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의 일출
계룡산에 살면서도 계룡산의 일출을 본 적이 없다. 문득, 대청도와 백령도의 일출을 생각하다가 계룡산의 일출은 못 봤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가 보면 되지. 10월에 들어서 처음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15일, 16일에 떨어졌다. 그래서 건너다 보는 노성산이 뿌연 먼지에 휩싸인 것을 보면서 기다린다. 17일을 보내고 나니까 많이 맑아졌다. 그래서 내일 새벽에 계룡산 일출을 보러 가자고 했다. 18일에는 하늘이 맑을 것이라는 계산을 대충했다.
노성산 정상까지 차가 올라가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일부 구간은 걸어야 한다. 손전등을 켜고 계단을 오른다. 폰이 흔들렸다. 약간 숨이 차오른다. 물론 핑계다. ㅋㅋㅋ
천문박명은 진즉에 지나갔고, 항해박명도 이미 지나간 시간이다.
여명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시민박명은 아직 전이다. 그것 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래야 이러한 풍경을 담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놓치면 왠지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까닭이다. 이 시간에 노성산에서 계룡산의 여명을 바라 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오늘의 대가는 충분하다.
동녘의 붉은 기운은 향적봉 쪽에서 떠오르는 구나. 계룡산은 노성산에서 본다면 북동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계룡산 천왕봉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려면.... 공주쪽으로 가야 할 모양이다. 그런데 마땅한 위치가..... 그냥 노성산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자.
택일은 잘 했다. 아직 단풍도 안 들었는데 뭐하러 가느냐고 하는 연지님의 말도 맞기는 하다. 그러나 단풍이 들었는데 하늘에는 온통 미세먼지로 가득하다면? 그건 이미 때늦은 후회만 남을 따름이다.
여명의 상월 들판에 금빛이 내려 앉았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곳은 신원사 저수지겠군. 새벽에 풍경부조를 해 주니 또한 고마울 따름이다.
연지 : 작년에 말했잖아. 이젠 노성산 안 간다고 해 놓고.
낭월 : 그랬나? 기억에 없네. 하하~!
연지 : 왜 말을 자꾸 뒤집는 겨. 새벽에 잠이나 잘 일이지.
낭월 : 그야 당연하지. 카메라가 바뀌었잖아. 렌즈도.
연지 : 풍경은 그대로잖아.
낭월 : 풍경은 그대론데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졌으니깐. ㅋㅋ
다시 오른쪽을 보면 멀리 대둔산의 실루엣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보통은 보이지 않는데 이 시간이라서 제대로 그림이 된다.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계룡산이 밝아오는 것을 지켜본다. 아직은 춥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벽이 되면 야생 돼지들은 양의 기운에게 넘겨주고 깊은 곳으로 숨어든단다. 그래서 크게 신경쓰지 않고 등산을 했지만, 그래도 앞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면 불빛을 흔들어 준다. 혹시라도 놀라서 달려드는 일을 방지하는 예방차원이다.
이제 일출이다. 태양이 떠오르고 안개는 피어오르는 새벽의 풍경은 언제 봐도 상쾌하다. 산길만 편안하다면 종종 올라와서 계룡산을 바라다 볼 텐데 오죽하면 노성산성(魯城山城)이겠느냔 말이지. 험해야 산성이지 편안하면 그게 산성이겠느냐고 위안을. ㅎㅎ
태양을 오른쪽으로 밀치면 계룡산의 천왕봉도 한 렌즈에 들어온다. 앞의 상수리 나무들이 너무 자랐다고 탓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틈 사이로 관망을 할 따름이다.
일출사진이니 떠오르는 태양도 하나 담아야 인증샷이 되는 거지.
그렇게 해서 일출은 완성되었다. 이제는 계룡산 일출도 봤노라고 할 꺼리가 생겼으니 오늘 새벽의 나들이는 수확을 거뒀다고 해도 되겠다.
풍경은 파노라마 규격이 제맛이다. 찍스에 보내서 액자로 담아와야 할 사진으로 찜한다. 들판이 곱다. 비닐하우스가 절반이라서 좀 아쉽긴 하지만 그 하나하나에는 농부의 삶이 있으니 그것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냥 지금 이 상황 그대로의 자연일 뿐.
이 사진은 벗님께서 크게 보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좀 큰 사이즈로 촬영정보를 제외하고 올려드리는 말하자면 「서비스판」이다. 풍경은 크게 봐야 제맛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