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점등(雨中點燈)
오전의 화창한 날씨만 봐서는 오후에 비온다는 말을 못 믿는다.
오전의 행사를 잘 마치고 조촐하게 마련된 점심을 먹을 때까지도...
그렇게 즐거운 절밥을 나눴을 뿐이다.
그리고....
오후의 행사를 마치자 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변화무쌍한 날씨.
그래서 비에 맞지 않도록 새벽에 내다 걸었던 등은 모두 법당으로 모였다.
폭우가 쏟아지지 않아서 조용히 정리하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불을 밝힐 시간이 되었다.
언젠가도 그랬듯이...
법당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정성으로 밝힌 등불을 하나 하나 켰다.
하나 둘.... 고운 빛을 내 뿜는 초파일의 등불.
화재의 위험과, 촛물테러를 주의하면서...
그렇게 해서.
이번 축제의 마무리는
실내에서 이뤄지게 되었다.
이것이 무술년의 풍경으로 남았다.
등불은 아기부처에게 보시라고 하고
우린 낮에 남은 수박을 나눠 먹었다.
초여름의 빗소리가 구성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