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사를 갈래서 간 것은 아니었다.
아들 녀석이 신원사에 가자고 보채는 바람에.
그 녀석이 신원사를 가자고 보채는 이유는 부처를 참배코자 함이 아니다.

그랬으면 참으로 기특하다고나 했을 것이다.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신나게 노는 것이 즐거울 따름이다.

신원사 마당에 포켓스탑이 세 개가 있다는 이유이었을 뿐이다.

혼자 가면 되는데 왜 가자고 보채느냐....? 입장료 땜에. ㅋㅋㅋ
아부지랑 가면 입장료가 면제가 되는 고로.
그래서 끌려 가다시피 했지만... 우야던둥.

포켓볼을 주워담는 사이에
경내로 한 바퀴 돌아서 계곡으로 내려 갔다.
계곡에는 얼음이 반쯤 녹은 풍경이 있어서 발길을 끌었다.

입춘이 코앞이니 얼음이 녹는 갑다.
마침 기울어 가는 석양까지 한 부조를 하는데
서서히 긴 잠에서 깨어나는 분위기로는 그저 그만이다. 그래서 샷~!
돌아보는 순간에 글자가 눈에 들어 왔다.
음..... 뭐라고 쓴겨.....?

은..... 암......?
숨을은(隱), 바위암(巖)이 분명하군....
큼직하게 잘도 썼다.
근데........ 뜻.... 이....
숨은 바위? 숨겨진 바위?
아무래도 뭔가 속 뜻이 있을 상 싶어서.....
곰.... 곰....
아무래도, 은사(隱士)가 썼을 것이라는 추론을 내렸다.
세상을 다스릴 큰 뜻을 품었건만 세월이 그 세월이 아닌 게야.
그래서 신원사 계곡에서 웅지를 품고 학문에 정진했겠지....
아무리 기다려도 세상이 개벽했단 말은 안 들리고.....
그 마음이 자꾸만 흔들렸던 게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산신령님이 뿅~!

신령 : 예서 뭐하노?
낭월 : 할배신교? 잘 계시는 지요?'
신령 : 내사 늘 잘 있지. 근데 지금 뭐하노?
낭월 : 바람쐬러 왔다가 글자가 보여서....요.
신령: 무슨....? 아 그거. 글마도 참 고생 많이 했는데...
낭월 : 아~! 할배는 이 글을 쓴 사람을 아시는 갑네요?
신령 : 아따 , 이놈아, 산신령은 고스톱 쳐서 딴 줄 아느냐~!
낭월 : 에구, 그럴리가요. 미쳐 할배의 연령을 깜빡 했습니다.
신령 : 개안타, 언제 내캉 이야기나 해 봤더나. 헐헐헐~!
낭월 : 말이 나온 김에 여쭙습니다. 올해 연세가.....?
신령 : 십만 오천 살이다. 한 살 더 먹었으니 오천 한 살이구나.
낭월 : 참 많이도 드셨..... 아니, 참 장수 하십니다.
신령 : 그 글을 쓴 놈은 세상을 구하려고 하다가 삼족을 멸하는 바람에 여기 왔지.
낭월 : 아하, 의협지사였군요.
신령 : 말인 둥~!
낭월 : 그렇다면, 이름도 아시겠네요. 누구.... 였는지.....?
신령 : 이름은 니도 모를끼다. 묻지 마라.
낭월 : 그럼 이 글이 무슨 뜻인지나 알려 주세요.
신령 : 다 알 잖아?
낭월 : 그냥, 숨은 바위 까지만 알겠습니다.
신령 : 바위는 자신의 속내를 말하는 거야.
낭월 : 짐작 했습니다. 숨는 것은요?
신령 : 그것도 속내를 말하는 거지.
낭월 : 그럼 뭐가 되죠? '웅지가 있으나 때가 아니니 숨기는 거다.'란 건가요?
신령 : 뭐 대충~!
낭월 : 전 또.... 신령님이 마실 나오셨길래.....
신령 : 왜? 실망했남?
낭월 : 그러게요.... 뭔가 그럴싸 한 이야기가 있으려나.... 했는데.
신령 : 도대체 이 산고랑에서 인터넷도 못하는 영감에게 뭘 기대한 겨?
낭월 : 참, 그러셨네요. 업그레이드 하셔야지요.
신령 : 그기 뭐꼬?
낭월 : 스마트폰을 하나 장만하시라는 뜻입니다. 여기도 잘 터지는 데요.
신령 : 나도 그러고 싶은 맘이 없겠남?
낭월 : 하고 싶으면 하실 수 있는 능력자시잖아요?
신령 : 그래도 그게 말이지.....
낭월 : 아무래도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 보군요?
신령 : 요놈아, 그래도 산신령 체면이 있잖아~!
낭월 : 아하~! 맞아요. 신령님이 스마트폰을 검색해서 답 하시면... ㅋㅋㅋㅋ
신령 : 지금 날 비웃는 거냐?
낭월 : 아닙니다. 다만 체면을 지키시느라고 노고가 많으시다는 말씀을... ㅋㅋㅋ
신령 : 그게 그거지 이놈아.
낭월 : 그런데 은암의 글씨는 참 멋집니다.
신령 : 요 위로 100보만 올라가면 또 하나 있다.
낭월 : 예? 글씨가 있단 말씀이세요?
신령 : 하모~!
낭월 : 거기에는 뭐라고 썼는데요?
신령 : 주계(珠溪)라고 썼지.
낭월 : 그건 무슨 뜻이지요?
신령 : 그 선비 말로는, 나중에 500년 후의 입춘 전날에...
낭월 : 예? 뭐라고요? 정확히 말씀을 해 주셔야지요.
신령 : 그러니까네. 어느 해 정유년 입춘 전날에..
낭월 : 앗, 그럼 오늘이잖아요? 그래서요?
신령 : 정유년에 태어난, 이름에 주(珠)자가 있는 사람이....
낭월 : 어? 그건 제 이름인데요?
신령 : 그래? 네 이름에 그 글자가 들어있어?
낭월 : 그럼요. 봐요. 민쯩에 써 있잖아요. 朴珠鉉이라고요.
신령 : 참말이네. 그럼 그 선비가 오늘을 기하여 쓴 글인가....?
낭월 : 그럼, 60년 전에 오늘은 어떠했습니까?
신령 : 그때에는 대폭설이 내려서 다람쥐도 들랑거리지 못했지.
낭월 : 그럼 120년 전의 오늘에는 요?
신령 : 한 놈이 오긴 했는데 나이도 이름도 아니었지.
낭월 : 그럼 180년 전의 오늘에는 요?
신령 : 마, 고마해라. 늙어서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낭월 : 우짜던둥 오늘 제가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단 거잖아요?
신령 : 세상에 우연은 없느니라.
낭월 : 예, 그러면 그 선비가 무슨 예언을 남기셨습니까?"
신령 : 이거.
낭월 : 이거라뇨? 은암을 남기셨다고요?
신령 : 맞다니까. 늙은이 말을 못 믿는겨?
낭월 : 아니, 이게 무슨 뜻이라고 이걸 제게 남겼단 말씀입니까?
신령 : 그야 내가 아느냐 그 선비가 알겠지.
낭월 : 아니, 사람의 명은 짧고 신령님은 오래 사시니 물어놨다가 알려 주셨어야죠.
신령 : 뭐라고 해 주긴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한다.
낭월 : 그럼 은퇴를 하시던가요. 계룡산 산신령 후보가 줄을 섰는데요.
신령 : 그래도 산신령이라도 해야 술과 고기를 공짜로 얻어 먹지 않느냐... ㅎㅎㅎ
낭월 : 명색이 신령님께서 주육에 정신이 팔리셨다니... 실망입니다.
신령 : 마, 시끄럽다. 그 뜻이나 생각하거라.
낭월 : 글자를 뜯어 볼까요?
신령 : 맘대로.
낭월 : 隱에는 언덕(阝)과, 손톱(爫)과, 기술(工)과, 돼지머리(彐)에 마음(心)이네요.
신령 : 아따, 대단하네. 한 글자 속에 그렇게 많은 글자가 있었던 겨?
낭월 : 그러게 오랜 시간에 공부나 하시지 뭐하고 보내셨어요?
신령 : 공부를 너처럼 했으면 옥황상제가 되었지 이카고 있겠나? 헐헐~!
낭월 : 巖에는 산(山)과, 두 입(口口)과, 산기슭(厂)과, 기술(工)과, 귀(耳)와 글자(攵)네요.
신령 : 나한테 묻지 말고 니가 풀어라. 난 모른다고 하잖아.
낭월 : 아, 뭔가 답이 보여요.
신령 : 뭐라고? 답을 찾았다고? 뭔데?
언덕이 있는 자리에서 살면서 손톱의 기술을 연마하여,
돼지처럼 우직하게 둔하지만 느린 마음을 갖고서
산을 의지해서 한입 먹고 한마디 말하더니
그 산의 기슭에서 공력을 발휘하여 하늘의 소리를 듣고 글로 적는다.
낭월 : 어떻습니까? 그 예언은 이러한 뜻이 되는데요?
신령 : 글쎄..... 듣고 보니 그럴싸~하기도 하네. 근데 손톱의 기술이 뭐냐?
낭월 : 손톱, 즉 손 끝의 기술이라니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인가 봅니다.
신령 : 키보드가 뭐냐?
낭월 : 옛날의 선비는 붓으로 글을 쓰지 않습니까?
신령 : 그럼 요즘은 붓으로 글을 안 쓴단 말이냐?
낭월 : 요즘 선비는 키보드를 손가락으로 두드려서 글을 쓴다는 것입니다.
신령 : 아따, 그 선비가 탁월한 견해가 있었구먼.
낭월 : 예? 무슨....?
신령 : 아니, 500년도 전에 키보드로 글쓰는 놈이 나타날 걸 알았다잖여.
낭월 : 아마도 그 선비는 도인이셨나 봅니다.
신령 : 근데, 너는 그 키보드로 글을 쓰고 있느냐?
낭월 : 예, 글이라긴 그렇지만 그냥 허접한 나부랭이들을 끄적끄적합니다.
신령 : 그렇다면 네가 맞는 갑다.
낭월 : 그런데, 신령님~!
신령 : 왜 그러느냐?
낭월 : 뻥~! 입니다요. 하하하~!
신령 : 나도 안다 이놈아. 심심한 늙은이랑 놀아줘서 고맙네. 헐헐~!
낭월 : 잘 계세요. 담에 또 놀러 올께요.
신령 : 그러던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