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가 보인다.

감꽃은 참 수줍다.
함박꽃이 활짝 웃는 것과는 반대다.
조~용하게......

지나가면서 보면...
꽃이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다소곳하게...
그나마도 커다란 꽃받침에 싸여서.....

그렇게 시골 새악시처럼....
그래서 일부러 보게 된다.
감꽃이 필 때가 되었는데....
감나무에서는 이미 만개한 것을.

감꽃은 봤지만 봉오리는 또 첨 본다.
아마도 자세히 보지 않은 탓이었을 게다.

뭐든 눈여겨 보면 또 새로운 것이 보인다.
야무지게 다문 입술.....
수다스럽지 않아서 맘에 든다.

꼭 필요한 것만 있을 것 같은....
감꽃이다.
이른 아침에 보니 더 부지런하구나.
벌써부터 손님 받을 준비가 한창이다.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활발한 벌들을 맞이해서 수분(受粉)을 해야 하겠네...

오랜 시간을 준비한 것이지만.
그 일이 진행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솜털을 벗고....
점차로 벌어지는 입술...
입 안의 꽃술이 신비롭기만 하다.

생명이란.....
자연이란.....
항상 경이롭게.....
조용히, 그렇게 진행되고 있음을....

벌을 위한 개화가 아니다.
감의 종족을 이어가기 위한 개화이다.
동물은 식물의 지배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자신이 식물을 지배한다고 착각한다.
말이 없는 자가 초고수이다.
그것은 바로 식물이다.
문득, 어린 시절....
감꽃을 주워서 실에 꿰어 목걸이 하다가
하나씩 따먹던 기억조각....

달콤한 꿀 한 방울의 유혹이다.
식물의 치밀한 작전이다.
그래서 을목(乙木)이다.
그래서 정재(正財)이다.
그 계산은 오류가 없다.

조우(
遭遇)하는 순간.
자연은 살아있음이다.
자연은 만남으로 이뤄진다.
암술과 수술....
꽃과 벌....
벌과 인간....
가을과 홍시....
홍시와 인간....
인간과.... 다시 자연....
자연교향곡이다.

그리고.....
5일 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꽃잎.....

비로소 꽃의 실체가 소상히 드러난다.
원... 참....
예쁘기도 하지....
황금항아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