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음(葬花吟)
간 밤에 비바람이 몹시도 불더니.....
새벽의 풍경이 자못 스산하다.
어제는 그렇게도 고운 자태를...
한 없이 뽑내더니만....
오늘 새벽에는....
바닥에서 물결따라 뒹군다.
문득.....
홍루몽(紅樓夢)이 떠오르고
임대옥(林黛玉)이 떠오르고
꽃무덤(葬花吟)이 떠오른다.
삶이란.....
하룻 밤을 머물다가
말없이 떠나는 것이려니....
조설근(曺雪芹)이 본 꽃 무덤이...
오늘 아침의 떨어진 꽃잎이로구나.
대충 발번역 해보는 홍루몽의 장화음이다.
花謝花飛飛滿天,紅消香斷有誰憐?
遊絲軟系飄春榭,落絮輕沾撲綉簾。
꽃이 지고 온 하늘에 흩날리니
붉은 색, 고운 향 끊어지면 누가 불쌍히 여길까?
아지랑이 하늘거리고 떨어진 버들꽃은 주렴에 앉는다.
閨中女兒惜春暮,愁緒滿懷無釋處;
手把花鋤出綉簾,忍踏落花來復去?
규중의 아가씨는 저무는 봄이 안타까워
가슴에 쌓이는 수심을 풀 길이 없어
꽃잎을 묻을 호미 들고 방을 나섰지만
차마 꽃잎을 밟을 수가 없어 오락가락...
柳絲榆英自芳菲,不管桃飄與李飛;
桃李明年能再發,明年閨中知有誰?
버드나무 새싹은 저절로 자라니
복숭아꽃 흩날리는 것은 아랑곳 없네
도화는 내년이면 다시 피어나겠지
내년에 소녀의 방엔 누가 머물까?
三月香巢已壘成,梁間燕子太無情!
明年花發雖可啄,卻不道人去梁空巢也傾。
3월의 제비는 집을 지었고
그 사이에 제비는 바삐도 오가는 구나.
내년에 꽃이 피면 쪼을 수도 있겠지만
주인떠난 빈 둥지는 저절로 허물어지겠지
一年三百六十日,風刀霜劍嚴相逼;
明媚鮮妍能幾時,一朝飄泊難尋覓。
일년 열 두달 삼백육십오일
바람과 서리가 혹독하게 몰아치니
예쁘고 밝은 얼굴인들 얼마나 갈지
하루 아침에 흩어질테니 어디에서 찾을까
花開易見落難尋,階前悶殺葬花人;
獨把花鋤淚暗灑,灑上空枝見血痕。
꽃 필 적에는 잘도 보이더니
꽃 떨어지니 찾아보기도 어렵구나
계단 옆에 꽃무덤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
홀로 흘린 눈물이 땅에 뿌려지니
마치 핏자욱 같구나.
杜鵑無語正黃昏,荷鋤歸去掩重門;
青燈照壁人初睡,冷雨敲窗被未溫。
두견이 소리도 멈춘 황혼녁
호미들고 집에 들어가 겹문을 닫네
푸른등불 벽을 비출때 초저녁 잠이 드네
차가운 빗줄기가 창을 두드리니 방도 싸늘하다.
怪奴底事倍傷神? 半為憐春半惱春。
憐春忽至惱忽去,至又無言去不聞。
이상하다 마음이 더욱 상심하는 것
봄이 반은 반갑고 반은 미움이라네
문득 찾아오면 반갑다가도 홀연히 사라지니
올 적에도 말이 없고 갈 때도 소리가 없구나.
昨宵庭外悲歌發,知是花魂與鳥魂?
花魂鳥魂總難留,鳥自無言花自羞;
願奴脅下生雙翼,隨花飛到天盡頭。
어젯밤 마당가의 슬픈 새 소리
꽃의 영혼을 위로하는 새의 영혼일까?
꽃도 새도 영혼은 머물지 못하는 것
새는 말이 없는데 꽃은 홀로 부끄럽다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 겨드랑이에 날개 생겨
흩날리는 꽃잎따라 허공으로 날고자.
天盡頭,何處有香丘?
未若錦囊收艷骨,一抔凈土掩風流;
質本潔來還潔去,強于污淖陷渠溝。
하늘 가 어느 곳에 꽃 무덤이 있을까?
비단 주머니에 고운 잎을 담아둠만 못할 터
한 무더기 깨끗한 흙으로 바람을 막아주어
본래 깨끗하게 왔으니 깨끗하게 가라고
더러운 도랑에 뒹구는 것보다 나을테니.
爾今死去儂收葬,未卜儂身何日喪?
儂今葬花人笑痴,他年葬儂知是誰?
지금은 너의 장례를 내가 치뤄주지만
나는 또 언제 죽는 날이 올런지
내가 꽃무덤을 만든다고 웃지마소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나를 묻어줄까?
試看春殘花漸落,便是紅顏老死時。
一朝春盡紅顏老,花落人亡兩不知!
봄이 저물고 꽃도 점점 떨어지니
문득 고운 내 얼굴도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하루 아침에 봄도 가고 늙어가니
꽃도 떨어지고 사람도 죽으면 서로 어찌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