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⑥ 연평도의 아침
(탐사일 : 2026년 10월 14일 새벽)

푹 자고 잠이 깨면 날씨부터 살피는 것이 섬돌이 여행객의 습관이다.
물론 날은 좋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원래 하늘은 천변만화인지라.

현재 시간은 05시 07분. 그만하면 충분히 잤다.
오늘 일출은 06시 43분. 아직은 항해박명 전이겠구나. 어둡겠군.
날씨는 맑음. 연평도 일출도 볼 수 있겠구나.
조수간만은 10물 85%. 그 정도면 오늘 둘러보는 데는 무리가 없겠다.
특별히 변산 적벽강도 아니고, 소연평도도 아니므로 조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점검하면서 오늘 놀이할 코스를 대략 훑어 놓는다.
어제 둘러본 가래칠기해변은 다시 안 가봐도 되겠다.
구리동해변도 가봤지만 밀물이어서 아쉬웠으니까 거긴 다시 가보자.
전망대도 저녁에 들렀었는데 아침에 해무가 없을 적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임경업장군 사당과 새벽에 알게 된 땅굴터널은 ([연평도④]편에 썼지만) 오늘 가보자.

05시 20분. 대략 주워 입고 카메라를 챙겼다. 아직은 어두워서 셔터가 잡히지 않는구나.

조리개 F4.0으로 최대한 열고 셔터는 3분의 1초로 잡아봤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대로 봐줄 만하군.
카메라의 손떨방 기능을 최대한 믿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삼각대를 짊어졌던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갔다. 아예 챙기지도 않았다.

셔터가 2.5초다 말이 되나? 그래도 된다. 감성샷이라고 우기면 된다.
'나그네는 새벽이 되면 마음이 흔들린다.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하나'
뭐 이렇게 되지도 않는 캡션을 붙인다. 제멋으로 사는 낭월이다. ㅎㅎㅎ

연평항으로 가는 길의 가로등이 예쁘군.
그래 오늘 새벽에는 저기까지 가 보자. 그래야 일출 풍경도 보겠구나.
이 시간 호젓한 혼자의 걸음이 가볍다. 연지님은 곤하게 잔다.
옛날 연평도의 지도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고지도를 찾아 본다.

延坪島는 연안(延安)에서 따온 이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해주는 해주 오씨 고향이고, 연안은 연안 이씨의 고향이 아닐까 싶다.
옹진은 옹진 정씨 고향이고, 배천(白川)은 배천 조씨의 고향이었구나.
고지도를 보면 연평도는 연평도고 소연평도는 산연평도였다는 것도 신기하다.
사실 소연평도를 바라보면 산이 하나 물에 떠 있는 것 같은 형상이라서
흡사 제주도의 한라산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니까 이름이 재미잇다.
이름의 뜻도 들여다 볼까?연평도(延坪島)는 들이 평평하게 뻗어있다는 뜻이다.
뭐 평야도 아니고 이게 뭔가 싶지만 이름에 속으면 안 된다.
이름에는 희망사항이나 역발상적인 것이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해 봤다.
대천(大川)은 큰 내라는 이름의 작은 하천이고
광천(廣川)은 넓은 내라는 이름의 작은 하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하튼 연평도는 '들이 평평한 섬'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되겠다.

연평해전에 쓰였던 군함을 전시해 놓은 곳인 모양이다.
05시 34분, 일출 한 시간 남짓 전이다. 이제 천문박명의 시간이다.
오늘 천문박명은 05:17. 항해박명은 05:47. 시민박명은 06:17분에 시작된다.
천문박명은 태양이 수평선 아래 12~18도쯤에 있어서 아직 깜깜한 밤이다.
항해박명은 태양이 수평선 아래 6~12도쯤에 있어서 별과 수평선을 구분할 정도다.
시민박명은 해는 보이지 않지만 사물이 식별되고 조명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정도다.

05시 40분. 저만치 소연평도가 보인다. 어렴풋하게 하늘과 수평선이 보인다. 천문박명의 끝무렵이다.

연평항으로 가는 입구에서 바라본 소연평도다.
천천히 걸으니 바람도 상쾌하다. 원래 시원한 것을 좋아하니까.

05시 44분. 눈으로는 그냥 어둡지만 카메라는 그것을 감지한다.
저 멀리 옅게 배어오르는 붉은빛이 너무 아름답다. 그래서 이 시간을 좋아한다.
섬에서 이 시간을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있을 때는 비가 내릴 때뿐이다.

예쁘다. 하늘과 어둠과 색색의 가로등과 멀리 보이는 밝은 등불까지도.
06시 50분이 만조구나. 물은 거의 만조에 가깝게 차오르는 시간이다.

오호, 분위기가 그럴싸~하다. 바다 향이 물씬 난다. 참 좋다.
오롯이 혼자서 즐기는 새벽의 찐 풍경이다.

중간은 방파제 콘크리트 옹벽이 사라지고 다리 난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점점.... 어둠이 옅어지고 밝음이 많아지는 시간. 음전화양(陰轉化陽)이다.
음(一)과 양(丨)이 만나는 시간이다. 이른바 도(十)가 이루어지려고 하는 순간이다.
사진꾼들은 매직아워라고 하고, 낭월은 음양상봉지위도(陰陽相逢之謂道)의 시간이라고 한다.
걸음을 멈추고 풍경에 취한다. 보이는 것 모두가 시시각각 약동하는 순간들이다.

05시 56분. 이제 천문박명에서 항해박명으로 넘어왔구나.
파도 소리와 나그네의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기쁨의 환희가 된다.
이 맛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옆에는 아무도 없네. 그것 참.

다시 방파제 둑이 나타나서 올라서 걷는다.
멀리 아득하게 보이던 당섬이 어느 사이에 많이 가까워졌다.

연평항에 도착했다. 어선들의 불빛이 꽤 떠 있구나. 고기를 잡고 있는 모양이다.
동녘은 점점 짙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간다. 기대가 되는 풍경이다.
오늘 일출은 06시 43분. 아직 해가 뜨려면 33분이 남았구나. 딱 좋다.

육지로 일을 보러 가고 주인을 기다리는 차량들은 조용한 새벽을 맞이하고 있다.

06시 15분. 점점 밝아오는 이 순간이 하루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다.
저 멀리 점점이 보이는 섬이나 육지는 조선일까? 한국일까? 어디...
오늘 아침의 일출각은 정동에서 남으로 9.5도구나.
장봉도와 볼음도 사이에서 떠오르겠구나. 그러니까 한국이란 말이네.
대청도에서는 황해도에서 뜨는 일출을 봤는데 말이지.(대청도에서 본 일출풍경)
어제 오후에 도착했던 연평항이다. 연평바다역이라고 해야 하나?
눈물의 연평도 노래비가 어둠 속에 묻혀 있다.
연평도 쪽도 어느 사이에 서서히 빛에 물들어 가고 있다.
대략 산의 능선과 마을의 불빛들이 함께 보인다.
방파제가 높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일출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26분 전이다.
촬영할 장소를 물색해 본다.
밖으로 향하고 있는 부두가 하나 있다. 여기가 그곳이로구나.
어선들이 정박해서 수산물을 하역하는 곳인가 싶기도 하다.
딱 좋다. 음이 저만큼 물러가려고 주섬주섬 챙기는 모습이다.
양이 자기의 시간인 줄 알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모습이기도 하다.
여객선이 들어오는 항구에는 어김없이 등대가 서 있다.
바다 쪽에서 봐서 하얀 등대 오른쪽으로 운행할 것.
바다쪽에서 봐서 빨간 등대 왼쪽으로 운행할 것.
하얀 등대 왼쪽은 위험하고 빨간 등대 오른쪽도 위험하다.
이것이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방파제를 따라서 등대까지 걸어 본다. 일출 19분 전이다.
분위기 좋다. 바다가 열리고 있다. 하늘도 열리고 있다.

테트라포드가 방파제를 지키고 있다. 주변이 많이 밝아졌다.

저만치 연평도 마을도 서서히 어둠에서 깨어나고 있다.

그 사이 꽃게잡이 어선이 들어온다. 밤새 조업하고 돌아온 모양이다.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아~ 해도 떠오를 시간이 다가오는데 자칫하다가 일출 장면을 놓치면 안 되지.

일출 13분 전이다. 괜히 혼자 바쁘다. 아니 어부들도 바쁘다.

인천517호. 어제 소연평에서 얻어타고 들어온 행정순시선이다.

해병대 요트들이 출항을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연평도스럽다.


7분 전에 미리 봐둔 일출지점으로 돌아왔다. 하늘빛이 곱기도 하다.
해무가 거의 안 보인다. 잘하면 오메가 보살을 친견할 수도 있겠다.

갈매기들도 일출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야 하루가 시작될 테니.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은 연지님에게 보여주려는 목적이다.
이러한 모습을 카메라에만 담아 놓으면 귀가해서 보는 수밖에 없으니까.

06시 43분. 딱 일출의 시간이다.
예전에 바지런을 떨 때는 삼각대에 망원 렌즈를 물리고 부산을 피웠었지.
이제 그러한 것도 심드렁하다. 그냥 일상의 렌즈 24-105면 충분하다.
위쪽 방파제에서 한 아저씨가 대포를 삼각대에 물리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예전에 많이 해 본 것인지라 조용히 미소만 짓는다.


일출을 보러 온 손님들이 많구나. 갈매기들.

그럴 줄 알았어. 나무 오메가 보살 마하살~

스마트폰의 성능이 참 대단하다.

자, 딱 이만큼이 병자(丙子)의 순간이다.
수면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병자의 모델로 삼았다.

완벽한 오메가(Ω)와의 조우였다.
이제 오늘 아침의 풍경놀이는 서서히 막을 내린다.

해가 완전히 수면을 벗어나면 놀이도 끝이다.
방파제 위의 아저씨도 살림살이를 거둔다.
사진 좀 찍어 본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연평바다역에도 어둠이 사라지고 햇살이 가득하다.
또 행복할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루 중 딱 이 시간에만 햇살을 맞을 수 있는 노래비다.


노두는 어제 본 가래칠기해변의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해는 솟아올랐고,

소연평도가 4km쯤 떨어진 저만치에서 마주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연지님도 자고 나서 차를 끌고 데리러 왔다.
그래서 주변의 노두들을 대략 훑어봤다.



잘 둘러봤다. 그리고 잘 놀았다. 이제 아침 먹을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구나.
8시에 아침을 먹자고 민박집에 맞춰놨다. 가서 씻어야지.

두 시간의 조용한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춥지 않았어요?"
"조금"
"바람막이 잠바라도 입고 갈 일이지."
"괜찮았어. 쌀랑하니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