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에는 창리항이 있다.
그런데 창리라고 하고 항이라고는 하지 않는 것같다.
예전에는 여기도 나루터였다. 지금은 아마도 없어졌을 것이다.

안면도의 북단과 연결하는 해상교통로였다.
안면도의 작은수애와 부석면의 창리항을 잇는 수로였다.
이 항로(뭔 항로씩이나... ㅋㅋㅋ)는 안면도의 북부 사람들이
육지와 연결하는 통로였다. 적어도 연육교가 없을 적에는 그랬다.
대략 50여년 전까지 그야말로 오랜 세월의 나루터였다.

작은수애라고만 했는데 정식 지명은 작은수해란다....
그리고 안면도 쪽의 나루터 이름도 있었던가.....?
우포나루터라니.... 뭔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금시초문이다.
설 명절 대목 장을 보러 가던 안면도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죽기도 했다.
나룻배가 엎어져서이다. 그야말로 옛날판 세월호인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동행하던 아들이 엄마를 건져 내었는데 돌아가셨다는 거다.
응급처치를 하지 못해서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후에 해 봤다.
섣달 그믐께의 맹추위에 물에서 건져냈으면 얼른 옷을 벗겨야 한다.
그리고 보온이 없으면 알몸으로라도 감싸서 녹여야 한다.
그런데 어찌~~~ 그럴 수가 있었으랴......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차마 옷을 벗기지 못했을 수도...
그래서 엄니는 숨을 거뒀단다. 요즘 같으면 살릴 수도 있었으련만...
문득 창리를 바라보니 그런 생각들이 뭉클뭉클 솟아 오른다.

이러한 사연들을 알 리 없는 창리 항.......
고요에 잠긴 창리 항에는 해양경찰서에만 불이 켜져 있다.
밤에도 항구를 지킨다는 뜻인가 보다.

주선장(住船場)이다. 어둠에 잠긴 채로 배들이 묶여있다. 그럼 계선장인가?
이렇게 쌀랑한(체감은 영하. 실제로는 4~5도?)늦가을의 이른 새벽에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는 낭월은 또 뭔가........ 싶다.
올 들어 첫 추위란다. 간 밤에 창리의 어느 무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는
꼭두새벽에 잠이 깨어서 카메라를 둘러메고 바닷바람을 쐬러 나왔다.
이번 여행은 창리가 목적이 아니었다. 철새를 본다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새는 철새이고 창리는 창리이다.
산골에 살다가, 모처럼 바다냄새를 맡았으니 그냥 멀뚱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고요에 잠긴, 항구라기엔 너무 작은 창리를 기웃거리고 있다.
뭔가 그림이 될만 한 풍경이라도 있으려나 싶어서이다.
그러고 보면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은 맞겠다. 카메라는 총이다. ㅋㅋㅋ
메모리를 장전하고, 서터에 손가락을 얹은 다음에 사냥감을 찾고 있는....

적막하다.....
파도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음.... 창리항이 이렇게도 적막한 곳이었구나........
사실 이 시간에 와 본 것은 처음이다. 대천항을 생각해서일까?
너무도 적막하여 헛된 부지런함이런가..... 싶기조차 하다.
잠이나 더 자둘껄.... 싶은 생각이 없지도 않았다. 날도 차가운데....
그래도 이왕지사 일어났으니 뭐라도 하나 건져 보자는....
일종의 피해보상 심리라고나 할까.....
그래서 계속 어슬렁거리면서 30여 분을 방황한다.
그런데 갑자기 자동차 소리가 다가온다. 하나 둘....
엉? 뭐지? 이 꼭두새벽에...?
낭월같이 미친 넘이 또 나타났단 말인가?

과연~!!
그랬다~!!
미친 놈, 아니 미치신 분들이 또 계셨던 것이다. ㅋㅋㅋ
이 분들의 행장을 보아하니 조사(釣士)들이시구나. 낭월은 찍사다. ㅋㅋㅋ
같은 '사'이니 미친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는 공통 분모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꼭두새벽에 바닷바람을 마다않고 나왔겠느냔 말이지.
여하튼 적막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갑자기 변화의 바람이 일어난다.
사진가는 항상 변화를 좋아한다. 같은 장면만 계속해서 찍을 순 없기 때문이다.
빛이 있는 곳으로 이목(耳目)은 모이기 마련이고, 이목이 모이니 발걸음도 따라 간다.

그렇게 기다리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삼삼오오, 칠칠팔팔, 그렇게 짝을 지어서 왔다가 배를 타고 떠나간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바다로 향해서 찬 바람을 안고 간다.
어떤 사람이 뭘 끌고 나타난다.

기가 막힌 물건이다.
저렇게 작은 1인용 배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신기하다.
그런 것이 있는 줄 알았다면 하나 사 두는 건데 그랬다. ㅋㅋ
어려서부터 멱을 감으면서 뻘밭을 누비고 다닐 때부터...
내 배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었지....
근데 이제서야 이러한 멋진 장난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말았다.

어쩌면 너무나 쪼맨해서 뒤집어 질 수도 있을 게다.
그렇지만 큰 배라고 안 뒤집어 지는 것도 아니다.
구명조끼만 입으면 되고, 구조대가 올때까정 떠 있을 정도는 된다. ㅋㅋㅋ
추운 날에 손가락이 굳어지는 것도 잊으면서 침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거.... 우짜지..... 조놈만 있으면 바다 위에서 멋진 사진도 많이 찍고... ㅋㅋ
에고~~ 정신차려라~~~!!! (철썩 철썩~!!!)
여하튼~~
사람들이 계속해서 꾸역꾸역 나타난다.
새벽에 단 잠을 반납하고 배턱으로 내달리게 하는 힘은 뭘까....
먹을 꺼리, 놀 꺼리, 잡을 꺼리들을 가득가득 챙겨서 모이면 배가 와서 싣고는
꿈의 장소로 날아간다. 부푼 꿈, 대물이요~~!!
갯바람이 여간 쌀쌀하지 않음에도 희색이 만면이다.
꿈을 먹고 있는 까닭이다. 꿈은 행복이다. 거품같은 행복이다.

혼자도 있고, 부부도 있고, 가족도 있다.
저마다의 잠을 자고 온 곳은 다르겠지만,
그 가슴 속의 꿈은 같지 싶다. "대물~~!!"
낭월도 가슴 속의 꿈이 있다. "대작~~~!!!"
대물이나 대작이나 없는 것에서 이룬다는 것은 같다.
그래서 낚시꾼과 사진꾼의 실루엣은 묘하게도 겹치는 것이 많다.
밤을 낮삼는 것도 겹치고,
어스름 새벽을 탐하고, 땅거미 어둠도 좋아한다.
낚시꾼은 고기가 밥먹을 시간이라 좋아하고
사진꾼은 카메라가 빛먹을 시간이라 좋아한다.
그리고 그러한 풍경이 되기를 바라면서 마구마구 설랜다.
첫사랑에 빠진 아이들 처럼......
그러는 사이에도 홀로배는 계속해서 뭔가를 붙이고 달고 꺼낸다.
점검을 많이 해야 하는 모양이다.
자꾸만 눈길이 간다. 마음이 간다는 듯이겠거니..... 끝없는 탐욕~~~!!

어린 아이들도 데리고 왔나 보다.
아마도.....
남편이 낚시를 간다니까,
집만 보고 있던 열 받은 아니가 나도 따라가자 하고 나섰을게고...
아이들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끌려 왔을 터이다......
잠시 후에 길고 긴 기다림에서 후회가 될 망정.... ㅋㅋㅋ
집을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허공을 날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습들이 달라진다.
어둠 속에 나타난 사람들은 프로틱한 모습들이었다면...
밝음이 찾아온 시간에 나타난 사람들은 아마틱하다.
잠이 덜 깬 모습도 있고,
친구 따라 얼떨결에 나온 사람처럼 보이는 모습도 있다.
누구나 첨에는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한다.
그리고서는 마른 솜에 물이 들듯이....
스르르륵~~~~ 잠겨들면 이미 빠져나오기는 다 글렀다.
그리고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서 스스로 짐을 챙기는
자신을 발견할 즈음이면 이미 중독이라고 함직 하다.

마지막 사람까지 다 태우고 떠났다.
시간은 새벽 7시 10분이다.
셔터를 누르던 손가락은 곱아서 자주 주머니에 들락거린다.
"일출을 찍으세요?"
갑자기 들리는 고운 여인의 음성~
정신이 화들짝 든다. 뒤돌아다 보니,
젊은 부부가 갯가를 구경하러 나왔던가 보다. 배를 탈 사람의 폼새는 아니다.
"하늘을 보니 일출은 틀렸고... 뱃가의 풍경을 담아 봅니다."
"어머~! 멋지시다~~!!"
멋지긴~~~ 그대도 미칠 소지가 다분하시구나. 어여 미쳐보셔봐봐~ ㅋㅋㅋ
그렇다.
나의 고통이 나와 맞서야 할 시련이라면...
남의 고통은 마냥 멋지기만 할 수도 있을 게다.
그래서 남들 하는 것을 보고는, 뭔가 싶어서 장난삼아 해보다가....
자신의 피 속에 흐르고 있는 끼를 발견하게 된다면..
비로소 그 인연이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리라....
날도 밝았고,
낚시꾼도 다 떠났으니
사진꾼도 돌아간다.
컵라면이라도 하나 사서 손을 녹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