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밥

며칠 전에는 노루가 밭에 들어와서 고구마 잎을 훑어먹고 갔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밭에 간 연지님이 사진을 보내 왔다.
첨에는 그냥 곤충이라도 있나보다.... 했다.
그런데 참혹한 장면을 보고서 특종을 발견한 기자가 되었다.

연지님이 땅콩을 두어 이랑 심었다.
이꼴이 보기 싫어서 심지 않았는데...
숙진리 사는 불자님이 심어보라고 종자를 주는 바람에...
차마 싫다고 못하는 천성이신지라.....
그냥 심었는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장면을 보게 되면....
속이 뒤집어 지는 농부의 마음을 짐작하실게다.

첨에는, 돼지겠거니.... 했다.
그 녀석들은 뭐든 가리지 않고 파뒤집기 때문이다.
다만, 그놈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돼지는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그런데 이건 뭐..... 호비작 호비작....
딱 봐도 꿩서방의 소행이 분명하군.

아마도 흙의 상태로 봐서,
오늘 새벽에 다녀 간 것이 틀림 없겠다.
적어도 대여섯 마리는 되지 싶다.
꿩 부부가 꺼병이들을 데리고 현장실습을 했나 보다...

부모의 가르침에 따라서
열심히 파재꼈구먼.... 교육은 제대로 받았음이 증명되었다.
이런 것은 어미가 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누...
땅 속에 보물이 있다는 것은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껍질을 짓 씹어 놨다.
부리로 쪼아서 저 정도를 하려면...
참 많이 바빴겠다.
아직은 알도 들지 않았을텐데......

다시 덮어주면서 다독거리는 연지님의 맘이....
안타깝다......
찢겨진 비닐 조각 만큼이나....
땀흘렸던 마음도 너덜너덜 하시리라......

농부의 마음과 철학자의 마음....
갈기갈기 찢긴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자연철학자의 마음은 또 다른 한 조각이 껴 든다.
지금 꿩이 먹을 건 뭐가 있을까.....
도토리도 안 열렸고,
아직 밤도 없고....
풀을 뜯어 먹을 수는 없고....
복숭아나 뜯어 먹으려고 해도 나무에 오를 수가 없고...
가장 좋은 것은 알곡인데.....
벼도 이제 꽃이 피고 있으니 기다려야 하니....
결국 꿩에게는 지금이 보릿고개였던 셈이다.
이 고개를 넘어가야 풍성한 결실의 계절이 온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하는데...
땅콩이 자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단 이야기이다.
대서도 지났으니 어쩌면....
덜 익은 벼를 베어서 찐쌀을 해 먹었듯이
덜 익은 땅콩이라도 허기를 메울 수가 있을지도...
더구나 올해 새로 태어난 어린 자식들에게도
기회는 딱 한 번 뿐이다.
조금 더 자라면 모두 뿔뿔히 흩어질테니까...
그래서 부인께는 미안하지만...
현장교육은 생존과 연결된 것인지라서...
"아즘니~ 미안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