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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 제44장. 소요원(逍遙園)/ 23.재덕(才德)과 분울(奮鬱)

[580] 제44장. 소요원(逍遙園)/ 23.재덕(才德)과 분울(奮鬱)

[580] 44. 소요원(逍遙園)

 

23. 재덕(才德)과 분울(奮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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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고 있던 갈만도 말했다.

스승님, 제자도 화상관(和尙關)이 있습니다. 술일(戌日) 임오(壬午)시에 태어났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불가에는 출가한 동자동녀로 넘쳐나겠습니다. 하하~!”

갈만의 말에 자원이 웃으며 말했다.

? 그건 말이 되잖아요? 보타암에서 처음 뵈었을 적에 누가 봐도 참선(參禪)하는 화상이 틀림없었거든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모두 한바탕 웃자 기현주가 말했다.

결론이 오행생극이라고 나와 있으니 가타부타하는 것이 참으로 의미가 없네. 다만 어려서는 부모의 알뜰한 양육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맞습니다. 맹자(孟子)의 모친처럼 알뜰히 자식을 거둔다면 비록 팔자는 다소 혼란스럽다고 하더라도 후천적(後天的)으로 교육을 통해서 반듯하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지요.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행성도 한마디 했다.

스승님과 이모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오행의 이치를 제대로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조금 전에는 제자의 인내심이 없는 부족한 성품으로 인해서 괜히 걱정을 끼쳐드리게 되어서 죄송했습니다. 이러한 것조차도 잘 무마하시는 것을 보면서 역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문득 제자의 운명을 추명(推命)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청합니다.”

장행성의 말을 듣고 있던 기현주가 반가워하면서 말했다.

그래? 다행이구나. 네 녀석 때문에 봉변당할 뻔했으나 동생과 자원의 도움으로 해결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인데 그 바람에 네가 공부할 마음이 생겼다고 하니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겠구나. 네 팔자는 내가 알고 있으니 적어보거라.”

이렇게 말한 기현주가 서가에서 문서를 찾는 사이에 장행성은 빈 찻잔에 차를 가득 채웠다.

어디 뒀더라...... 아 여기 있구나.”

장행성의 사주를 적어놓은 문서를 찾아서 자리에 앉은 기현주가 장행성에게 받아 적으라고 하고는 사주를 불렀다.

경술(庚戌), 무인(戊寅), 병진(丙辰), 을미(乙未).”

기현주가 불러주는 대로 장행성이 받아적어서 앞으로 밀어놓고는 조용히 풀이를 기다렸다.

 

 

 


, 글이 호방하군. 역시~! 하하~!”

우창은 사주를 살펴보면서 우선 좋은 느낌이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기현주가 다짐을 줬다.

아니, 동생. 냉정히 말해줘야 해. 듣기에만 좋게 하는 말은 이미 많이 들었으니까 생략하고 올바른 추명을 부탁하는 거야.”

기현주는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물었다. 참으로 조카를 사랑한다는 것을 저절로 느낄 수가 있었다. 우창도 진지하게 살펴보고는 자원에게 말했다.

()이겠지?”

그래 보여요. 젊어서 비분강개(悲憤慷慨)한 모습이 사주에서 느껴지네요. 정말 남자다워요. 호호호~!”

남자답기는~! 항상 우물가의 어린애일 뿐인걸. 호호~!”

기현주가 이렇게 말하면서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장행성을 바라봤다. 장행성은 자원과 우창을 번갈아 보면서 자신의 팔자를 어떻게 풀이하는지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자원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월지의 인목(寅木)은 아무래도 언니로 봐야 하겠어요. 아마도 전생에 언니를 구했다고 봐야 하겠는걸요. 귀인을 월지에 두고 있는 것으로 봐서 동서사방으로 뛰어다녀도 항상 호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위기를 타개할 수가 있으니 다행이네요. 다만 스스로 일어나는 충동만 자제할 수가 있다면 더없이 좋은 팔자임이 분명해요.”

자원의 말에 기현주가 공감이 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나이가 들기만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데 스승을 만나야 하는데 오행공부는 하겠어?”

아뇨~!”

자원이 딱 잘라서 말했다. 그러자 기현주는 무슨 말이냐는 듯이 자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 이 좋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뭘 한단 말이야?”

재인(才人)이 아니라 덕인(德人)으로 가야 할 것이니 광명대도(光明大道)의 길은 음양오행이 아니라 사서삼경(四書三經)이잖아요.”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이번에 공부할 대목이 마침 재덕이라서 생각해 본 거죠. 호호~!”

자원의 말에 기현주는 귀가 번쩍 떠진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그렇다면 듣던 중에 반가운 말이네. 어서 책을 봐야겠다. 어디.”

기현주가 밀쳐놨던 책을 다시 앞에 당겨놓고 살펴보더니 말했다.

그렇구나. 재덕(才德)이라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

이렇게 말하고는 자세를 가다듬고 글을 읽었다.

 

덕승재자 국전군자지풍(德勝才者 局全君子之風)

재승덕자 용현다능지상(才勝德者 用顯多能之象)

 

()이 재주보다 뛰어나면 사주에 군자의 풍모가 있고

재주가 덕보다 뛰어나면 재능(才能)이 많은 형상이니라

 

읽고서 풀이한 기현주가 자원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뭐라는 거야? 군자는 좋은 것이고 재주꾼은 안 좋은 것이라는 뜻이야?”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에요. 자유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을 만나도 잘 대처하니까 거친 세상에서 잘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데 이 사주를 봐서는 자유보다는 학문을 숭상하고 후진을 양성할 재목으로 보여서 그렇게 생각해 본 거죠. 오행으로 먹고 살아가려면 술법(術法)에 능해야 하는데 그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거죠. 호호호~!”

이렇게 말한 자원이 장행성에게 물었다.

어때? 재주를 갖고 살아가고 싶어? 아니면 군자처럼 품위(品位)를 갖추고서 남들로부터 우러름을 받는 삶을 살고 싶어? 어디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자원이 묻자 잠시 생각한 장행성이 말했다.

실은 아직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서 지혜롭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행을 배울 인연이 아니라고 하시니 무척 섭섭합니다.”

장행성이 또박또박 말하자 자원이 다시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누가 공부하지 말랬어? 공부는 해야지. 다만 주업과 부업이 있잖아? 오행은 가슴 깊이 묻어놓고서 공맹지도(孔孟之道)를 드러내면 주변의 존경받으면서 살아갈 수가 있을 테니 더 좋다는 말이야.”

자원의 말에 기현주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자원이 말해 줄 테야? ()과 재()의 차이가 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면 좋겠어.”

, 언니가 궁금하신 것이 있었네요. 자원이 이해하기로는 덕은 관인(官印)에서 나오고 재()는 식재(食財)에서 나온다고 알고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싸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죠?”

이렇게 우창에게 떠넘기자 우창이 기현주를 보며 말했다.

사람은 그 용도를 크게 나누면 이타(利他)와 이기(利己)로 볼 수가 있습니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멋진 풍모는 관살을 바탕에 두고 인성의 흐름이 원활할 적에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원이 말하는 것과 같이 관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십성으로 배치된 사주라고 한다면 항상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기보다는 만인이 누릴 행복에 대해서 관심이 많게 됩니다. 조금 전에 왔던 사람과 같은 형태는 관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이타적인 심성을 갖는 사람은 아무래도 멋진 풍모가 느껴지지. 그렇다면 이기적인 심성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대의명분(大義名分)은 초개(草芥)처럼 여긴단 말이지?”

, 그렇게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논하면 덕과 재를 그렇게 봅니다만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 관인이라도 탁기(濁氣)가 난무(亂舞)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러한 사람은 소리장도(笑裏藏刀)와 같아서 겉으로는 군자연(君子然)하면서 내심은 잔혹(殘酷)하기 이를 데가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아하! 그렇구나. 그러니까 한마디로 잘라서는 말하기 어렵겠구나. 가령 식재가 난무해서 탐욕(貪慾)이 치성(熾盛)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내면 깊은 곳에서는 일말의 청기(淸氣)가 있어서 애써 모은 재물을 많은 사람을 위해서 희사(喜捨)하기도 한단 말이지?”

기현주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사람을 평가하면서 덕인(德人)인지 재인(才人)인지를 두부를 자르듯이 구분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청중유탁(淸中有濁)도 있고, 탁중유청(濁中有淸)도 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것을 살펴서 청탁(淸濁)의 정도(程度)를 가늠하여 사람의 내면을 짐작할 수가 있는 것으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이해되셨는지요?”

, 어렴풋이나마 이해되었어. 물론 간단하게 한마디로 사주를 놓고서 그 사람의 재덕(才德)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겠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을 두고 명식(命式)을 살피면서 사람의 심성을 같이 연구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알았어. 그런데 군자지풍(君子之風)이라고 하면 왠지 멋있고 따뜻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다능지상(多能之象)이라고 하면 뭔가 숨어서 은밀하게 계교를 꾸미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은 왜일까?”

그것은 누님의 도덕적인 눈높이가 높아서 그런 것입니다.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 본다면 자신과 가족이 굶지 않도록 수완을 발휘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서 나쁘다고 한다면 그것은 성인군자(聖人君子)의 안목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보통의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이와 같음이며 심지어 장자(莊子)와 같은 사람조차도 세상에서 남을 위해서 헌신하는 것은 헛된 것으로 말하고 자신의 일신을 안락하게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것이 지선(至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어느 것이 더 수승(殊勝)하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 그런 것이었구나. 삼강오륜(三綱五倫)과 사서(四書)를 읽으면서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공부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나 보다. 그렇지?”

맞습니다. 소승(小乘)도 수행법이고, 대승(大乘)도 수행법인데 대승은 소승을 자기만 구제한다고 비웃고, 소승은 또 대승을 헛되이 자신도 구제하지 못하면서 남들을 구제하겠다고 주제넘게 생각하는 무리라고 비웃기도 하지만 실은 모두가 스스로 지견(知見)에서 나온 것일 따름이고 그 모두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자유를 얻겠다고 수행하는 것인데 어찌 작은 일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남의 기준으로 선악을 논하는 것이야말로 끝없는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혼란을 면키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우창의 말을 곱씹으면서 생각에 잠겼던 기현주가 비로소 이해가 잘 되었다는 듯 말했다.

정말 동생의 견해는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친 곳이 없어서 누가 들어도 흠잡을 곳이 없네. 잘 이해가 되었어. 다음 구절을 봐도 되겠어.”

이렇게 말한 기현주는 다시 분울(奮鬱)편을 읽고 풀이했다.

 

국중현분발지기자(局中顯奮發之機者)

신서의창(神舒意暢)

상내다침매지기자(象內多沈埋之氣者)

심울지회(心鬱志灰)

 

사주 가운데 분발(奮發)의 기틀이 드러나면

정신이 활발하고 뜻이 넓게 통달하고

형상이 깊이 침체(沈滯)되는 기운이 감도는 자는

마음은 막히고 뜻은 불 꺼진 재와 같으니라

 

기현주가 이렇게 풀이하고는 우창에게 물었다.

이 대목은 우울증(憂鬱症)에 대한 말이잖아? 이러한 것이 팔자에서 비롯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어. 정말 팔자에 따라서 이렇게 되는 거야?”

우울함은 신체가 원인일 수도 있고 정신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몸이 아파서 고통스러워서 생기는 우울이라면 이것은 신체적인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겠네.”

분발지기(奮發之機)라고 하는 것은 때로 복잡할 수는 있습니다만 대체로 놓고 말한다면, 목화(木火)의 기운이 중심을 이루고 있을 경우를 말하고, 침매지기(沈埋之氣)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청기가 부족한 사주에서 금수(金水)의 기운이 과중(過重)한 경우에 생길 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에도 마음에 이러한 형태가 있다면 이와같이 오행을 살펴서 판단할 수가 있으나 이것도 또한 앞에서 말한 재덕(才德)과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단언할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이건 쉬운 이야기구나. 정신이 활발하고 생각하는 방법이 막히지 않고 화통(和通)한 사람은 팔자에서 본다면 균형을 이룬 가운데에서도 목화의 기운이 중심을 잡고 있단 말이지?”

당연하지요. 잘 이해하셨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흐름이 끊겨서 탁기(濁氣)가 있는 데다가 오행의 조합에서도 금수(金水)가 많아서 음습(陰濕)하고 한랭(寒冷)한 형태가 된다면 이러한 사람은 대체로 소극적(消極的)이기 쉽고, 매사에 희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도 이해가 되는걸.”

누님도 참 빠르십니다. ‘신서의창심울지회를 단박에 정리해 버리시니 말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기본적으로는 오행의 균형을 벗어나지 않았으니까 궁리해 볼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만 또한 생각해 보면 편중된 자와 중화된 자를 놓고서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창의 말을 듣고서 잠시 생각하던 기현주가 다시 물었다.

아참, 내가 아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는 아이를 낳고부터 심하게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다가 결국은 목을 매고 삶을 하직했어. 아직도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신체적인 이유일까? 아니면 사주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까?”

아니, 그야 사주를 살펴보면 참고할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모든 여인이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 여인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기쁘게 생각하는데 유독 그 여인만 그러한 일을 겪으면서 심한 고통을 겪었다면 그것은 사주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내가 자평법을 배우기 전이어서 사주를 찾아놓지 못했네. 오늘처럼 동생을 만날 줄 알았다면 챙겨놨을 텐데 말이야. 호호호~!”

, 그러셨군요. 아쉽습니다. 하하~!”

그러고 보니까, 사람이 선천적으로 태어나면서 매사에 비관적(悲觀的)이고 부정적(否定的)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긍정적(肯定的)이고 낙관적(樂觀的)인 사람도 있잖아? 이러한 것이 팔자의 구조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했는데 오늘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적천수를 공부하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어. 그리고 중화를 이뤄서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지 않는 심성(心性)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미뤄서 짐작되네.”

맞습니다. 누님의 말씀대로 경도 선생이 그렇게나 균형(均衡)을 말하고 중화(中和)를 논하는 이치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평화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최상지락(最上至樂)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동생 말에 완전 동감이야! 명학은 결국 길흉화복을 추론(推論)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궁극(窮極)의 목적지(目的地)에는 아무것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워.”

기현주의 말에 갈만도 느낀 바가 있다는 듯이 말했다.

스승님의 가르침에 감동했습니다. 예전에는 불타의 가르침은 위대하나 그 외의 술수(術數)는 하찮은 것으로 여겼었지요. 마음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심외무일물(心外無一物)의 이치에 완전히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법 중에서도 유식론(唯識論)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두고서 연구했는데 오늘 자평법의 진리를 접하고 보니 결국은 이 둘이 서로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더 쉽게 이해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조차 들었으니 말입니다. 정말 스승님을 만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갈만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고마운 말일세. 그런데 유식론이란 무엇인지 조금만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유식론에 대해서 자세한 것을 나도 모르겠는데 이참에 그 공부도 좀 하고 싶어서 말이네.”

스승님께서 하문하시는데 기꺼이 말씀을 드려야지요. 다만 제자도 깊은 것은 모르니 그 점에 대해서만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원래 유식론(唯識論)은 오랜 세월을 익혀야 한다고 할 정도로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복잡하고 난해한 논리(論理)라서 간단히 기본적인 것만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 바랍니다.”

간단히 말해 주면 좋고, 요약만으로 핵심을 이해할 수가 있다면 더욱 고마울 따름이지. 어서 이야기를 부탁하네.”

우창이 지대한 관심으로 묻자, 갈만도 잠시 생각하고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서 말을 이었다.

유식(唯識)은 유물(唯物)과 대비되는 의미입니다. 만물을 논하는 것이 유물이라면 만물의 속에 깃든 정신을 논하는 것이 유식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식은 음이 되고 유물은 양이 된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오호! 벌써 음양의 핵심 이치를 파악하셨구나. 하하하~!”

말씀을 듣다가 보니까 저절로 이해되었을 뿐입니다. 우선 유식에는 전오식(前五識)이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전오식이라면 앞에 있는 다섯 가지의 지식이라는 뜻인가?”

지식이라고 해도 됩니다만 그것보다는 감성(感性)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할 수도 있겠습니다. 직접 느끼는 것을 말하니까요.”

그래? 조금 난해하구나. 이해되게 설명을 부탁하네.”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오식(五識)부터 이해하면 됩니다. 오식은 오근(五根)을 통해서 감각으로 들어오는 것을 말합니다.”

오근? 그건 뭔가? 문득 오행(五行)이 떠오르는데 이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인가 싶어서 귀가 번쩍 뜨이는걸. 하하하~!”

,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오근은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에 오행을 부여할 수가 있다면 어떻게 될지 제자도 궁금합니다.”

갈만도 궁금하다는 듯이 우창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우창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어디 같이 생각해 보세. 우선 이 신근(身根)은 토()라고 보면 되겠네. 비근(鼻根)은 목()이 되겠고.....”

우창이 이렇게 말하며 생각에 잠기는 것을 본 기현주가 그 사이를 못참고 우창에게 물었다.

동생, 몸을 토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돼. 왜냐면 땅에서 태어나서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 살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니 말이야. 그런데 코를 목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걸. 오히려 코와 폐()는 금()이므로 금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기현주의 말에 우창도 잠시 생각하고는 동의하며 말했다.

그렇겠습니다. 누님의 말씀이 더 일리가 있습니다. 호흡한다는 것을 생각해서 바람이 떠올랐습니다만 금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자 자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자원의 소견으로는 코는 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어요. 오장육부(五臟六腑)를 논할 적에는 코와 폐는 금()의 표리(表裏)가 맞겠어요. 그렇지만 생존의 의미에서 본다면 호흡(呼吸)하는 것은 생명을 의미하므로 목으로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싸부가 늘 말하기를, ‘고정관념도 장애물이니라고 하신 것이 문득 떠올랐어요. 호호~!”

기현주는 자원의 말을 듣고서 잠시 생각하더니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역시! 자원의 사려(思慮)가 나보다 깊네, 깊어! 내가 조금 짧았어. 맞아. 예전에 기억해 뒀던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이 앞을 가렸지 뭐야. 호호호~!”

누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정신을 따로 놓고 본다면 비식(鼻識)은 풀무질하는 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안근(眼根)은 화()로 대입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안광(眼光)이 여기에 있으니 말이지요.”

맞아! 나도 동의하겠어. 그렇다면 이근(耳根)은 무엇으로 보면 될까?”

이근과 설근(舌根)이 좀 어렵습니다. 우선 설근을 생각해 보면 금()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말하는 것은 자기의 주장을 피력(披瀝)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귀는 수()가 된다는 말이구나. 그건 장부론(臟腑論)에서도 부합이 되니까 일리가 있어. 귀는 모든것을 받아들여서 저장만 하니 말이야. 다른 기관에서는 기능이 출입하는데 이근(耳根)은 무슨 소리든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으로 봐서 흡수하는 의미로 생각한다면 수()로 봐서 무리가 없겠네.”

기현주가 이렇게 말하자 갈만이 우창에게 말했다.

오근을 오행으로 대입하는 것도 깊은 사유가 아니면 오류가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함부로 대입하려고 하다가는 엉뚱한 결말을 얻을 수도 있을 텐데 오늘 스승님께 여쭙기를 참 잘했습니다. 하하~!”

아니지. 나도 광덕의 자유로운 사색으로 인해서 새롭게 생각할 거리를 얻었으니 또한 고마운 일이니까 말이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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