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굴의 계절

겨울이긴 하지만... 포근한 동지 전전날이다.
멀리에서, 오랜만에 벗님이 방문했다.
대접이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충청도에선 굴이다.
그래서 잠시 짬을 내어서 오천항으로 내달렸다.
왜 천북이 아니고 오천이냐고 하신다면, 천북은 공사중이다.
벗님 : 와따~! 저기 뭔교? 저리 큰 조개가 있능교?
낭월 : 아, 키조개구먼요. 모르셨남요?
벗님 : 첨 보는데요~! 맛은 좋습니까?
낭월 : 그럼 맛을 보시면 되지요. 관자는 아시지요?
벗님 : 관자.....? 모리겠는데요.....?
낭월 : 관자를 모르신다고요? 뭐... 모를 수도 있지요. 하하~!

예전에는 굴구이였는데, 지금은 굴찜이다.
구이와 찜의 사이에는 온도차가 있다.
구이는 2천도, 찜은 1백도의 차이이다.
구이는 탁탁 터져서 눈까리 빠질 수도 있고, 찜은 조용한 것도 차이이다.
웬만하면 구워먹지 말고, 삶아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삼겹살보다 수육인게다. 원래 그랬다.
지혜로운 조상님들의 가르침이었는데 언제부터 불맛을 알았다.
불맛은 식욕을 자극시키고 그래서 과식을 부르고
그 과식의 종착지는 비만일 가능성도 매우 높을 게다.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문명의 식생활이....
어떤 경우에는 진보가 아니라 퇴보도 하는 것도 음양이겠거니....

굴은 석화(石花)라고도 부른다. 돌꽃이다. 얼마나 아름답노.....
요즘 굴은 모두가 석화라고 할 수는 없다.
서해의 굴은 석화지만, 남해의 굴은 승화(繩花)인 까닭이다.
줄에 매달려서 자라기 때문이다.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대부분의 해산물은 겨울이 제철이다.
굴의 어원은 겨울에서 왔을 게다.
겨울 → 구울 → 굴로 이어진다. 믿을 수 없는 망상이다. ㅎㅎㅎ

이집 스타일이다.
집집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스타일은 아무렇거나 핵심은 굴이다.

겨울의 선물이다.

피조개와 가리비는 덤이다.
말하자면, 데코레이션이다.
장식이다. 먹는 장식이다. 못먹는 장식은 슬프다. ㅋㅋㅋ

수다에 비벼서 까먹는 찜굴의 맛이 건강해 보인다.

굴과 조개. 음양이다. 동정법(動靜法)이다.
굴은 가만히 있으니 음. 조개는 돌아댕기니 양이다.
그래서 음기를 보하는 것은 굴이다.
그야말로 음중지음(陰中之陰)이다.
음은 정(精)이다. 그래서 정력(精力)을 돕는단다.
정기신(精氣神)의 근본이 된다.
특히 눈이 내리는 날의 굴찜이 최상이다.
어려서 안면도에서 살면서 늘상 봤던....
꺼적을 짊어지고 바람막이 삼아서 굴따던 아지매들이 떠오른다.
그 시절의 아지매들에게 굴은 삶이었다.
그 시절을 볼 수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