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외소득(望外所得)

때론 생각지 못한 소득도 있는 법이다.
옥마산을 다시 찾은 것은 50여 일 만이군....
그때는 다랭이 논의 풍경이 예쁘대서 찾았는데
지금은 하늘이 예뻐서 맘이 동했다.
그리고 1시간 여를 달려서 도착한 옥마산에는
이벤트가 막 벌어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지 싶었다.
그런데....
그런데, 하늘로 날아오르지를 못한다.
진인사(盡人事)를 했더라도....
대천명(待天命)이다.
야속하게 축~ 쳐진 바람표시기.......
지금은 날 수가 없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은 까닭이다.
기다려야 한다.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하늘을 날아보고 싶은 소년의 마음은
이미 한 마리의 새가 되었다.
그렇건만.....

'아직은.....' 이라고 풍신(風神)이 말한다.
풍문(風門)을 떠올린 것은 이 장면으로 인해서이다.
"도토리 나무야 도토리 깍정이 하나만 주렴"
"바람에게 부탁해봐~!"
"바람아 바람아 힘치게 불어주렴"
"네 깃털 하나만 주면~"
문득 어려서 읽었던 교과서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엄마 닭은 도토리 깍정이가 있어야
아기 병아리에게 물을 먹일 수가 있었다던가.....
엄마와 아들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려고 준비하는 모습과 겹쳤다.
"바람아 바람아, 그 문을 힘차게 열어 주렴~!"
바람의 문이 닫혔다. 문이 열리질 않는다.
바람의 문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어린 소년은 조바심이 났다.
"우선 날아보는 연습을 할까?"
"예~!"

소년의 마음을 알고는 뻘쭘하게 서서 마냥 기다리던 조종사가
뭔가는 해야 하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던가 보다.

잠시 불어오는 미풍(微風)을 의지해서 살짝 떠 본다.

그것 만으로도 소년은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다시 하염없는 기다림.....
기다림....
기다...
마침내 소년은 포기를 했다. 더 기다리지 못했다.
문득, 바람을 견딘 나무와 못 견딘 나무 이야기가 떠오른다.
소년은 장비를 벗었지만 엄마는 기다렸다.
엄마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바람의 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걸.
그러나 어린 아들에게 더 기다리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묵묵히....
'화들짝~~~~!!!'
갑자기 바람의 문이 열렸다. 순식간이다.
기회는 기다린 자에게 오는 것이 맞지 싶다.
"아~~~악~~!!!"
엄마가 지른 소리는 비명이 아니었다.
기대감, 설렘, 두려움, 그리고 성취감의 합성어였다.
그렇게 외마디의 외침을 풍신(風神)에게 올리고는....
허공으로 두둥실~~~~ 떠 올랐다.

그 순간, 아들을 생각했을 게다.
'아들아,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아들은 아들이고 나는 나다....
엄마는 그렇게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아들을 뒤로 하고
자신의 하늘로 날아 올랐다.

서해를 바라보면서 바람을 타고 바람신에게 내 맡겼다.
맡기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자동차에게 맡기지 않으면 집을 나설 수가 없고,
아내에게 맡기지 않으면 밥을 한 숟가락도 먹을 수가 없다.
경찰에게 맡기지 않으면 밤길도 나설 수가 없듯이...
파도에게 맡기지 않으면 어부는 출항을 할 수가 없듯이...
바람에게 맡기고 허공을 향해서 날아오르는 엄마를 보면서...
낭월의 마음도 함께 날아 올랐다.

며칠 전에 한 제자의 말이 떠올랐다.
제자 : 스승님, 간지(干支)를 어떻게 믿습니까?
낭월 : 그냥 간지에 맡기세요.
제자 : 오늘이 계유일이 아니라 갑술일이 될 수도 있잖습니까?
낭월 : 그냥 계유일에 맡기세요.
제자 : 맡기려고 해도 자꾸만 의심이 됩니다.
낭월 : 그럼 공부를 접고 돌아가세요.
제자 : 아니, 그게 아니라.....
낭월 : 허공을 날으는 사람은 낙하산을 믿습니까?
제자 : 물론이죠. 생명줄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낭월 : 사주공부를 하는 사람은 간지를 믿습니다.
제자 : ........
과연, 낭월의 말 뜻을 알아 들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강요를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냥 스승을 믿고 열심히 공부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에
간지를 믿고 허공을 향해서 뛰어 오를 때가 오는 법이다.

낭월은 그것만 알 뿐이다.
다만, 속으로 '빙그레~' 미소를 짓는 것은,
낭월도 옛날에 다 해 본 의심덩어리였다는 것.
엄마는 조종사에게 맡기고,
조종사는 패러글라이더에게 맡기고,
패러글라이더는 바람에게 맡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면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문자 : 깨달음을 얻으셨습니까?
답자 : 그런 것 같네.
문자 :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습니까?
답자 : 그냥 내 맡기고 있으면 된다네.
문자 : 그러다가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어쩝니까?
답자 : 그래도 할 수 없다네.
문자 : 인생을 망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답자 : 그렇다네.
문자 : 참 성의없는 답변이신 것 같습니다.
답자 : 나도 모르는 순간에 깨달음이 오더군.
문자 : .....

그렇게 바람과 함께 두둥실~ 날아다니던 엄마는..
점점 지면과 가까워지는 풍경조차도 즐겼을 게다.

마치,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아 온 것처럼....
아쉬움과 그리움의 교차점에서
그 순간조차도 맛나게 즐겼을 게다.

마악,
지면에 도달하기 1m전의 마음은 어땠을지...
그것이 궁금했다.
무심한 잠자리들은 짝을 찾아서 허공을 날고 있는데...

그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바다에 파도 하나가 일었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그리고 그 체험은 오래도록 가슴에서 물결치겠지.....
"엄마 만나러 가야지~!"
소년을 담당했던 조종사가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고요에 휩싸인 옥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