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박2일 가셨다.

동갑네들인지, 계원인지... (하도 많으셔서.. ㅎㅎ) 어제 새벽에 서둘러서 집을 나가셨다.
낭월 : 재미있게 잘 놀구 와~!
연지 : 이번에는 부산으로 가는데 17명이라네.
낭월 : 꽤 많이 모이셨네. 농사들 끝났다는 이야기구먼.
연지 : 아침에 홍시 꼭 따 놓고.
낭월 : 알았어... 그러꾸마....
연지 : 그럼 갔다 올께요.

어제는 바빠서 깜빡했다. 오늘 새벽에 안개가 자욱한데 감나무에서 물까치들 소리가 들리자 문득 분부하신 것이 떠올랐다. 큰일 날 뻔 했다. 저녁에 들어오시면 할 말이 없을 뻔 했잖여.

녀석 봐라, 주인이 왔는데도 꿈쩍도 않고 홍시를 찾고 있다. 눈만 안 보이면 숨은 줄로 아는 녀석들이다. 얌마~~~!!

빼꼼~ 내다 본다. 왜? 할 말이라도 있냐?
물까치 : 왜 그러세요?
감주인 : 얌마~! 왜 그러냐니, 내 감을 따러 왔는데 염치도 없냐?
물까치 : 염치라뇨? 제가 먼저 맡았는데요?
감주인 : 어허~! 이녀석 보게. 네가 폭염에 물이라도 한 방울 줬냐?
물까치 : 아뇨. 그야 누가 물을 주랬나요? 그냥 두면 먹게 되는데요...
감주인 : 물을 주지 않았으면 이렇게 큰 감이 달렸겠냐?
물까치 : 언제나 가을에는 큰 감이 달리는데요?
감주인 : 아니, 그냥 그러고 있을 거냐?
물까치 : 물렁감이라고 몇 개 되지도 않아요.
감주인 : 그건 긴긴 가뭄에 열심히 물을 주신 연지님의 간식꺼리니라.
물까치 : 연지님은 간식이지만 저는 주식인데요?
감주인 : 너도 눈치껏 파먹어야지 않겠느냐?
물까치 : 그럼 오늘은 시님의 입장이 난처해 질까봐 갑니다.
감주인 : 내가 고마워해야 할 분위기냐?

주변에선 여전히 물까치들이 신호를 보내는 소리가 요란하다. 녀석들도 아침을 해결해야 하는데 방해꾼을 만났으니 어떻게 처치를 할 것인지를 의논하는 모양이다. 그놈들은 소유권 따위는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먹는 것이 임자일 뿐.

물까치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은 간단하다. 딱 하루 일찍 따면 된다. 내일 따야지 하면 이미 늦는다. 어느 사이에 녀석들이 실컷 쪼아 먹고 난 나머지를 얻게 된다는 현실을 겪다가 보면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그 차이는 색깔로 분별한다. 주황색과 살짝 붉은 기가 도는 주황색의 차이를 모르면 엉뚱한 감을 딸 수도 있다. 하루만 두면 몰캉~해 진다. 그래서 하루 숙성하는 홍시를 자동으로 얻게 된다. 하룻밤 사이에 미리 딴 것과 딱 하루 전에 딴 것의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진정한 승리자. 물까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은 이렇게 한 발 빠른 것 뿐이다. 이것을 음양으로 본다면 동정론(動靜論)이라고 할만 하다.
정은 느린 놈이고, 동은 빠른 놈이다. 느린 놈은 빠른 놈을 당할 수가 없다. 몸이든 머리든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항상 빨라야 한다. 순간순간을 깨어있어야 한다. 그래서 물까치에게 쪼아먹힌 홍시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지 않게 된다.

저런, 어제 따지 못한 죗값이 이렇게 참혹하다. 그래도 저 정도면 아직은 얻어먹을 것이 있는 상태이니 쪼아 먹힌 홍시 치고는 상급이다. 그 녀석이 빼꼼히 내다보면서 먹었던 것이다. 한 발만 더 빨랐어도 온전한 감을 확보하는 건데..... 그 녀석 운이 좋은 건가...?

띠리링~~!!
낭월 : 그래 잘 잤더나?
연지 : 응. 송정에서 자고 송정케이블카 타러 가.
낭월 : 그 송정이랑 이 송정이랑 다른겨.
연지 : 그래? 몰라 하여튼 케이블카 타러 간대.
낭월 : 그래 재미있게 놀다 온나.
연지 : 아침은 드셨어?
낭월 : 한 놈도 안 일어나네. 빵이 있더라.
연지 : 그래. 뭐라도 드셔.
낭월 : 걱정 말고.
오늘 일과....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