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2 · 금요일
낭월명리학당 一念卽是無量劫 -순간을 영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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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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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적천수

[493] 제41장. 유유자적/ 5.노인의 욕망(慾望)

[493] 제41장. 유유자적/ 5.노인의 욕망(慾望)

[493] 41. 유유자적(悠悠自適)

 

5. 노인의 욕망(慾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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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물안개가 채 가시지도 않은 시간에 한 노인이 오행원에 방문을 했다. 손님이 찾아오자 진명이 얼른 접객실로 안내했고, 그래서 우창과 마주하게 되었다.

어서 오십시오. 어르신께서 어떻게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이미 소문이 파다한 것을 모른단 말이오? 미래를 훤~하게 꿰뚫어서 속 시원하게 풀이해 준다는 말을 듣고서 이 늙은이도 한마디 듣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 아니겠소.”

, 그러셨습니까?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무엇이 궁금하셨습니까?”

노인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봐서 우창도 귀가 어두워서 작은 소리는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 짐작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귀가 자신이 잘 듣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우창은 노인의 언행이 다소 경망(輕妄)스러운 듯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래도 뭘 숨기고 음험(陰險)하게 떠보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진명이 차를 권하고는 옆에 앉아서 생일을 물어서 사주를 적었다.

 

 

 

 

진명이 노인의 명식(命式)을 적어서 우창의 앞에 내려놓자 훑어본 우창이 바로 말을 시작했다.

어르신, 참 분주하게 살아오셨습니다. 이제 쉬실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벌여놓은 일들이 쉬게 두지를 않지요?”

올해 내 나이가 일흔여섯이오. 그래서 이제 쉴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잘 될지가 궁금해서 선생의 조언을 듣고서 판단하려고 찾아온 것이 아니겠소. 히히~!”

사주를 보자마자 자기의 모습을 읽어주는 우창에게 신뢰감이 들었는지 이렇게 바로 말을 하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사주를 가늠했다. 일단 먼저 던져놓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식상(食傷)에 재성(財星)으로 둘러싸인 일간(日干)인 무토(戊土)는 머뭇거리면 즉시로 의심을 하게 되는 것도 있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인내심도 없다는 것이 또한 이렇게 먼저 말로 기선(機先)을 제압하는 것이 다음의 풀이를 수월하게 한다는 것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노인은 즉시로 긴장을 풀고는 우창의 말에 웃으며 자신의 상황을 말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사주를 살펴봤다. 이럴 때는 진명과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안배(按排)했다. 그래서 바로 풀이했다.

어르신은 참으로 건강이 재산이십니다. 건강만 하시면 할 일은 태산처럼 쌓여있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우창은 비록 좋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말년의 풍경이었지만 그래도 덕담(德談)으로 들리도록 에둘러서 말했다. 아직도 쉬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하려고 계획한다는 말을 들어보니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 또 무슨 낙이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우창의 말에 기분이 한껏 좋아진 노인이 말했다.

참으로 소문대로 용하시네. 그래서 말인데 내년부터 큰 사업을 벌이려고 말이오. 과부의 땡빛을 내서라도 정미소(精米所)를 새로 지어서 3년만 돈을 벌어놓고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그 일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손을 떼려고 말이오. 이것이 가능하겠소이까?”

과연 멋진 생각이십니다. 그런데 하시던 일이라면 몰라도 새로 벌이는 것이라면 권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임신(壬申), 계유(癸酉), 갑술(甲戌), 을해(乙亥), 병자(丙子)까지는 계속해서 지출만 일어날 조짐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일만 하다가 제대로 쉬지도 못하실 테니 그다음에 일을 벌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하시는 일만으로도 이미 벅차지 않으십니까?”

노인은 순간적으로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희망찬 포부를 갖고서 일하려는데 우창의 말은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가 꺾여서 가만히 있는 표정을 본 우창이 이미 마음으로 일을 추진하기를 작정했다는 것을 눈치채고서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주를 보니 이미 화살을 쏘셨습니다.”

, 맞아요. 이미 화살을 쏜 것이나 마찬가지요. 정미소를 할 자리를 계약하고 잔금(殘金)만 치르면 내 집이 되는 것이란 말이오.”

그러시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멈추라고 한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계획을 하신 대로 추진하셔도 되겠습니다. 다만 조상님이 돕기를 바라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면서 사업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하~!”

그러면 되겠지요?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요. 히히히~!”

우창은 한참을 좋은 말로 이야기를 들어주고는 배웅했다. 노인은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우창이 서재로 돌아오자 진명이 따라오면서 말했다.

스승님,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노인의 귀가 어두우셨나 봐요. 스승님께서 고생하셨네요. 호호호~!”

우창도 힘은 들었지만 미소만 지었다. 그때 자원이 다가와서 말했다.

싸부, 백차방에 차를 만들어놨어요. 차 마셔요.”

, 그랬구나, 그렇지 않아도 목이 컬컬했는데 잘 되었군. 그러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참이나 했던 터라 입이 씁쓰레했다. 그래서 자원을 따라서 차방으로 들어가자 향긋한 냄새가 진동했다. 차를 끓이고 있던 연화(緣和)가 우창을 보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스승님, 연화가 인사드려요~! 이리 앉으세요. 오늘은 새로 들어온 녹차(綠茶)를 우렸어요.”

, 그래서인가? 봄의 향기 가득하게 느껴지네. 반갑군. 스승님도 평안하시지? 하하~!”

그럼요. 스승님도 매우 즐거워하세요. 농담도 하시면서 혹시라도 연화가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배려해 주시는 것도 고맙고요. 호호~!”

이렇게 말하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시자 그윽한 향이 입안을 상쾌하게 씻어주는 것만 같았다. 지켜보던 자원이 진명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 노인은 상담하러 오셨던 거야? 나이도 많아 뵈던데 무엇이 궁금해서 오신 걸까?”

자원이 궁금해서 묻자 진명이 우창과 노인이 나눈 이야기를 대략 정리해서 설명해 줬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명이 적어놓은 사주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무신(戊申), 임인(壬寅), 무신(戊申), 신유(辛酉)면 이미 식신(食神)을 깔고 있고, 신중임수(申中壬水)도 있으니 자체적으로도 생재(生財)까지 된단 말이잖아요?”

그렇지, 하하하~!”

우창이 상담하면서 내내 답답했던 부분을 자원이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었다. 우창의 말에 자원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물었다.

근데 시주(時柱)의 상관(傷官)은 어떻게 해요? 감당이 되지 않잖아요? 이런 사주를 갖고서 어떻게 쉴 수가 있겠어요? 아마도 숨을 거두는 자리도 안방이 아니지 싶잖아요? 거리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다가 세상 인연을 하직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그야 사주가 혼탁(混濁)해서 안정적인 마음으로 여유를 즐길 수가 없다는 것조차도 파악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나도 일을 벌이지 말고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가 얼른 집어넣고 말았지 뭔가.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진명이 거들었다.

맞아요, 스승님께서 제대로 안내했는데도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자 얼른 방향을 바꾸시는 것을 보고는 내심 감탄했어요. 아마도 노인장은 스승님의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셨는지는 전혀 몰랐을 거예요. 호호호~!”

, 그게 진명에게는 보였나? 하하하~!”

말씀해 주세요. 그 순간에 무슨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셨는지 궁금해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화도 재미있다는 듯이 다시 뜨거운 차를 따라주면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창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귀가 있건 없건 관계없이 일단 말은 해 줘야 하잖겠어? 그래서 말을 꺼냈는데 이미 귀는 닫혀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후퇴했잖아. 더 들이받아 봐야 노인의 마음만 상하게 생겼더란 말이지. 이미 스스로 그렇게 하기로 결정 한 이상은 활을 떠난 화살과 같은 상황인데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겠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지. 진명은 아미도 내가 말하기 전에 그러한 조짐을 알았겠지만 난 그게 보이지 않으니 이렇게 말을 해본 다음에서야 알 수밖에. 하하하~!”

우창의 말에 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얼른 말을 거둬들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내심으로 조마조마했어요. 실로 스승님의 말씀이 옳기는 하지만 이미 그 노인은 그렇게 하기로 했고, 단지 스승님을 찾아온 것은 희망의 말만 필요했다는 것이 보였거든요. 그래도 학문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해결하시는지가 궁금했죠. 호호호~!”

올해 나이가 일흔여섯인데, 3년 동안 3만 냥의 돈만 벌어놓고는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말을 듣고서 내심으로 기가 막혔지 뭔가. 그래서 마음에서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외쳤지. 그리고 반드시 말려야 한다는 소리도 들렸으나 그가 받아들일 마음이 전혀 없으니 어찌해볼 방법이 없지 않으냔 말이네. 허참~!”

우창이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차를 마셨다. 향긋한 차향이 코끝을 찔렀다. 이번에는 자원이 연주(年柱)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주운(柱運)으로 본다면 어려서는 유복(裕福)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월간(月干)의 임수(壬水)가 편재(偏財)인 것으로 봐서는 일찍부터 사업 쪽에 밝았을 것으로 보여요. 더구나 식상(食傷)이 같이 있으니 자기의 능력에 대해서도 과신(過信)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어요.”

우창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자 우창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작년(昨年)의 신미(辛未), 또 그 전엔 경오(庚午), 기사(己巳), 무진(戊辰)으로 지나온 것으로 봐서는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고 봐도 되겠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와 같을 줄로만 알고서 몰아치는 것으로 봐도 되겠어요.”

맞아, 아마도 늘그막에 뜻한 일들이 재미있었던 것으로 봐도 되겠지.”

그러나 어찌 알았겠어요. 올해는 임신(壬申), 다시 계유(癸酉), 그리고 갑술(甲戌)로 이어져서는 잠시 반짝하다가 을해(乙亥)에서 완전히 바닥을 찍게 되고, 병자(丙子)는 골병(骨病)이 든다고 봐야 하겠으니 참으로 딱한 상황이네요.”

자원이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차면서 우창을 바라봤다. 그러자 진명도 어떤 장면인지 대략 이해가 되어서 말했다.

맞아,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잖아? 자원이 생각한 그대로 앞에서 전개될 장면으로 봐도 될 거야. 내가 놀랐던 것은 스승님께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것을 설명하면서 말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는 놀랐지 뭐야. 호호호~!”

이렇게 말을 한 진명이 우창에게 물었다.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것이 뻔히 보였는데도 그것을 짐짓 건드려 보고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바로 손을 빼면서도 마음에 갈등은 있지 않으셨어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의뢰한 사람이 내 말을 듣고자 한다면 당연히 막아줘야지. 만약에 나이가 40대라고 한다면 나도 또한 조금은 더 막아보려고 했을 것이네. 그런데 이미 귀는 닫혔고, 마음은 질풍처럼 내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적에는 귀에 달콤한 말이나 해 주면서 그래도 기도라도 하라고 한마디 얹어서 보내는 것밖에는 달리 더해 줄 것이 없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겠지?”

맞아요. 막을 수가 없는 것도 운명일까요?”

진명이 이렇게 묻자 우창은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서 말했다.

옛날에 석가모니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있었다는 이야기나 해 줄까?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라서 정확하게 기억은 못 하겠으나 대체적인 뜻은 전할 수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네. 하하~!”

이번에는 오히려 연화가 반기면서 말했다.

와우~! 좋아요~! 어려운 이야기만 하셔서 머리가 아파지려고 했는데 부처님 이야기를 해 주신다니 다행이에요. 호호~!”

다시 차를 따르면서 말하자 우창이 연화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말을 꺼냈다.

부처가 도를 깨닫고 나서 하루는 삼매(三昧)에 들었다네.”

이렇게 말하자 진명이 물었다.

? 삼매에 드는 것이 무슨 뜻이죠? 세 가지의 몽매(蒙昧)함은 아닐 거잖아요?”

, 진명이 처음 들어 봤구나. 삼매는 인도의 말을 한자(漢字)로 적어놓은 것이니까 글자대로만 해석하면 틀리게 되지. 사마디를 삼매라고 한 것이고, 이것은 정신이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狀態)에 몰입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알아두면 되네. 인도의 말을 한자로 바꾸면서 어색한 풀이가 되는 것이 꽤 있어. ()는 보제(菩提)라고 쓰고 보리라고 읽는 것도 있으니까 말이야. 하하~!”

그런 것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어서 말씀을 계속해 주세요.”

부처가 무아지경에서 한 장면을 보게 된 거야. 이것은 진명이 전생의 풍경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구나. 석씨(釋氏)의 종족을 멸하겠다면서 군대를 이끌고 왕궁으로 쳐들어가는 것이 보였던 거지.”

우창의 말에 비로소 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바로 알겠어요. 예언의 형상이었군요.”

맞아, 그것을 본 부처는 차마 종족이 멸망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쳐들어오는 길목에 앉아서 기다렸지.”

진명도 이해가 되네요. 당연히 그래야 하겠어요.”

쳐들어오던 군대는 부처의 조부(祖父)와 인연이 되었는데 조부가 자기의 딸과 살게 된 사위를 못마땅히 여겨서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모욕(侮辱)을 줬던 것이고, 그것을 잊지 못한 사위가 아들을 얻게 되자 그 원한을 갚아달라고 하고는 죽었던 거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자원도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어요. 원래 전쟁도 사소한 감정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병사를 몰아서 석가족을 멸족시키려고 달려오다가 부처가 길 가운데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그냥 짓밟고 지나갈 수가 없어서 말을 돌렸다더군.”

역시 법력은 대단하네요. 그렇게 해서 종족을 구했으니 말이에요. 전쟁조차도 막을 수가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로부터 얼마 후에 다시 쳐들어왔던 거야. 이번에도 역시 길에 앉아있는 것을 본 왕이 말에서 내려서 분명하게 말을 했다더군. ‘다음에는 막아도 소용없습니다.’라고 말이네.”

정말 원한이 깊이 사무쳤던가 봐요. 그래도 부처가 있어서 든든했겠어요. 다음에도 또 막아 줬을 거잖아요?”

그런데 다시 쳐들어온다는 말을 듣고서도 이번에는 부처가 나가지 않았다더군. 한 번은 어떻게 해보지만 이미 갚아야 할 원한의 빛은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여기까지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운명대로 석가족은 멸망(滅亡)하게 되었다더군. 이렇게 갚아야 할 것과 정해진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수가 없다는 거야. 사소한 씨앗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이것이 자라서 거목(巨木)이 된 다음에는 한 종족을 무참하게 멸망시키는 결과가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인과법(因果法)의 무서운 점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우창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연화가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오행의 이치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그 노인은 이미 죽기 전에 가산(家産)을 탕진(蕩盡)하고서야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한두 번은 말려본다지만 더 이상 말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위배(違背)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신 거죠?”

연화의 말에 우창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자원이 물었다.

아니, 싸부가 노인이 하겠다는 방앗간의 사업을 말리지 않았다는 것은 필시 말려도 듣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셨다는 것이잖아요? 만약에 기를 쓰고 말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야 모르지, 다행히 전 재산을 허비하지 않고 편안하게 노후를 즐기다가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어쩌면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 실행하지 못한 사업에 대한 미련으로 번뇌에 사로잡혀서 후회하면서 병을 얻어서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받게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창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연화가 다시 물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이미 정해진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막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가을이 깊어져서 초목의 잎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앞으로 날씨가 추워지고 서리가 내리면 낙엽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절로 떨어지게 될 테니까 미리 영양분을 듬뿍 흡수하고 준비하라고 일러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에 불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화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진명이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달았는지 말했다.

아하~! 연화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 비로소 그 노인의 굳은 신념과 같은 말의 의미를 알겠어요. 겪을 것은 직접 겪어야 한다는 이치잖아요? 그래서 춘하추동(春夏秋冬)인 거죠?”

진명이 이렇게 물으면서 우창을 바라보자 대답했다.

맞는 말이야. 연화의 깨달음에서 진명이 보석을 줍는구나. 하하하~!”

만약에 방앗간의 사업이 뜻한 대로 잘되지 않고 힘들게 된 다음에 다시 찾아온다면 스승님께서는 뭐라고 하실지도 궁금해요. 이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일까요?”

그야 얼마든지 생각을 해볼 만한 일이지. 그렇다면 혹독한 겨울을 잘 견디셨습니다. 이제는 따스한 봄날이 다가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되겠습니다.’라고 해야지. 그리고 누구나 항상 그래.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 말을 온전히 믿는 사람은 몇 차례의 고배(苦杯)를 마신 다음에나 가능한 일이지. 처음에는 자기의 능력을 믿고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말이야. 3년이나 혹은 5년 후에 다시 찾아와서 하지 말라는 일을 추진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큰 손실을 봤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지.”

그런 말을 들으면 참 안타깝겠어요.”

진명의 말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그랬지. 그런데 그것도 반복하다가 보니까 이 노인처럼 생각을 정리하게 되더란 말이네. 당할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말린다고 해서 듣겠느냔 말이지. 그래서 기도라도 하라고 해 주고는 마무리를 할 따름이라네. 귀가 있으면 한 번 더 말을 해 주지만 귀가 없으면 더 말을 해봐야 말만 귀양을 보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니 왜 하릴없이 기운을 소모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하하하~!”

우창의 말을 듣고 자원이 말했다.

맞아요. 어찌 조언뿐이겠어요? 길이 나쁘다고 가지 말라고 알려 줘도 기어이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은 가봤다가 생고생(生苦生)하고는 돌아오기도 하니까요. 물론 극복하고 난 다음에 얻는 깨달음도 크다고 봐야 할 거예요. 가르침을 받고서 얻는 지식보다는 스스로 겪은 다음에 얻는 것은 소중한 경험(經驗)의 자산(資産)이 될 테니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노인은 앞으로 3년간의 혹독한 겨울의 매운맛을 피할 수가 없겠네요.”

자원이 이렇게 안타까워하면서 말하자. 우창이 다시 설명했다.

맞아~! 그렇게 하면서 삶의 연륜이 쌓이는 거니까. 다만 젊은 나이에 겪는 것은 다음에 주의할 경험이라도 되겠지만 나이가 일흔여섯이나 되어서 새로운 일을 벌이면서 그것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팔자의 희용신(喜用神)을 떠나서 이미 무리한 일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즉 그 말은 누가 봐도 성공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말이기도 하지. 아마도 짐작하건대 이미 주변에서 극렬하게 반대를 했을 거야. 그러니까 자신도 조금은 걱정이 되어서 물어보러 왔겠지. 물론 좋다는 말만 듣고 싶었을 것은 당연하지. 쉬고 싶다고 말을 하면서도 쉬지 못하는 노인의 말을 들으면서 말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거든.”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자원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참 많은 것을 배워요. 그러니까 노인의 돈이 비록 고집스럽게 벌고자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흩어져야 또 운이 좋은 사람이 그 재물을 주울 테니까 이것도 춘하추동의 흐름과 같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좁게 본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넓게 생각해 보면 그것조차도 자연의 순환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보는 것은 이치에 맞을까요?”

자원이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도 미소를 짓고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내가 빠트린 말을 자원이 챙겨주니 고마울밖에. 하하하~!”

그렇구나. 그렇다면 다행이죠. 그리고 삼대(三大) 거짓말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하겠어요. 호호호~!”

자원의 말을 듣고서 연화가 물었다.

아니, 삼대 거짓말은 알지만 뭘 추가한다는 거지?”

언니도 참 생각해 봐요. 노인이 쉬고 싶다는 말도 거짓말이라는 거잖아요? 나이가 들면 노욕(老慾)이 생긴다는 말은 들었으나 그 현상을 직접 듣고 보니까 과연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겠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원인은 늙으면 저절로 생긴다는 욕망(慾望)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겠단 말이죠. 호호호~!”

자원의 말을 듣던 진명이 자원에게 물었다.

삼대 거짓말은 또 뭐길래 두 분은 아는데 진명은 모르는 거야? 같이 알게 말해 줘봐.”

, 그건 처녀가 혼인하지 않는다는 말과 상인이 손해를 보고서 물건을 판다는 말과 마지막으로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을 삼대 거짓말이라고들 하는 거야. 그것도 못 들어 봤어? 호호호~!”

그런 말이 있었구나. 처음 들어봐. 그런데 처녀라도 혼인할 마음이 없을 수가 있는 거잖아?”

그렇게 말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면 오뉴월에 보리감주가 변하듯이 언제 그랬냐고 하고 혼인하니까 붙은 말이지 뭐겠어.”

그제야 진명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 서옥을 봐도 그랬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고자 해서 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지?”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되는 것을 말이야. 호호호~!”

 

 

진명에게 자원이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리자 모두 웃었다. 차향은 여전히 방에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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