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각도(角度) 맞추기

사상최고의 미세먼지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낸 시간이 열흘 지났다. 이제 하늘이 맑아진 것을 보니 미뤘던 행사를 추진해야 하겠구나. 별 것은 아니다. 네 번째로 가서 찍은 노성산 정자이야기이다. 다시 더 가야 할 이유는 빛의 조절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였다. 이번엔 ND 필터를 사용해 보기로 했는데 하늘이 돕질 않아서 미뤘다.
오전에 렌즈에 ND1000을 끼우고 태양을 찍어 봤다. 좀 어둡긴 해도 이 정도면 정자의 선을 살릴 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500이나 200이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약은 꾀를 부리느라고 가변필터 3-400을 샀는데 막상 태양을 향해서 사용해 보니까 전혀 쓸모가 없음을 알고 말았다. 행여 가변필터를 생각하신다면 말리고 싶군.

얼어죽지 않으려고 아무지게 싸맸다. ㅋㅋㅋ
열흘 사이에 해가 많이 길어졌구나. 낙양(落陽)의 각이 벌써 달라지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다녀 간지 열흘 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구글어스에서 찾아 본 주변의 풍경이다. 수문이 있는 곳에서 노성산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어스는 가끔 활용할만 하다. ㅎㅎㅎ

충분히 여유있는 시간을 마련하느라고 4시 10분에 출발했는데 딱 그만큼의 여유를 확보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문제는 날짜가 며칠 지났기 때문에 어디에서 자리를 잡아야 제대로 각이 맞을 것인지에 대해서 부지런히 살펴야 했다.

드디어 화면에 태양과 정자가 같이 들어온다. 그리고.... 부지런히 각도를 측정해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허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이 각도에서는 제대로 정자와 겹치기는 불가능하겠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상상도가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태양의 경로는 니성산정의 오른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동을 해야 한다. 더 남쪽으로, 몇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각도는 달라진다. 사진을 찍어 본 벗님은 감각적으로 알겠지만 사진만 보는 경우에는 이런 궁리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모르실게다...

열 걸음씩 움직이면서 계속 렌즈로 확인해야 한다. 아직도 제대로 맞추려면 부족하다. 더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자칫 착각하면 반대로 북쪽으로 이동을 할 수도 있다. 산수가 잘 되지 않는 낭월만 그럴 수도 있기는 하지만. ㅋㅋㅋㅋ

이야~ 그림은 되는데.. 아직도 더 남쪽으로 움직여야 하겠군.... 약간 위험한 선에 걸리겠더란 말이지. 정확하게 태양의 가운데로 자리를 잡아야 하니깐. 쫌만... 더....

그래.... 대략 이 언저리면 다섯 걸음 이내에서 이동을 할 수가 있겠지 싶다.

계속 삼각대를 들고서 좌우로 왔다갔다 하니까 지나가는 할매가 뭐하는 양반이냔다. 해를 찍으려고 한다니까 보통 사람이 아니란다. 그 말을 번역기로 돌리면. '작가시구먼~!'으로 나온다. 아마 맞을 게다. ㅋㅋㅋ

옳지~! 이제 그림이 되었구나. 필터의 공덕이 될랑강.....

결정적인 그림이 나왔다. 그런데.... 너무 어둡다... 아무래도 ND1000은 너무 어두운 필터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늘빛이 푸른 색으로 도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도 생각된다. 200정도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하늘을 좀 잘라내보기도 한다. 역시 생각대로 필터의 작용은 하는 모양이다. 정자의 지붕에서 윤곽이 보이는 것은 분명해서이다. 다만 뭔가 좀 억제된 듯한 느낌이 썩 맘에 들지 않난다. 아무래도 여섯 번째의 나들이를 준비해야 할 모양이다. ㅎㅎㅎ

그래도 나름 색다른 그림을 얻어서 나들이한 보람은 충분했다.
어쩌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도 있구먼. ㅋㅋㅋ

이러다가는 열 번을 채울지도 모르겠다. 일단 오늘 새벽에 ND200필터를 하나 주문했다. 내친 김에 맘에 들때까지 파고 들어야지. 그래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