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2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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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적천수

[519] 제42장. 적천수/ 19.선길후흉(先吉後凶)

[519] 제42장. 적천수/ 19.선길후흉(先吉後凶)

[519] 42. 적천수(滴天髓)

 

19. 선길후흉(先吉後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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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오후에 산책하러 가면서 백차방이 시끌벅적한 것을 들었지만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내버려 두고서 봄기운이 완연한 풍경을 보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오랜만에 소주자사(蘇州刺史) 최도융(崔道融)이 마차를 타고 오행원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산책을 멈추고 서둘러서 돌아오니 최도융은 그사이에 일석을 어르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가 우창을 보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잘 지내셨는가? 신수가 좋아 보이는군. 하하하~!”

형님께서 바쁘실 텐데 무슨 일로 이렇게 나들이하셨습니까?”

, 우선 이 녀석도 보고 싶고, 또 의논할 일이 생겨서 말이네. 서재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세.”

연화는 최 자사가 온 것을 보고는 차를 쟁반에 담아서 서재로 가져와서 놓고 나갔다. 우창이 차를 권하면서 자리에 앉았는데 봐하니 뭔가 복잡한 일이 생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창은 최도융이 말을 꺼낼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차를 한잔 다 마시고 난 최 자사가 말을 꺼냈다.

실은 내게 큰 문제가 하나 생겼다네. 취하고 말고는 내가 선택할 수가 있는데 어느 것이 옳은지가 궁금해서 아우의 고견을 듣고자 싶어서 왔네.”

그러셨습니까?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말씀하시지요. 아마도 좋은 일인가 싶습니다.”

아니, 아직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그것을 알아낸단 말인가?”

, 별것도 아닙니다. 형님의 안면에 희색이 보였을 뿐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대체로 상부(上部)에서 좋은 일이 주어질 조짐이라고 봐야 하겠는데 과연 실제로도 그러한지가 궁금할 따름이지요.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최 자사도 마음이 놓이는지 훨씬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잘 짚었네. 실은 왕성(王城)에서 입궐(入闕)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내려왔다네. 경사(京師)에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소() 낭중(郎中)이 있는데 언제까지 자사(刺史)만 하겠느냐고 말하는 바람에 마음이 동했지뭔가. 그래도 도성은 워낙 바람이 심한 곳이라서 자칫하면 평지풍파에 휘말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되니 말이네. 자칫 욕심을 부리다가 애써 자리 잡고 잘 지내는 것조차도 무너트리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생겨서 그야말로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더 옳은 것은 아니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허허~!”

우창이 최도융의 표정을 보니까 이미 마음은 도성으로 향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관료(官僚)는 항상 윗자리에 대한 열망(熱望)이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답을 줘야 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형님, 소주(蘇州)의 자사도 작은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위로 보면 또 수없이 많은 벼슬이 있겠습니다. 형님께서는 어디까지가 원하시는 곳입니까?”

, 그야 높을수록 좋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네. 그만큼 책임도 따르고 자칫하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 바라는 것이 뭐가 있겠나? 흐름에 따라서 조금은 더 올라가 봐도 좋지 않겠느냐는 정도지 뭘. 그래 도성으로 가서 좋은 일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가?”

형님의 말씀을 듣고서 생각해 보니까 참으로 가볍게 말씀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육갑패(六甲牌)의 도움을 받아서 판단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우창이 탁자 위에 있던 육갑패를 가져다가 최도융의 앞에 부채 모양으로 펼쳐놓고서 말했다.

판단을 잘해보기 위해서 다섯 개의 패를 뽑아 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이것은 조짐이므로 결과에 대해서는 참고만 하시면 될 것입니다.”

우창은 혹시라도 너무 나쁘게 나와서 마음이 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거듭 말했다. 왜냐면 최도융의 얼굴을 보니까 하관 쪽에 약간의 어두운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야 당연하니 아우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허허허~!”

이렇게 말하는데 마침 백발이 지나가다가 자사의 마차를 알아보고는 문을 두드렸다. 우창도 잘 되었다 싶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두 사람이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았다. 백발도 오랜만에 최도융을 봤기 때문에 반가웠으나 분위기가 신중한 것으로 봐서 필시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는 조용히 기다렸다. 더구나 최도융의 앞에는 지패(紙牌)가 펼쳐진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자 백발이 궁금할 것을 생각하고는 우창이 설명했다.

백발은 이것이 뭔지 궁금하겠지요? 육갑패(六甲牌)입니다. 앞쪽에는 육갑(六甲)이 적혀 있지요. 하하하~!”

그제야 백발도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아하! 그렇습니까? 오늘 또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되나 봅니다. 어떻게 하는지 조용히 배우겠습니다. 하하~!”

최도융은 백발의 호기심 어린 모습을 바라보고는 신중한 표정으로 패를 하나씩 뽑아서 나란히 펼쳐놓았다.

 

 


 

 

그가 뽑은 패는 임신(壬申), 을묘(乙卯), 병오(丙午), 무진(戊辰), 임자(壬子)였다. 이것을 본 백발은 흥미가 크게 동해서 눈빛이 반짝였다. 과연 어떻게 풀이를 해줄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우창이 먼저 설명해 줬다.

이 다섯 개의 패는 오른쪽부터 과거(過去)를 보고 중간의 병오(丙午)는 현재(現在)가 됩니다. 그리고 무진(戊辰)과 임자(壬子)는 미래의 조짐으로 대입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디 풀이를 해 보겠습니까?”

우창이 백발을 향해서 이렇게 말하자. 백발은 다섯 개의 패에 눈길을 떼지 못하고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궁리에 빠졌다. 아직 간지의 공부가 깊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쌓은 공부는 있기 마련이어서 말이 되든 말든 달변(達辯)의 능력자답게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현재는 태양처럼 만사가 뜻대로 된다는 뜻입니까? 병오(丙午)를 보니 과연 밝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백발은 현재를 의미하는 병오를 주시했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한 접근이었다. 현재가 모든 일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우창도 말했다.

과연 백발의 감각은 탁월합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풍경도 살펴보겠습니까?”

우창이 호응해주자 백발은 이내 신이 나서 말했다.

스승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자신감이 조금 생깁니다. 첫번째의 패인 임신(壬申)을 보니 편관(偏官)과 편재(偏財)가 아닙니까?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을묘(乙卯)를 봐서 귀인의 도움으로 어려운 일은 순탄하게 해결이 되고 점차로 자리를 잡아서 지금의 자리에 이르러게 되었다고 본다면 조상님이 도우셨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하하하~!”

천부적(天賦的)으로 순발력이 좋은 백발이었다. 우창이 약간의 방법을 말해 줬는데도 즉시로 응용하여 말을 이어가는 능력은 과연 탁월했다. 우창이 계속하라는 듯이 무진(戊辰)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정말 그럴싸한 해석입니다. 이제 네 번째의 패인 무진(戊辰)에 대해서는 어떤 풀이가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무진(戊辰)은 병오(丙午)에서 보면 식신(食神)입니다. 이것은 화생토(火生土)의 이치에 따라서 순조롭다고 보겠습니다. 이렇게 보는 것이 너무 아전인수격(我田引水格)으로 편리한 해석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백발이 이렇게 묻자, 우창도 웃으며 말했다.

매우 잘 풀이하셨습니다. 우창이 봐도 그렇게 풀이했을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의 패()를 풀이하면 되겠습니다. 하하~!”

마지막은 임자(壬子)입니다. 무진(戊辰) 패의 옆에 붙어있는 것으로 봐서 토극수(土剋水)의 의미로 뭔가 큰 뜻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멋진 점괘가 아닙니까?”

백발이 나름대로 풀이하고서 우창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풀이에 대해서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우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백발은 자기의 기분대로 간지를 살펴보셨습니다. 하하하~!”

이 말은 은근히 꾸지람하는 의미라는 것을 바로 알아챈 백발이 얼른 말했다.

아차!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어서 명쾌한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하~!”

우창이 최도융을 향해서 물었다.

형님, 편안하지만 느린 길이 있고, 빠르지만 가파른 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을 택하시겠습니까?”

우창이 점괘를 풀이하는 대신에 먼저 최도융의 의견을 묻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비로소 그 뜻을 이해하고는 대답했다.

아무래도 점괘의 조짐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구나. 내가 이팔청춘(二八靑春)도 아니고 이제 나이도 들어가고 있으니 어찌 위험하고 힘든 길을 선택하겠는가 안전하게 유람이라도 하면서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길을 택하고 싶다네. 어떤 조짐이 나왔기에 그러는지 어서 풀이를 부탁하네. 허허~!”

궁금하기는 백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항상 여유로운 모습으로 정사(政事)의 일을 보면서도 중심을 잘 지키고 있는 최 자사에게 어떤 조짐이 나왔는지 알고 싶어서 우창의 말만 기다렸다. 우창이 뜸을 들이느라고 차를 한 잔 따라서 천천히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무진(戊辰)은 황궁(皇宮)입니다. 형님에게 황궁으로 갈 길이 열려있습니다. 그래서 희색이 만면하셨던 것이고요. 그간의 선정(善政)을 베푼 인연의 노력이 비로소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

우창의 말을 들으면서 백발은 무토(戊土)의 공부가 떠올랐다. 중앙토(中央土)이니 황궁이라고 해도 말이 되겠고, 하늘과 통한다고 했으니 그것으로 봐도 또한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우창의 말에 최 자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야 다행스러운 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왜 어려운 길이라는 말을 했는지가 궁금하단 말이네.”

실은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비단옷에 가마를 타고 입궐했는데 가마꾼들이 달아나는 형국이니 말입니다.”

우창의 말을 듣고서 백발이 다시 점패를 보다가 말했다.

아니,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이 마지막 패의 임자(壬子)를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마꾼들이 가마를 버리고 도망간다는 조짐은 어떻게 찾는 것입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부족입니다.”

무진(戊辰)은 왕궁인데 임자(壬子)가 가마꾼이 됩니다. 그리고 일주(日柱)가 병오(丙午)인 것으로 봐서 임자가 일주(日柱)인 병오를 죽이려고 한다는 의미를 그렇게 돌려서 표현한 것이지요. 즉 소리장도(笑裏藏刀)라고나 할까요? 소주에서는 행복한 형님께서 왕궁으로 입궐(入闕)하는 순간부터 가시밭길을 걷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본 것입니다. 그러니까 병오(丙午)이니 붉은 비단옷의 관복(官服)을 입고 수심이 가득한 모습으로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해 본 것이지요.”

우창의 말을 듣고 있던 최도융이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맞는 말이네! 내가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못 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을 염려한 것이라네. 이미 그들의 자리에 대한 탐심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네. 그것이 점괘에 나왔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군. 진심으로 감탄했네. 허허~!”

최도융은 참으로 놀랍다는 듯이 우창을 보며 말했다. 더욱 놀란 것은 백발이었다. 무진(戊辰)이 왕궁이 되는 것은 중앙토(中央土)라서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임자(壬子)의 해석을 질시(嫉視)에 의한 함정(陷穽)이라고 하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요령부득(要領不得)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다시 설명을 청합니다. 임자(壬子)를 함정으로 읽으신 혜안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암요! 함정이고 말고요. 병오(丙午)가 임자(壬子)의 함정에 빠지면 사망(死亡)이 아니면 중상(中傷)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진(戊辰)은 병오(丙午)의 관점에서는 식신(食神)이고 기쁨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취하게 되면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독사(毒蛇)들의 혀끝을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형님이 어떻게 그런 느낌을 받으셨기에 이렇게 오행원을 방문하셨는지 그것이 더 궁금합니다.”

우창인 이렇게 말하면서 최도융을 바라봤다. 이렇게 찾아온 이유도 필시 어떤 영감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우창의 말에 최도융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아니, 아우는 내가 이렇게 찾아온 것도 어떤 조짐에 의해서 왔을 것으로 생각한단 말인가? 참으로 놀랍군. 실은 어젯밤 꿈자리가 별로 좋지 않아서 아침 내내 생각하다가 문득 아우에게 물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무엇을 했는지는 자세히 생각이 나지 않았으나 무척 답답한 상황이었던 것은 분명하네. 그래서 꿈을 깨고 났더니 온몸이 땀에 젖었지 뭔가. 이건 필시 어떤 조짐이라고 여기게 된 것도 그래서라네.”

아하, 그러셨습니까? 참으로 조상님이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다행히 점신(占神)께서 그 조짐을 보여주셨으니 가시거나 혹은 안 가시거나 온전히 형님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고 웃자 최도융도 그제야 모든 정황이 이해되었다.

알았네. 쉽고 편안한 것은 이렇게 소주를 관리하는 것이고 위험한 것은 왕궁으로 들어가는 것이란 말이지? 당연히 위험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군. 애써서 추천한 낭중(郎中)에게는 정중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아서 이대로 소주를 돌보겠다고 하겠네. 이제야 방향이 잡히니 속이 다 시원하군. 도성의 유혹은 참으로 매력적이고 처음으로 받아본 제안이라서 은근히 가슴이 뛰었는데 아우의 점괘를 보고 설명을 들어보니까 과연 호사다마(好事多魔)가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네. 고맙군. 허허허~!”

고맙다니요. 그야 당연한 것이 아닙니까? 형님께서 편안하셔야지요. 그런 말씀은 거둬 주십시오. 하하~!”

너무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나저나 오늘 점괘의 풀이를 듣고 보니 나도 그 공부하고 싶은데 가능하겠는가? 백발까지 여기에 아예 눌러앉은 것으로 봐서 참으로 재미가 있는 모양인데 아예 그것을 배운다면 나도 필요할 때마다 아우에게 귀찮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운용(運用)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드는데 어떤가?”

최도융이 이렇게 말하자 백발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

아니, 형님도 참 그야 더 말해서 뭣하겠습니까? 천하제일(天下第一)의 비법(秘法)은 면상(面相)에 있다고 그렇게 큰소리치던 이 백발도 여기에 빠져들었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으니까 형님도 당연히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실 겁니다. 하하하~!”

그런데 이제부터 시작해도 되겠는가?”

형님, 백발도 이제 시작했습니다. 같이 공부하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형님의 총기(聰氣)라면 오히려 백발보다 더 깊은 이치까지도 통찰(洞察)하실 겁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내일부터 바로 공부의 길에 동행하시지요. 대환영입니다. 하하하~!”

우창도 최도융이 오행원에서 공부할 마음을 일으킨 것이 고마웠다. 도구는 내 손에 있어야 언제라도 사용할 수가 있는데 오늘 그 진수(眞髓)를 맛보고서 즉시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바라보면서 내심으로 흐뭇했다. 언제든 머물러서 토론할 수가 있도록 객실(客室)을 한 칸 비워서 전용으로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문득 최도융이 물었다.

, 이러한 공부에는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내 팔자는 어떤지 그것만 좀 봐주겠나?”

우창이 그 말을 듣고서 웃으며 말했다.

아니, 형님 이미 인연이 닿았는데 또 무슨 인연을 기다리신단 말입니까? 단순히 오행(五行)의 생극(生剋)을 알면 되는 일이라 사유(思惟)가 미치지 못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이 우창이 옆에서 도와드린다면 또한 공부에 장애도 없을 텐데 괜한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명학(命學)을 알게 되신다면 죄인(罪人)을 다스릴 적에도 참작할 일이 한둘이겠습니까? 하하~!”

우창의 말을 듣자 더욱 자신감이 커졌다.

알았네. 내가 평소에 이러한 공부와 예측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나름대로 경외심(敬畏心)을 갖고 있었던가 보군. 내가 그러한 것을 할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연 아우의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로군. 허허~!”

우창이 일단 이렇게 말해놓고서 예전에 기록해 뒀던 최도융의 사주를 다시 적어놓고서 설명했다. 아무리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사주를 앞에 놓고서 설명을 듣느니만 못한 것은 우창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발도 마음을 일으켜서 열심히 정진하고 있으니 이런 기회에 풀이를 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되기도 했다.

 

 

 

 

, 기왕에 마음을 내셨으니까, 형님의 명식(命式)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형님의 명식(命式)을 보면, 일간(日干)이 정화(丁火)이고 필요한 것이 시간(時干)의 갑목(甲木)이 됩니다. 이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공부한다는 해석되는데 임수(壬水)로 인해서 기억력도 탁월합니다. 또 일지(日支)의 미중기토(未中己土)는 궁리하는데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논리적(論理的)으로 풀이가 되지 않으면 그대로 용납할 수가 없으므로 파고 들어가는 것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오행의 이치를 접하게 되면 그러한 궁금증은 말끔히 해소될 것입니다. 더구나 꿈을 꾸셨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예지력(豫知力)입니다. 그리고 이 또한 시간(時干)의 정인(正印)이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우창의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있던 최도융이 다시 물었다.

아니, 그렇다면 먼저 만났을 적에 그런 말을 해주셨어야 옳은 것이 아니었나? 그러면 더 빨리 발심했을 텐데 말이네.”

그건 또 그렇지 않습니다. 나무에 감이 달린 줄은 알아도 그 감을 먹는 것은 또 때가 있는 것입니다. 먼저는 아직 덜 익었고, 오늘은 비로소 익은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야 최도융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잘 깨달았다. 그러자 옆에서 연신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발이 말했다.

형님, 이 백발도 이제야 공부의 인연이 닿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까 만사는 때가 있다고 하는 것부터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렇지 맞아! 허허허~!”

최도융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었는지 서옥이 일석을 데리고 서재로 나왔다. 최도융도 일석을 보자 얼른 품에 안으면서 말했다.

이런, 일석어미도 여전히 좋아보이는구나. 불편한 것은 없나? 그래 잘 지냈지?”

그야 백부님께서 늘 보살펴 주시니 당연하지요. 오랜만에 나들이하셨네요. 모처럼 여유로워 보이시니 좋아요. 호호~!”

이제 귀찮을 정도로 자주 보게 되겠다. 나도 오늘부로 오행원의 제자가 되기로 했단 말이지. 허허허~!”

어마나! 그러셨어요? 그러면 이 조카도 당연히 즐겁죠. 호호~!”

이렇게 안부를 나누던 최도융이 우창에게 말했다.

제자들에게는 번거로울 듯하니 내 직책이 자사(刺史)라고 말하지 말고, 그냥 아호만 불러주면 좋겠네. 우산(禹山)이네.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좋아해서 무슨 일이든 파고들어서 끝까지 가보려는 마음을 담았지.”

과연 깊이의 연륜이 느껴지는 아호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특별히 관직(官職)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오늘처럼 평복하고 오시면 되겠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제자들에게는 일러 놓겠습니다.”

고맙네. 마음이 편한 것이 좋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한산사에서도 오행원에 대해서 늘 마음을 써 준다고 하더군. 언제라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탁해도 될 것이네. 그래도 안 된다면 내가 힘써 도울 테니 걱정은 말고. 허허허~!”

말씀만으로도 든든합니다.”

최도융은 이렇게 말하고는 일어나면서 일석을 서옥에게 넘겨주고 총총 돌아갔다. 내일부터 공부하러 오기로 하고 떠나가는 최도융을 우창과 백발이 문밖까지 나가서 전송했다.

 

다음날.

우산(禹山)은 일찌감치 오행원에 도착하여 백차방에서 우창과 백발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담소했다. 우산은 아무래도 기초가 부족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백발에게 물었다.

내가 오행의 공부가 부족한데도 이야기를 들어서 알 수가 있으려나 모르겠군. 차라리 자리만 차지할 것이 아니라 백발 아우에게 개인적으로 가르침을 받은 다음에 참여하는 것은 어떻겠나? 혹시라도 다른 도반들에게 방해나 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네.”

아니, 형님도 참.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냥 앉아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잃을 것이 없을 것이고, 만약에 스승님께서 묻는다면 아는 만큼만 대답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텐데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십니까. 실은 백발도 생짜배기가 아닙니까? 그냥 들이밀고 보는 것입니다. 우물거릴 시간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하하하~!”

그렇긴 하네만, 새로운 공부를 한다는 것이 좀 설레기도 하고 그렇긴 하다네. 망신이나 당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지. 허허허~!”

아니, 이미 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더 떨어질 곳이 있답니까? 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을 것이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을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백발도 그렇게 공부했는데 결국은 벼르는 것보다 바로 뛰어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머뭇거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요. 아무런 염려 마시고 자리만 지키시면 됩니다. 그리고 오행 공부라는 것이 단순히 학문만 배우고 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겸해서 수련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백발의 격려를 받고서야 안심이 되는 눈치였다.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던 우창이 한마디 거들었다.

형님께서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부는 시작되는 겁니다. 배우는 글방에서 하는 말로 장판때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공부방 바닥에서 뒹굴다가 보면 어느 사이에 심신(心身)에 그 영향을 받아서 도인이 된다는 말이지요. 오행은 알고 계시는데 어찌 모른다고 하실 일입니까? 오행의 생극(生剋)은 알지 않으십니까?”

, 그야 알지. 그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겠나? 허허허~!”

당연하지요. 그만큼만 알면 참여할 자격은 충분합니다. 하물며 간지(干支)도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아무런 걱정을 마시고 즐기면 됩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는데 공부의 시작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세 번 울렸다.

형님, 가시지요. 공부하러 오라는 신호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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