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땅거미
계룡산 자락이 어둠에 묻힌다.
원고를 쓰다가 잠시 산책을 나서본다.
간밤에 내린 눈은 거의 다 녹았나....
그 사이에 돼지가 도토리를 찾느라고 부시럭거린다.
낮과 밤이 서로 만나는 시간은
인간과 돼지가 서로 만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언덕 너머 이씨 할배는 여전히 잘 계시나 보구나....
서로 길이 달라서 마주할 일은 없지만.
요즘은 굿하러 오는 사람도 없는지....
꽹과리 소리가 끊긴 지도 한 참 되었는데...
그래도 가끔은 안부가 궁금하다.
몇 년 전에만 해도
할멈이랑 같이 사시더니......
홀로 그렇게......
아직은, 테레비 불빛이 보인다.
고독한 말년은 쓸쓸할테지.....
시주(時柱)에 희용신이 없으실랑가...
빛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내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노루가 고함을 지른다.
전엔 덧에 걸렸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그 녀석들의 소통하는 소리란다.
생긴 것과 소리가 연결되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