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무진(頭武鎭)의 석양(夕陽)(4/12)
비록 유람선으로 늙은 신의 작품을 감동적으로 관람을 했지만 그것만으로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걸어가는 길을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풍랑으로 유람선을 탈 수가 없는 경우에는 이것이 전부이겠지만, 이미 볼 것을 제대로 본 낭월에서는 진수성찬의 디저트와 같은 마음으로 가볍게 걸어도 될 길이지 싶었다.
해는 기울고 길은 멀어도 갈 곳은 가야 하는 것이 여행객의 숙명이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하루 종일 보면서도 즐거웠는데 행여라도... 백령도의 일몰까지 얻을 수가 있을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까지도 포기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비록 일몰의 시간이 6시 29분이고, 그래서 1시간 반 밖에 남지 않았을 망정 볼 곳은 다 봐야 한다는 것이고,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더라도 일몰을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을 여행자, 「여행사진가의 탐욕」이라고 이름 지어도 할 수 없다. ㅋㅋㅋ
일몰은 일몰이고, 두무진은 두무진이다. 다만 발걸음이 저도 모르게 빨라지는 것은 마음이 이미 급하기 때문일 게다.
아지매1 : 뭐라고 쓴 겨? 무슨 일?
아지매2 : 통일로 가는 길이라잖여.
아지매1 : 통일로 가는 길은 판문점에 있잖여?
아지매2 : 그냥 상징이겠지 뭐.
두모진(頭毛津)이 언제부터 두무진(頭武鎭)이 되었다. 장군의 머리를 닮아서? 그랬으면 두장진(頭將鎭)이었어야 하는 거 아녀?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다. ㅋㅋㅋ
그래 이름이야 아무렴 워뗘? 이름이야 바뀌거나 말거나 산천은 그대로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이든, 황해남도 옹진군이든 두무진은 그냥 두무진일 뿐이잖은가.
근데.... 명승 제8호? 이게 눈에 확 들어온다. 8호면? 1호도 있단 말이잖여? 그래서 다시 검색신공 나와라~~~!! 짜잔~!!
명승지 제 1호 : 오대산 소금강 (가 봤지) 명승지 제 2호 : 거제도 해금강 (가 봤지) 명승지 제 3호 : 완도 정도리의 구계등 (몰랐네...) 명승지 제 4호 : 해남 대둔산 일대 -해제됨 (가봤는데 해제는 또 뭐여?) 명승지 제 5호 : 합천 해인사 일대 - 해제됨 (가 봤는데 이것도 해제여?) 명승지 제 6호 : 울진 불령사 계곡 (가 봤지) 명승지 제 7호 : 여수시 백도 (그니깐, 거문도랑 가봐야는디) 명승지 제 8호 : 백령도 두무진 (지금 왔잖여. 봤잖여~!) 명승지 제 9호 : 진도 바닷길 (그건 볼 생각도 안 했네...) 명승지 제10호 : 서울 삼각산 (안 가볼 거 같어.. ㅋㅋㅋ) 명승지 제11호 : 청송 주왕산 (입구는 가 봤는디...) 명승지 제12호 : 진안 마이산 (열 번은 가 봤는디 등산을 안 해서..) 명승지 제13호 : 부안 채석강 일원 (당연히 가 봤지) 명승지 제14호 : 영월 어라연 일원 (어라연? 어디지...?) 명승지 제15호 :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 (봤지만, 그것도 명승여?) 명승지 제16호 : 안동 하회마을 (물론 진작에 가 봤지) 명승지 제17호 : 부산 태종대 (얼마 전에 가 봤지) 명승지 제18호 : 통영 소매물도 ( 등대섬이야 가 봤지) 명승지 제19호 : 예천 선몽대 일원 (듣보잡이군....) 명승지 제20호 : 제천 의림지 (저수지에도 볼게 있나?) 명승지 제21호 : 공주 고맛나루 (그래? 의외로군...)
대략 살펴보니까 웬만한 곳은 둘러 본 셈이다. 10호까지 중에서 남해안으로 가서 해결해야 할 곳이 세 군데나 있네. 정도리, 백도, 진도로군. 그 중에서 백도는 필히 금년에 발자국을 찍어야지. 거문도를 가면 거칠 거니깐. 아직도 가야 할 곳이 많은 것은 행복이다. '더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마지막으로 저승만 가면 되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러니까 마지막 갈 곳은 남겨 두고 부지런히 갈 수 있는 곳은 가야 한다. ㅋㅋㅋ
길을 잘 닦아 놨다. 편안하게 둘러 볼 수가 있도록 했으니 또한 감사~!
연지님이 사진 찍어 준다 길래 지금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해 본다.
10mm렌즈의 외곡은 대단하다. 특히 사물이 가까이 있을 적에 그 위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실제의 풍경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실제로 눈으로 보는 느낌에 가장 근사한 것은 45mm~55mm사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은 답답해서 낭월은 안 쓴다. ㅋㅋㅋ
뻥뻥 뚫어주는 10mm나, 확확 땡겨주는 800mm가 최고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이다. 사실 24-105렌즈는 광각에서 망원까지 모두 망라하고 있는 완소렌즈이다.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는 가까운 것은 멀게, 먼 것은 더 멀게 하는 10mm의 외곡이 MSG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진, 별거 있어? 재미있으면 되지. 그리고 억수로 재미있거덩. 그런 렌즈가 손에 있다는 것은 여행사진가의 지락(至樂)이지. 암~~!! 서로 떨어진 암벽도 확 당겨서 붙여버리니깐 말이지. 어? 암벽을 당겨서 붙여버린다고? 문득 떠오른 관음보살과 오백나한의 대결 이야기가 떠오르지만 지금은 생략. ㅎㅎ
백령도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빨간 안내판을 또 만났다. 그리고 그 후로도 많이 만났다. 도처에서 만났다.
엇? 빛? 빛이 보인단 말이지? 아니~~!! 이럴 수가~~!!
하루 종일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들 사이로 엷은 햇살이 암벽에 부딪친다. 그니깐, 꼭 필요할 적에 빛을 주신다니깐. 이렇게 고맙고 감동할 데가....
유람선을 탔을 적에도 보이지 않았던 빛이다. 그리고 유람선을 탔을 적에는 빛이 없는 것이 오히려 더 좋았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빛이 있으면 명암이 짙어서 그늘 부분은 잘 보이지 않지만, 하늘에 구름필터를 대어 주니까 오히려 빛의 명암이 사라져서 암벽의 구석구석까지 잘 담을 수가 있었더란 말이지.
그런데 이제는 또 빛을 주셔서 명암을 명료하게 해 주니 사진 복이 많은 낭월이고, 하늘 복과 태양 복까지 넘치는 낭월이다. 이보다 더 큰 복이 또 있을랑강... ㅋㅋㅋ
멀리서 본 두무진은 기기묘묘한 형체가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본 두무진은 속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준다. 섹시하다. 풍경에서도 얼마든지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가 있는 모양이다. 황홀한 풍경은 결국 오르가즘의 상태라고 할 수도 있겠군....
수도승은 명상 중에서 오르가즘을 느낀다더니만, 카메라를 든 여행객은 이렇게 햇살이 부서지는 암벽에서 희열감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무념무상이 되는 것은 같다. 명상은 방석에 앉아서 코끝을 봐야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고, 렌즈가 훑는다. 주름과 주름 사이에서 삶의 여정을 보고, 갈라진 틈에서 지난(至難)했던 나날들을 읽는다.
기울어가는 석양의 옅은 빛이 부족하면 조금 과하게 빛을 넣어도 된다. 억겁의 세월이 보이지 않으면 촛불을 들이대어 봐도 좋은 까닭이다. 떨어져 나가고, 무너져 내리고, 그러고서도 아직도 이만큼 남았다.....
모퉁이를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뒤돌아 본다. 인생의 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해를 섣달 그믐날 밤에 돌이켜 보는 것처럼.... 동행하던 그림자가 자기도 찍어 달라고 앞에 나선다. 그래 너도 찍어주마. 샷~!
노을 빛이 맛있게 익어간다. 이것은 황금빛이다. 대기권을 사선으로 타고 들어오면서 부드러워지는 것이랬다. 빛의 놀이이다. 그것이 사진놀이기기도 하다.
태양이 바위 꼭대기에서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른다. 하루 종일 많이도 달렸구나. 낭월도 하루 종일 많이도 달렸다. 그래도 아직 쌩쌩하다. 다행이다. 난데 없이 이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이 풍경을 만들어 주신 비바람신, 세월신, 용왕, 일광보살[태양], 그리고 소니카메라, 소니의 뿌리인 미놀타 장인들, 가마우지와 갈매기들 조차 자연과 함께 하면 감사할 것이 많아서 좋다.
켜켜이 내려앉은 세월, 그 위에 발자국 하나 남기는 나그네... 이 모두가 역사이고 다큐이고 지금 이 순간이다.
어느 해, 모월 모일에 굴러 떨어진 큰 돌 하나가 바위 틈을 만들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바위 틈으로 들어가서 다시 또 십만팔천년을 함께 하고 있다. 삶은 만남인 까닭이다. 만남으로 인해서 또 만나고, 그래서 다시 또 만나고.... 엉? 뭔 소리여? ㅎㅎㅎ
하늘이 점점 많아진다. 아니, 구름이 점점 줄어든다. 빛 내림이다. 보여 줄 것은 다 보여 주실 요량이다. 고맙구로~~!!
잠시 기다렸다. 저 바위 틈 사이로 사람이 하나 나타났으면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금이다. 다만 0.01초가 늦었다. 저 사람이 틈의 중간에 왔을 적에 찍었어야 하는데... 그만 타이밍을 놓쳐서 바위랑 하나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아쉽게 되었다. 쯧쯧~~!!
그래서 행여 벗님이 놓치고 지나갈까봐 이렇게 글자로 나마 지적질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위가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기준이 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확인해 보시려면 사람을 잠시 가려봐도 좋다. ㅎㅎㅎ
이제 볼 것은 다 본 모양이다. 전경을 한 장 남긴다.
계단을 오르다가 내려보니, 일몰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피어난다. 어쩌면..... 그러니까, 어쩌면... 맛있는 태양을 만날 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물론 구름이 저렇게 수평선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 줄을 잘 안다. 그래도 천변만화의 조화는 인간의 짐작을 넘어서는 까닭에 희망은 해가 서해의 수평선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희망은 참 좋은 것이니깐.
올려다 보니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계단 앞에 굴러 떨어진 시루떡 한 조각... 언젠가는 바우 꼭대기에서 우쭐대었겠거니.... 이제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으니 낭월이라도 다시 봐 주마. 참 잘 생겼다. ㅎㅎ
전망대가 또 있다는 안내표시... 가 봐야지.
그렇구나. 전망대의 바위는 배에서 바라 본 그 바위겠구나.
이 바위가 그 바위겠거니... 싶다. 문득, 피서산장의 그 몽둥이 바위가 떠오른다. 비슷한 것을 기억상자 속에서 소환하는 까닭이다.
2004년 8월의 그날도 해저물녘이었지. 도향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자칫 얻지 못했을 사진이었고, 경덕이가 고장난 하드를 살려주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잃어버릴 뻔한 사진이 다시 살아나서 이렇게 활용하니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배에서 봐도, 아래에서 봐도, 이렇게 전망대에서 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걸작품이다.
시각에 따라서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풍경, 그래서 이보환형(移步換形)이다. 이 말은 예전에 팔괘장을 배워보겠다고 교본을 샀을 적에 봤던 말하자면 초식이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풍광에서 딱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생에서도 썩 잘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다. 매 순간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삶이란.....
움직이지 않는 바위에다 움직이는 동물의 이름을 붙인다. 이 바위는 뭐라고 할까? 선생님이 두 제자를 앉혀 놓고 천지자연의 무궁한 조화에 대해서 설법을 하고 계시는 구먼.
낭월 : 연지야, 저 바위는 뭐 같노?
연지 : 엄마가 아기들이랑 놀아주는구먼 뭘.
낭월 : 도인이 제자들 가르치는 것 같잖아?
연지 : 뭔 소리여~!
그렇다. 그게 맞다. 연지님이 맞다면 맞는 게다. ㅋㅋㅋㅋ
두무진항에서 바라봤던 태극기이다.
뭐라고 쓴겨? 통일비룡(統一飛龍)인가....? 그렇지 싶다.
백령도와 대청도를 묶어서 지질공원으로 나눈 모양이다. 지질공원은 매력만점이다. 백령도에서도 느꼈지만 동해의 끝과 서해의 끝에서 만난 것은 결국 지질공원이었구나. 연화리라니 동네 이름도 예쁘군.
아래에서 봤던 빨간 안내판에는 여지없이 군사시설 촬영금지이다. 사실 군사시설을 안 찍기가 더 어려운 백령도에서 말이다. 이거 괜히 폼 잡는 거 아녀? 만약 간첩이 위치파악을 하려고 든다면 진즉에 다 찍어서 평양으로 보냈을텐데 뭘.... 괜히 카메라 든 놈 주눅들라고.... ㅋㅋㅋ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일몰, 일몰... 백령도 일몰.... 그런데 무심한 마을버스가 길을 가로 막는다. 이게 무슨 조짐은 아니겠지.... 설마....
연지 : 이제 어디로 가?
낭월 : 일단 앞으로 가~!
연지 : 그냥 가면 되는 겨?
낭월 : 어디로 가면 일몰을 볼 수가 있을지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