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白翎島)의 새벽 풍경(6/12)
제목이 왜 백령도의 일출이 아니고 새벽풍경인지는 곧 알게 되실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여행은 언제나 예측가능한 일과 예측불가능한 일이 뒤섞여서 엮어가는 역사이다.
새벽 나들이에 맛을 들이면 잠이 깬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어제 차를 빌리면서 새벽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에 대해서 물었었다.
낭월 : 일출 30분 이전에 들어갈 수가 있는 해안이 있어요?
사장 : 없습니다.
낭월 : 한 군데도 없습니까?
사장 : 백령도에서는 어디든 일출 30분 이전에는 해안에 접근이 안 됩니다.
낭월 : 아니, 그래도 단 한 군데도 가능한 곳이 없습니까?
사장 : 아, 콩돌해변은 가능하겠네요.
낭월 : 콩돌해변은 경비하지 않습니까?
사장 : 예, 그곳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새벽에는 콩돌해안으로 가는 걸로 해 놓고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는 자연의 이치인 까닭이다.
콩돌해변이라고 짐작이 되는 곳을 찾았다.
이 자리를 찾느라고 오락가락 했다. 다시 나갔다가 또 들어오기를 반복하면서 가까스로 콩돌해안이라고 짐작이 되는 곳에 도착했다. 폰으로 어둠 속에서 찍었더니 이렇게 생겼지만 누가 봐도 콩돌해안으로 가는 입구임이 분명하렸다~! 차를 주차하라고 하고서 어둠 속의 콩돌해안을 손전등을 의지해서 삼각대도 챙겨서 제방을 넘어서 해안으로 갔다.
이미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오늘의 일기를 확인했다. 날씨는 맑음이다. 어제보다는 훨씬 나은 하늘의 풍경을 기대해도 되지 싶은 예보로군.
겸해서 항해 박명이 5시 37분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이것은 수평선이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늦어도 5시 30분 이전에는 자리를 잡아야 멋진 새벽의 풍경을 즐길 수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연 아직은 뱃길이 열리기 전이로구나. 이만하면 충분하다. 30초의 장노출로 새벽의 아름다운 빛을 담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다.
반짝이는 잔 별을 보니 일출의 풍경도 기대가 된다. 아마도 우리는 황해도, 북한은 황해남도의 근접함으로 인해서 바다 일출은 어려울 것이다.
해가 떠오를 방향은 모두가 북한 땅이다. 그래서 북한에서 솟아오르는 일출을 보는 것도 서해3도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면 나름 특징이 있는 백령도의 일출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 가면서....
오호~! 드디어 하늘이 물들기 시작했다. 항해 박명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의 새벽이 너무 좋다. 잔뜩 기대감을 갖고서 조금만.... 그러니까 5분만 더 지난다면 제대로 된 박명(薄明)을 만나게 되겠구나....
다시 한 장을 찍었을 적에 입구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두런두런 하는 남자들의 소리도 함께 따라 왔다. 아마도 누군가 일출을 찍으러 찾아 온 모양이다. 용케도 일출 전에 사진을 찍을 수가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왔구먼... 하고 있었다.
남자 : 안녕하세요. (어? 젊은 친구로군...)
낭월 : 안녕하세요. (새벽에 서로는 위험한 존재가 아님을 인식시키는 싸인이다.)
남자 : 뭐 하세요? 사진 찍으세요?
낭월 : 예, 출사 나오셨어요? (다분히 형식적인 물음에 답변이다.)
그런데... '뭐 하세요?' 뭐 하세요 라니 이 시간에 여기에서 살림살이를 펼쳐 놓은 것을 보면 알 일이고, 자기들도 사진을 찍으러 온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손전등이 낭월의 얼굴을 훑고 지나간다. 엇? 왜 느낌이 싸~하지...?
남자 : 여기에는 출입하시면 안 되는 곳입니다.
낭월 : (그제야 알아봄) 아, 군인이십니까?
군인 : 그렇습니다.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낭월 : 아니, 여긴 일출 전에도 출입이 된다고 렌트카 사장이 알려 줬는데?
군인 : 안 됩니다. (나도 들은 정보가 있는데 젊은 친구가 너무 빡쎄구먼..)
낭월 : 여기가 콩돌해안 아닙니까? 여긴 된다고 해서 왔습니다만....
군인 : 안 됩니다. 어서 나가 주셔야 하겠습니다. (부드럽지만 강경한 어조)
낭월 : 그럼 그 사장이 잘 못 알려 줬나.....
군인 : 첨에 여기 오셨다가 도로 나가서 한바퀴 돌고 다시 오셨지요?
낭월 : 손바닥이로구먼. 맞아요. 위치를 못 찾아서. 하하하~!
군인 : 근데, 여기에도 출입하면 안 되는 곳입니다.
낭월 : 알았습니다. 근데 이미 간첩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으면...
이 정도로 말하면 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니까 확인했으면 이내 해가 뜰텐데 ,이 시간에 어디로 찾아가 봐야 어차피 안 될 것이라면 그냥 다른 곳으로는 가지 말고 여기에서만 사진을 찍으라는 정도의 아량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염두를 굴렸다.
군인 : 그럼 이동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좋게 말할 때 얼릉 짐 싸란 말이지..)
낭월 : 안 되면 가야지요.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전혀~~~~!!!! ㅋㅋㅋ)
군인 : 무전통신(아마도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보고 하는 듯...)
낭월 : 그러면 일출 전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도 알려 주세요.
군인 : 없습니다. 백령도는 전 지역이 불가능입니다.
낭월 : 아, 그렇구먼요. 짐 쌉니다.
군인 : 용기원산의 전망대는 가능하겠습니다. 그곳으로 가보시죠.
낭월 : 고맙구로~! 이것도 기념인데 사진 한 장 찍읍시다.
군인 : 근무 중에는 촬영을 할 수 없습니다.
낭월 : .... (원 빡빡하기는. ㅋㅋㅋ)
그렇게 말하면서 바다를 향해서 설치해 놓은 카메라에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갈등했다. 그 사이에 조금은 더 밝아졌을텐데 셔터를 누르고 30초를 꿈지럭대면 푸르스름한 여명의 사진 한 장을 얻을 수도 있을텐데.... 물론 누르지 못했다. 그랬다가 괜히 일처리를 잘못 했다고 상관에게 기합이라도 받게 된다면 그건 민폐를 넘어서 군폐이테니 말이다. ㅠ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낭월이 찾아갔던 곳은 콩돌해안이 아니라 오군포 해안이었다. 콩돌해안이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렌트카 사장의 말을 확인할 수가 있었을텐데 군인도 골치아픈 국민을 멀찌감치 보내려고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나중의 일이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왜 백령도 일출을 검색하면 모조리 심청각만 나오는지를. 해안에서의 촬영이 불가능하니까 산등성이의 심청각에서 일출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백령도의 현실이었던 것을 이렇게 현장에서 생생한 체험으로 깨닫는다.
군인이 알려준 대로 다시 북향이다. 전망대가 있다니까 그것도 괜찮지 싶었다. 그러나 막상 도착을 해서 보니까 전망대는 9시부터 개방이고, 뺑뺑돌아 군부대의 철망.... 삼각대는 고사하고 그 풍경도 찍을 맘이 일어나지 않았다. 주차장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들로 인해서 새벽의 풍경은 얻기 어렵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이 심청각으로 향했다. 달리 방법이 없으면 최선은 포기하고 차선을 즐기면 되는 게다. 이 글을 읽으시면서 새벽 출사를 생각하셨다면 약간의 참고를 하시고, 낭월처럼 헛된 시간을 의미없이 버리지 않으셨으면 한다. (누가 그래? 혼자나 그러고 댕기지. ㅋㅋㅋ)
심청각을 찾아간다고 간 것이 해안이었고 동녘은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심청각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애매했다. 그래서 한 바퀴를, 아니 두어 바퀴를 돌다가 어느 해안의 철망 앞에 다다랐던 것이다. 일출 시간은 14분 남았다.
그래 오늘은 이것이 낭월에게 주어진 새벽이로구나. 그래서 철조망이 바라다 보이는 언덕의 밭머리에서 다시 삼각대를 펼쳤다. 그러고 보니 과연 이것이 백령도 다운 일출풍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해안 일출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깐. 북한의 황해도를 바라보면서 철망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 맞아~~!!! 항상 미련이 먼저고 깨달음이 그 다음인 것을. ㅋㅋㅋㅋ
철망이 있으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어야 뭔가 애절해 보이잖여? 사연도 있어 보이고? 그래서 카메라 앞에 섰다. 이런 땐 10초후 셔터 기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어서 셔터의 속도도 많이 늦어졌다.
이건, 새벽 사진을 망쳤다는 항의성 사진이다. ㅋㅋㅋ
철조망 때문에...
북한 때문에...
군인들 때문에...
망친 새벽이라는...
난데 없는 때문에타령을 하면서 그냥 일출을 기다렸다. 비록 주변은 살벌해도 800mm로 당기면 바다와 하늘만 잡히는 각도는 나와 줬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해만 뜬다면 일출 사진은 담을 수가 있겠기 때문이다.
붉은 빛이 하늘에 차오를 때를 기다려서 삼각대에는 망원렌즈가 올라갔다.
구름이 있어서 새벽 하늘이 예쁘다. 어제 저녁에 마지막으로 담은 잿티같은 태양이 다시 여기에서 시작으로 담기는 것은 끝에서 처음을 만나는 이치일 게다.
불티 만큼.....
호롱불만큼....
촛불만큼.....
어? 태극?
그렇다. 백령도에서는 일출이 태극이다. 이게 무슨 태극이냐고? 황해도의 산으로 해가 떠올라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그야 모른다. 산이 안 보이고 태극이 보일 뿐~! ㅋㅋ
오호~! 기적은 항상 일어난다니깐. 바로 이날 이 자리가 아니었으면 결코 만날 수가 없는 떠오르는 태극을 만나게 되다니... 철조망에 고맙고, 군인에게 고맙고, 북한에게도 고맙다. 그리고 태극신 음양신께도~! 너무 호들갑인가.....?
혹시라도 낭월보다 눈이 나쁜 벗님을 위해서 숨은 태음(太陰)을 보여 드린다. 틀림없는 태극이라고 우기려면 이 정도의 포토샵의 활용은 해야지. ㅋㅋㅋㅋ
그렇게 둥근 태양이 하늘로 솟아 오르고....
아주 잠깐, 완전하게 보여 준 다음에는....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간다. 어제의 일몰은 구름 속에서 나타났고, 오늘의 일출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태양을 본 것이기도 하고, 못 본 것이기도 한 걸까? 볼 것은 다 본 것일까? 이렇게 새벽의 풍경이 사라져 간다.
어? 일출 후 30분인가? 군인이 등장을 했다. 아직 30분은 되지 않았지만 한 바퀴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면서 통행금지를 풀어주러 다니는 모양이다.
잠긴 문을 열고 전화기에 대고 확인을 하는 모습....
이것도 백령도의 새벽 풍경에 하나 추가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자칫하면 해가 떴다고 생각하고 삼각대를 거둘 수도 있었는데 조금 더 기다렸던 것이 백령도의 새벽을 완성하는 그림이 되었다. 그렇게 문을 열고 있는 군인에게 다가갔다.
낭월 : 이제 해안에 들어가도 됩니까?
군인 : 예, 주민이십니까?
낭월 : 아니, 여행객입니다. (어디로 봐서 주민으로 보이냐. 참 내...)
군인 : 출입하셔도 됩니다.
낭월 : 고맙습니다. (뭐 사실... 고마울 일도 아닌데....)
연지님이 춥다고 차에 있어서 아쉬웠다. 이렇게 군인이랑 수다를 떠는 장면을 남길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어떻게 해서던지 사진 놀이에 끼워넣으려고, 아니 초대하려고 해도 당최 맘대로 되지 않는다. 천하태평인데 억지로 카메라를 맡겨봐야....
화인이를 끌고 다니면 딱인데.... 호연이 움직여야 따라 움직일 수가 있으니 이런 때는 보조가 아쉽긴 하다. ㅋㅋㅋㅋ
그렇게.... 문을 열어 놓고 차는 떠났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봐야 별다른 것도 없었다. 바다에 꽂아놓은 철제 구조물은 북한에서 배가 들어와도 정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물인 것으로 보이고, 바다에 물은 가득해서 더 이상 나갈래야 나갈 곳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비로소 여기가 어디쯤인지를 확인했다. 하늬해변, 현 위치는 하늬해변이었다. 어? 볼 것이 많구먼. 하늬해변에, 현무암분포지에, 물범관찰장소에, 물범바위까지 있었네, 근데 물이... 물이 가득하니 무슨 소용이람.... 심청각이나 가서 놀자.
아니, 물범바위가 400m라고? 그렇다면 가봐야 하는 거잖아? 그래서 두어 번 왔다 갔다 했다. 입구를 찾을 수가 없어서 말이다. 어딘가 입구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빨간 바탕에 노랑 글씨, 해병대의 상징이다. 도처에 세워진 경고안내판이다. 백령도임을 잊지 말라는 뜻인 게다...
하늬해변을 통해서만 갈 수가 있다는 것을 안 것도 그 다음이다. 6물에서 12물까지만 출입이 가능하단다. 그렇다면 백령도에 여행을 가려는 벗님은 이러한 것도 참고하면 좋지 싶다. 물때를 보는 방법이다.
음력 매월 15일 6물,
음력 매월 21일 12물,
아, 이것을 몰라도 된다. 어플 하나면 모두 해결이 되는 까닭이다.
「물때와 날씨」하나면 끝이다. 그리고 그 옆의 「태양과 생활」도 즐겨 사용하는 어플이다. 태양이 지금 시간에 어디에 있는지도 알려주고, 박명시간도 알려주는 기특한 여행사진가의 벗이다. 여하튼 오늘은 11물이네. 물이 빠지기만 하면 갈 수가 있겠구나.
어디, 비집고 들어갈 구녕이 있나......???
그렇게 두어 번을 오가면서 하늬해변으로 갈 샛길을 찾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경고판이 반가웠던 것은...
심청각을 갔다가 다시 온 이후의 이야기이지만 흐름상 여기에다가 넣어야 겠다. 이 경고문을 보고서는 저 문을 열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 저쪽에 해안출입자 준수사항이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문이 열렸으면 출입을 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들어갔다.
사실, 남북평화무드와 함게 백령도 공동어로구역이니 뭐니 하면서 분위기도 좋은데 설마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갔다고 잡아가겠느냐는.... 근거 없는 믿음도 2%는 작용을 했다.
연지 : 가지 마~! 못 오면 어떻해~!
낭월 : 내가 못 오걸랑 집은 네가 갖고, 땅은 자식들 줘라. ㅋㅋㅋ
연지 : 이상하거든 얼렁 나와요~!
낭월 : 그래 알았다. 걱정 말거라~!
그러나 이내 걸음을 돌려야 했다. 지뢰~~!! 그리고 계속 가봤더니 기관총(낭월이 보기에)이 한 대 떡! 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더란 말은 할까 말까 망설인다. 물론 그것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문득 현병대에 끌려 가서 메모리를 조사하다가 그게 나오면 난감하지 싶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은 백두산에 갔다가 두만강변 저쪽의 북한을 찍으면 메모리 압수 당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서였을 게다. 다시 심청전... 아니, 심청각... ㅋㅋㅋ
멋스럽게 세워 놓은 심청각.... 서울의 삼청각이 떠오르는 건 뭐지? ㅎㅎ
모델의 디자인이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러니까.... 치마를 뒤집어 쓰고서....
인당수로 들어가는 장면이라는 이야기지....?
심청각에서 일출을 보면 이렇게 되겠군...
뜬금없이 웬 탱크....
그래도 한 장 담아 둔다. 기념이니깐.
심청각에 뜬금없이 웬 점박이물범 소개판? 그것도 한 장 담아 둔다.
심청각에서 아침을 해결했다는 인증샷도. ㅋㅋㅋ
이리하여, 백령도의 새벽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