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에는 친구들도 참 많다.
둘러보면 모두가 친구들이니 8만 4천이나 된다.
어제는 밤이랑 감이랑 이야기를 나눴다.
[밤 이야기]

밤 꽃이 이제 마악 피려고 한다.
그래서 밤꽃 향이 솔솔 풍겨 나온다.
낭월 : 넌 왜 이제서야 꽃을 피우노?
율목 : (栗木) 나도 나름 바빴어~!
낭월 : 뭐 한 다고?
율목 : 아들을 만들어야 꽃이 피니까.
낭월 : 뭔 말이야?
율목 : 여태 산골에 살면서 그것도 몰랐어?
낭월 : 그냥 알밤이나 주워 먹을 줄 알았지.
율목 : 참 내, 그러니까 허당이지.
낭월 : 그건 그렇고 왜 이제 꽃이 피느냐구~!
율목 : 아, 여태 이야기 하니깐, 아들을 만들어야 꽃이 핀다고.
낭월 : 알겠는데, 아들을 만든다는게 뭔 말이냐구.
율목 : 아, 햇가지를 만들어야 한단 겨.
낭월 : 그러니까..... 묵은 가지에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란 거네?
율목 : 빙고~!
낭월 : 그럼.... 일찍 꽃이 피는 아이들은 묵은 가지에서 꽃이 파나?
율목 : 옳지~! 그래도 멍충이는 아니군. ㅋㅋㅋ
낭월 : 일찍 꽃이 피는 것은 복숭아, 자두, 매실 들이네?
율목 : 맞아, 갸들은 그려.
낭월 : 그랬구나. 그것도 몰랐네. 고마워~!
율목 : 그래서 옛 사람들은 밤을 털 적에 두들겨 패잖여.
낭월 : 저런, 많이 아팠겠구나. 사람들이 조급해서 그렇지?
율목 : 꼭 그것만은 아닐 껴.
낭월 : 그럼?
율목 : 많이 두들겨서 밤 달린 가지가 꺾어지면 어떻게 될까?
낭월 : 그럼 상처가 나겠지.... 괜히 미안해지네...
율목 : 그게 아니라 다음 해에 햇가지가 많이 나겠지?
낭월 : 엇? 정말? 그렇구나.... 그러니까 내년 수확을 위해서?
율목 : 맞아. 그래서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는 겨. ㅋㅋㅋ
[감 이야기]
낭월 : 어이, 감나무도 꽃이 피었네?
시목 : (枾木) 그래 화상이 가을에 행복하시라고~!
낭월 : 고마버. 근데 너도 밤처럼 햇가지에 꽃이 피는 구나.
시목 : 사주만 보는 줄 알았더니 감나무도 볼 줄 아네. ㅋㅋㅋ
낭월 : 밤나무에게 배웠어.
시목 : 맞어, 햇가지를 만들어서 꽃을 피워야 해서 좀 늦었군.
낭월 : 근데 엄청 많이 달렸네? 올해는 감이 풍년인 거야?
시목 : 헛물 켜지 말어, 그 중에 70%는 쏟아질껴.
낭월 : 왜? 아깝구로~!
시목 : 나도 살아야지. 그 사이에 물이라도 많이 주면 두어개 더 달던지...
낭월 : 그 말은 가뭄이 되면 더 쏟아진다는 말도 되네?
시목 : 당연하지.
낭월 : 미안타, 바빠서 물을 줄 겨를이 없구나.
시목 : 개안타, 가을이 되면 홍시나 맹글어 주꾸마.
낭월 : 고맙구로~!

이렇게 밤나무랑도 놀고, 감나무랑도 논다.
저마다 생긴 것도 다르고 결과도 다르지만 사이클은 비슷한 모양이다.
그래서 또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