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순이 남친

깜순이의 밥을 달라는 소리에 나가봤다.
다소곳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얼룩이는 낭월의 그림자를 보자 얼른 자리를 피한다.
녀석도 안다. 자신은 미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시님~ 얼룩이는 신경쓰지 말고 깜순이 밥 주세요~!"
라고 말이라도 하는 듯이 무심한 척 하는 표정....
능글능글하다. 수컷은 수컷이다. ㅋㅋㅋㅋ

깜순이는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다. 독촉이 빗발친다.
순간, 5초 고민에 빠진다.....
깜순이가 얼룩이를 받아 들였다면, 낭월도 받아들여야 한다.
얼룩이가 싫다면, 깜순이도 거부해야 한다.
이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문제이다. 어쩔 꺼냐?

그런데 얼룩이는 이미 깜순이와 사랑에 빠졌다.
무슨 억압을 하더라도 떼어놓을 수가 없는 것은 음양지도(陰陽之道)이다.
음양은 불가불리(不可分離)이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여 줬다.
'얼룩이'
이름 참 성의없다. 그래도 최대한의 성의다. ㅎㅎㅎ

밥그릇부터 2묘용으로 바꿨다.

얼룩이가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다.
밥은 주지 않아도 좋으니까 쫓지만 말아달라는 듯이...

깜순이가 낭월의 마음을 알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아직은 깜순이의 말을 못알아 듣고, 마음으로도 통하지 않으니...
그냥 제 좋을대로 해석을 할 따름이다.

그래 어여 먹거라.

얼룩이가 뭔가 감을 잡은 모양이다.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았을까....?
살며시 깜순이 옆에 와서 지켜본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이다.
아니, 일음일양상봉지위도(
一陰一陽相逢之謂道)이지.
계사전에 두 글자가 빠졌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계사전에 일음일양상봉지위도라고 써 놨더라면,
예전에 만났던 그 주역학자께서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게다.
낭월이 물었다.
낭월 : 선생님 음양이 뭡니까?
학자 : 한번 낮이고, 한번 밤인 겁니다.
낭월 : 언제 만납니까?
학자 : ???
그 학자는 미쳐 생각을 못하셨던가 싶었다.
그래서 얼른 작별했다. 낭월이 듣고 싶은 답은 있었다.
"새벽과 저녁에 만납니다."
그는 그 말을 하지 못했다. 혹은 하기 싫었는지도....
매직아워의 그 시간.... 일출몰 30분 전후.
음양이 만나는 시간...
사진가들이 환장하는 그 시간...
그곳에 음양합일의 도가 있었던게다.....

'시님, 제 남친을 소개합니다. 잘 생겼죠?'
깜순 : 밥 먹을래?
얼룩 : 아니, 많이 먹어. 난 아까 쥐 한놈 먹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