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순이 왔구나.

삼발이가 떠나고....
깜순이도 안 보여서 어디론가 사라졌나 했지....
오가면서 빈 밥그릇에 눈길이 가는 것은....
채 버리지 못한 연민심일게다.....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들리는 소리....
깜순 : 스님.... 저.... 왔어요....
낭월 : 어? 깜순이 왔구나. 어디갔었어? 이 추운 날씨에.
깜순 : 그냥 맘이 울적해서..... 좀 돌아다녔어요.
낭월 : 그래도 난 이제 안 오나.... 했지.... 잘 왔다.
깜순 : 밥이나 좀 주세요. 배가 많이 고파요... 아~옹~~!!

낭월 : 당연하지. 너희들.... 아니, 네가 먹는 건데. 잠깐..
깜순 : 막상 삼발이가 가고 나니까 많이 외로워요....
낭월 : 원래, 든 자리는 없어도 난 자리는 있다더라. 왜 안 그렇겠느냐.

깜순 : 그래도 열심히 챙겨 줬는데..... 양.....
낭월 : 그래, 나도 네게 아주 쪼오끔, 야속하기도 했었느니라.
깜순 : 예? 왜....요....?
낭월 : 전에 네가 발정났을 적에 말이다.....
깜순 : 제가 뭘 어쨌길래요....?
낭월 : 난, 삼발이랑 사랑의 결실을 이루길 바랬었지....
깜순 : ............. 죄송해요...
낭월 : 아, 물론 이해 하지.... 자연은 강한 종자를 받는다는 걸...
깜순 : 그건 조상이 물려 준 본능인걸요......
낭월 : 그래도 풀이 죽어서 한쪽 구석에 있는 삼발이를 보니까.....
깜순 :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좀 본능에만 충실했죠...?

낭월 : 넌 아무런 잘못도 없느니라. 다만 내가 마음이 아팠느니라....
깜순 : 그러셨네요...... 그런 줄은 몰랐어요.
낭월 : 그래도 속이 좋은 삼발이가 다 받아주고....
깜순 : 맞아요.
낭월 :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너를 챙겨주는 것을 보면서... 많이 느꼈느니라.
깜순 : 뭘 느끼셨는데요....?
낭월 : 사랑은.... 오래, 더 오래... 참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깜순 : 그래도 너무 허망하게 떠났잖아요.....
낭월 : 앞발 하나로 그만큼 살아온 것도 장하다고 봐야지....
깜순 : 그렇긴 해요..... 미안해서 밥이 안 넘어가요...

낭월 : 괜찮다. 다 이해한다니까... 어여 먹어라.
깜순 : 같이 먹을 삼발이가 없어서 허전해요...
낭월 : 그렇겠구나....
깜순 : 서로 등도 부비고, 얼굴도 부비면서 먹을 때가 생각나요....

낭월 : 그렇겠지.... 왜 생각나지 않겠느냐......
깜순 :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낭월 : 어떻게 하긴, 떠난 삼발이는 삼발이고 산 너는 또 잘 살아야지.
깜순 : 삼발이 밥을 얻어먹을 때는 편했는데, 제가 얻어먹으려니까....
낭월 : 눈치가 보이느냐?
깜순 : 아무래도.... 좀.....
낭월 : 괜찮다. 어차피 너도 산고양인데 뭘.... 언제든 배 고프면 밥 먹으러 와라.
깜순 : 하도 배가 고파서 온 거예요. 그럴게요....

낭월 : 그래 어여 먹어라. 배 고픈 녀석을 붙잡고 하소연이 길었구나.
깜순 : 그럼 맛나게 먹겠어요.
낭월 : 그래도 널 보니 삼발이를 본 듯 하구나. 허허허~!

깜순 : 아마도 가끔은 생각이 날 거예요..... 뭐 할 수 없죠...
낭월 : 그래 왜 안 그렇겠느냐.... 그래도 왠만하면 다른 놈은 데려오지.....
깜순 : 알았어요. 다른 수컷을 데려오진 않을께요. 야...옹....

그렇게....
한 참을....
멀리서 지켜 봤다....
깜순이는 먹이를 다 먹고는
지그시 그렇게 잠시 바라보고선, 또 어디론가 떠났다.
인연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