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에게 당했다.

평상 위의 도구를 보는 순간...
느낌이 싸~~~ 했다.
이런 느낌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연지 : 들깨 심으러 가자~!
낭월 : 아직 자라지도 않았는데 뭘 심어???(아, 불길불길..)
낭월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아무리 맘이 급해도 이 녀석들을 심을 때는 아직...
갑자기 왜 이러시나.... 했다.
연지 : 걱정말거라. 동네 친구들이 모종을 줬다.
낭월 : 엉? 자기네들 심을 일이지 그걸 왜 줘?
연지 : 첨에 모가 자라지 않아서 다시 붓는 바람에 남았댜~!
낭월 : 아니, 모종이 남았으면 데쳐서 반찬을 해 먹을 일이지~~~
연지 : 우리 모종이 아직 어리다고 했더니 고맙게 주네...
낭월 : 고..맙...? 그래, 고맙네.....

웜매~~~ 징글징글한 거~~~~!!!
엄청시리도 얻어 왔구먼....
못된 예편네.... 들... ㅋㅋㅋ
밉다 미워.

웃지 말거라 이놈들아~~!!
내가 왜 네놈들을 땅에 심어줘야 하는데????
낭월 : 이놈들아, 왜 너희들이 선택된 지나 아느냐?
들깨 : 그럼요. 알죠. 알고도 남죠.
낭월 : 그래? 왜?
들깨 : 그게 우리의 생존전략이죠.
낭월 : 뭔 전략?
들깨 : 어떤 가뭄에도 죽지 않고, 무성하게 살죠.
낭월 : 그렇....긴... 하지...
들깨 : 인간들만 좋아하죠.
낭월 : 왜 그렇지?
들깨 : 우린 우리의 향을 갖고 있거든요.
낭월 : 그건 어떻게 만들었냐?
들깨 : 수천 만년을 진화하면서 성공한 향료작전이었죠.
낭월 : 근데 왜 너희들은 벌레도 먹지 않냐?
들깨 : 향 때문이죠. 그 녀석들에게는 푸세식향이거든요.
낭월 : 이렇게 좋은 향이?
들깨 : 그럼요. 그래서 인간이 우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호호~
낭월 : 그래, 성공을 축하한다~~!!
들깨 : 그나저나 워쩐대요? 선비님 고생을 시켜서.... 호호호~

아.... 마지막 교정을 넘겨야 하는데....
그 순간, 밭에 갈 수 없는 이유가 100가지 떠올랐다.
그러나 말을 만들지 못했다.
도리 없이 끌려 가는 수밖에....
연지 : 요래 오래 꾸미기나 해라.
낭월 : 고맙구로~

어쩔 수가 없으면 즐겨야지....
그래 까이꺼~! 하는 척이라도 하자. ㅋㅋㅋ

모녀는 열심히 심는다.
들깨 들의 생존전략에 완전히 이용당한 줄도 모르고....
못 먹고 살아서 심으면 불쌍하기라도 하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것도 운명이려니......

이장님께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하라고 일껏 했다.
그런데도 그 말은 하지 않은 모양이다.
농사를 하지 않으면 농민직불금이 안 나온단다.
그래봐야 몇 푼이나 된다고....
근데, 이장님은 또 생각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신청을 한 모양이다.
참말로~~~~~ 내가 울고 싶을 때가 딱 두 번 있다.
바로 요때랑 가실에 들깨 벨때. ㅋㅋㅋ

그래 운동삼아서 하면 되는 겨...
운동 삼아서....
운동...

아무리 뇌에게 그렇게 시켜도 반발한다.
운동과 노동은 다른 거라지.... 참 내....

넓기도 하다.
일을 할 때만 유난히 더 넓어 보인다.
이 고랑탱이 밭뙤기를 누가 산다고 하면...
바로 팔어버리면 제일 신명날 것 같은데....
그래도 연지님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농부의 딸이 아니랄까봐...
뭐여? 난 농부의 아들이 아닌겨?
근데 왜 서로 생각이 다른지 몰러......

하나, 둘, 세엣, 네....
아이구 두 다랭이가 40이랑이네....

아싸~!
또 두 이랑 꾸몄다. 이제 서른 여덟 이랑 남았다....
원제 다 헌댜....... 참 말로....
요놈의 들깨 놈들 땜에... 이 고생을....
식물은 동물을 부려먹는다는 이 자연의 법칙
식물이 음이면 동물은 양이지.
사람들은 자기를 세뇌시키지....
동물이 식물을 지배한다고....
그렇게 속아서 산다.
식물에게 이렇게도 철저하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옛날 생각이 난다.
보리밭에 보리 베어내고 깨를 심을 적에....
비료와 깨를 뿌리고는 곰배로 덮는 일은 주현이 몫이었다.
당시는 낭월이 아니었싱게.... ㅋㅋㅋ
곰배라고 아실랑가..... 모르겠네....
그에 비하면 이 열두 발 쇠스랑은 최첨단이다.
가볍지, 곱게 다듬어지지....
근데, 진짜 열두 발이 맞어? 하나, 둘, 셋... 맞네...

꾀나서 더 못하겠다...
그 사이에 모녀는 작은 밭뙤기는 거의 다 심었네..
참 사람 손이 무서운겨...
눈은, '어버이~ 언제 다 헌댜~~~' 하면
손은, '놔둬라 내 하꾸마~~'한다고.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지....

틀림 없는 말씀이다. 줄면 줄지 절대로 느는 법은 없다.
그래서 손의 위력이다. 집을 짓고, 다리를 놓고, 모를 심는 손...
인간이 위대한 것은 이 열 손가락이 붙은 손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손이다.

축구장 열 개 크기로 보이던 밭도 점차 메꿔져 간다.
연지 : 나눠서 놔줘, 그것만 하셔.
낭월 : 그래 알았다.

그렇게 해서 다 나눠놨다.
그 순간 갈등이 살짝 생긴다....
얼른 도망가고 싶은데....
연지님과 금휘가 일하고 있는데....
이게 가장이 할 짓인가.... 싶은 양심....
그래서 그냥 앉아서 두어 포기 심었다.
연지 : 고마 가거라.
낭월 : 참 말이가?
연지 : 그래 많이 했네.
낭월 : 내가 도망가는 건 아니지?
연지 : 아녀~ 수고 많았구먼.
낭월 : 그럼 난 간데이~~
연지 : 가서 밥통에 전기나 눌러.

행여나....
맘이 변할까봐...
부리나케... 튀었다.

어느 회원님 보이소~
이래도 내가 들깨 안 심은 겨?
심은 거 맞지? ㅋㅋㅋㅋ
이제 가을이 되기 전까지는 해방이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