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 사냥

아침에 창밖을 본 순간.
느낌이 왔다. 오늘은 새와 인연이로구나.

산비둘기 한 마리가
초파일 행사에서 흘린 음식부스러기를 먹고 있었다.
그래서 궁남지에 가면 새를 만날 줄 알았다.
이런 것을 조짐(兆朕)이라고 우긴다. ㅎㅎㅎ
그렇잖아도 400mm로 확장한 70-200렌즈의 위력을 봐야지... 싶었다.
화인이 부여에 볼일이 있는데 궁남지에 내려 드릴까요? 한다.
그래서 쫓아 나섰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서 군자처럼 배회하는 왜가리 한 마리.
아마도 아침 식사를 해결하러 나왔지 싶었다.
야생의 동물들은 주로 이른 아침부터 활동한다.
산새들도 아침에는 유난히 활발하니깐.

올커니~!
오늘은 너랑 놀아보자.
그래서 동작을 주시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그 녀석이 어느 한 곳을 집중할 적에.
뭔가 있다는 것을 감 잡았다.
나름 바짝 긴장했는데....
아차, 연속촬영모드로 해 놓지 않았구나. 싶었다.

서둘러서 연속촬영 모드로 변경하고는 다시 준비~!

그런데..... 아뿔싸~~!!
이미 그 사이에 사냥이 끝나있었다.
입에는 붕어 한 마리가 물려 있었고,

그나마도 이내 왜가리의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고~~ 아까버라~~~!! 동동동.
안타까워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 오지만
제대로 된 기회는 오로지.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에게 온다」는 것을. ㅋㅋㅋ

지나가는 부부의 인기척을 느낀 모양이다.
급히 날개가 움직인다. 옳지~~!!
먹이를 잡는 장면은 놓쳤더라도
비상하는 모습을 담으면 되지~~ 했다.

그런데,
400mm가 이렇게 가까운 줄은 또 몰랐다.
너무 가까워도 탈이긴 하다.
왜가리가 순식간에 군함조로 변했다.
셔터 속도도 1/1500s로 조정했는데 말이다.
그 바람에 뒷태는 멋지게 찍힌 건가? ㅎㅎㅎㅎ
이게 뭐야~~ 참 내~~!!

그래 제대로 뒷태다. 망사(亡寫)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겠거니...

멋지게 날아오르는 모습도 담기는 했다.
그렇지만, 부리가 보이지 않으니.....
비행기가 이륙하다가 벽에 박는 풍경이 떠오른다.
다시 인내심을 발휘해서 따라갔다.
그리고 미꾸라지를 잡아 물고 있는 장면을 담았다.

초점이 약간 나가긴 했지만....
그냥 사진도 자기 만족이니깐... ㅋㅋㅋ
다른 사람들의 동태로 봐서 또 날아오르지 싶었다.
이번엔 제대로 잡아야지.....

뒷통수만 담긴 했지만 그래도 첨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이 희한한 뒷태는 다시 한 번 만났다.
다만 제대로 풀샷이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참 특이한 사진일쎄. ㅎㅎㅎ

그래도 맘에 드는 사진 한 장은 선물해 줬다.
마침내 성공했다.
왜가리 사냥을 제대로 한 셈이니까 말이다.
왜가리는 붕어와 미꾸라지를 사냥하고
낭월은 그렇게 열심히 사냥하는 왜가리를 사냥했다.

미숙한 총질이나마 대충 겨냥이 된 셈이다.

다시 다음 사냥터를 찾아서 날아가는 왜가리...
낭월은 더 이상 쫒지 않았다.
화인이 전화가 와서이다.
준비하고 입구로 나오라는....

그래서 저 멀리....
착지하는 녀석에게 눈길만 줬다.

덕분에 잘 놀았다.
귀찮게 해서 미안하고,
재밌게 놀아줘서 고맙네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