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밥

노루 밥이 따로 있나.
노루가 먹으면 노루 밥인게지.
연지님이 땀을 흘리면서 키워 놓은 고구마 밭에
노루가 왔다 갔나 보다.

새로 돋아난 잎들을 마구마구 뜯어 먹고 갔다.
지천에 초록 풀밭이건만.....
고구마 잎에 화가 미치는 것은.....
노루 탓일까? 고구마 주인 탓일까....?

아니면.....
노루가 들어오지 못하게 울타리를 만들지 않은 탓일까?
어느 날 아침에 문득.
관심을 갖고 살펴 본 고구마 밭은 전쟁이 지나간 형상이다.
그래도 고구마는 말이 없다.
묵묵히 자기가 할 일만 하는 모습일 뿐.

그래도 아직은 광합성을 할 잎이 남았잖느냔다.
그래도 아직은 새 잎을 피울 힘이 있어 다행이란다.
그래도 여전히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단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세월을 살아 왔더란다.
하긴....
고구마에게는, 노루나 인간이나 다 같을 게다.
노루는 잎을 따먹느라고 다녀 가고,
인간은 줄기를 따먹느라고 다녀간다.
그러니 고구마는 별반 달라질 것도 없는 게다.

그래서 말없이 자라고 있는 고구마를 보면서....
또 실없이 감동을 한다.
고구마가 도인이다.
고구마가 자연이다.
긴긴 겨울 밤에...
구워 먹고, 삶아 먹을 고구마....
지장보살(地藏菩薩)이다.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