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오가면서 바라다 보기만 했지,
올라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만 했지,
막상 올라가 볼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참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길을 모른다. 물론 핑계이다. 그냥 가면 되는 것을 말이다. 여하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어제는 알봉 기행을 했더란 이야기이다.
오후의 한가롭고 싸늘한 겨울이다. 산에 가보겠다고 준비하니 연지님이 따라 나선다. 금휘가 걱정을 해서이기도 하다.
"혼자 가시게 둘 거냐?"는.
왜냐하면 산에는 돼지들이 우글우글하기 때문이다. 물론 마주친 적은 없지만 아침에밭이나 주변을 둘러보면 돼지들이 다녀 간 흔적을 남겨놓기 때문에 짐작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에서 가끔은 돼지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 또 공격을 받을 적에는 등을 보이지말라는 등의 대피책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은근히 밤의 바깥 출입시에는 조심하는 것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돼지가 사람을 공격하진 않겠지만 갑자가 맞닥트리면 놀라서라도 달려 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하지만 낮에는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야행성은 낮에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만 놓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등산 지팡이를 챙겨 들고 쫓아 나서는 것을 보면서 여필종부(女必從夫)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험난한 산에 보내놓고 마음 졸이면서 기다리느니 같이 나갔다가 혹시라도 돼지를 만나면 같이 싸우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물 한 병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섰다. 물론 카메라는 짊어졌다. 그래야 뭔가 남길 것이 있는 까닭이다.
사진으로 봐서는 별로 높아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높아서라기 보다는 길이 없어서이다. 잡목으로 가득한 밀림을 치고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은 가봐야 한다. 그래야 길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고, 길만 찾으면 가끔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더구나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의사 선생이 운동 좀 제발 하라잖은가. 이제 운동을 할 코스를 찾기 위해서라도 은근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보니 그래도 길이 있음직 하다. 그러나 사실 길은 전혀 없고, 경사도는 느낌으로 60도는 되지 싶다. 숨이 가쁘게 올라간 다음에 카메라를 꺼내서 한 장 찍어 본 모습이다. 거의 다 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올라온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렇게 생겼다. 그래도 겨울이라서 조금 훤한 느낌이 든다. 낙엽의 미끄러움도 만만치 않다. 발자욱에 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게 다시 길을 재촉한다. 뭐 멀지도 않은 길이지만 산에 오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으름뱅이에게는 그것도 큰 행사임에~~~ ㅋㅋ
예상대로 잡목들이 무성하다. 거의 다 올라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앞을 가로막은 산의 능선이 점점 눈높이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왜 비슷한 사진을 자꾸 보여주느냐고 하실 수도 있다. 물론 이해 한다. 그러나 사진을 자꾸 넣어야 어지간히 많이 올라간 것처럼 보일 것 같아서이다. 여하튼 점점 산의 봉우리가 발 알래로 낮아진 것이 반가울 뿐이다. 다 올라 왔나 보다.... 두근두근~~~
왜 두근두근이냐면, 항상 그렇듯이 목적한 곳에 다다르면 그러한 마음이 들게 되어 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더라도 뭔가 새로운 장면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내재되어 있는 까닭이다.
두둥~~!!
알봉 정상에서 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결코 저버라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돼지 발자국이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적어도 수십 마리의 흔적들이 봉우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혼자 왔으면 조금은 껄쩍찌근~ 했을 것 같다. 사진으로 표현이 되지 않았더라도 상상을 해 보시면 되겠다. 무지막지한 산돼지들이 떼를 지어서 뛰어다니는 장면들....
그리고, 잠시 후, 여지없이 보여주는 인간의 탐욕을 만나게 되었다.
이 무인고봉(無人孤峰)에 외로이 누워 계신 고인을 만났음이다. 잔디도 살지 못하는 날맹이에다가 조상을 모시고서 무슨 공덕을 바랬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관리도 되지 않아서 흉물스러운 몰골에다가 외롭지 말라고 돼지들의 군무가 장관이다. 앞에 보이는 흔적들은 돼지들이 파놓은 것임이 분명했다. 어쩌면 산중에서 돼지라도 찾아 주는 것이 위로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조차 든다.
예전에 풍수 공부를 할 적에 읽었던 내용이 문득 떠오른다. '높은 명당은 벼슬이 올라가고, 낮은 명당은 재물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높은 곳에 조상의 시신을 짊어지고 왔다는 것은 총리라도 한 자리 해 보겠다는 열망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을 바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그야 그렇다고 치고, 돼지들이 이렇게 들쑤시는데 조상인들 편하게 쉬겠느냐는 생각에 안쓰러움이 엄습한다. 자식을 잘 못 두면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산소가 한두 기가 아니다. 옆에도 있고, 그 아래쪽에도 있고 여기저기 군락을 이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여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니 그래도 외롭진 않으셨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잔디가 좀 남아있는 산소의 봉분이다. 물론 옆구리는 여지없이 돼지들이 쑤셔놔서 엉망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최초로 이사를 하신 고인의 자리인가 싶다. 상석을 보니까 꽤 오랜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음이다.
가장 큰 봉분의 돌을 봐도 조선시대의 나이가 느껴진다. 왕이 되고 싶었나 보다....
흔적을 봐하니 어젯밤에도 마실꾼들이 와서 쑤셔놨나 싶은 생생한 표식이 선연하다. 일 년에 몇 번이나 찾아 뵈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여하튼 이러한 풍경들이 반겨주는 것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나저나 아직 오를 곳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알봉은 2단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연지님은 그만 내려 가잔다. 금방 어둬진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누가 모르랴. 시계는 아직 오후 4시이다. 어둠을 걱정할 시간은 조금 이르다. 그보다는 돼지발자국이 무서웠을 게다. 상상을 해보라. 이 무인지경에서 집채만한 돼지떼가 달려들면... 으흐흐~ 모골이 송연했을 게다. 하하~
그러나 어떻게 올라온 걸음인데 맨 위까지 가보지 않고서 돌아설 낭월은 아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하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물론 혼자 있는 것은 더 무서우니깐 바짝 따라 붙을 밖에. ㅋㅋㅋㅋ
드디어, 더 오를 곳이 없다. 알봉 정상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표시인지 어김없이 해묵은 산소 한 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미 관리한 지는 오래 되었고, 자식은 끊어졌는지 굵은 잡목들이 무성하다. 이것이 불효라고 하는 것이다. 에구~ 자식을 잘 둬야 하는 겨.... 쩝쩝~~~
알봉의 뒤에는 무명봉(지도상 그렇게 표기되어 있음)이 자리하고 있다. 지도에 따라서는 머리봉이라고도 하는데 정확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냥 무명봉의 명칭을 따르기로 했다. 이것은 오행으로 金이라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보면 무슨 소식인지 알 바가 있으리라... ㅋㅋ
무명봉은 향적봉을 가면서도 지나갔고, 가끔 올라갔던 곳이라서 대략 알겠다. 그리고 알봉이 그냥 내려 뻗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나름 무명봉에서 내달렸다가 살짝 치고 올라온 지형이라서 그림은 나쁘지않았다.
어설픈 돌팔이 풍수라도 명당처럼 보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는 모습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좀 유식을 섞어서 팔려고 든다면 과협을 지나서 입수를 거쳐서 알봉의 혈장이 열렸다고 설레발을 치면 탐욕으로 눈이 어두운 부자라면 능히 수억을 내어놓을 가능성이 짙어 보이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이기는 하겠지만 기가 뭉친 곳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낭월도 반풍수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말해주고 어서 조상 묘를 파 가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있을 수도 있다.
하늘을 쳐다 본다. 이런 느낌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이다. 잡목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서 여름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을 풍경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더 일찍 출발해서 옆의 봉우리까지도 가봐야 하겠다는 숙제 하나를 안고 내려왔다. 그래서 그 봉우리 이름은 가볼봉이라고 붙였다. 낭월 맘이다. 뭔 상관일까. 이름은 이름일 뿐인 것을 말이다.
하산의 길은 당연히 편안한 길을 찾아서 내려오게 되었다. 이제 무모하게 정면으로 돌파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길을 얻게 된 것만도 다행이다. 다음에는 톱을 챙겨갖고 올라가서 전망대를 하나 만들까 싶기도 하다.
내려오다가 마을을 굽어 본다. 풍경이 참 편안하기도 하다.... 이 곳에서 어언 20년의 세월을 행복하게 잘 지냈구나.... 싶다.
이제 알봉이 겹으로 되어 있다는 것도 알겠고 바라만 보던 것에서 직접 겪어 본 것이 선명한 기억을 갖게 되었다. 다음에는 가볼봉도 거쳐서 한 바퀴 돌아보는 코스를 개발해야 할까 보다.
네이버 지도로 보니 더욱 분명하구먼.
알봉 정상의 숲 속에 들어있는 무연고 묘도 하얀 점으로 찍힌 것을 보면 위성의 힘이 대단하다. 호연 선생이 자기 집이 안 보인다고 해서 잘라내지 않고 살렸다. ㅋㅋ
등고선을 봐하니... 알봉은 해발 300m 이고, 무명봉은 460m정도 되나 보다.
계룡산 정상인 천왕봉이 846m인 것을 보면 무명봉이 대략 절반이라고 하겠구나....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돼지를 만나지 않고 무사히 귀가함에 감사하면서.....
2016년 1월 9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