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睡眠) 방해꾼

궁남지의 빅토리아 연꽃은 수면 방해꾼이다.
연지님의 난타 강사가 몸살 나서 오늘은 쉰단다.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잘 되었다고 쾌재를 부르는 것은
달도 바뀌었으니 궁남지의 빅토리아 연꽃이 궁금해서였다.
눈치만 보고 있다가, 빌미가 생겼으니 바로 작전 돌입이다.
물론 편히 잠이나 자면 좋을텐데 또 한 마음을 일으켰으니
이것이야말로 수면 방해꾼이다.

그 사이에 휘황한 조명도 사라졌다.
여기저기 설치해 뒀던 장식물들도 철거 되었다.
며칠 사이에 궁남지의 풍경은 다시 고요 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포란정을 감쌌던 요란스러운 연잎의 장식물도 철거되어서
더욱 운치가 있는 원래의 모습이 반가웠다.

아직도 초저녁인데....
사진놀이를 하는 동료들이 안 보인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엔 신통한 여왕의 대관식이 없나 보다...
안 쪽에 새로 생긴 빅토리아 연못으로 갔다.
그곳에서 한 분의 사진가를 만났다. 그럼 그렇지.
그 선생은 빅토리아 공주를 찍고 있었다.
며칠 전에 찍었으니 다시 찍을 흥취가 나지 않았다.
측면의 광을 필요로 하셨는지,
10초 타이머로 맞춰 놓고는 손전등을 들고 뛰는 모습...
옆에서 새로 산 멋진 맥라이트 전등을 비춰드렸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 밝은 빛이 필요해서 하나 추가했다.

작년에 사용하던 것도 밝기는 했지만, 더 밝은 사진가의 것이 탐났던 게다.
가격은 4~5배 하는데, 물건 모르면 돈을 주라고 했으니깐.... ㅋㅋㅋ
그래서 올 여름의 밤은 더욱 밝아 졌다.
진사 : 저쪽 연못에선 대관식을 했는데...
낭월 : 아무도 안 계시고 깜깜해서 이리로 왔는데요?
진사 : 초저녁에 찍고는 모두 들어 가셨네비구먼요.
낭월 : 대관식이 빨랐나 봅니다.
진사 : 날이 너무 더워서 초저녁에 물에 잠기잖유~
낭월 : 아하~! 그래서 이 시간에는 볼 수가 없었군요..
진사 : 9월에 오면 멋진 대관식을 보게 될 거구먼요.
낭월 : 좀 선선해져야 한단 말씀이죠?
진사 : 그렇구먼유~
낭월 : 고맙습니다. 들어가시게요?
진사 : 더워서 그만 가야것쓔~~

하릴없이 고요한 연못을 배회하다가 야개연(夜開蓮)이랑 논다.
밤엔 반영이 더욱 또렷하게 나오니까 그것도 괜찮군.
그렇게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데 연지님이 속삭인다.
연지 : 저쪽에 비춰봐. 뭐가 있어....
낭월 : 뭐가? 꽃이 있남?
연지 : 아니. 오린가.....?

앗, 오리 가족이었군.
편안하게 빅토리아 연잎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불을 비추면서도 생명순환의 미안함이 깃들었다.
편히 자는 녀석들을 귀찮게 하는....
그야말로 안면 방해꾼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때론 생각과 손가락이 일치하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셔터를 누르고 있는 자신.

잠을 자려다 말고, 아예 일어나서 포즈를 취해 준다... 고 믿고 싶다.
잠을 깨서 기분 나빠했을 가능성이 99%였겠지만.... 우짜노...
그래서 얼른 한 번 더 셔터를 누르고는 불을 껐다.
뭐, 아직은 초저녁이니깐, 지금부터 자도 될 껴....
이미 그 녀석들도 궁남지에 터줏대감들이라서
사진꾼들의 시달림에 이골이 났을게다.
여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