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야 끝난 거지.

들깨를 베어서 눕인 것도 하나의 시작이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러간다.
태풍 '란'이 온다는 말만 없었더라도
며칠은 더 뒀을 게다.

태풍이 흔들어 놓으면 밭에다가 깨타작을 하게 생겼다고
서두르는 연지님을 말릴 말은 없었다.
열심히 방망이 질을 하는 수 밖에는.

식구대로 붙어서 하루 종일 토닥거린 결과로
밭의 일은 대충 끝이 났다.

한쪽에선 털고,
또 한 쪽에선 묶어 치운다.
이나저나 해야 할 일이면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나마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는....
다시 옥석을 가리는 일이 남았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다행인 것은 선풍기가 있다는 것.
예전에는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가...
흐틀바람이 불면 깝데기 다 뒤집어 쓰고...

온 몸이 먼지 범벅이었지만....
뭔가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 거의 다 되어 간다.
바람 쏘여서 벌레들 내 보내고 나면
먹는 일만 남았다.

알맹이만 골랐으니 햇볕에 말려야 한다.
거의 다 말랐지만 그래도 직광으로 소독하는 것도 중요하다.
햇살의 맛을 본 놈들과 못 본 놈들의 차이라고나 할까....

알알이 튼실하기도 하다.
이것이 들깨이다.
동글동글한 것이 우주를 닮았다.

그리고 그 알갱이 하나하나에는 또 하나의 우주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참 아름답기도 하다.
조금 더 들여다 보고 싶으면 접사링(익스텐션 튜브)를 끼우면 된다.

일단 카메라에서 할 수가 있는 것인 이것이 최대한이다.
들깨 껍질에 힘줄이 보인다. 혈관처럼 얽혀있다.
카메라에서 더 크게 확대할 방법이 없으면
라이트룸에서 잘리내는 최후의 방법이 있다.

들깨의 입자가 공깃돌만큼 커 보인다.
하늘이 만든 것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또 하나의 끝이고 다시 하나의 시작이다.
하긴...
세상에 끝이 어디 있으랴...
돌고 도는 우주의 이치 앞에서
자연은 끊임없이 순환만 할 뿐이다.
내년 봄에 다시 새싹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