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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6일 오후....... 카메라를 챙겨서 변산반도로 향했다. 예전에는 포구 쪽에서 잠시만 보곤 했는데 물때를 못 맞춰서이다. 그런데 오늘은 물때를 살펴서 출발을 했다.
위도(緯度) 선(線)이 가장 근사치인 위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35도 62분이다.
위도는 격포항에서 연락선이 출입하는 모양인데 언제 놀러 가봐야지.....
만조는 11시 40분..... 3시간 정도의 썰물 시간을 준다면... 2시 40분....
그렇다면 넉넉잡고 3시 반이나 4시 경에 도착하면...
바닥을 볼 준비가 되겠군....
여기에서 말하는 바닥은 썰물이 난 후의 바닥을 말한다.
음력은 13일 백중사리를 앞두고 있으므로 물은 엄청 썰 터이다.
간조가 6시 14분이다. 다시 밀물이 시작되고 1시간은 충분하다고 보면...
딱 이날이다. 아니, 실은 음력 14일을 택했었다. 그런데 오늘이라는 직감~~!!
하늘이 말해 주었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후회만 남을 것이라고.
그래서 서둘렀다. 적어도 계룡산에서 채석강까지는 2시간은 잡아야 하고,
변수가 있으면 조금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중간에 1차선을 막고 공사하는 구간이 있는 바람에 20여분 지연 되었지만....
4시 19분에 이 증명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다행이다.
이건물은 채석강의 랜드마크이다. 그냥 낭월의 생각이다. ㅋㅋㅋ
건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천지인(天地人)을 염두에 뒀다는 생각이 든다.
천원(天圓)이니 하늘은 둥글둥글하게 생겼다는 것을 이렇게 묘사했고,
지방(地方)이니 땅은 모나다는 것을 형상화 시킨 디자이너의 마음이 보여서이다.
인각(人角)이니 인간들이 서서 돌아다니는 것은 뿔처럼 생긴 까닭일까?
인간들이 이 건물을 이용하니 그야말로 천지인이 갖춰진 건물이 아닌가~!!!
색깔은? 하늘은 아득[玄]하니 회색이고, 땅은 누릇[黃]하니 황색이다.
엉? 아니다.... 파랑... 왜지? .... 아하~! 바닷가니깐 ㅋㅋㅋㅋ
그래도 땅을 잊지 말라고 중간에 있는 황색이 있잖여.... 자상하신 디자이너.
디자이너의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그것을 보면서 이렇게 수다를 떤다.
지금의 상태는 매우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여하튼 어여 바다로 가자.
이름표도 제대로 붙여 놨구먼.
근데 이태백을 팔지말고 이름이나 한자로 彩石江이라고 적어놓을 일이다.
참 유래도 구차하긴 하다. 이태백이 뭐관대..... 쳇..... 싫다.
오호~~~!!!! 태양~~~~!!!!
카메라의 조리개를 최대한으로 조았다. F22.
첨에는 55mm 렌즈로 채석과 대화를 나누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16-35를 꺼내고 있는 자신....
이 광활함과 화창함을 담기에는 55mm는 너무나 협소했던 까닭이다.
16-35를 달고 16mm로 원없이 흡입했다. 가슴이 팽창하는 느낌이다.
옛날 사진싸부는 한 소리 또 한다고 시끄럽다고 하셨지.....
같은 태양을 두 번이나 보여줬다는 호통이 날아올 가능성이 있단 이야기다. ㅋㅋㅋ
그러나, 싸부는 싸부, 나는 나, 왜 그 말에 갖혀야 돼?
난 태양을 열 번이라도 찍을꺼야. 왜냐하면 난 그렇게 하고 싶으니깐. ㅋㅋㅋ
그 태양이 이태양하고 같애? 시간이 바뀌었고 공간이 바뀌었잖아?
그럼 이미 다른 이야긴거야. 봐봐. 이렇게 멋진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셔터는 수십 번을 눌렀지만 그래도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이렇게 자중했구먼... ㅋㅋ
엄청남 바위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고 지나온 바닥이다.
이런 것이 눈길을 끈다. 세월..... 7천만년...... 그 역사의 증거물들.....
그래서 채석강을 썰물때에 맞춰서 찾은 것이기도 하다.
그 때의 풍경은 모두 사라지고 없지만, 이렇게 화석으로 남았으니
이것만으로도 감개무량이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세월이 묻어 있는 것에 대한 경외로움은.....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그냥 지나치면 그만인 모습이다. 그런데 그냥 발을 올려 놓을 수가 없다.
패턴...... 이게 뭐라고..... 이러한 것을 보고 무릎을 꿇는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채석강의 바닥에만 존재하는 증명사진이다.
하염없이 보고 있었을 것이다. 선 하나하나에 묻은 사연들을 상상하면서....
그러나 공간은 공간이고 시간은 시간이다.
태양이 자꾸만 달음질 친다. 물때가 자꾸만 빠져달아난다. 빛이 사라지면....
사진은 끝이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면 늘 자신과 싸운다.
더 보면서 더 놀자.... 안 된다. 해가 얼마 안 남았다. 서둘러라~~~~
이 중간에서 늘 타협하는데 힘이 드는 낭월이다. 왜냐하면 둘 다 옳기에...
워쩔껴~~~~!!!
이 7천만 년의 세월을.....
아무리 태양이 재촉을 해도 어쩔 수가 없어. 이건 꼭 더 봐야 해~!
그래야 집에 가서도 꿈 속에 나타나지 않을 꺼야. 아니면 또 와야 해~~!!
구멍,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백 가지씩이다....
누가 만들었을까? 이렇게 기하학적인 하늘의 언어를.....
음 바람이 만들었겠구나. 바위는 그자리에 있으니 스쳐가는 바람이 만들었지.
바람이 깎고 다듬다가 물이 필요하면 물을 불러다가 몰아치고,
돌이 필요하면 굴려다가 구멍을 만들었겠군.....
그런데 아무 글자도 않 닮았다고? 당연하지. 왜냐하면 이건 하늘의 문자니깐.
그렇게 상상의 환상을 누비다가.. 문득 뒤를 돌아다 본다.
많은 사람들.....
저마다의 기억을 갖고 이 자리를 찾았겠구나.....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또 하나하나 바위 속에 아로새겨 지겠고....
지긋~하신 아주머니들..... 관광오신듯.....
어여쁜 낭자.... 바다가 매혹적인듯.....
아이들.... 고기를 잡고 있는 중....
초가을의 따끈한 햇살이 너무도 맛있다.
이게 채석강의 본 얼굴이다. 층층 겹겹 구만층이다....
달려들어서 이름이라도 새길까봐 제한 줄을 쳐 놨다. 잘 했다.
바위에 이름을 새기면 사랑이 오래 갈 줄을 알겠지만....
사랑은 바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같은 마음에 있는 것.
바람이 스쳐지나가면 사랑도 떠나가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바위에 묶어놓고 싶은 애욕의 발악인 게다.
그래서 마음으로 진심을 느끼고 사랑의 이 순간을 나누는 것.
그것만이 지금 여기에서 삶을 즐기는거라고... 구루 라즈니쉬가 말했지.....
다행히 바위는 깨끗하다. 아니 인간의 이름자가 박히지 않았다.
세월 앞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잠시 머물다가 또 가는 것....
오늘 지금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서서 바위를 바라본다.
그리고 세월을 읽는다. 이야기를 듣는다.
층마다 쌓인 아흔아홉가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재미진 이야기.....
폭싹 망한 이야기....
속은 이야기... 속인 이야기....
그러한 이야기들이 디스크에 기록되어서 이렇게 쌓였다.
예전에는.....
뭐야... 우충충하니.... 이게 채석(彩石)이야? 완전 사기 당했군~~~!!!
이렇게 투덜대면서 휙휙~ 보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세월을 한 60개(하나 빠진)를 먹다가 보니까...
그렇게 바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나보다...
그렇기에 이렇게 석층을 바라보면서 여유로운 생각을 하는 것도...
어쩌면 다행히도 약간이나마 철학적인 안목을 얻은 탓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늙어가는 초로(初老)의 넋두리일까....?
바위를 완전히 하얗게 뒤덮고 있는 따개비들.......
저마다의 생명이 저렇게 살아서 오늘 이 순간을 느끼고 있다.
저 핑크 모자의 여인이 자꾸 눈에 걸린다.
또한 영겁의 세월 속에 어딘가에서도 만났겠지....
폼으로 봐서는 사진 쫌 찍어 본 자세이다.
아마도 집에는 카메라 세 대... 렌즈 다섯 개는 있을 것이다.
두고 온 살림살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 손에 있는 핸펀이 중요할 뿐.
그래서 미련없이 지금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럴 것이다...
수줍은 낭월이 아니었다면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마음으로만 인사를 하고는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 그러니 오백 생의 인연이었군.
음.... 뭔가 사연이 있었군..
소용돌이 치고 있는 저 층이 만들어 질 때는.....
운석이라도 옆에 떨어 졌던 것일까?....
아니면 낭월의 사진이 직선으로 밋밋할까봐 7천만년 후를 생각해서...?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에는 "말도 안 돼~!!"라고 했는데...
이젠, "말이 될 수도 있어...."라고 한다.
애매모호해 지는 확신감이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 내가 이것을 느낀다는 것 외에는.....
그래서 데카르트가 존중받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으면 그러게 결론을 내렸을까..... 싶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웃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결코 가볍게 웃을 수가 없는 고뇌가 그 속에 계룡산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다 같은 풍경이 아니다. 약간만 시선을 바꾸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산수풍경만 풍경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채석강에서의 풍경은 전혀 아니다. 그야말로 흑백의 집적된 풍경이다.
아니, 화석의 풍경이다. 직선과 곡선의 추상화이다. 아니, 자연풍경화이다.
이번엔 시선을 바닥으로 돌려 본다.
맨질맨질.... 닳고 달아서 광택이 발산되는 바닥이다. 바람의 작품이다.
물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것도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러나 낭월이 보기에는 바람의 작품이 확실하다. 지금 이 순간에서 조차도....
바람은 그렇게 조각을 하고 있다. 참 아름답다.
그냥 평면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돌을 끌어다가 구멍도 만들어 놨다.
그 구멍들을 바고 있노라면 또 구멍의 전설 속으로 빠져든다.....
기하학적, 추상적인 구도에 자꾸만 빠져든다......
"어쩌니~~~!!!!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어느 수다스러운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구멍은 저장하는 곳이다. 비가 오면 빗물을.... 밀물이면 갯물을....
그리고 세월이 오면 추억을.... 알뜰하게 저장해 준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뇌에 구멍이 숭숭 생기는 모양이다.
뼈에도 구멍이 숭숭 생긴단다. 그러면 안 되는데.....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뇌와 뼈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유일한 길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것만이 구멍을 만들지 않는다.
흡사....
그랜드캐년이 이렇게 생겼을까... 싶다.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니, 그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하고 싶다.
층층을 이루고 있는 그 틈새에는 또 무수한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보라~~!!
이것은 마릴린 몬로가 격랑을 헤치고 지나가던 콜로라도강이다.
장강의 호도협이다. 왜 안돼?
낭월은 이렇게 몽환과 현실과 상식이 항상 뒤범벅이다.
이 좁은 바윗골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으니 그렇게 느낀 것이다.
마음은 크기에 대한 구분이 없다.
왜냐하면 그 존재 자체가 규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상대사도 중얼거렸다.
'크기는 우주를 담고도 남으며, 작기는 겨자 씨 속에 들어가도 여유가 있다는...'
그러니 이 작은 바위틈에서도 그랜드 캐년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갑자기~~~~ 뭔가, 쏴~~~ 하고 지나간다. 엉? 뭐지?
오호~~!! 화석의 곤충이라는.... 강구.... 갯강구.....
너무나 잘 어울린다. 7천만 년의 역사와 함께 하는 살아있는 화석이라니~~!!
이들도 채석강의 일부일 뿐이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다가 보니 수억 년의 세월을 이어왔던 게다.
90mm 마크로 렌즈를 갈아 끼웠지만,
어찌나 바람처럼 움직이는지 실패했다. 겨우 형체만 담았을 뿐이다.
비로소.....
눈길을 돌려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그런데 발길에 뭔가 걸린다. 대속[안면도 방언일 수도]이다.
어려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먹을 것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런 때에는 바구니를 들고 원뚝 너머로 달려간다.
이 녀석들을 주워오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잠시 쓸어담아다가
솥에 넣고 푹푹 삶아서 옷핀으로 꺼내 먹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쓸개는 떼고 먹어야 배가 아프지 않게 된다.
물론 강한 소화력으로 그래 본 적은 없지만 원주민들은 그렇게 말했다.
원주민이라고 하는 것은 이사가기 전까지 살고 있었던 사람을 말한다.
문득 한 웅큼 움켜쥐어 본다. 그 속에 추억이 한가득 묻어나온다....
그러나, 이제는 절실하게 배가 고프진 않으니, 바라만 봐도 즐겁다.
갯강구의 활발함을 보고서 고개를 돌린 터라,
이 녀석들의 거의 움직임이 없는 모습에 또 음양을 생각하게 된다.
강구는 양이고.... 대속은 음이고..... 에구 지루하다. ㅋㅋㅋㅋ
오늘의 채석강은 이렇게 아름다움으로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