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몰려온단다.
다 늦은 가을에 웬 태풍인지.....
문득 찻잔의 태풍이 떠오른다.
태풍은 아니라도....
아침에 차 한 잔 마시다가.....
문득, 찻잔 속에 연못의 풍경이 보였다.
예쁜 연꽃이 만개했다.
화가의 감성에 동참을 해 본다.
숙차라서 연못의 물이 흐리군. 그렇다면...
연못에 녹차를 부으면 맑은 연못이 된다.
맑은 연못에는 잉어들이 헤엄치고 노는 구나.
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원래 물 속에서 노는 것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매화잔에 차를 조금 남기면 만월(滿月)이 돋는다.
달빛 교교(皎皎)한 매화의 풍경이라니...
풍류가락이 절로 울려나온다.
추우오동엽락시(秋雨梧桐叶落时)라
가을 비에 오동잎 떨어질 때란다.
눈이 덮인 소나무에 달이 뜨면....
송월곡(松月曲)이로구나.
내 찻잔에는 태풍이 아니라 선율(旋律)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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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일부
歸來池苑皆依舊 되돌아 온 정원 연못은 옛날 그대로네
太液芙蓉未央柳 태액지의 부용도 미양궁의 버들도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은 양귀비 얼굴이요 버들은 눈썹이로다
對此如何不淚垂 이 풍경을 대하니 어찌 눈물 아니 흐를손가
春風桃李花開日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이 만발했다가
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오동잎이 하나 둘 떨어지니
西宮南內多秋草 서궁과 남원에 가을 풀만 어지러이 우거지고
落葉滿階紅不掃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쓸지조차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