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울릉도⑥ 행남해안로(杏南海岸路)
2018년 6월 12일
드디어, 울릉도 여행 마지막 날이 되었구나. 오늘 오후 2시에는 저동에 가서 돌아가는 배를 타야만 한다. 어제는 그렇게도 구적거리던 날씨도 오늘은 맑음으로 표시가 되는 어플을 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즐겁게 보내자는 생각으로 새벽에 일어났다.

3시 반쯤 잠이 깨어서 살금살금 자리를 빠져나왔다. 오늘의 목적은 행남해안산책로를 천천히 걸어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같이 갈 필요가 없는 것은, 이미 첫날에 같이 중요한 부분은 둘러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렌즈 두 개를 챙겨넣고 나섰다.
챙긴 렌즈는 12-24와 24-105였다. 이 두 개면 웬만한 여행에서의 풍광을 담는데는 아쉽지 않았다. 예전에는 24-240으로 누비고 다녔는데, 새롭게 나온 렌즈의 화질이 좋다는 말에 혹해서 105-240의 영역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잘 한 것으로 봐도 되겠다.
새로운 화초들이 보이면 담아 보려고 90마크로렌즈와 링플레시도 챙기긴 했지만 쓸 일은 없었다. 다음에도 배낭여행을 한다면 이 렌즈는 빼는 것으로 해도 되겠다.

한적한 길은 낮의 차량과 선거운동 확성기의 소란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호젓하게 발자국 소리가 벽에 부딪쳐서 돌아오는 것을 들으면서 걷는 새벽길의 상쾌함이라니~!

어촌에 가면, 반드시 새벽에는 길을 나선다. 일출을 담을 환경이라면 삼각대를 챙겨야 하지만 오늘은 일출은 논하지 않는다. 아마도 구름으로 인해서 보기도 어려울 것이지만 그것으로부터는 마음이 떠나 있었다. 그냥 밝아오는 행남길의 풍경을 조용히 즐기고 싶었던 것이 전부였다.
아직은 깊은 어둠 속에 빠져있을 시간인데도 배턱에는 이미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이것이 어촌에서만 만날 수가 있는 풍경이다. 비록 어판장은 없을지라도 어선이 들어오는 풍경은 항상 삶의 활기가 느껴진다.

언제나 그 시간에는 불이 켜져 있는 곳이다. 해양경찰. 어선의 출입을 관리하느라고 가장 먼저 잠이 깨는 곳이고, 밤을 지키느라고 잠들지 못하는 곳이기도 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낮같이 불을 밝히고 어선에서 오징어를 들여가고 있는 풍경을 만났다. 벌써 새벽 배가 들어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행남해안의 산책로만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이렇게 새벽을 여는 풍경들 조차도 행남해안의 일부분임이 분명할 것이다.

어제는 나리분지를 나대고 다니느라고 바빴는데, 오늘 새벽에는 둘러 볼 곳을 다 둘러본 다음이라서 한가롭기만 하다. 북쪽으로 둘러봤던 이야기는 유람선과 함께 마무리를 하려고 아껴뒀다. ㅋㅋㅋ

우선, 부두에서 오른쪽 해안로를 둘러보기로 했다. 날이 샐 동안 짧은 거리를 먼저 가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 되어서이다.
위험을 대비해서 항상 준비해 놓은 철문이다. 이 문을 보는 순간에 요즘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 떠올랐다.
《두드리지 마라 문은 열려 있다》라는 책이다. 오쇼 라즈니쉬의 도덕경 강의인데 나름 재미있어서 짬짬이 들여다 보고 있는 책인데 열린 문을 보니 그 생각이 난다.

해안의 길은 행남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나마도 먼 동이 틀 무렵, 이내 막혀버려서 더 갈 수도 없었다. 이것은 문이 잠긴 것이 아니라 폐쇄였다. 용접으로 붙여버린 것은 문이 아니라 벽이었다. 벽과 문의 차이는 열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그러니까 길은 예전에 있었지만 지금은 허물어져서 통행을 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일 게다. 그래서 전혀 아쉽지 않은 발길을 돌렸다. 어둠이 걷히고 있는 새벽의 파도소리가 정겹다.

저만치서 밤새워 잡은 어획물을 싣고 바삐 들어오는 어선도 마음은 급할 게다. 어서 배를 풀어야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밤새운 노동으로 심신이 지쳤을 테니까.

어느 식당 아지매가 그랬다. 울릉도에서 잡히는 것은 새우와 오징어 뿐이라고, 물론뿔소라나 따개비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 나머지의 모든 것은 육지에서 들여온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한 것이다.

온통 먹물 투성이의 오징어들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오늘도 일이 있어서 행복한 순간일 게다. 세상에서 제일 안타까운 것은 일로 힘든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이 없다는 것일 테니까.

비린내를 맡았는지 갈매기들이 또한 일찍 잠이 깨어서 배 주위를 선회하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갈매기가 먹이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맞지 말이다. ㅎㅎㅎ
그래서 갈매기는 일찍 일어나고, 벌레는 늦게 일어나는 모양이다. 저마다 살아가는 생존의 방법이 있기 마련인게다.

열심히 다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면서, 이 시간에 카메라나 둘러메고 어정거리는 낭월을 '팔자 좋은 양반'이라고 하지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먹고 살려고 일찍 일어나는 것과, 재미있으려고 일찍 일어나는 것의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
間隙)이 있을 수도.....

남들은 먹고 살려고 바삐 일하고 있는데 기웃거리고 있으려니.... 그래서 괜히 눈치가 보이는 것 같아서 얼른 자리를 떴다. 그리고 이미 박명(薄明)을 벗어난 시간에, 새벽의 여명(黎明)도 걷히고 아침의 빛으로 채워진 하늘을 보니 마음이 조금은 바빠진 탓도 있었을 게다. 여명보다 더 밝은 아침은 뭐라고 하지? 조명(朝明) 정도? ㅋㅋㅋ

도동항의 상징물을 다시 찍은 것은 재미있는 그림이 겹쳐서이다. 앞에서 산책하던 사람이 갑자기 허리굽혀 펴기를 하는 바람에 절묘한 타이밍을 만나게 된 까닭이다.
이런 사진을 찍어놓고는 이름을 붙인다. 「찰나의 순간」이라고. 물론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에 붙은 이름이기는 하지만, 저러한 자세도 여기에서 만났기에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니깐, 이런 장면에 사용해도 안 될 것은 없겠지? ㅋㅋㅋ
낭월도 갈매기처럼 일찍 일어나니까 이러한 이미지도 하나 얻어걸리는 게다.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룰 잠시 후가 된다면 이런 그림도 재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동항 전망대에서 조금 전에 둘러 본 방향을 건너다 본다.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의 기운에 기지개를 켜는 듯한 풍경은 이 시간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빛의 흐름을 느끼기에는 이보다 좋은 시간도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음양을 표시한 조형물이라고 우기는 낭월이다. 바탕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음(陰)이고, 위에서 내려보고 있는 것은 양(陽)이기 때문이다. 이 조형물이 태극을 상징하든 독도의 돌고래를 상징하든 그것은 만든이의 마음일 뿐이고, 감상하는 이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을 할 수가 있는 것도 예술품인 까닭이다.
「대한민국의 새벽을 여는 독도」는 좀 어색하다. '도동'을 잘못 썼겠거니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니면, 독도에 세우려고 만들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여기에 세우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다만.....

여행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판은 아무리 넘쳐도 과하지 않다.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가면 된다는 뜻이니 글자를 몰라도 알아볼 수가 있지 싶다. 영어는 한 글자도 안 보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외국인도 더러 보이던데.... 싶은 생각이 퍼뜩 들기는 했다.

계단을 올라서면 앞이 탁~ 트이는 장면과 만나게 된다. 바로 이 시간의 풍경이야말로 하루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설레게 하는 장면이다. 채 열리지 않은 밝음과, 아직 어둡지 않은 시간의 만남, 음양이 교류하는 시간, 음양이 공존하기도 하는 시간. 그래서 토(土)이다.
토(土)의 아래에 있는 것[一]은 수평선(水平線)이고, 위의 도[十]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시간이다. 해가 솟아 오르면 이미 양기(陽氣)로 가득채워지기 때문에 음기(陰氣)는 숨어들어서 다시 저녁의 이 시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열십(十)을 도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역에 말하기를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一)은 음(陰)이 되고, 곤(丨)은 양(陽)을 나타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낮이 한 번 되고, 다시 밤이 한 번 된다.'고 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생각하면 밤과 낮은 동시에 교차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본다. 어느 것이 맞을까....?
물론 같은 토(土)의 시간이라도, 저녁보다 아침이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은 휴식을 취한 관찰자의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일게다. 이러한 장면을 알기에 새벽에 잠의 늪으로부터 가볍게 탈출을 할 수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당부 말씀이란다. 이런 것도 읽어보는 것은 여유롭기 때문이다. 바쁠 적에는 쓰윽 훑어보는 것만으로 읽은 양으로 하고 그냥 지나치기 마련인데 말이다. 새벽의 여유로움이 여기 저기에서 묻어난다.
"앗~! 우째 이런 일이? ㅋㅋㅋ"
문이 잠겼을까?
문이 닫혔을까?
다른 행인들이 없어서 낭월이 놀고 있는 것이다. 붙들어 매어 놓은 고리를 풀어서 닫고 사진 한 장 얻었다. 그리고 오쇼젠 타로 카드에서 겹치는 장면과 함께 기억 속에 저장을 한다.

'소외감'이라는 이름으로 풀이를 한 카드이다. 대만식은 국외인(局外人)이다. 적절한 번역이라고 봐도 되지 싶다. 원래의 이름은 'THE OUTSIDER'이다. 아마도 서로 통하는 뜻이겠거니 싶다.
문이 닫혔다고 지레짐작을 하지 말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앞에서 떠올랐다는 책의 이름을 다시 거론하자면, '문은 잠기지 않았다.'는 것이 정답이다. 스스로 잠겼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잘 보면 잠을통이 열려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만 선입견으로 인해서 문을 열지 못하고 배회하는 얼마나 많은 수행자들이 있을까..... 싶다.

행남해안산책로를 지도에서 찾아봤다. 실상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데 그 과정의 풍광이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발길을 다시 부르는 울릉도만의 절경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놀았으면 원상복귀를 해 놔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행남해안로이다.

친절한 안내판도 휘둘러 본다. 근데 여기에서는 이름이 '도동 해안 산책로'라고 되어 있다. 뭔가 통일감이 없어 보이는 것은 그냥 되는대로 이름을 붙여서일까? 여행객에게는 통일된 이름도 질서가 있어 보일텐데.... 싶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이야기의 메인컷이다. ㅋㅋㅋ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하루의 장사를 시작하려고 출근하는 모습이다.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손님을 맞이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인지를 점치면서 출근하고 있는 길 일게다.
매일 아침 보는 그들의 행남 해안은 또 어떻게 보일까? 맨날 보니 그것이 그것일까? 아니면, 항상 새로운 풍경일까? 물어보진 않았지만 둘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짐작만 하면서 스쳐 지나갔다.

'바위 틈'이라고 해도 좋고, '바위 굴'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길을 만들어 놨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접근할 방법이 배를 타는 것 말고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풍경은 대만의 화련에 있는 태로각을 떠오르게 한다. 청수해안 절벽과도 흡사하다. 여행을 많이 다니면 이렇게 어느 장면을 만났을 적에 비교할 대상이 떠오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겠다. 그러면서 메뉴에 풍경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다.
①청수단애(淸水斷崖)
②태로각(太魯閣)
③행남해안절벽(杏南海岸絶壁)
아직 중국 화산(華山)을 못 가봤다. 그곳을 가게 되면 또 ④화산장공잔도(華山
長空棧道)를 하나 추가하게 될 것이다. 닮은 듯 다른 풍광들로 인해서 기억의 창고는 더욱 풍요로워지는 흐뭇함으로 이미 행복이 가득한 걸음걸이다.

잔도는 아니라도 다리가 나타났다. 첫날은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초행길인 셈이다. 느낌으로는 이미 화산잔도이다. ㅋㅋㅋ

음... 걸음이 조금 빨랐나 보다. 웬만한 것은 그냥 휙휙~ 지나쳤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이따가 되돌아 오면서 다시 찬찬히 볼 요량이다. 어쩌면.... 일출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1%의 가능성이 발걸음을 재촉한 까닭이다.

행남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오래 전에 있었던 마을의 살구나무가 이름의 근원이 되었었군.

길가에 지도가 보일 적에는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은 '현재위치'이다. 행남등대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유감스럽게도 통행불가의 지점이 있다는 것. 그래서 저동까지 갈 방법은 없다는 것인데, 허락하는 만큼만 누리면 되는 것이 여행자의 길이다.

등대로 가는 길은 해안을 벗어나서 언덕을 오르는 구조이다. 튼실해 보이는 해송들 사이로 모위 잎을 닮은 풀들이 바닥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는 틈사이를 지나간다.

도동과 행남등대로 갈라지는 표지판이다. 이제 거의 다 올라왔다는 이야기이겠거니 싶다.

그리고 이내 갈라진 절벽 사이로 저만치 저동항의 촛대바위가 보인다.

이정표는 살아있으되 길은 사라졌다. 길이 사라졌으면 이정표도 사라졌던가, '통행불가'라는 것이라도 하나 붙여놔야 하겠는데 다소 성의가 부족해 보이는 안내판이다.
혹시나 싶어서 몇 걸음 가 봤지만 이미 초목이 꽉 우거져서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오죽 위험하면 통행금지라고 해 놨을까 싶어서 더 이상 없는 길을 찾지 않는 것일 옳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보다도 아직도 도달하지 못한 등대를 향해서 가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최선의 목표였다. 저만치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등대이지 싶었다.

「도동 항로표지관리소」이다. 그렇다면 행남등대가 아니라 도동등대라고 해야 맞는 거 아녀? 이름들이 현실감이 없이 뒤범벅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강릉에 사는 어느 여인이 와 봤더라면 분명히 한 마디 하고 말겠다는 생각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ㅋㅋㅋ

깨끗하게 지어진 건물은 관리자들이 머무는 집이겠거니 싶었다. 지붕 위로 보이는 것이 행남등대이겠군. 행여 올라가는 길이라도 열어 놨으려나.... 싶은 기대감도 10%는 있었다. 아침 일찍이니까 혹시 관리자들이 청소라도 한다면 슬며시 밀고 올라가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기대감이랄까....

그러나, 그건 그냥 아무진 꿈이었을 뿐.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잠겨 있었으니 그것은 벽과 같은 셈이로구나. 이번에는 문에 대한 이야기가 많군. ㅎㅎ

그래도 혹시나 하고 문을 두어 번 흔들어 보고는 이내 전망대로 발길을 돌렸다. 안전하게 난간까지 잘 만들어 둔 것을 보니 또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기분은 계속 좋았던 것이 맞지. 어차피 문이 열려 있을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ㅎㅎㅎ

갑자기 시야가 확~ 열리면서 망망대해와 저동항이 들어온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죽도(竹島)겠구나. 촛대바위도 보이고, 항구에는 여객선도 정박해 있군.... 하늘의 구름도 예쁘고 이렇게 감상을 하면서 위치를 저장했던 것이 생각나서 라이트룸에서 위치확인을 해 본다.

여기에선 26장의 사진을 남겼구나. 더 찍었더라도 보정하면서 정리하고 남은 사진의 개수를 말한다. 사진의 오른쪽에 위치표시는 이따가 아침 먹고 유람선을 탔을 적에 찍은 궤적이다. 섬 일주의 이야기는 마지막편에서 정리할 참이다.
근데, 구글지도에서는 도동등대로 기록이 되었나보다. 여하튼 참 기록이 왔다갔다 하는 것은 맘에 들지 않는 구먼. 아무리 이름이 이름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규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런 것도 통일시켜놓지 않은 것을 보니까 울릉군수님도 참 바쁘긴 바쁘신 모양이다. ㅋㅋㅋ

이런 때에 사용하라고 폰에는 파노라마 촬영기능이 있으렸다~! 즉시로 3번 돌려서 한 장 건졌다. 고맙게도 뒤따라 오신 아저씨가 모델이 되어 주셨으니 이것도 여행자의 복이다. 좀 크게 저장했으니 클릭해 봐도 되지 싶다. ㅎㅎㅎ
시원한 풍경을 실컷 감상하고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어느 식당의 장난(적어도 목숨이 걸린)으로 보이는 이정표로 인해서 조금 돌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굳이 탓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그냥 넘어간다. ㅎㅎ

암튼, 1박2일의 영향력은 대단한 모양이다. 이렇게 커다란 벽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도동등대에 대한 안내도 잘 했다. 지금의 그림과 다른 것으로 봐서 건물을 짓기 전에 찍은 사진인가 싶기도 하다. 환경이 바뀌었으면 사진도 바뀌어야 할텐데 그럴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도처에서 해 볼 흔적이 있어서 고개만 끄덕끄덕...

먼동에 황금빛의 물이 드는 걸로 봐서 해는 솟았나 싶다. 물론 구름 속에 있을테니까 상상으로만 그림을 그리면 된다. 원래 볼 수가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것이 그림이니깐. ㅋㅋ
하늘도 절반은 맑고 또 절반은 구름이다. 이것도 음양으로 보는 것은 쉽다. 문제는 왼쪽이 양이냐? 오른쪽이 양이냐는 것이다. 어디 벗님의 음양관(陰陽觀)은 어떠실까? 그냥 상상만 해 보고 지나간다.

이제 완전히 밝아져서 제대로 사물이 보인다. 그렇게 다시 되짚어 오면서 살펴보니까 지나가면서 보지 못했던 것도 눈에 들어온다. 붉은 지층처럼 된 바위도 특이한 풍경이다. 지질연구회에서 노력을 한 흔적이 돋보이는 행남해안길이다.

'이그님브라이트'란다. 생소하지만 부연설명하는 그림까지 곁들인 정성이 고마워서 애써 이해를 해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설명을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식신형 벗님을 위해서 좀더 크게 저장해 본다.

훨씬 낫군. 녹아서 뭉쳐진 응회암(
凝灰岩)이란다. 응회암이라고 하거나 무슨? 그래, 이그님브라이트라고 하거나 같은 말이구나. 이그님브라이트... 이그님브라이트.... 지나는 길에 한 번 중얼거려 본 들. ㅋㅋㅋ
이제는 지질공부를 하는 시간이다. 지형도 재미있지만 지질도 그에 못지 않게 재미있다는 것을 이번 여행길에서 또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리오름의 알봉은 지형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화산활동의 화석을 안고 있는 모습은 지질이라는 이야기네.... 그 바람에 응회암을 하나 또 알게 되었으니 재미있구먼..
화강암. 편마암, 석회암이 주로 많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더해서 이암, 사암 등등은 옛날 초등학교의 자연 시간에 배웠던 것이 기억나는데, 오늘 또 바위 사전에 단어 하나를 추가했으니 수지 맞았다.

뭔가 알고 다시 바라보니 더욱 오묘하다. 그러니까 잿빛은 화산재가 되는 것이고, 붉은 층은 흡사 황토맥처럼 보이지만 바위이다.

울릉도의 화산은 250만 년 전부터 시작되어서 5천년 전까지 폭발한 화산이었고, 독도는 460만 년 전부터 생겨서 250만 년 까지 이어졌다고 하니까 독도가 한참 형이로군. 그야말로 까마득한 세월을 그렇게 그 자리에서 변화하고 있었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고금(古今)을 내왕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래서 행림해안길은 매력덩어리라고 하는 모양이다. 단순히 생긴 모양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세상도 보여지는 것 못지 않은 정보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겠거니....

암벽을 끼고 만들어 놓은 길도 자연과 잘 어울린다. 길을 만드느라고 고생도 많이 했을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짐짓 들기도 한다. 너무나 편안하게 걸음을 옮기는데는 그만큼의 노고가 깃들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신기한 장면을 만났다. 시골의 산모퉁이에서 만남직한 풍경이다. 적어도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거, 잘못 딛으면 자갈이 빠지겠잖아.. 조심해..'
그래서 항상 말하는가 보다.
'눈을 믿지 말거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안 보이는 세계가 더 클 수도 있다.'

순간적으로 손을 가져가 본다. 자갈 하나 빼어 보려고. 그리고 움찔한다. 이건 바위였다. 진흙더미에 끼인 자갈이 아니란 말이다. 아무리 손끝이 눈에게 말해도 눈은 믿어지지 않는 눈치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다.
'손에 쥐어 줘도 모른다.'
손으로 만져보고서도 믿지 못하는 얼뜨기에게 던지는 조소일게다. 손끝에서 분명히 바위라고 인식을 하는데도 눈길은 자꾸만 의혹이 남는다.
'정말.....?'

'막대기로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은데 이게 바위란 말이냐?'고 자꾸만 반문을 한다. '직접 자기 눈으로 안 본 것은 믿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눈으로 본 것 조차도 믿지 말거라~!'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에서 깨닫는다. 오늘 아침에 또 그 깊은 이치를 조금이나마 느낀 것 같은 포만감이 뿌듯하게 하는 듯.... 그나저나. 뭐라고? 이그님브라이트? 그래 이그님브라이트, 그보다는 응회암이 훨씬 낫군. 응회암. 이그님브라이트... 그래봐야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겠지만. ㅋㅋㅋ

하나를 알면 둘을 알고 싶어지는 것이 지식사태(知識沙汰)인 모양이다. 눈사태만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이다. 알면 또 알고 싶고, 또 알면 자꾸 알고 싶고, 그래서 점점 지식의 창고를 채워가는 것이겠거니.... 그러다가 창고가 가득차면? 그러면 또 하나씩 버려가면 되지~!

어? 이건 또 뭐라는 거야? 재퇴적쇄설암? 그럼 이건 응회암이 아니란 소리네? 어설프게 알면 항상 헛소리를 하게 된다니깐. 그러니까 조금 전에 지나친 곳의 암석도 응회암이 아니라 재퇴적쇄설암이란 말이었군. 그렇다면 다시 수정. ㅋㅋㅋ

아이구, 아무렴 워뗘. 현무암, 조면암, 응회암 등이 엉켜있다니까 응회암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구나.

잠시 길을 멈추고 기다렸다. 앞에 가던 두 여인이 계단의 끝에 다다르기를. 그러다가 샷~! 움직이지 않는 자연에서는 움직임이 예견되는 인물이 포함되면 훨씬 생동감이 들기 때문이다. 마치 보물찾기와 같은 느낌도 있고.

계단을 오르다가 뒤돌아 보니까, 조금 전에 낭월이 섰던 그 자리에서 한 아저씨가 DSLR카메라를 들고서 기다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영문으로 썼다고 해서 어렵게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큼직한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하튼 왜 그랬을까? ㅋㅋㅋㅋ

카메라를 들고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느껴지실랑가 모르겠군. 그래서 알았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인 게다. 낭월이 그 자리에서 계단의 끝에 오르기를 기다렸듯이 그도 또한 그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바로 그 자리에 서서 카메라로 바다를 향해서 헛샷을 날렸다. 그래서 그 사진가도 만족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다.
사진가의 마음은 사진가가 알아주는 법이다. 그냥 지나가는 뒷모습보다는 바다를 향해서 사진을 찍는 인물의 실루엣이 더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아저씨도 알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바다를 찍을 장면은 아니었다는 것을... ㅋㅋㅋ
이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이다. 그야말로, '돈이 드는 일도 아닌데 까짓거~!'

햇살이 암벽을 타고 돌아온다. 이제서야 아침이 된 모양이다. 그와 더불어 사진놀이도 다 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갈매기들의 바위살이도 슬쩍 봐가면서 행남해안길의 마무리한다.

아쉽지만, 또 언제 와보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느낌을 사진으로 담았으니까 사진이라는 코드를 통해서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면 끝이다. 그리고....

출발하면서 봤던 음양상을 만났다. 시간이 6시 57분인 것을 보면, 약 두 시간 정도를 즐거운 나들이로 보낸 셈이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어서 행복했다. 다리가 성하다는 것도 감사하고, 셔터를 누를 손가락에 수전증이 없다는 것도 감사하다.
온통 감사할 것들 투성이인 것은 지금의 이 순간들이 행복하다는 이야기라는 이야기겠거니.... 이제 연지에게 전화해서 아침 먹게 항으로 내려오라고 해야 겠다. 그리고 유람선을 타도록 예약하는 것이 좋겠다. 오전에 유람선을 타면 알뜰한 시간이 되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