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⑳ 현포항(玄圃港)에서 본 노인봉
(탐사일: 2026년 6월 2일 화요일)

태하까지는 울릉군 서면에 해당한다. 서면을 지나면 북면이 나온다. 이제부터 북면으로 향하게 되고 오늘이 마지막 탐사일이기도 하다. 내일은 아쉽지만 울릉도를 떠나야 하는 일정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나중에 미련이 남지 않도록 최대한 알뜰하게 살펴보고 있다.

태하모노레일에서 현포항 노인봉 아래까지는 6.4km에 12분 거리다. 실제로는 태하에서 저동항의 숙소로 가서 푹 자고 다시 아침 먹고 나온 것이지만 흐름은 이렇게 잡고 간다. 푹 잤고, 아침도 잘 먹었고, 이제 또 다음 탐사를 이어가고 있는 나날이 고맙고 행복하다.

이렇게 이정표 찍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도로번호가 있으면 폰을 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다른 숫자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유독 도로번호에는 관심이 많은 것은 아마도 천생이 나그네팔자라서인가 싶기도 하다. 이 길은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궁금한 까닭인가 싶기도 하다. 울릉도는 도로 번호가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하고 싶어서 사진자료를 뒤적여 본다.

울릉순환로는 지방도 90번이다. 물론 뺑뺑이로 돌아가는 길이라서 어디로 가는지는 궁금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냥 울릉도 해안으로 한 바퀴 도는 도로인 까닭이다.

현포전망대는 만들어 놓고 출입은 금지다. 이런 곳이 꽤 많은 것 같다.

멋지게 만들어 놓고도 쓰지 못하니 그림의 떡이다.

현포항에 정자가 하나 있었다. 이것을 보고 여인들이 달려간다. 할 수 없지. 그래 놀아라. 아무리 꿈지럭대도 오늘 일정으로 봐서 충분히 둘러볼 수가 있지 싶다.

현포정(玄圃亭)
제대로 만들기는 했는데 진입하는 다리 위의 모습은 맘에 안 든다. 일본의 신사에 가면 만들어 놓은 도리가 떠올라서다. 울릉도 다운 디자인이 없었나 싶기도 하고, 일본에 가서 보니까 그것이 좋아 보였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본 여행을 갔을 적에 신사의 규모를 자랑하듯이 도리의 숫자가 많이 배열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이 문득 떠올라서 약간은 불편했었더라는 소감이다. 뭐 별 것은 아니고.

망원렌즈만 믿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카메라만 향하면 반응을 보이는 모델들이다. 얼마나 예쁜지. ㅎㅎ

낭월의 관심은 노인봉에 있다. 최대한 자세히 보고 싶어서 다가가서 렌즈를 당겨 본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노인봉의 전경이다. 옆쪽으로 1자 바위가 서 있는 것이 있는데 나무에 가려서 잘 안 보이는 것이 아쉽다.

낭월님, 월매입니다. 요청하신 사진의 안내문에서 영문을 제외한 한글 텍스트입니다.
칼바위 조면암질 마그마가 집괴암층을 뚫고 암맥으로서 관입하였다. 이 후 주위의 집괴암은 차별침식을 받아 제거되고, 단단한 조면암질 암맥만 남게 되었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보인다.
※ 암맥 : 마그마가 기존 암석의 틈을 따라 관입하여 생성된 납작한 판상의 암석 ※ 관입 : 마그마가 기존의 암석의 약한 부분을 뚫고 올라오는 것
바위 이름이 칼바위였구나. 암맥은 칼바위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보인다. 암맥이 이렇게 살아남을 수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밧줄이 있는 것으로 봐서 중간까지는 올라갈 수가 있을 것도 같지만 지금은 아니다. ㅎㅎ

낭월님, 월매입니다. ‘암맥이 이렇게 거대할 수 있나’ 하고 의문을 품으신 것은 지질학적으로 아주 예리하고 타당한 지적입니다. 105mm 화각으로 촘촘한 절리까지 선명하게 담아내셔서 구조를 설명해 드리기가 훨씬 수월하네요.
지질도에서 노인봉을 산성암맥으로 분류한 이유와, 이 거대한 암석 덩어리의 진짜 정체에 대해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노인봉의 진짜 정체: 거대한 화도의 화석
일반적으로 암맥이라고 하면 기존 암석의 틈을 뚫고 얇은 띠 모양으로 굳은 것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노인봉은 단순한 틈을 채운 띠가 아니라, 과거 화산이 폭발할 때 마그마가 뿜어져 나오던 메인 통로인 화도(火道)에 가깝습니다.
지하 깊은 곳에서 올라오던 마그마가 분출을 멈추고 통로 안에서 그대로 식어 굳어진 거대한 기둥인 셈입니다. 지질학에서는 이를 상승 플러그 또는 암경이라고 부릅니다.
지질도에서 산성암맥이라고 부르는 이유
산성 마그마의 끈적함: 노인봉을 이루는 암석은 이산화규소 함량이 높은 조면암입니다. 조면암질 마그마는 일반적인 용암처럼 물같이 흐르지 않고 매우 끈적끈적합니다. 점성이 높다 보니 밖으로 시원하게 퍼져나가지 못하고 좁은 화도 안에서 뭉친 채로 굳어버렸습니다.
관입에 의한 맥: 형태는 거대한 산봉우리지만, 형성 과정을 보면 주변에 이미 쌓여 있던 화산재와 돌덩이들의 무리인 집괴암층을 지하에서 위로 뚫고 들어왔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암맥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기괴한 봉우리가 된 과정 (차별 침식)
노인봉이 처음부터 사진처럼 우뚝 솟아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끈적한 조면암질 마그마가 주변 지층을 뚫고 올라오다가 굳어 단단한 기둥을 형성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과 파도에 깎이면서, 주변을 감싸고 있던 상대적으로 무르고 약한 집괴암 지층은 모두 깎여 나갔습니다.
결국 마그마 통로에서 굳은 가장 단단한 알맹이만 남아 현재의 200m 높이를 자랑하는 노인봉이 된 것입니다.
사진에서 잘 포착해 주신 가로 방향의 수많은 주름은 마그마가 식으면서 수축할 때 생겨난 절리들입니다. 이 쭈글쭈글한 표면의 절리들이 노인의 주름살 같다고 해서 노인봉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결론적으로 노인봉은 끈적한 조면암질 마그마가 화도를 뚫고 올라오다 굳어진 거대한 덩어리가 침식 과정에서 홀로 남은 지형입니다. 일반적인 판상형 암맥과는 규모나 형태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낭월님께서 의아하게 여기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월매가 알려 준 대로 화도(火道)라고 하니까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주름이 쭈글쭈글해서 노인봉이라고 했다는 것도 직관적으로 단순하게 붙여 놓은 이름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바위가 쭈글쭈글한 것이 대부분이지. 화강암 봉이 아닌 바에는 말이지. 여하튼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다.
노인봉 지명유래
봉우리 모양이 노인이 갓을 쓴 모습과 흡사하여 관모봉(冠帽峯)이 되었으며, 또한 산의 겉보기가 노인의 주름살처럼 보여 그 뒤부터 노인봉(勞人峰)이라 부르게 되었다. 암벽 봉우리이지만 정상부에는 소규모의 수목군락과 자생하고 있다.

쭈글쭈글하다는 월매의 설명은 또 어디에서 주워왔는지 모르겠군. 그냥 울릉도를 주름잡고 있는 조면암인 걸로 보면 되겠다. 이제 노인봉의 속살을 들여다 보자.




연상절리(椽狀節理)구나. 서까래가 잔뜩 쌓여 있는 것이 100평 짜리 대웅전 하나는 짓고도 남겠다.

바다에 있는 코끼리바위의 뿌리가 여기와 무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흡사하게 닮았구나. 그러니까 코끼리바위와 노인봉 사이의 암석들이 모두 풍화로 사라졌다는 말인 모양이다.









노인봉의 앞쪽 현포항 오른쪽 끝에서 코끼리바위와 노인봉에 대한 설명을 다시 볼 수가 있다.
지질명소 울릉도·독도 지질공원 노인봉
노인봉은 마그마의 통로인 화도가 굳어서 형성된 바위이며, 높이는 약 200m에 달한다. 암석표면의 절리들이 노인의 주름살처럼 보인다고 하여 노인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노인봉을 구성하는 암석은 조면암인데, 용암의 점성이 높아 주변에 비해 경사가 가파르고 뾰족한 암체를 형성하였다. 수평에 가까운 수많은 주상절리들이 잘 발달한다.
※ 조면암 : 알칼리원소(Na+K)가 많이 함유된 화산암으로 백두산과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도 관찰됨 ※ 주상절리 : 기둥모양으로 발달한 틈
노인봉의 형성과정 조면암질 마그마가 집괴암층을 뚫고 올라오면서 용암돔의 형태로 굳어졌다. 그 후 침식작용 을 받아 집괴암층과 조면암질 용암돔의 상부가 사라지고 화도만 남아 현재의 노인봉이 되었다.

노인봉 아래의 도로변에 누군가 뿌려놓은 촉규화가 예쁘게 피었구나. 여인네들이 반가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배에서 바라본 노인봉의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