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는 동근(同根)
무슨 꽃인지도 몰랐다.
그냥 예쁜 꽃이 핀다면서 어느 신도께서 갖고 왔다.
그래서 화분에 심어놓고 열심히 물을 줬다.
어느 사이에 자라서 꽃대가 올라온다.

꽃대가 보이고 나서야 관심이 간다.
앙다문 입술은 흡사 하늘백합을 닮았고,
또 생각해 보니, 아마릴리스를 닮기도 했다.
이렇게 닮은 것을 떠올리는 것은 아는 것이 데이타베이스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많은 꽃망울들이 닮았을 것이라는 짐작만 해 본다.

입이 벌어지면서 점점 관심이 높아졌다.
도대체 어떤 꽃을 보여 주려나.....
막이 오르고 있는 무대를 바라보는 마음이 딱 그것이다.

음....
솜털이 예쁘기도 하지. 모든 동식물은 털로 감싼다.
자연이치란 이와 같이 어긋남이 없음이다.

오호~!
노랑꽃이었구나. 반갑다.
소용돌이가 보인다. 질서정연함이다.

생각보다 예쁘구나.
비록 모양다리 없이 크긴 하지만....
그래서 들이대기도 애매하지만...
여하튼 색깔은 참 곱다.
택배기사가 꽃을 보고는 분양하잔다.
자기네는 노랑색이 없다면서....
그러라고 했다. 하나 갖다 준단다.

소용돌이는 태극을 연상시킨다.
오태극이다. 오행이다. 다섯만 보이면 오행이라고 우긴다.
말하자면,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을 게다. ㅋㅋㅋ
음....
내일이면 피겠구나.... 했다....
그리고....

화알짝~!
만개했다.
그런데....
노랑꽃이 아니었다.
이....럴....수....가.....

아무리 봐도 연분홍의 예쁜 색이 분명하다.
거 참.... 의외(意外)란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지 싶다.
여하튼 예쁘긴 하다. 아무렇거나. 예쁘면 되었지.

이제 보여 줄 것은 다 보여 준 모양이다.
공연은 절정을 넘겨서 막이 내려가기 직전이다.

그래서 꽃 이름을 알아 볼 때가 되었지 싶었다.
지식인에게 물었더니 비로소 이름이 나왔다.
「천사의 나팔」
그냥 나팔이면 나팔이지 천사는 또 왜? 예뻐서?
여하튼 의외의 답이 나오는 바람에 다시 뒤졌다.
이어서 또 하나의 끈이 딸려 나왔다.
「악마의 나팔」
그래서 또 두 꽃의 차이가 뭔가 싶었다.
실로 악마의 나팔은 이미 화단에서 작년에도 봤었다.
그러니까 작년에는 이름도 모르고 꽃을 본 셈이군.
이어서 악마의 나팔이 피기를 기다렸다.
연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중에도 땡볕에는 잎이 시든다.
그래서 물을 주면서 문득 기생충 박사의 말이 떠올랐다.
'서민'박사가 이르시길.
'시모토아 엑시구아'라는 기생충은
물고기의 혀를 먹어버리고는
평생을 목에 붙어서 혀 노릇을 대신 한다고...
문득 그 말이 떠올랐던 것은.....
땅에 잘 자라고 있을 식물을 꽃을 보겠다는 욕심으로
화분으로 옮겨 놓고서는 꽃을 본 인연으로
계속해서 1년 동안 물을 줘야 하는 삶과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낭월이 바로 시모토아 엑시구아였구나.
그렇다니깐.... 인생이나 기생충이나. 뭐가 달러~!
도로 땅에다 묻어야 겠단 생각이 든 것도 이래서였다.

드디어 악마의 나팔이다.
꽃망우리는 거의 비슷하군....

피어나는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르스름한 색깔까지도....

꽃의 봄이 솟아오르는 모습에서도 흡사하다.
색이 하얀 것만 빼고 매우 닮았다.

압축이 풀리면서 소용돌이친다.
이것조차도 매우 닮았다....
아니.... 근데.....
닮긴 했지만 같진 않구나. 오호....
뭐가 다른지 찾으셨는가? 조심해서 봐야 한다. ㅋㅋㅋ

자, 이렇게 놓고 보니까 확실히 구분이 된다.
서로 반대이다. 그래서 천사와 악마로 나뉘나?
그런가? 과연?
아마도, 단언하건대.
일할머리 낭월이나 이런 궁리를 하고 있을 게다. ㅋㅋㅋ
하나는 피면서부터 활짝 펴지고...
하나는 피면서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악마의 발톱을 닮은 꽃은? 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이해 못할 이름조차도 뜯어 보면 이해가 될 구석이 있는 법이다.

드디어 제대로 핀 꽃을 담을 수가 있었다.
비가 와서 일그러지고..
벌레가 파먹어서 온전치 못하고...
물론 오늘 아침에도 비가 왔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꽃의 체면은 세울 수가 있겠네....

암술과 수술도 대동소이 하다.

새벽 비에 함초롬히 젖은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렇게 해서 천사의 나팔과 악마의 나팔을 모두 보았다.
그런데, 문득 한 생각이 일어났다.
'천사나 악마나 같은 뿌리지 않은가?'
옛날 어느 화가의 그림 소재도 천사와 악마는 같았지...
사랑받는 여인은 천사이지만, 배신당한 여인은 악마로 변하지....
선한 마음은 천사지만, 악한 마음은 악마이지.....
아담의 두 아들이 하나는 카인이 되고 하나는 아벨이 되는 것도...
서로 같은 뿌리의 다른 결과임을......
어차피 이 두 종류의 꽃은
독말풀과이다. 사실, '꽈'인지, '목'인지, '속'인지는 모른다.
그냥 묶어서 독말풀과라고 해 둘 참이다.
같은 조상을 두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변화했다.
그래서 하나는 흰독말풀로 살아남았고,
또 다른 하나는 천사의 나팔로 살아남았구나.
조금 더 들어가면 둘 다 '가지과'로 만나게 된다.
식탁에서 만나게 되는 그 가지겠거니....
악마의 나팔은 다투라(
धतूरा)란다. 인도어란다.
천사의 나팔은 브루그만시아(
Brugmansia)란다. 남미가 고향이란다.
참 멀리도 떨어졌구나.
이렇게 천사와 악마가 동원(同源)이고, 동근(同根)임을....
그렇다면.....
넌? 어느 방향으로 진화를 하고 있느냐?
문득 낭월에게 낭월이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