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생(完生)과 미생(未生)의 경계(境界)

들깨들이 탄다고.....
그래서 어떻게라도 살려 보겠다고....

그저께 뙤약볕에 심어 놓은 수고로움을 생각해서라도
그냥 무심코 지날 수 만은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양동이에 바가지로 끼얹지 않아도 되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어려서 고추밭에 물을 주라고 어머님이 말씀하시면
작대기에 바께스를 꿰어서 물을 길어다 날랐었는데...
화인네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하고는
기~일~게~~~~~~ 300m를 연결했다. ㅋㅋㅋ

기왕 물을 주기로 했으니 흠뻑 줘야지.....
그래도 믿는다. 너희들은 들깨니까....

계룡산 너머에서 태양이 솟아오르니...
기온은 삽시간에 팍팍 솟아 오른다.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출발 점이 좀 늦기는 했다. 그래서 해를 만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목 마른 녀석들을 두고 거둘 수도 없는 일.

마셔라~!
감로수~!
생명수~!

이렇게 살아난 녀석들은 마음이 놓인다.
틀림 없이 가을에 향긋한 들깨를 선물할 게다.

농부의 마음은 이런 게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은 동격이라는 마음이다.

아마도 이 정도면 더 물을 주지 않아도 살아 남지 싶다.
완생(完生)이다. 다행이다.

어서 물 주세요~~~ 목이 탑니다~~!!
그래 쪼매만 기다려라~ 바로 간다.
너도 오늘만 물을 얻어 먹으면 완생이라고 해도 되겠구나....

"아싸아~~!!"
다음은 자기 차례라고 춤이라도 추는 듯 싶다.
땡볕이 40도를 오르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물만 있으면 아무런 걱정이 없는 식물들이다.

작년에 대추 나무를 열 그루 사다가 심었다.
그 중에 한 그루는 실패하고 아홉 그루가 살아남았다.
앞으로 3년만 지나면 들깨를 심지 않아도 되기를... ㅋㅋㅋ

오호~!
대추 꽃이 피었다.
가을에는 대추 맛을 보지 싶다. 왕대추를 심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아파지는 것은.....
아직 삶을 확정하지 못한 아이들 때문이다.
죽을까? 살까? 죽진 않을 게다. 들깨니깐.

같은 날, 같은 땅에 심었건만,
산 녀석은 삶의 찬가를 노래 부르고,
그렇지 못한 녀석은 생사의 터널을 헤매고 있다.

살아날까? 아마도 살아 날게다.
왜냐하면, 아직은 초록의 생명력이 붙어 있으니깐.
특별히 물을 더 주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 뿐.

넌 죽었느냐?
아닙니다. 아직도 죽지 않았습니다.
그럼 미사(未死)이냐?
아닙니다. 미생(未生)입니다. 곧 살아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식물이지.
이 땡볕에 게으른 화상으로 하여금 물을 주게 만들었으니
일단은 성공이로구나. 부디 완생하기를~~~!!

식물과 동물의 차이란.....
옆에 있는 물을 먹으러 갈 수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아무리 물이 넘쳐 흘러도 주지 않으면 먹지 못하는 식물이다.
청산(靑山)은 식물이고, 백운(白雲)은 동물이다.
돌아다니는 맛을 들인 동물은 영원히 식물일 수가 없다.

해가 높이 솟아 오르고서야 겨우 새벽 농사를 마쳤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런지.....
더운 것은 인간의 사정일 뿐.
식물은 더워야 한다. 물만 있다면.

그래서....
수화기제(水火旣濟)가 되었다.
물이 없었다면, 오늘 땡볕을 이길지도 모를 텐데...
물을 얻은 초목은 수화기제가 되었지만
물을 얻지 못한 초목은 폭염분목(暴炎焚木)이 될 뿐인 것을...
적어도 오늘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기에.
웃으면서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