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 제41장. 유유자적(悠悠自適)
4. 알아도 모른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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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은 진명의 임기응변(臨機應變)이 맘에 들었다.
“굼벵이가 재주를 부렸구나. 허허허허~!”
“에구~ 태사님 말도 마셔요.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태사님께서 나오시지 않았더라면 차탁이라도 뒤집어엎어야 하나 싶은 생각조차 했다니까요. 호호호호~!”
우창은 뭔가 위기를 넘긴 듯한 느낌은 들었으나 도대체 무슨 일이 지나갔는지는 알 도리가 없어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볼 따름이었다. 그제야 단양이 우창을 보면서 말했다.
“멍청한 제자야 점괘나 해석해 보거라.”
우창은 ‘멍청한 제자’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야만 하는 처지에서 항상 부담이 없지 않았는데 갑자기 의지해야 할 대상이 생겼다는 것이 왠지 모를 푸근함조차 느껴졌다. 점괘를 묻는 말을 듣고서야 적어놓은 오주괘를 보면서 살펴봤던 점괘의 내용에 대해서 의견을 말했다.

“우창이 점괘를 봤을 적에는 문제의 반당(反黨)들이 서쪽의 수변(水邊)에 숨어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래서 병사들을 동원해서 포위하고 축시(丑時)에 습격(襲擊)한다면 일망타진을 할 수가 있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무슨 오류가 있는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분주(分柱)에 축(丑)이 있어서 그렇게 봤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일간(日干)의 정화(丁火)는 관청(官廳)이라고 봤을 적에 검은 생각을 품고 있는 무리이니 신금(辛金)으로 봤습니다.”
“옳지, 점괘가 참으로 영험하구나. 허허허허~!”
“그렇다면, 우창이 해석을 잘 못 한 것은 아니었습니까? 더구나 정미(丁未)가 복음(伏吟)으로 겹쳐있는 것은 정국(政局)의 상황이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해 봤습니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형태라면 당연히 어딘가에서 역적모의(逆賊模擬)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맞아~! 틀림없는 풀이로군.”
우창은 단양이 두 차례나 점괘의 풀이에 대해서 동의하자 오히려 의아했다. 이 정도라면 자사 일행이 있을 적에 명쾌하게 풀이해 줬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니, 스승님께서 엉뚱한 말씀을 하시기에 제자가 무엇을 잘 못 한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우창의 말을 듣고서야 진명은 그 의도를 헤아릴 수가 있을 것 같아서 단양을 보면서 물었다.
“태사님의 깊은 뜻을 짐작하건댄 이 점괘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뜻으로 느껴지는데 진명이 생각한 것이 맞나요?”
“오호~!”
단양이 감탄만 하고는 두말을 말을 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우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 우둔(愚鈍)한 사람아. 아직도 모르겠나?”
“예? 그러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그대의 역량을 시험한다고 했던 거지. 자사와 어사에게 그 점괘는 반당을 잡는 점괘였지만 그 점괘가 우창에게는 광풍노도(狂風怒濤)가 휘몰아쳐서 오행원을 휩쓸고 지나갈 점괘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네. 허허허허~!”
단양의 말을 듣고서 우창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진명이 손뼉을 치면서 감탄하고는 말했다.
“아하! 어쩐지..... 태사님이 아니셨으면 큰일을 치를 뻔했네요.”
“오호, 오늘은 진명이 열 일하는구나. 아주 맘에 드는걸. 허허허허~!”
“아니에요. 진명은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조짐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점괘에서 그러한 불씨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우창은 단양과 진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은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어서 다시 단양에게 물었다.
“스승님께서 손에 쥐어 주셨는데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떠먹여 주셔야만 하지 싶습니다. 우선 점괘의 해석에는 틀림이 없고 점기도 동했다는 것은 맞는다는 말씀인 거지요?”
우창은 하나씩 풀어가기로 하고 점괘부터 확인했다.
“점괘는 참으로 용하군. 나도 감탄했으니까. 허허허허~!”
“그렇다면 그대로 알려줘서 역적의 무리를 소탕(掃蕩)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그대가 아직 세상을 배우려면 멀었다는 것이네. 가령 역적을 소탕했다고 친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겠나?”
“그다음에는 죄인들을 잡아서 죄의 경중(輕重)에 따라서 삼족(三族)을 멸하거나 사형을 집행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옳지! 거기까지는 잘 알고 있군. 그렇게 되면 그대의 점괘에 의한 한마디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원한(怨恨)을 품게 될 것인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나?”
“아니, 그것을 왜 제자가 생각해야 하는지요? 다만 답만 알려주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학자의 몫은 거기까지인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우창은 아직도 단양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단양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사의 표정을 봤나? 느낌이 어땠나?”
“예? 어사의 표정을 물으십니까? 음..... 잘 모르겠습니다. 점괘에 정신이 팔려서 미처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단양이 이번에는 진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후광은 어땠나?”
우창과 이야기를 하던 단양이 이번에는 진명에게 묻자 신이 나서 말했다.
“태사님의 말씀을 들으니 비로소 이해되네요. 그의 빛은 어두웠어요. 어사라면 포청천(包靑天)처럼 붉고 밝은 광채가 나야 할 텐데 그렇지를 못해서 의아했습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어요. 속내가 음침한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맞아, 나중에 역적을 잡아들이고 나서는 우창에게 그 화가 미칠 것이네. 아마도 역적들과 한 무리라고 할 핑계를 잡았으니까. 그렇게 되면 꼼짝하지 못하고 역적들과의 역모에 가담한 것이 될 테고 그다음의 일은 논하지 않는 것으로 하지. 허허허허~!”
우창은 단양의 상상이 지나치게 비약적(飛躍的)이라고 생각되어서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로 든다면 세상에 할 말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생각조차 들었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의 말씀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생각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점괘에서 오행원의 횡액(橫厄)을 어떻게 읽을 수가 있는 것인지도 궁금할 따름입니다.”
우창이 단양에게 따지듯이 말하자 단양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물론이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한다는 것은 수행자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니까 당연하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오히려, 포상(褒賞)을 받아야 할 텐데 역적이 되다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누명(陋名)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니겠나? 허허허~!”
“가능성을 논한다면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자, 다음의 문제도 있네. 포상받고 오행원의 도사가 귀신처럼 역적의 무리가 숨어 있는 곳을 정확하게 알려줘서 섬멸(殲滅)하게 되었다고 하면 그 소문은 꽤 멀리 퍼져나가지 않겠나?”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더욱 심각할 따름이지. 잠시 기분이 좋았다면 다음에는 두려움으로 매일 밤을 보내야 할 테니 말이야.”
“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대는 역적이 왜 역적이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역적이 자기의 삶을 포기하고 역적이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없을까?”
“이유가 없기야 하겠습니까? 다만 그러면 안 되는 것이기에 하지 않는 것이지 않습니까?”
“참 한가로운 친구로군. 쯧쯧~!”
“말씀해 주십시오. 제자가 우둔해서 가르침을 아직도 헤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역적의 가족이나 잔당이 그 말을 듣는다면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왕인가 그대인가?”
“그것은 아마도 직접적으로 잡히게 했다고 보면 우창을 원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죄를 지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겠지. 그러나 법은 멀고 감정은 가까운 법이네. 그대가 이른 아침에 산책하러 나가는 길옆에 웅크리고 있다가 칼이나 철퇴(鐵槌)를 들고 달려들 수도 있겠지. 어떤가?”
“에구~!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자, 이제 알아들었을 테니 다시 물어볼까? 그 점괘대로 풀이해 줘도 재앙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 텐가? 그래도 국가의 안녕과 왕권과 자사의 지위를 지켜주기 위해서 말을 할 텐가?”
“그건 정말 판단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말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점신의 존재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아직도 제자는 그 뜻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지? 허허허허~!”
“아, 그래서 점괘를 뭉개면서 엉뚱한 말씀을 하신 것입니까?”
“맞아, 그대를 구하고 오행원을 구하고 많은 사람이 슬픔에 잠길 것을 구하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용한 점괘를 깔아뭉개는 것이었다네. 허허허~!”
우창은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점차로 안개 속에서 실체가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보인다고 해서 다 말하지 말라는 뜻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이치를 확연하게 깨닫고는 소름이 돋았다. 비로소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깨달았다.
“스승님, 제자가 참으로 우둔하긴 했습니다. 이제야 그 깊은 뜻을 헤아렸습니다. 생각만으로 알고 있는 것과 막상 일을 당해서 그것을 처리하는 것이 같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우창이 비로소 합장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그러자 단양이 말했다.
“알았으면 그만 가보게. 난 좀 쉬고 싶군. 허허허~!”
“예, 편히 쉬십시오. 우창은 물러갑니다.”
연화와 오광의 배웅을 받으면서 백차방으로 돌아온 우창과 진명이 차를 앞에 놓고 앉았다. 진명의 상기된 얼굴을 보자 우창이 물었다.
“아니, 진명은 또 왜 얼굴이 상기되었는가?”
“그야 스승님을 재앙(災殃)으로부터 구출하는 데는 진명의 잔재주가 일조(一助)했으니까 그렇죠. 호호호~!”
우창은 비로소 진명이 찻잔을 엎지르는 소란을 피운 의미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잠시 후에 연화가 돌아와서 차를 끓였다. 지나가던 자원이 연화를 보고는 따라 들어와서 찻잔을 앞에 놓고 앉아서 물었다.
“참, 싸부, 아침에 얻은 점괘는 어떻게 되었어요? 아직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요?”
자원의 말에 진명은 무슨 말이냐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우창이 육갑패를 꺼내어서 낮에 봤던 그대로 펼쳐놨다.

진명이 신축(辛丑), 정축(丁丑), 기유(己酉), 임신(壬申), 정묘(丁卯)의 점괘를 보면서 생각에 잠기자 자원이 말했다.
“뭐, 들여다봐야 별것이 없어, 그냥 잠시 소란이 일었다가 마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분주(分柱)의 정묘를 보니까 이제야 알겠어. 그 과정에서 소중한 공부를 한다는 뜻이었잖아. 호호호~!”
그 말에 우창이 다시 생각해 보니까 과연 잠시 소란이 일었다가 말게 된 결과였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험을 얻게 되었으니 비로소 분주의 뜻에 대해서 이해가 되었다.
“정말 그렇구나. 잠시 소란이 일다가 말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해석하지 못했는데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겠구나. 참 신기하군. 하하하~!”
그제야 진명이 자원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자원이 이야기를 듣고서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아마도 싸부같이 답답한 사람은 아마 세상에 둘도 없죠. 호호호~!”
“그게 웃을 일인가? 난 참으로 난감했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까 과연 태사님은 혜안이 뛰어나신 것이 맞네요. 진명이 싸부의 옆에 있다는 것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이고 말이야. 호호~!”
그러자 진명이 말했다.
“그런데 만약에 스승님께서 점괘대로 해석해 주고 났을 적에 어떤 일이 생기게 될 것인지를 상상해 봤는데, 태사님의 말씀에 하나 더 얹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지 뭐예요.”
진명의 말에 우창이 물었다.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스승님, 생각해 보세요. 용하다는 소문이 나는 것까지는 또 그렇다고 쳐요. 관가에서 어려운 일만 생기면 자사를 시켜서 답을 구해오라고 할 거잖아요? 답을 주면 당연한 거고 답을 주지 않거나 틀리기라도 하면 알고도 말하지 않는다고 끌어다가 고문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냔 말이에요. 관리들이 모두 자사처럼 너그럽지는 않으니까요.”
진명이 이렇게 말하자 자원도 진저리를 치면서 말했다.
“맞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것이 관리들인데 그랬다가 싸부가 큰 변을 당할 수도 있지.”
그러자 진명이 자원에게 말했다.
“그렇겠지? 어제 태사님께서 말씀하셨잖아. 유기(劉基)와 같이 있다가 큰 변을 당하게 생겨서 걸인으로 변장하고 저잣거리로 숨어버렸다는 말씀이 무슨 뜻이겠어? 앞으로는 스승님을 정말 잘 지켜야 하겠구나. 방심하고 있다가는 어느 귀신에게 잡혀가실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야. 호호호~!”
이렇게 두 여인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에 우창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관재(官災)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려 든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과연 아침에 단양을 찾아뵈었던 것이 무엇보다도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일이 되려니까 사전(事前)에 조짐에 대한 귀띔을 듣게 되었고, 또 그 순간에 단양이 나타나서 해결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또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을 본 진명이 말했다.
“스승님은 인덕이 많아서 괜찮아요. 이렇게 위기를 만나도 주변에서 두 발을 벗고 나서서 해결하는데 무슨 걱정이겠어요. 지금처럼만 정도(正道)를 지키면서 살면 그 나머지는 천지신명(天地神明)께서 보우(保佑)해 주실 거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호호호~!”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자 옆에서 차를 따르던 연화가 말했다.
“실은 태사님께서 미시(未時)가 되자 걱정을 많이 하는 눈치였어요. 누가 왔는지를 물어보고 또 몇 사람이 왔는지도 물어보고 하셨거든요. 예상보다 손님들이 빨리 왔다는 말씀도 하시더니 급하게 나가셨단 말이에요. 참으로 좌견천리(坐見千里)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어요. 이렇게 모두 잘 정리되고 나니까 더욱 잘 알겠네요. 호호~!”
그러자 자원이 농담 삼아서 말했다.
“싸부에게는 다행인지 몰라도 우리는 점괘 하나를 낭비했잖아. 태사님 같았으면 점괘도 뽑지 않으시고서 먼 산의 아지랑이를 말씀하셨을 텐데 말이야. 우리 순박하신 싸부는 언제나 점괘를 낭비하지 않으시려나 모르겠네. 호호호~!”
자원이 이렇게 말하면서 웃자, 우창이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옛날의 선사(禪師)들이 왜 헛소리 같은 말을 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가 되는걸. 때로는 헛소리가 진실한 법문이 된다는 것을 여태는 몰랐거든. ‘부처가 뭐냐’고 제자가 묻는데, ‘측간(廁間)의 똥 젓는 막대기’라고 답했다는 것을 들으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단 말이야. 오늘 스승님의 늑대며 야밤의 뻐꾸기와 무엇이 다르냔 말이지. 하하하~!”
우창의 말을 듣고 진명이 말했다.
“그런 말도 있어요? 듣느니 처음이에요. 선사들도 참 재미있게 법을 희롱하고 사시네요. 과연 선사가 맞아요. 그리고 태사님도요. 진명도 어서 공부가 깊어져서 그렇게 자유로운 점괘놀이를 하고 싶어요. 세상에. 백일(白日)처럼 명명백백한 점괘를 안개 속의 비바람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은 꿈속에서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니까요.”
이렇게 담소를 나누다가 진명과 자원이 돌아가고 연화와 마주 앉은 우창이 물었다.
“오행원에서 지내시기에 어려운 일이 없습니까?”
“어려운 일이라니요. 매 순간이 얼마나 즐겁고 짜릿한지 몰라요. 공부는 오히려 뒷전이고 하루를 즐겁게 살다가 보면 이내 하루해가 지고 말거든요. 특히 태사님의 말씀은 한마디도 버릴 것이 없다니까요. 이렇게 귀한 선물을 혼자만 받은 것 같아서 오히려 과분(過分)하기도 해요. 호호~!”
“우창은 너무 힘든 일을 하시는가 싶어서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그렇게나 즐거우시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오광도 나이는 어리나 천성(天性)이 성실하죠?”
“맞아요. 얼마나 진심으로 태사님을 챙기는지 감동할 지경이에요. 아마 모르긴 해도 전생의 수행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뜻이 맞으신 듯하니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스승님의 연세가 높아서 걱정이 좀 되었는데 챙겨주시는 것을 보니까 마음이 놓입니다. 스승님만 챙겨주셔도 되는데 백차방까지 관리하시기에 벅차면 여기는 다른 사람을 시켜도 됩니다.”
우창의 말에 연화가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지금 이대로 너무나 충분히 감당을 할 수가 있어요. 스승님께서 연화를 위하시는 것이라면 제발 백차방의 팽주(烹主)가 누리는 재미를 빼앗지 말아 주세요.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이에요. 호호~!”
연화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우창도 마음이 편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수경(水鏡)과 채운(彩雲)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어오다가 우창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우창도 합장으로 인사를 받고는 말했다.
“차가 생각나서 오신 건가? 반갑네. 하하~!”
우창을 보고서 채운이 말했다.
“스승님의 안색은 여전히 활기차고 좋아 보이네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채운이 이렇게 물으면서 연화가 따라주는 차를 들고 자리에 앉자 우창도 반가워서 말했다.
“나야 즐거울 일 말고야 무슨 일이 있겠나. 공부해서 즐겁고 모르던 것을 깨달아서 즐겁고 또 함께 더불어 토론하는 제자들이 있으니 즐거울밖에. 하하~!”
우창의 말에 채운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참, 스승님을 뵈면 여쭤보려고 했던 것이 있어요. 수경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말이에요. 어떤 질문을 받았을 적에 오주괘를 볼 수가 있잖아요?”
“그야 물론이지.”
“점괘를 얻어서 풀이하면 된다는 제 말에 언니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점괘를 보는 것이 과연 옳겠느냐는 말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점괘에 다 나와 있는데 그대로 풀이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해결이 나지 않았거든요. 오늘 마침 이렇게 뵈었으니 여쭤볼게요. 누가 옳아요?”
채운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우창은 열성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하게 학문을 대하는 자세가 예뻐서였다.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듣고는 수경과 채운에게 말했다.
“실은 오늘 내가 상황을 냉철(冷徹)하게 판단하지도 않고 점괘를 뽑았다가 스승님께 걱정을 끼쳐드렸지 뭔가. 만약에 오늘 아침에 질문을 받았으면 점괘를 보는 것이 옳다고 했을 것이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네. 그러니까 점괘를 구하기 전에 질문에 대해서 먼저 사리(事理)를 따져서 판단해 보고 과연 점괘를 봐야 할 것인지를 결정한 다음에 확신이 든 다음에야 비로소 득괘(得卦)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겠네.”
“예?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그게 궁금해요.”
채운이 이렇게 묻자 우창은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 들려줬다. 그러자 채운도 비로소 그게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고는 말했다.
“역시~! 스승님께 여쭤야 답을 얻네요. 그렇다면 채운이 무엇을 잘못 생각한 것일까요?”
“잘못 생각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알 수가 없는 일을 물었다면 당연히 점괘를 보는 것이니까. 다만 점괘를 보기 전에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이 점괘로 인해서 누가 다치거나 스스로 곤경에 처할 수도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라네. 마치 어린아이에게 칼을 들려준다면 아이는 그 칼을 써보고 싶어서 엄마를 찔러 볼 수도 있지 않겠나?”
우창의 말을 듣고 세 사람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매우 적절한 비유이면서도 그 말이 우스웠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