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의 용선(龍船) 대회(2/3)

선셋호텔의 조식(朝食)은 10시 까지라고 했다. 태종대에서 실컷 놀다가 돌아왔는데 9시 26분이다. 그래도 충분하다. 아침 한 술 먹는데 얼마나 걸리겠남....

화인이 호텔스닷컴에서 내 이름으로 예약을 하는 바람에 계속해서 문자가 날아온다. 귀찮을 정도이다. 반면에 신뢰감도 있긴 하다.

화인이 여기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만날 친구가 길 건너의 호텔에 묵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같은 호텔을 알아 보고는 바로 포기하고 여기로 잡았더란다. 너무 비싸다나 뭐라나. ㅎㅎ
친구라고 하기도 그렇긴 하다. 거래처 사장의 딸? 실은 타이페이의 진원서국에 자주 들리다 보니까 카운터에서 항상 계산을 해 주고 물건을 챙겨 주는 주인장의 딸이 있는데, 이번에 부산으로 용선대회에 참석하는 선수가 되어서 온다는 문자를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부산나들이를 하게 되었고, 구태여 거부할 이유도 없는 것은 이참에 부산의 남부 해안을 훑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가덕도 → 다대포 → 송도해수욕장 → 태종대 → 오륙도
이렇게 돌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은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다. 결과는 늘 마음대로 안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저녁에 다대포 인근의 몰운대에서 노을을 볼 요량이었지만 결과는 바로 해운대로 달렸기 때문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략한다.

화인네와 낭월의 아침 메뉴는 사뭇 다르다. 저마다 자기 좋을 대로 먹으면 되는 거니깐 여기에 정답은 없다. 조촐하지만 깔끔한 아침을 먹었다. 꼭두새벽부터 4시간의 강행군을 한 다음이라서 시장하기도 했다.

커피까지 한 잔 해도 아직 10시가 안 되었으니 그만하면 남에게 폐를 끼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되겠다.
화인 : (라인으로) 시간이 있어서 경기장 가보려고...
따님 : 그럼 수영강의 경기장으로 오세요.
문자를 주고 받더니 연락이 되었다면서 경기장 구경하러 가잔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정해진 것도 좋지만 정해질 것도 좋은 법이니깐.

짐을 챙겨서 요트경기장으로 갔지만 경기를 하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안내자와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서야 경기는 수영강에서 열린다고 알려 준다. 수영강도 있었나? 싶었지만 여기가 수영만(
水營灣)이니까 물이 흘러오는 수영강이 있다고 해도 어색할 것은 없지 싶다.
수영은 해군주둔지의 옛날 이름이다. 좌수영, 우수영이 있는데 부산의 해운대에 있는 것은 좌수영이다. 경상도에 좌우수영, 전라도에 좌우수영, 그리고 충청수영이 있었더란다.
경상좌수영은 수영만에 있고, 경상우수영은 거제도에 있었으니 각기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가 지휘하던 본부였다는 기록을 잠시 찾아 봤다. 해군(海軍)은 수군(水軍)의 후신이라고 하면 되겠군. 해군이 맞아? 수군이 맞아? 그게 그건가? ㅋㅋㅋ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저마다 주인이 있겠지..... 비싸다매...? 비싸면 얼마나 비싼겨? 아이쿠~ 최소 몇 억은 줘야 한 대 장만하겠군. 아직은 별로 필요치 않으니깐(이라고 쓰고 한 대 있으면 사진을 찍으러 다니긴 좋겠네...라고 읽는다.) 나중에 필요하면 사지. ㅋㅋㅋ

폰으로 위치를 부랴부랴 확인하고....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이 이미 많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기왕 갈 것이라면 경기를 보도록 해야지. 전언에 의하면 본인의 경기는 끝났고, 마지막 한 경기를 마치면 시상식을 한다는데... 그녀의 팀이 우승해서 메달도 땄더란다.
진원 : 헤헤~!
진원 : 언니, 지금 어디 계세요?
화인 : 내가 길을 잘 못 찾아서 다른 곳으로 갔잖아.
진원 : ??
진원 : 내가 언니께 드릴 것도 있어요.
화인 : 다시 찾아 볼께
화인 : 10분 후에 도착 할거야.
그러니까 요트경기장에서 톡을 보낸 모양이다. 잘못 찾아왔다는 이야기인 모양이고, 다시 용선경기장을 확인하고 이동한다는 말인 모양이군.
화인 : 지금 경기장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진원 : 좋아요.
화인 : 도착했어.
화인 : 광장에 와 있어.

그리 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차는 연지님께 맞기고 부랴부랴 경기장으로 향했다.

출입하지 말라고 해도 괜찮다. 70-200mm렌즈를 달고 들어가면 웬만한 곳에서는 배려를 해 준다. 무게의 위력일까? 여튼 하얀 색의 렌즈라야 한다. 까만 색은 대접이 덜하다. 이것도 백색의 존중인가? ㅋㅋㅋ

명색이 8회째인 세계대회인지라 각국의 참석자들이 보인다. 준비들도 하고, 관람도 하고 저마다의 목적에 따라서 시간을 즐기는 것이 보기에도 참 좋다.

호연에게 카메라를 하나 줘 놨더니 따님이랑 화인이랑 사진도 찍어 놨군. 시합에 출전하느라고 그런가 살이 많이 빠졌다. 통통했는데. ㅋㅋㅋ

풍경을 스케치 하면 꼭 한 사람은 정면으로 카메라를 봐 준다. 그래서 또 분위기가 살아난다. 북채를 든 남자는 선두에서 지휘를 할 요량인가 싶다. 호루라기도 둘이나 걸고 있네.

'다시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는 타이페이 꾸냥의 소식을 전해주는 화인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 보내고 어서 경기가 시작되기만 잔뜩 기다리고 있다.

안전요원이 든든하게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여 있는 모습도 있으니 시작을 할 시간도 멀지 않았지 싶다. 표정에서 긴장하고 있는 느낌이 물씬 배어 나온다.

이번 경기는 각각의 시간을 기록하는 경기라서 함께 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에는 좋은 셈이기도 하다. 1번 배부터 경기가 시작 되었다.

선두에서 북을 치면서 호흡을 맞추고, 20여 명의 팀이 일사불란하게 리드를 따른다. 그리고 맨 뒤에서는 키잡이가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어찌 보면 키잡이는 날로 먹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당첨이 되었을 수도 있고, 가장 힘이 약한 사람에게 주어진 몫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22명이 한 팀인 모양이다. 언뜻 봐서는 조정경기의 뱃머리에 용두(龍頭)를 달아놓고는 용선대회라고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자세한 것은 모르니까. ㅎㅎ

2번 배가 이어서 출발한다.

400mm로 당겨서도 부족해서 크롭을 했다. 잘라내서라도 지휘자의 표정이 보고 싶어서였다. 어느 정도 아쉬움을 달래 줄 만큼은 표정이 보이네.

호흡을 맞추고, 구령을 붙이면서 힘차게 북을 두드리는 팔에 생기가 넘쳐 난다. 경기장의 촬영은 이런 맛으로 하는 모양이다. 전심전력을 다 하는 모습은 경기장이 아니고서는 접할 수가 없는 표정들이기 때문이겠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마음이 메달에 가 있으면 몸이 경직된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무심으로 열심히 구령에 맞춰서 노만 저으면 된다. 그것이 최선이고 유연함이고 금메달인 것이다. 이론 만으로는 감독깜이군. ㅋㅋㅋㅋ

표정이 제대로 잡혔으면 좋겠는데.... 크게 보고자 하는 마음과 선명하게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갈등이 회오리처럼 일어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렌즈를..... 아니다. 아직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암 그렇고 말고~! ㅠㅠ

남녀가 같이 출전하는 게임인 모양이다. 비율이 반반인지도 모르겠네. 온 힘을 다 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는 표정이 보여서 관전자는 더 재미있다. 목에 힘줄이 살아나는 여성의 표정은 총만 안 들었지 완전히 람보스타일이다.

집중하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무념(無念)이 즐겁고, 무상(無想)이 즐겁고, 무위(無爲)가 즐거운 것이다. 저렇게나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데도 무위로 보인다. 마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흐름에 맡기고 흘러가는 수영강의 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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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배의 고수(鼓手)는 더욱 열정적이다. 엉덩이가 의자이 앉을 겨를이 없는 것으로 봐서 이미 금메달은 그 팀의 몫이라고 하는 듯 싶기도 하다.

지휘자의 열정은 단원들을 미치게 만드는 법이다. 마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에 미치게 만드는 그것이 바로 마약이지 싶다. 몰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희열은 결과적으로 같은 성분일테니까.

오늘은 또 경기장의 새로운 체험에 몰입하는 낭월도 무념무상이다. 무념(無念)이라는 것은 멍충이처럼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잡념이 없어야 무념인 것이다. 이 집중은 선정(禪定)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무념(無念)은 일념(一念)과 통한다. 그러나, 이웃이라고 해서 일념과 이념(二念)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십만팔천리이다.

앗, 조금 전에 봤던 사람이지 싶다. 북채를 잡았던... 노랑2번을 끌고 가는 구나.

그의 군사들도 북소리에 맞춰서 힘차게 노를 젓는다.

노랑2번도 만만치 않은 포스를 보여준다.

질서 가운데 조화가 보인다. 이런 풍경은 망외소득이다. 이번 부산 나들이에서 얻은 꽤 괜찮은 이미지라고 해도 되지 싶다. 새벽의 고요했던 태종대와는 전혀 다른 역동적인 풍경에 빠져 든다.

더! 더! 더! 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냥 육안으로 봤으면 보지 못했을 장면들을 보게 해 준 망원렌즈가 보살이다. 다음에는 '나무800mm보살마하살'을 모시고 구경 와야 겠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공부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으니깐. ㅋㅋㅋ

노랑4번의 선장에게는 액션캠을 하나 선물하고 싶구먼... 영상을 찍긴 찍어야 겠고, 그게 없으니까 휴대폰을 모자에 묶었잖아. 쯧쯧~! 이번에 우승해서 형편이 좋아지기를....

팀들도 여느 팀과 같이 전력 질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뤄지지 싶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배는 여유롭다. 긴장감이 아닌 이완된 모습이 느껴진다.

그렇게 구경을 다 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강생이가 귀엽다고 깔깔대는 어느 선수단의 표정도 담아보고...

경기를 보는 사이에 시상식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트로피와 메달이 나란히 줄을 지어 자신이 가야 할 곳을 기다리고 있다.

비록 같은 공장에서 태어났지만 저마다 가야 할 곳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아이들도 마음이 있다면 설렘과 불안함이 교차되고 있는 순간일 게다....

남의 메달이지만 기념사진도 못찍겠냐고, 서 보라고 해서 또 이미지 한 장 남겼다.

금은동이다. 메달의 갯수를 세어 보면 한 팀이 몇 명인지 알 수 있겠군.

트로피에는 금룡이 여의주를 감싸고 승천하는 모습이다. 하긴 용선대회니까 그게 맞겠군. 우리는 용선(龍船)이라고 하고, 저들은 용주(龍舟)라고 한다. 같은 배선(船), 배주(舟)지만 느낌으로는 작은 배는 주가 맞고 큰 배는 선이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용주라고 해야 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판결로 한국측이 판정패~~!! ㅎㅎ

잠시 후에 진행될 시상식을 보는 것은 우리의 일정도 있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메달이나 구경하고....

좋으시겠쑤~~!!

담엔 더 잘 하소~~!!

수고 많았구려~~!!

표식 목걸이를 회수하는 것을 보면서.... 축제는 끝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수영강도 보고, 용선? 용주도 보고...
그래서 잠시 즐거운 한 순간을 누렸구나.
여기에 소요된 시간은...?
대략,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네....
다음 여정은 오륙도이다. 해운대유람선을 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