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㯑子)의 위엄(威嚴)

오랜만에 본 탱자이다.
어려서 탱자나무 울타리에 붙은 요 열매를 갖고 놀았던 기억....
호기심으로 한 번 물어뜯어보고는 십리 밖으로 던져버렸던 기억....

오늘 그 탱자를 다시 바라본다.
탱자를 멸시하는 듯한 고사(故事).....
귤화위지(橘化爲枳).
강남종귤강북위지(江南種橘江北爲枳)
춘추시대 제나라에 안영(晏嬰)이라는 유명한 재상이 있었더란다.
초나라 영왕(靈王)이 자기 나라로 초청했는데....
하도 각 나라에서 유명하고 능력있다고 하니까 호기심도 동하고..
자기의 지혜가 안영보다 뛰어난 것을 자랑도 할 겸....
영왕 : 당신 나라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안영 : 무슨 말씀이신지? 사람이 서로 부딪치다 못해 밟고 지나갑니다.
영왕 : 그런데 어찌 하필 그대와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 까닭이 뭐요?
질문 한 마디에 그 사람의 그릇이 오롯이 드러난다.
겉모습을 보니 참 볼품이 없었던게다. 그걸 비웃었더란다.
안영이 답했단다.
안영 : 원래 우리 제나라에서는 사신을 보낼 적에 그 나라의 수준에 맞춥니다.
영왕 :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안영 :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지요.
영왕 : 그게 무슨 말이오?
안영 : 신은 작은 중에서도 더 작기 때문에 뽑혀서 오게 된 것이옵니다.
골려주려다가 얼굴이 달아오른 영왕이 결박하고 지나가는 죄인을 보고 물었다.
영왕 : 여봐라 그 죄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고 무슨 죄를 지었느냐?
포졸 : 예,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혔습니다.
영왕의 하는 짓을 보면 참 유치하지만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원래 재주꾼들이다.
영왕 : 그대의 나라 사람은 원레 도둑질을 잘 하오?
안영 : 강남에 귤이 있는데 그것을 강북에 옮기면 탱자가 되는 것은 토질때문입니다.
영왕 : 그게 뭐 어떻다고?
안영 : 원래 제나라에 있을 적에는 도둑이라는 글자도 몰랐었지요.
영왕 : 그 참 이상한 일일쎄.
안영 :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배운 걸 보면 초나라의 풍토가 그런가 싶습니다.
여하튼 탱자가 귤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안영이 이렇게 말을 한 것은 탱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저급한 정신세계에 있는 영왕에게는 적절하겠다고 봤던 까닭일게다.

동글동글 노란 탱자.....
제주도에서 귤을 심을 적에는 탱자에다가 접을 붙인다.
감은 고욤에 접을 붙이듯이...
그렇게 하면 귤의 꼭지가 강해서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단다.
그 잘난 귤이 탱자의 신세를 지고 있구나...
이것이야말로 탱자의 위엄이 아니고 무엇이랴.... 싶다.
볼품이 없어 보이는 고욤과 탱자가 겹친다.
그리고 진정한 사물의 가치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