다면 하시(下尸)는 하단전(下丹田)인 복부에 삼충과 기거하면서 음식으로 인한 공과(功過)를 기록하는 것이지 싶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현담에게 쉴 틈을 줄 겸으로 말하자 현담도 그 뜻을 알고는 잠시 차를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네. 그래서 도사(道士)들은 이 삼시(三尸)가 천상으로 올라가서 상제(上帝)에게 보고하는 경신(庚申)일에는 잠을 자지 않는 것이라네. 그렇게 되면 육신을 떠난 사이에 이 인간이 무슨 일을 저지르더라도 기록할 수가 없기에 하늘에 올라갈 수가 없지. 그래서 삼시는 어떻게 해서라도 다음 자시(子時)가 오기 전까지 잠을 재우기 위해서 머리와 가슴과 복부에서 온갖 수단을 부리게 되므로 그들과 싸우는 것이 도사에게는 매우 큰 일이기도 하다네. 허허허~!”
“그렇게 버티다가 잠깐 깜빡하고 졸아도 안 되는 것입니까? 그것은 매우 짧은 시간이니 괜찮을 것으로 생각이 되기도 해서 여쭙습니다.”
“그게 아니니까 큰일이라고 하지 않는가? 불과 찰나(刹那)라고 하는 순간이라도 졸게 되면 그 순간이 영계(靈界)에서는 무슨 짓이라도 다 할 수가 있는 시간이 되므로 삼시는 자신에게 부여된 일을 수행하게 되거든.”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겠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노력해서 육경신(六庚申)에 성공한다면 어떤 공덕이 주어지는 것입니까?”
“그렇게 되면 삼시와 구충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가 있다네. 상시에게는 명경(明鏡)같은 예언력을 얻게 되고, 중시에게는 감정(感情)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있으며, 하시에게는 모든 음식물을 내 마음대로 먹고 소화할 수가 있으니 이로부터 비로소 불로장생(不老長生)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네. 그러니 도가(道家)에서 영생(永生)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어찌 혹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허허허~!”
“과연 탐심을 일으킬 만하겠습니다. 그래서 삼시구충도 자기의 일을 완수하려고 안간힘을 쓰겠네요.”
“더 자세한 내용을 보면 체내에 있는 기생충(寄生蟲)들에 대해서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으나 나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것까지는 말할 수가 없겠네. 일설에는 이들이 사람의 몸을 죽이면 제사를 받아먹을 수 있어서 최대한 빨리 죽게 하려고 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것까지는 다 못 믿겠네. 허허허~!”
“아니, 육신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삼시도 몸을 떠나가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설도 있고 저런 설도 있는 모양일세. 여하튼 도가에는 이러한 말도 전해진다는 것만 알아두면 되지 싶네. 허허허~!”
“과연 세상에는 온갖 이치가 다 있나 봅니다. 그렇다면 스승님께서는 그 신묘한 효험이 있는 육경신에 도전해 볼 생각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자는 그것이 더 궁금합니다.”
“말도 말아, 난들 왜 그런 능력을 얻고 싶지 않았겠나.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오경신은 타파했는데 마지막 육경신에서 막혀버렸지 뭔가. 그렇게 세 번을 도전했다가 포기해 버렸다네. 그리고 생각해 보니 그것조차도 자연의 이치에서 생각해 보니 또한 인간의 과욕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허허허~!”
현담의 말을 들은 우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중요한 기준은 자연의 이치일 따름이고 현담도 그렇게 깨닫고 실행할 따름이라는 것을 듣고 나니, 세상에서 전해지는 신기막측(神奇莫測)하다는 방술(方術)은 일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허상(虛像)이요 신기루(蜃氣樓)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우창도 스승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이 됩니다.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합장하자 다른 대중도 모두 합장하면서 저마다 자연에 대한 관념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현담이 마무리 삼아서 말했다.
“자, 경금(庚金)에 대해서도 배웠으니 각자 깊이 생각하고 자연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이만~!”
현담이 처소로 돌아가자 제자들도 모두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