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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적천수

[521] 제42장. 적천수/ 21.고원(高原)과 전답(田畓)

[521] 42. 적천수(滴天髓)

 

21. 고원(高原)과 전답(田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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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은 제자들이 소화도 시킬 겸으로 백차방에 모여서는 강의 시간에 현담과 백발이 나눈 이야기로 화제(話題)를 삼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염재가 먼저 백발에게 물었다.

그런 과일이 있다는 말은 문헌(文獻)에서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만, 오늘 말씀을 듣고 보니 참으로 궁금해졌습니다. 류련(榴蓮:두리안)이 남쪽의 광동(廣東)에 있다고 하시니 값은 고하간에 대중들에게 맛을 보도록 하고 싶습니다.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염재의 말에 백발이 웃으며 말했다.

그게 가능할까? 옛날 당대(唐代)의 양귀비(楊貴妃)는 여지(荔枝:리치)를 너무 좋아해서 현종이 그녀를 위해서 남방으로부터 파발마(擺撥馬)를 띄워서 실어 날랐다고 하지 않던가? 류련(榴蓮)도 마찬가지라네. 파발마라도 있다면 또 모를까 보통의 인편으로 이동한다면 도중에 썩어버려서 먹을 수도 없을 것이니 기억해 뒀다가 남방으로 갈 기회가 있거든 생산지에서 실컷 먹어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걸세. 하하하~!”

, 그렇습니까? 참 안타깝습니다. 스승님께도 귀한 과일을 맛보게 해 드리고 싶은데 말입니다.”

염재가 무척 아쉬워서 말하는 것을 백발이 듣고서 다시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너무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된다네. 실로 류련은 누구나 좋아하는 과일도 아니라네. 싫어하는 사람도 절반이 넘을 것이네. 그 특이한 냄새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이니 말이지. 나도 처음에는 백과지왕(百果之王)이라는 말에 홀려서 호기심만 가득해서는 생각없이 덥석 베어 물었다가 삼키지도 못하고 뱉어버리고 말았다네. 코에서 진동하는 고약한 냄새를 감당할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곰곰 생각해 봤지. 이렇게 고약한 것을 어떻게 백 가지 과일 중의 왕라고 이름을 했을 것인지에 대해서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단 말이네. 그래서 다음날 또 가서 사 먹고, 그리고 다시 다음날 그러니까 세 번째로 시도를 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 향을 알게 되었고, 백과지왕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되었다네. 그다음부터는 악취(惡臭)는 향기(香氣)로 전해졌지. 뭐랄까..... 처음에 술의 맛을 모르는 사람은 한 번 맛을 보고서는 이런 것을 왜 먹느냐?’고 하지만 술의 그윽한 맛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맛있는 음식만 보면 생각이 나는 것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군. 짐작으로나마 이해가 되겠는가?”

대략 느낌으로는 알겠습니다. 앞으로 남방으로 길을 가게 되면 반드시 기억해 뒀다가 체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문자(文字)에서 향기(香氣)가 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악취(惡臭)가 된다는 의미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과연 그럴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지. 그런데 약간의 오해(誤解)가 있을 듯도 싶군.”

? 오해라니 무슨 뜻인지요?”

염재는 백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되물었다. 그러자 백발이 미소를 짓고는 대중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우창이 주변을 둘러보니 현지와 채운도 이야기에 몰입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가령 수호전(水滸傳)이나 삼국연의(三國演義)를 읽으면 향기가 난다고 할 수가 있겠나?”

그렇습니다. 책을 펼치기만 하면 즉시로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되니 말입니다.”

맞아. 그런데 음담패설(淫談悖說)을 담은 책을 보면 또 어떻겠나? 나라에서도 왕명(王命)으로 읽지 못하도록 하는 금서(禁書)에는 풍기문란(風紀紊亂)한 책들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아하! 그런 말씀이셨습니까? 당연히 악취가 진동하겠습니다. 예전에 우연한 기회에 방중술(房中術)에 관한 책을 누가 권해서 읽어보다가 얼른 되돌려 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야 문자향(文字香)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자취(文字臭)도 있다는 것이 무슨 말씀인지 확연하게 깨달았습니다. 같은 글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향기가 나고 또 누군가에게는 취기가 진동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것 보게. 책에 쓰인 문자만으로 누구나 같이 느끼는 향취를 논할 수가 없단 말이네. 방중술도 그것에 대해서 열성적인 사람에게는 또한 얼마나 재미나고 향기가 나겠느냔 말이지. 오행학(五行學)을 연마하는 우리에게는 헛된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겠으나 또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필요할 수도 있을 테니 한마디로 단언(斷言)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런 책도 있고, 저런 책도 있겠지? 하하하~!”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적천수(滴天髓)야 말로 참으로 향기로운 글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염재가 이해를 했다고 답하자 백발이 또 말을 이었다.

()의 현종(玄宗)장자(莊子)를 좋아해서 그냥 장자라고 되어있던 이름도 남화진경(南華眞經)이라고 했다지 않은가. 그런데 또 다른 왕은 이것을 금서(禁書)로 정하고 삼강오륜(三綱五倫)이 없는 악서(惡書)라고 규정하기도 했는데 읽어보니 어떻던가?”

, 장자(莊子)의 글이야 참으로 자질구레한 속박(束縛)을 벗어나서 자유인이 되는 길을 가르쳐 주고 있지 않습니까? 어찌 그러한 책을 금서로 삼는단 말입니까?”

만약에 공자(孔子)가 그 글에 대해서 평한다면 뭐라고 하겠나? 장자가 죽은 아내의 백골을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르는 대목을 본다면 기절할 일이지 않겠나? 고인(故人)을 존중하는 법도가 있음을 중시(重視)하는 공문(孔門)에서 본다면 이것이 패륜(悖倫)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냔 말이지. 하하하~!”

백발의 해박한 말을 들으면서 염재는 내심으로 감탄했다. 학문을 토론하거나 하다못해 차담(茶談)의 자리에서조차도 세상에 떠도는 전적(典籍)을 많이 알아야 적절한 상황에서 근거(根據)를 댈 수가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면서 모쪼록 학인은 다독(多讀)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염재가 생각에 잠겨서 말이 없자 백발이 다시 이어서 말했다.

좋은 책을 읽으라고는 하지만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생각에 따라서 정해질 따름이라네. 명서(命書)는 또 어떻겠는가? 오래된 책은 모두 좋은 향기가 풀풀 나는 책인가? 누구라도 들으면 이름을 알만 한 책이라면 말이네. 가령 연해자평(淵海子平)이나 삼명통회(三命通會)와 같은 명서(命書)를 누구나 좋은 책이라고 여기겠는가? 그런 의미로 본다면 대부분이 존재조차도 모르는 적천수(滴天髓)는 하찮은 책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염재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양서(良書)와 악서(惡書)의 차이는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해당한다는 것을 명쾌하게 알려주는 가르침이었다. 연해자평이 적천수보다 나은 점도 있겠으나 서로는 배우는 사람의 수준이나 관점에 따라서 같은 평가를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같은 적천수 내에서도 타당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아 보이는 대목도 있지 않습니까? 과연 오늘의 가르침은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더구나 누군가에게는 향기(香氣)가 또 누군가에게는 악취(惡臭)가 되기도 한다는 것은 참 귀중한 가르침입니다.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사람에게 책을 권한다는 것은 위험하거나 주제넘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 옳겠지요?”

실로 그렇다네. 염재가 이제야 그 의미를 깨달은 듯하군. 하하하~!”

고맙습니다. 염재가 오늘 또 새로운 관법(觀法)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또 각자의 공부를 위해서 흩어졌다. 우창만 생각에 잠겨서 차를 마시며 앉아있자 백발이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시는지요? 이번에는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실 시간인가 싶습니다. 하하~!”

백발이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모두가 돌아가고 둘만 남았다는 것을 안 우창이 말했다.

, 다들 돌아갔구나. 실은 오늘 스승님께서 기신(己身)에 대해서 말씀하셨던 것을 생각하고 있었지요. 결국 인생(人生)은 나름의 삶을 살다가 환귀본토(還歸本土)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서 생각해 보니, 기나긴 세월에 마음을 복잡하게 쓰면서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 셈이라고나 할까요.”

역시! 스승님은 생각하는 방향조차 백발과는 완전히 다르십니다. 생각하신 것을 조금만 나눠 주시기를 바랍니다.”

백발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 생각이야 아무리 뛰어봐야 간지(干支) 속에 갇혀있는 것이지 새롭다고 할 것도 없지요. 다만, 인원(人元)을 왜 지장간(支藏干)이라고 했는지에 대한 의미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고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하하

그러셨습니까? 항상 입으로는 말하던 것이었습니다만, 스승님께서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하시니 그것이 궁금합니다. 그 의미를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백발은 기초가 부족하여 스승님의 가르침이라면 무엇이라도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될 따름이니까 말입니다.”

그러시다면 어디 이야기를 들어보시지요. 하하~ 그러니까, ()은 천상(天上)에서 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풍경이라고 한다면, ()는 지상(地上)에서 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풍경이라는 의미입니다. 말하자면 당연히 땅에서 태어난 인간(人間)은 지()에 소속되어 있고, 그로 인해서 지장간(支藏干)이라는 이치가 존재하게 된 것임을 생각하면서도 기()의 의미가 자신(自身)을 뜻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 빤한 이야기지만 또 새로운 무게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지장간에 대해서 백발도 알고 있지요?”

, 대략 알고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안다고 생각한 것이 전부가 아니겠다는 것을 느끼겠습니다. 귀찮으시겠지만 기초적인 말씀이라도 청해 듣고자 합니다.”

백발의 공부에 대한 열정을 보면서 미소를 지은 우창이 말했다.

간지(干支)의 이치는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고 앞으로 차근차근 공부하다가 보면 진수(眞髓)를 얻게 될 겁니다. 하하하~!”

백발은 우창의 말을 듣고서 지금은 설명해 줘봐야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봐서 뒤로 미룬다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는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오늘도 귀한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제자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백발이 합장하고는 숙소로 돌아가자 저만치에 앉아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연화가 뜨거운 차를 가져와서 따라주고는 말했다.

연화가 보기에는 백발 선생도 이미 많은 공부를 하신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넘쳐흐르니 참으로 감동이에요. 이렇게 열심히 강당에서 공부하고는 다시 백차방에 모여서 나누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알찬 순간들인지 모를 지경이에요. 호호~!”

우창은 문득 서산도에서 연화를 처음 만났던 장면이 떠올라서 미소를 지었다. 서옥과 석양을 바라보면서 이야기 나눴던 것도 겹쳐서 생각이 났다.

오늘 가르침도 참으로 소중했어요. 향기로운 가르침에 대해서만 접하는 나날이 얼마나 충만(充滿)되는 순간들인지를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지경이기도 해요. 그러면서 내일은 또 어떤 가르침을 만나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기도 하거든요. 매 순간을 학문과 함께 보낸다는 것의 즐거움이라니요.”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지. 그럼 또 연구하시게. 하하~!”

우창도 오늘의 공부를 통해서 깨달은 것들을 정리할 것이 많았다. 서재에서는 항상 먹물이 마를 날이 없을 지경이었고, 그윽한 묵향이 항상 감돌고 있는데 서옥도 우창의 연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항상 서재를 출입하는데도 주의했다.

 

다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우창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 배울 대목을 읽어보다가 사시(巳時)가 되는 것을 보고는 강당으로 향했다. 눈길이 마주치는 제자마다 활기차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기분을 좋게 했다. 모두 자리에 앉아서 현담이 등단(登壇)하기를 기다렸다가 일제히 인사를 올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좌중을 둘러본 현담이 염재에게 말했다.

염재, 오늘은 경금(庚金)을 볼 차례던가?”

그렇습니다. 태사님! 오늘은 경금편을 공부할 순서입니다.”

오늘은 그대가 읽어보게.”

현담이 가리킨 사람은 수경(水鏡)이었다.

태사님, 수경입니다. 경금에 대해서 읽어보기 전에 어제 배운 기토편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수경이 질문을 하고 싶다고 하자 현담도 반기면서 말했다.

오호~! 그런가? 그렇다면 그것부터 풀고 넘어가도 되겠군. 어디 사려가 깊은 수경이 질문을 한다니 다른 대중들도 결코 헛된 시간이 안 될 것이 자명(自明)한 일이니 어서 말해 보게.”

현담이 허락하자 수경이 궁금했던 것을 말했다.

태사님께 여쭙습니다. 기토(己土)에는 육기(六己)가 있습니다. 그것은 기축(己丑), 기묘(己卯), 기사(己巳), 기미(己未), 기유(己酉), 기해(己亥)지요. 여기에서 궁금한 것은 기축(己丑)과 기미(己未)의 두 간지(干支)입니다. 이들은 겉으로 봐서는 같다고 보겠는데 생각할수록 내면에서는 무척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정리해야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수경의 말을 다 듣고 난 현담이 이번에는 우창을 보면서 말했다.

어떤가? 수경이 궁금한 것은 우창이 답을 하면 좋겠는데?”

현담이 그 답을 우창에게 하도록 하자 우창이 대중이 잘 알아듣도록 큰 소리로 수경에게 설명했다.

기토(己土)가 축()을 깔았을 때와 미()를 깔았을 때의 차이점을 물었으니 수경의 공부가 나날이 깊어지고 있음을 미뤄서 짐작할 수가 있겠네. 공부가 미숙(未熟)할 적에는 오묘하고 깊은 이치를 찾아서 천하를 방황하지만, 그것이 점차로 완숙(完熟)의 경지로 들어가는 시기가 되면 복잡하게 전개되었던 것들이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에 관심이 더 가게 되는 이치인 까닭이지.”

우창이 이렇게 칭찬을 겸해서 말하자 수경이 합장하고는 허리를 숙였다. 그것은 이렇게나마 생각할 수가 있게 된 것은 온전히 스승의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깊은 마음으로 감사한다는 뜻이었다. 우창의 말이 이어졌다.

기축을 바라보면 강변(江邊)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고 기미를 바라보면 정원(庭園)의 훈훈한 바람이 느껴진다고 말하면 이해가 될까?”

, 그것은 축()의 신계(辛癸)와 미()의 을정(乙丁)을 두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서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느낌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가? .... 그렇다면 이렇게 설명해 볼까?”

우창이 잠시 생각하고는 다시 말했다.

산을 오르면 정상(頂上)의 부근에는 평평한 고원(高原)이 펼쳐진다네. 물론 그렇지 않은 산도 있으니 그것은 제외하네. 햇살은 따사롭고 시야는 넓게 열리고 주변에는 억새들이 군집(群集)을 이뤄서 장관을 이룬다네

우창의 설명을 들으면서 수경은 추억에 잠긴듯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우창의 말이 끝나자 비로소 이해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진 사부께서 설명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의 추억이 떠올랐어요. 산동(山東)의 드넓은 평원(平原)에서 곡식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열매를 맺는 것은 과연 기미(己未)가 아니라 기축(己丑)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이해해도 된단 말씀이죠?”

물론이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도 되지.”

그렇다면 기미(己未)는 메마른 고원(高原)의 풍경이라고 한다면 기축은 기름진 옥토(沃土)의 모습으로 봐도 되는 것일까요?”

물론~!”

우창이 간결하게 한 마디로 긍정하자 이번에는 조용히 귀를 기울이던 허정(虛靜)이 손을 들고 우창이 말하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진 사부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며 생각하니 겉으로는 비슷한 기축과 기미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떠올랐어요. 그렇다면 기축의 토양은 쓸모가 많겠지만 기미의 토양은 별로 쓸모가 없는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이렇게 관하는 것도 일리가 있을까요?”

허정이 이렇게 묻는 것을 들으며 우창이 미소를 짓고 답했다.

오호!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아쉽게도 그 말에는 음양의 관점이 빠졌구나. 모든 삼라만상은 음양에 따라서 쓸모가 있기도 하고 또 없기도 하니 이것을 놓치고서 궁리한다면 반쪽짜리의 공부에 불과하다는 의미라네. 하하하~!”

, 음양을 생각해야 하는군요. 그렇다면 기축은 농토로 사용한다면 매우 훌륭한 조건이지만 겨울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동토(凍土)가 되어서 아무런 쓸모가 없겠네요?”

옳지~!”

같은 의미에서 기미는 메마르고 거친 토양이지만 집을 지을 곳을 찾는다면 오히려 낮아서 습한 축토(丑土)보다는 높아서 건조한 미토(未土)가 더 좋다는 의미겠죠?”

맞아~!”

우창의 간단한 답변만으로도 허정의 생각은 말끔하게 정리가 된 듯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진리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나뉜다고 하더니 오늘에서야 우둔한 허정이 그 의미를 확연히 깨달았어요. 계절을 포함하니까 그 용도가 확실하게 구분이 되네요. 그렇다면 춘하추동(春夏秋冬)은 물론이거니와 주야(晝夜)도 같이 생각하면서 간지를 관찰해야 한다는 말씀이죠?”

허정의 말에 우창이 말없이 미소로 화답하자 이번에는 다시 수경이 물었다.

허정의 말을 통해서 수경도 그 의미를 명료하게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기사(己巳)와 기해(己亥)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기사는 기미(己未)에 가깝고, 기해는 기축(己丑)에 가까운 것으로 느껴지는데 이러한 느낌도 타당한 것일까요?”

당연하지. 뿐이겠나? 기묘(己卯)와 기유(己酉)도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네. 기묘는 기미와 통하고 기유는 기축과 통하지 않겠느냔 말이지. 그러니 크게 보면 육기(六己)의 이치가 축미(丑未)에 뿌리를 두고 파생(派生)된 것으로 봐도 된다는 말이지 않겠나?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허정이 떠오르는 생각을 말했다.

허정도 이해가 되었어요. 기축(己丑)과 기미(己未)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자, 기묘와 기사도 연결이 되는데, 미중을목(未中乙木)과 미중정화(未中丁火)로 인해서 그렇게 살필 수가 있다는 의미를 깨달았어요.”

옳지! 잘 이해했네.”

같은 의미로 기유(己酉)와 기해(己亥)도 기축(己丑)의 축중신금(丑中辛金)과 축중계수(丑中癸水)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오늘 수경사매의 질문으로 인해서 우둔한 허정도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수경에게 눈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수경도 그 뜻을 알고는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자 앞에 앉아있던 염재가 우창에게 물었다.

진 사부께 여쭙습니다. 이러한 이치를 용신법(用神法)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차이가 날 것인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문득 을목편(乙木篇)에서 허습지지(虛溼之地)하면 기마역우(騎馬亦憂)’라고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허습지지라면 기양(騎羊)이 옳고, 기우(騎牛)는 옳지 않다는 의미가 되겠습니까?”

그렇지.”

우창의 대답에 또 물었다.

말씀을 듣고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지지(地支)의 특성은 조습(燥濕)으로 구분되겠습니다. 건조(乾燥)한 지지(地支)는 인묘사오미술(寅卯巳午未戌)이고, 한습(寒濕)한 지지는 자축진신유해(子丑辰申酉亥)가 된다고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丑未가 있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처럼 명료합니다.”

잘 생각했네. 하하~!”

우창이 즐겁다는 듯이 웃자 이번에는 자원이 손을 들었다. 우창이 말을 해도 좋다는 듯이 바라보자 일어나서 말했다.

축미(丑未)를 통해서 지지의 속성(屬性)을 잘 이해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무진(戊辰)과 무술(戊戌)에 대해서도 가르침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짧은 생각으로는 무진(戊辰)은 기축(己丑)과 통()하고 무술(戊戌)은 기미(己未)와 통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과 진()의 차이에 대해서는 언뜻 구분되지 않아서 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요.”

자원의 말을 들으면서 우창은 내심 다른 후배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설명을 청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기왕 꺼낸 이야기이니 잘 정리하고 지나가자는 의미로 진술(辰戌)의 지장간을 써놓고서 설명했다.“아마도 자원은 능히 그 의미를 헤아릴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또 대중을 위해서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생각인 듯싶군. 축토(丑土)는 신계(辛癸)에 그 의미가 있다면 진토(辰土)는 계을(癸乙)에 그 의미가 있으니 둘 사이에서 계수(癸水)는 같으므로 생략하고 보면 그 차이는 신을(辛乙)이 서로 다르다고 하겠지?”

그렇겠어요. 진 사부님.”

이 둘의 차이를 논한다면 신()은 숙살(肅殺)의 기운이 있고, ()은 생성(生成)의 기운이 있다고 하겠네. 그렇기에 축()을 월지(月支)에 놓으면 냉혹(冷酷)한 섣달의 맹추위를 담당하고, ()을 월지(月支)에 놓으면 온화(溫和)한 춘월의 만화방창(萬化方暢)을 떠올리게 되는 차이라고 하겠군. 어떤가?”

우창이 이렇게 설명하고는 자원을 바라보자 자원이 대답했다.

진 사부의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술미(戌未)의 차이도 이해할 것 같네요. 미중을목(未中乙木)과 술중신금(戌中辛金)의 차이라고 보면 되는 것일 테니까요.”

맞아. 그렇게 보면 되겠지.”

자원의 말에 우창이 동의하자 다시 자원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 이유로 해서 술토(戌土)는 술월(戌月)에서 만물을 저장(貯藏)하는 역할을 신()이 담당하고, 미토(未土)는 미월(未月)에서 만물의 성장을 멈추게 하고 저장하게 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봐야 하겠어요. 아직은 삼복(三伏)의 폭염(暴炎)이 작열(灼熱)하지만 이미 땅속으로부터는 가을을 준비하라는 암시(暗示)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봐야 하겠으니까요.”

그러니까 결국은 진술축미(辰戌丑未)가 지지(地支)의 축()을 담당한다는 것을 잘 이해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네. 하하하~!”

우창이 자원의 생각에 동조하자 허정과 수경은 물론이고 자원도 깊은 이치를 생각하면서 합장하고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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