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 없다.

저물녁에 밭으로 간 것은 들깨 때문이다.
입추도 지났건만.... 아직도 물이 필요하다.
농부의 마음은 그래서 목이 마르다......
낭월 : 언제까지 물을 줄라카노?
연지 : 이번이 마지막이야.
낭월 : 아무래도... 그래야 겠제?
연지 : 이젠 할 만큼 했으니깐......
마지막이라고는 했지만... 또 알 수 없다...
계속해서 잎이 타 들어가면....
아마도 다시 마지막이 될게다....
낭월 : 사진 좀 찍어 봐라.
연지 : 물이나 주지 사진은 왜?
낭월 : 나도 한 부조 했다는 흔적이 필요하거덩.

들깨 덕을 보는 녀석도 있긴 하다.
대추나무.... 들깨가 아니었으면....
아마도 얻어 먹지 못할 감로수였을 게다...
내년에도 다시 봐야 하는 대추나무이니,
물을 흠뻑 줘야 한다.
이 아이들만 자리를 잡으면 들깨는 심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게으른 선비의 농사 메모엔 이것이 목적이다. ㅋㅋㅋ
아마도... 내년에는 다시 들깨를 심어야 하지 시푸다.....

그리고, 봄에 심은 느티나무에도....
올 여름을 어떻게든 견뎌야 한다.
잎이 타 들어 가다도 물 맛을 보면 다시 살아난다.
참으로 대단한 생명력이다.

옮겨 심은 죄다.
그래서 물을 줘야 한다. 이것도 식물의 지배를 받는 셈인가?
아마도 그렇지 싶다. 짙푸른 거목을 만나고 싶은 욕망이다.

물을 주고 돌아가는 걸음도 힘이 없다.
아무래도 올 해의 들깨 농사는 망했지.......

젓가락....? 아니... 이쑤시개......
너희들에게 물을 주는 뜻은...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음이다.
그래서 농부의 마음은 인성(印星)이다.
차마 말라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는 까닭에...

문득,
연명치료(
延命治療)가 생각난다.
호흡기만 빼면 편안해 지련만....
차마 그 말을 못하고, 수술동의서에 싸인을.....
무엇이 최선인지.... 때론 알 수가 없기도 하다.

이미,
희망은 없다.
그래도 물을 주지 않을 수도 없다.
그냥.... 할 수가 있는 일이 그것 뿐인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두기도 한다.
며칠 전에 물었었지.... 아직 죽지 않았느냐고....
네가 답 했었지..... 아직 살지 못했다고....
이젠, 확실해 졌구나. 이제 죽었다고....

그렇게 태어나서....
씨 값도 못하고 죽기도 한다.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이 자연이다.
그래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인간이나.....
행위는 다를지라도 의미는 별반 다를 것도 없다.

넌, 어찌어찌 살아 남았구나....
아니, 살아 남은 것도 대견한데 뭐하노?
들깨 : 씨앗 값이라도 해 보려고요... 참 힘드네요..
낭월 :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씨앗까정?
들깨 : 이제 시간도 얼마 없어요. 그래서 바쁘네요.
낭월 : 아직도 낮에는 35도나 되는데?
들깨 : 얼마지 않아서 서리가 내릴 것을 알거든요.
낭월 : 참으로 네가 갖고 있는 시계는 놀랍구나.
들깨 : 그냥.... 저절로 그래요.....

너도 결실을 시작하고 있었구나...
참 바쁘구나....
자연의 순환법칙에 예외는 없는 까닭이겠지...
처서가 되기 전에 꽃을 피우지 못하면.... 그렇구나....

죽을 힘을 다 해서 꽃을 만드는 구나...
벌 나비가 떠나기 전에 빨리, 더 빨리.....
잠시....
숙연해 진다......
참으로 시간이 얼마 없구나.....
그래, 애 써라.....
어쩌면.... 한 번은 더 물을 줘야 할 수도....
그래야 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