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남쪽이겠지

어제보다는 덜 할랑가..... 싶었지만
오늘도 하늘이 희뿌연 것은.....
아직도 미세먼지가 있다는 뜻이겠거니...
오후에 잠시 주변을 한 바퀴 돌아서
눈길이 밭의 자락에 머물렀다.

봄 내내..... 여름 내내.... 가을 내내....
밥상을 풍요롭게 했던 아이들이다.
이제 혹한을 못 견디고 말라서 비틀어졌다.

뽑아서 불태우지 못한 고춧대이다.
채 자리지 못했던 늦어버린 애기 고추는
주인 아지매의 손길에서도 버림을 받았다.

그대로 말라버린 잎사귀들이 겨울 같다.
겨울을 모르는 아이들.....
남방에서는 나무였을 아이들이
북방에 적응하지 못하고 풀이 되었다가
호된 냉풍에 고스라지고 말았구나.....
영양분이 많느니..... 매우니, 덜 매우지 했지만....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 지나간 이야기일 뿐....

살아서는 고추와 가지가 엄연히 구분이 되지만..
죽고 난 다음에는 그것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따먹고 남은 가지의 꼬투리에서 그 추억을 찾을 뿐이다.

이렇게라도 사진으로 담아서 기억해 주마.
지난 여름은 너희들로 인해서 삼시세끼가 행복했구나....
그리고 내년 봄에는 또 다시 그 자리를 누군가 채워 줄 게다.
작년의 일은 다 잊어버리고
다시 짙은 자줏빛깔.... 싱그러운 초록빛깔....
가지와 고추... 자연 속의 일부분으로.....
그 자연 속의 먹거리로만 기억이 되겠지....
고향을 떠나서 고생이 많았다.
죽어서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