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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명리학당 一念卽是無量劫 -순간을 영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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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 제44장. 소요원(逍遙園)/ 11.자평법(子平法)의 대의(大義)

[568] 제44장. 소요원(逍遙園)/ 11.자평법(子平法)의 대의(大義)

[568] 44. 소요원(逍遙園)

 

11. 자평법(子平法)의 대의(大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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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이 모두 탁자를 가운데 놓고 마주 앉았다. 기현주가 먹을 것을 지시해놓고는 갈만에게 말했다.

갈 선생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서양 사람을 처음 접해 본 기현주라서 그 점이 맘에 걸려서 물었다. 그러자 갈만도 그 의미를 알고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

아무런 걱정을 마시고 일상대로 주시면 다 잘 먹습니다. 음식이라면 광동(廣東)이든 북경(北京)이든 사천(四川)이든 전혀 가리지 않습니다. 하하하~!”

말씀을 들으니 서양인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아요. 잘 알겠어요. 그럼 내 맘대로 마련해도 되겠어요. 호호~!”

잠시 후에 신선로(神仙爐)를 가운데 놓고 구운 고기와 찐 생선을 비롯한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모처럼 등산하느라고 운동했던 우창과 자원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과일까지 먹고 나자, 상을 물린 기현주가 갈만에게 물었다.

갈 선생의 조부께서는 왜 동방의 선도(仙道)에 인연이 되셨는지 궁금해요. 혹 그 연유에 대해서 들으신 바가 있나요?”

호기심이 넘치는 기현주였다. 낯선 사람을 만났으니 그 내력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더구나 갈만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잘하는 것을 보자 기현주도 편안하게 묻게 되었다. 기현주의 물음에 갈만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듯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여태까지 십 년을 넘겨 이 땅에서 수학(修學)했으나 선조(先祖)의 내력을 물어보는 사람은 소요원의 주인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지요. 우선 조부께서는 당시에 많은 학자가 연구하던 인간(人間)의 감정(感情)을 연구하다가 그다음 단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문헌을 찾던 중에 도서관에서 태을금화종지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무의식(無意識)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접하고는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무의식(無意識)이라면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 거론하는 구절이기도 하잖아요?”

우리 서양에서는 그러한 관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식(意識)의 저편에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만으로 큰 충격을 받으실 만했지요. 마치 지렁이가 축축한 땅바닥을 기어다니다가 문득 위를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하늘을 보고서 느낀 충격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기현주가 갈만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전혀 모르고 있던 세상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마치 수명이 다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고만 알고 있다가. 영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과 같았겠어요.”

맞습니다.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조부께서는 학문을 접고 수행에 대한 길을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은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당시의 학계(學界)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지요.”

일반 사람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보이는 것이 전부인 줄로 알죠. 동생도 그러다가 오늘 보타암에서 혜정 대사에게 한 방망이 얻어걸린 꼴이기도 했죠. 호호호~!”

기현주가 이렇게 말하며 우창을 바라보자 멋쩍은 듯이 웃었다. 갈만도 우창을 보며 미소를 짓자 우창이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이 말했다.

마음의 작용에 무의식이라는 것을 설명하셨다니 조부님도 참으로 대단하셨다고 생각됩니다. 그 무의식은 우창이 이해하기로 전생(前生)의 업연(業緣)일 수가 있겠고, 팔자(八字)에서 설명하는 것과도 유관(有關)하겠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재미있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갈만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우창에게 물었다.

팔자에서 어떻게 설명하는 것입니까?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갈만의 말에 기현주가 우창을 바라보며 설명해 주기를 기다렸다.

갈 선생은 사주팔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알지요. 태어난 순간을 네 가지의 흐름으로 놓고 육십갑자(六十甲子)를 적용하는 것이 아닙니까?”

, 잘 이해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창이 연구하는 분야는 팔자학(八字學) 중에서도 자평법(子平法)이라고 하는 영역(領域)입니다.”

자평법이라고는 처음 듣습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 자평이라고 하는 선현이 종전의 이론을 정리해서 따로 만든 서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쭙겠습니다. 자평법의 대의(大義)가 무엇입니까?”

갈만의 질문은 이미 많은 연륜이 느껴졌다. 방법을 묻지 않고 대의를 묻는 것을 봐서도 우창은 흥미가 잔뜩 동했다.

자평법의 대의라고 한다면 일간주오행화(日干主五行和)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해되십니까?”

전혀 모르겠습니다. 좀 풀어서 설명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일간주(日干主)라는 뜻은 연월일시(年月日時)에서 일간(日干)을 주인(主人)으로 삼는다는 뜻입니다.”

, 간지(干支)로 되어있는 육십갑자니까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로 나눠서 하는 것이로군요. 흥미롭습니다. 모두가 여덟 글자가 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일간(日干)을 주인으로 삼는다는 말씀이지요?”

잘 이해하셨습니다. 그다음에 오행화(五行和)라는 것은 오행의 조화(調和)를 의미합니다. 이것을 정리하면, ‘일간을 위주로 하고 오행의 균형을 살펴서 길흉을 살피는 학문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이제 무슨 의미인지 대략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명리학은 일간을 위주로 하거나 오행의 조화를 살피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맞습니다.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의식(無意識)에 대한 것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입니까? 그것이 궁금합니다. 조부께서도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하셨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돌아가셨거든요.”

애석합니다. 태을금화종지가 아니라 자평법을 배우셨더라면 좀 더 진전이 있었을 수도 있었지 싶기는 합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이제라도 손자인 제가 공부해서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리면 되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한다는 것입니까? 그것을 알고자 합니다.”

갈만의 마음이 온통 우창의 설명에 집중되어 있었다. 자원과 삼진도 대화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우창도 무의식이라는 멋진 말을 배웠으므로 써먹어 보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열 가지의 무의식을 논합니다. 그러니까 사람의 성격에 바탕을 이루는 것은 열 가지가 있는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지요.”

? 열 가지라는 말입니까?”

갈만이 깜짝 놀라며 말하자 우창이 오히려 의아해서 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뭔가 느끼는 바가 있으신지요?”

, 아닙니다. 계속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연유는 차차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갈만의 말을 듣고서 우창이 붓을 들어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보던 갈만이 우창에게 물었다.

이것은 연월일시에 각기 두 글자씩이 있으므로 여덟 개의 자리를 만들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주(四柱)라고도 하고 팔자(八字)라고도 하지만 결국은 같은 말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명식(命式), 명반(命盤) 명조(命造) 등등으로 부릅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일()의 아래에 있는 빈 동그라미에 들어가는 글자가 열 가지라는 말씀이지요? 그렇다면 아마도 십간(十干)이 아닐까요? 그래서 일간(日干)이라고 했습니까?”

과연 갈만은 총명했다. 하나를 알면 열을 깨닫고도 남을 정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우창도 기뻤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태어나면서 이러한 열 가지의 무의식 중에서 어떤 하나를 갖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지요.”

놀랍습니다. 잠재의식(潛在意識)을 이렇게 풀이하는 방법이 있었군요.”

? 잠재의식은 또 무엇입니까? 의식(意識)이 잠재(潛在)되어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무의식과 다릅니까?”

실은 적당한 한자로 바꾼다고 바꿨는데 가장 근접한 것으로 만들었지요. 심리의 깊은 내면에 잠재된 의식은 무의식과 같은 것으로 봐도 됩니다. 무의식은 조금 더 추상적(抽象的)이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듣고 보니 왠지 무의식보다 잠재의식이 더 자평법의 이론에 근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말한 우창이 다시 동그라미에 화살표를 그려 넣었다.

 

 

 

 

이렇게 표시하게 되면 이해하기에 쉬울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어떻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묻자, 갈만이 가만히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잘 이해됩니다. 그러니까 일간(日干)의 열 가지에 월간(月干)의 열 가지를 곱하니 일백 가지의 유형이 나오고 다시 시간(時干)의 열 가지를 곱하면 일천 가지의 변화가 일어나는군요. 그리고 일간의 아래에 있는 것도 열 가지로 곱한다면 최소한 일만 가지의 유형이 나온다는 이야기이지 않습니까?”

갈 선생의 사유하는 능력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렇게 셈하는 것은 미처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듣고 보니 참으로 다양한 잠재의식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겠습니다. 하하하~!”

이론적으로 조리가 정연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참으로 궁금해서 입이 다 마를 지경입니다.”

이렇게 말한 갈만은 옆에 있던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선 제가 갖고 있는 잠재의식은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겠지요?”

그야 가능합니다. 다만 생년월일시를 알기만 하면 말이지요.”

이렇게 우창이 말하자 갈만은 즉시로 자신의 생일을 말했다.

기축년(己丑年)이고 이월(二月) 십육일(十六日) 오시(午時)에 태어났습니다. 우리 덕국에서 사용하는 달력이 달라서 이곳의 기준으로 환산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삼진이 재빠르게 갈만의 생일을 간지로 뽑아서 앞에 놓고 다시 뒤로 물러나서 조용히 사주를 살폈다.

 

 

 


갈만의 표정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진지하게 몰입되어서 우창의 풀이를 기다렸다. 그것을 본 우창은 까닭 모를 긴장감이 느껴졌다. 늘 풀이하던 명식이지만 오늘따라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우창은 경()을 짚으며 말했다.

, 여기 경()이 있습니다. 이것이 열 가지의 잠재의식 중에 갈 선생에게 해당하는 성분이지요. 이것은 본질적으로 투명(透明)하고 사심(私心)이 없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사유(思惟)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우창의 풀이를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던 갈만의 표정에 감탄하는 모습과 함께 놀랍다는 듯이 눈이 커지며 말했다.

정말 제 가슴 속을 열고 들여다보면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어찌 그러한 판단을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소름이 돋습니다.”

갈만의 말을 듣고서 우창이 미소를 지으며 일지의 술()을 짚었다.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기대하는 표정으로 우창을 보며 긴장했다.

이것은 술()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의 복잡한 내면을 품게 됩니다. 그 하나는 신비한 것을 접하게 되면 경외심(敬畏心)으로 바라보고 회의심(懷疑心)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들에 대해서 합리적(合理的)인지 객관적인지를 다시 바라보고 분석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는 내면의 경험 상자 속에 알차게 저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성향을 품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갈 선생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과연! 저장까지!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오행학(五行學)입니까? 조부께서 이러한 이치를 알고 돌아가셨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과거세의 갈융이 현세의 갈만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염원이 사무쳐서 이렇게 중원(中原)을 누비고 다니면서 진리를 섭렵(涉獵)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일념(一念)이 머무는 곳에 영혼도 머무르기 마련이라면 말이지요. 반드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손자가 이렇게 몸소 도를 찾아서 산 설고 물선 타국(他國)의 산하(山下)를 누비고 있는 것을 그냥 우연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하지 않습니까?”

정말 기가 막힌 설명이십니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조부님의 아쉬움이 말끔히 사라지고 제대로 진리를 찾는 공부에 몰입해야 하겠다는 생각만 간절합니다. 소중한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갈만의 진심이 가득 어린 감사의 말을 듣고서 우창도 내면에서 뿌듯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과연 진리를 찾고 있는 사람에게는 사주 하나의 풀이가 얼마나 큰 변화를 줄 수가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다시 시간(時干)의 임()을 짚으며 말했다.

이것은 종교(宗敎)와 철학(哲學)의 상자를 의미합니다. 즉 갈 선생의 생각 속에 저장된 상자에서 종교와 철학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한 사람은 기현주였다. 우창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얼른 나서서 말했다.

아니, 통변(通辯)이 요설변재(樂說辯才)라고 하는 말은 들었으나 동생처럼 자유자재로 십성을 갖고 재주를 부리는 것은 보다보다 처음 봐. 어떻게 설명을 그렇게 할 수가 있지?”

누님도 참 괜한 말씀이십니다. 그냥 하다가 보면 되는 것이지 별다른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님은 더 잘하시면서 괜히 부추겨서 하나라도 더 꺼내놓으라는 뜻이지요?”

오호! 눈치도 빨라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갈만이 다시 물었다.

종교와 철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하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갈만의 말에 우창이 다시 임()을 보며 설명했다.

이 글자가 갖고 있는 뜻에는 이러한 영역에 대해서는 사유하는데 걸림이 없습니다. 마치 공기처럼 무엇이든지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파고 들어가지요. 그리고 일단 이해하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냉정하다는 말도 듣게 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불을 안 가리고 파고들어서 기어이 바닥을 봐야 속이 시원한 적성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갈만은 우창의 설명에 말을 잊지 못하고 입만 떡 벌리고 있었다.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그만큼 단지 몇 개의 글자를 갖고서 자신의 본성을 환하게 들여다볼 수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탄을 넘어서 감동하고 있었다. 우창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여기 오()가 있습니다. 이것은 화()가 되고 임()은 수가 됩니다. 수화기제(水火旣濟)를 아시지요?”

당연하지요. 역경의 괘명(卦名)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수강화승(水降火昇)의 이치에 의해서 계속 새로운 학문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서 지칠 줄을 모르는 형상을 하게 됩니다. 마치 연금술사의 화로(火爐)에 풀무질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이로써 무엇이든 이치에 맞는 것은 끝까지 추적하면서 답을 찾아내나 만약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즉시로 내동댕이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게 됩니다.”

정말 감탄과 감동의 도가니입니다. 이것이 오행학입니까? 일찍이 이러한 학문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제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방향을 잡았습니다. 오행학에 대해서 오늘부터 파고들어야 하겠습니다. 부디 입실(入室)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좀 전에 수강화승이라고 하셨습니까? 잘못 들었나 해서 다시 확인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떻습니까?”

, 실로 수강화승은 우창이 지금 지어낸 말입니다. 역경에서도 수화기제는 이와 같은 의미를 하고 있습니다. ()는 위로 올라가고 수()는 아래로 내려오는 이치이니까 말이지요. 하하하~!”

아하! 알겠습니다. 같은 말이었네요. 그러니까 임수(壬水)가 아래로 내려가다가 오화(午火)로부터 자극받아서 다시 올라간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래서 끝없는 공부를 찾아서 천하를 누빈다는 의미를 말씀하신 거지요?”

그렇습니다. 바로 이해하셨습니다. 하하~!”

그렇다면 묘()는 어떻게 해석이 됩니까?”

무엇이든 잡고 늘어지면 끝장을 봐야 하고 그러한 것을 실행하는데 조금의 두려움도 없는 것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결과를 찾다가 자칫하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놓칠 수도 있는데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아니 넘어선 것은 어떻게 알 수가 있습니까? 타고난 천성이 변하기도 한다는 말씀입니까?”

그것을 일러서 주운(柱運)이라고 합니다. 이십 세 이전에는 연주(年柱)의 의미가 크고, 사십 세까지는 월주(月柱)의 영향이 큽니다. 지금은 45세가 되셨으니 일주(日柱)의 영향이 크다고 봐서 월주의 영역을 벗어났다고 보면 됩니다.”

, 그렇다면 20년을 주기로 본다는 말씀이군요. 육십 세까지는 그렇게 영향을 받다가 육십이 넘어가면 시주(時柱)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씀이지요?”

맞습니다.”

아니, 타고난 본성(本性)도 나이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까지 유추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이렇게 조직적으로 구조가 치밀하게 짜인 것인 줄은 정말 처음 듣는 말씀입니다. 역경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없으니까요.”

이것이 자평명리학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수명이 언제 다할지도 알아낼 수가 있는 것이겠군요? 참으로 기묘한 학문입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생사(生死)는 하늘의 뜻으로 생각합니다.”

? 역경에서는 점을 치면 그 사람의 수명도 알아낼 수가 있다고 했는데 왜 안 되겠습니까?”

모를 일입니다. 우창은 그러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궁금하지도 않으니 연구해 볼 마음도 없습니다.”

왜 궁금하지 않습니까?”

오늘의 삶에는 죽음이 영원히 오지 않는 까닭이지요. 하하하~!”

아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마음을 이 순간에 어떻게 먹느냐는 것이 중요할 뿐이라는 뜻인 거지요?”

그렇습니다.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뿐이고 언제 죽느냐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하하~!”

, 과연 듣고 보니 가장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말씀입니다. 쓸데없는 것에는 일각(一刻)의 낭비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실로 보타암에서 귀인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오늘 그 소원이 저절로 이뤄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우창은 감동하는 갈만의 표정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길을 나서서 이렇게 학문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과연 이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갈만의 물음이 이어졌다.

나머지는 어떻게 해석합니까? 이 정()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그것은 표현하는데 항상 중용(中庸)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편중(偏重)된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이치에 합당한 논리로 남에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마음은 괜히 남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깨달은 만큼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물을 모으는 데는 소질이 없으나 제자를 가르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하면 되겠습니다.”

과연 맞는 말입니다. 돈을 모으는 재능은 애초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입니다.”

마음을 먹고 공부하시면 그리 오랜 시간이 가지 않아서 스스로 이러한 풀이를 할 수가 있을 안목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닦아놓은 내공이 고스란히 작용할 것이니까 말이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과연 그것이 한두 해로 가능하겠습니까? 다만 3년이 걸려도 기어이 뚫어내도록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연주(年柱)는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 마저 들어보고 싶습니다.”

우창이 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은 갈 선생의 양심(良心)입니다. 측은지심의 본향(本鄕)이지요. 이러한 심성을 갖고 있기에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마음은 바로 관세음보살의 화신(化神)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아득한 전생부터 선근(善根)을 심어온 결과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조상의 뿌리도 크게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어머니의 자리인 까닭이지요.”

그렇습니다. 정확한 풀이를 하셨습니다.”

갈만의 말에 우창은 다시 기()를 짚으며 말했다.

이 글자는 통제력(統制力)을 의미합니다. 다만 그러한 것은 부족합니다. 그므로 남을 이끌고 통솔하는 데는 큰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것을 참작해 볼 적에 학자의 길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작은 꿈입니다. 정말 원하는 대로 다 이뤄진다면 좋겠습니다. 애써 풀이를 해 주셨는데 어떻게 보답하면 되겠습니까?”

그야 다른 사람을 만나서 그의 목마름을 풀어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학문에 대한 보답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창의 말에 벌떡 일어나더니 불전에 절을 하듯이 삼배(三拜)했다. 스승으로 모시겠다는 제자의 예를 갖춘 것이다. 우창도 가만히 앉아서 합장하고 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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