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정호(塔亭湖) 저물녘에

호반의 저녁 노을은 또 어떤 풍경일까....
금강을 둘렀으니 이제 탑정호로 가볼까....
문득 서녘에 구름이 두둥실 한 것을 보면서 마음이 일었다.
저 구름들이 붉게 물든다면......
오홋~! 이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잖아~~!!
낭월 : 연지야! 탑정호에 가보자~!
연지 : 들깨밭에 물 줄라고 했는디.....
낭월 : 물은 내일 새벽에 주자~!
연지 : 알았어....

새벽의 탑정호는 제방으로 가고,
저녁의 탑정호는 수변으로 간다.

대략 석양의 그림을 그리면서 휴정서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두어 번.... 지나쳤을텐데.... 휴정서원은 못 봤네....

나리분지 이후로 첨 만나는 홍살문이군.

여러 선현들께서 머무는 곳이로구나....
아는 이름은 안 보이네... 엿장수 맛뵈기 엿 만큼의 지식이라니.....
검색을 통해서
전국서원연합회에서 조사해 좋은 자료가 있어 링크 한다.

붉은 대문의 노을이 장엄하다.
언젠가, 또 한 마음이 동하면 여기 머무시는 학자 님들도 찾아 봐야지....

학문으로 밥을 삼으셨던 선현들의 모습은 항상 장엄하다.
이 저녁의 붉게 물든 노을 만큼이나.....

여행객은 잠긴 문을 탓하지 않는다.
옆으로 가서 담장 너머로 배알하면 된다.
'부디 이 아름다운 나라를 지켜 주소서....'
자, 그만하면 후학의 예는 갖춘 것으로 하고....

수변으로 향한다.
넓은 호수는 강의 좁음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뭐, 강이라고 해도 댐을 막은 곳은 또 다르겠지만...
경계가 다르다.

물결에 흔들리는 어부의 밥줄을 보니 또 빈 배가 떠오른다.
빈 배의 이야기는 항상 아름답다. 노을 만큼이나...
강가에 배를 대어 놓고 낮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자꾸만 배를 부딪치더라지....
'어떤 미친 놈여~~!'
화가 난 어부가 뛰어 나가보니까, 물결에 떠밀려온 빈 배....
혼자 웃었더라지.... 아름다운 이야기....
그래서 빈 배가 좋다.

노을과 더불어 하루를 마감하고 있는....
그도 오늘은 고단했을까....? 아마도....

잠자리들과 노닥거리고 있는 빈 배...

삶에 지친.... 늙은 어부의 모습이 겹친다.
낭월 : 오늘의 삶이 어떠하오?
빈배 : 장 그날이 그날이라오!
이배 : 언니, 오늘은 노을도 예쁘죠?
저배 : 그렇구나. 주인들도 쉬러 가고 한가찌네.
이배 : 언니 배는 고기 많이 잡았어요?
저배 : 주인이 싱글벙글인 걸 보니 아마도.
이배 : 난 고기가 별로였나 봐요. 배를 내리면서 걷어차고 갔어요. 호호~!
저배 : 그랬나 보구나. 내일 또 잡으면 되지....
이배 : 언니, 옛날 이야기 해 주세요.
저배 : 옛날이야기가 있나... 다 잊어버려서....
이배 : 아잉~! 해 주세용~!
저배 : 아, 예전에 처녀 뱃사공이 있었더란다.
이배 : 엄머~! 우리 조상님 이야기네요. 그래서요?
저배 : 그 날도 중년의 남정네를 태우고 노를 젓고 있었지.
사내 : 처녀 사공의 배를 내가 탔네~! (히죽히죽)
처녀 : .....
사내 : 그럼 우린 부부네... 여보! 그렇잖우~? (해죽해죽)
처녀 : ......
사내 : 어, 벌써 다 왔잖아. 이거 섭섭한디.... 그럼~!
처녀 :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배 : 와하하하~! 멋지게 한 방 먹였잖아요.
저배 : 그렇게 통쾌한겨?
이배 : 그렇잖쿠요. 이죽거리는 사내 놈들... 얼마나 지겨웠을까요?
저배 : 또한 운명이려니... 하고 사는 것이지... 뭐...
이배 : 쟤들도 둥지로 돌아가네요....
저배 : 해가 기우니 귀로를 서두르는 구나.
이배 : 쟤들은 돌아갈 집이 있어서 좋겠어요.
저배 : 왜? 그게 부러운겨?

마법의 시간에 서녘하늘엔 붉은 마법이 펼쳐지고 있었다.
구름이 없어서 서운할 뻔했다는 말을 하지 않길 잘 했다.
청천(靑天)이 홍천(紅天)되면, 이리도 장엄한 것을 말이다.

노을은 언제나 옳다.
회광반조(回光反照)의 이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까닭이다.

어둠에 묻힐 때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