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자 대청도~!(12/12)
언젠가는 마지막이 오기 마련이다. 이렇게 대청도의 마지막 날이 밝아오지 않느냔 말이다. 상쾌한 새벽에 다시 선진포구를 찾았고, 뒷쪽의 순환길에서 새벽의 전경을 다시 담는다.
행여, 어제와 같은 곳이라고 말하지 말라,
행여, 어제와 같은 풍경이라고 말하지 말라,
행여, 뭐하러 같은 곳을 또 가느냐고 말하지 말라.
매번, 순간순간이 새롭게 태어난 것임을 안다면.
제방의 가로등은 일출시간에 맞춰서 꺼진다. 그래서 가로등도 일출시간이 아직은 조금 더 남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는 셈이다. 이 시간의 포구는 그야말로 고요한 가운데 서서히 잠이 깨어가고 있는 풍경이다.
하얀 등대의 초록 불도 아직 켜져있다. 아마도 곧 꺼질 것이다. 밤새 하는 일도 없이 깜빡였겠지만, 왜 하는 일이 없었느냐면 배가 들랑거리지 않으니 할 일이 없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놀고 먹은 등대일쎄. 등대는 등대인가? 식당의 그 여성이 한 말이 다시 머리를 스쳐가면서 웃음을 머금는다. 등불켜는 데면 등대가 맞네. 뭐라고 반박을 할 구실을 찾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ㅎㅎ
어? 새벽에 배가 한 척 들어왔네? 그럼 등대도 놀고 먹은 것은 아니네. 미래9호가 들어와서 화물을 풀고 있다. 화물선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구나. 그래 풍랑으로 묶였으니 또 부지런히 필요한 물자들을 공급해야지. 주로 내려오는 것은 스티로폼 박스들이었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을 싣고 왔으려니 싶다.
금빛 바다에 가마우지가 물수제비 뜨기를 하고 지나간다. 아마도 아직 몸이 덜 풀려서 비상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사진꺼리는 또 재미있어 졌다.
오호~! 동녘이 붉어지고 있다. 곧 태양이 솟아 오른다는 전주곡이 울려온다. 어제도 봤지만 오늘 보면 또 새로운 풍경에 정신을 빼앗긴다. 아니, 몰입한다.
태양이 자태를 드러낸다. 가마우지랑 놀다가 하마트면 기다리던 태양을 놓칠 뻔했다.
어제 새벽보다. 손톱만큼, 아니 눈꼽만큼 남쪽으로 돌아가서 올라온다. 따로따로 보면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어제의 풍경을 잘라다 붙여 본다.
거의 비슷한가? 그렇긴 하네... 그런데 수면의 암석의 모양이 좀 다르다. 어제는 구름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안 보였을 수도 있겠지 싶기는 하다.
예쁘다. 봉긋하게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기운이 느껴진다.
오늘은 산 옆에서 올라와도 전혀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제 그 상황을 봤기 때문에 알고 있는 까닭이다. 조금 있으면......
그래~! 바로 이 장면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어제는 구름이 잔뜩 덮여 있어서 이내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렸지만 오늘은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제대로 멋진 그림이 나왔다. 그리고 다음의 장면도 기대하게 된다. 그러니까 능선의 양쪽이 볼록하니까 그 중간 쯤에 태양이 지나치기를 기다린다는 이야기이다.
요건.... 볼링공이다. 떽데구르르~~~~
하늘과 구름과 태양이 완전한 협연에 몰입하고 있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지휘자는 옥황상제이고, 청중은 낭월이다. 낭월을 위해서 이렇게 장엄은 새벽기상곡을 연주하고 있음이다.
조금만.... 쪼오끔만.... 더.... 기다리면....
왔다. 바로 그 순간이다. 이렇게 멋진 그림을 만들었다. 물론 이내 사라지고 말겠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사진은 영원하니까. 그래서 이렇게 담아두면 되는 것이다. 마치 공주의 목에 달이 걸려 있어도 하늘엔 다시 새 달이 떠 오르듯이.
그 순간에 연지님이 한 장을 남겼다. 표정이 일품이다. 그냥 자기 모습에 취한다. 그래도 된다. 제 잘난 맛에 사니깐. ㅋㅋㅋㅋ
오늘 새벽의 마지막 풍경이다. 즐겨라. 하늘도 바다도 산도 모두가 황금빛이다. 힘의 에너지이다. 오늘 대청도를 떠나는 마지막 날의 멋진 선물을 받았다. 고맙고 감동이다. 바다는 어제의 바다가 아니다. 오늘 이 순간의 바다일 뿐이다. 그 많은 파도는 어디로 갔노? 아니, 원래 파도는 없었던 것이다. 잠시 인연으로 생겨났다가 인연이 다하면 사라질 뿐.
화물선에서는 연신 차들이 들락거린다. 배의 겉에 녹물이 배여 나온다. 많이 낡았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다시 칠을 해야 할 텐데...
세상이 조용하고....
태극기도 조용하다. 그래서 문득 바람이 쓸고 간 옥죽동 사막이 궁금해 졌다. 사막에 햇살이 들어오면 그것도 그림이 괜찮지 싶어서 내달렸다. 그래봐야 5분 거리이다.
아직 햇살이 들어오지 않았구나. 다행이다.
그렇지. 어제 비를 맞아서인지 사막이 아니고 모래밭이다. 그 목타는 듯한 건조함이 사라져버렸으니 이미 사막의 맛이 사라졌다. 뭐 괜찮다. 그것도 같이 놀면 된다.
발자국들을 말끔히 지웠다. 바람지우개이다. 그래서 태고적의 모습으로 돌아간 사막이다.
그 곳에 그림자를 하나 세웠다. 모델이 차에서 안 내려 오신단다. 이미 봤으니 혼자 다녀 오라고 했다. 그래서 혼자 놀면 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놀 방법은 삼만팔천가지이다.
요래 해 봐라. 옳지~!
뛰어봐라. 하나, 둘, 셋~!
그래, 시킬 연지님이 없으면 내가 뛰면 된다. 그리고 그림자를 찍으면 되지 뭐. 왜 안 돼? 근데 그림자 모냥이 와 이렇노..... 다시.
"와따메~~!!"
순간, 낭월의 육신은 한 마리의 매가 되었다.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다시, 이번엔.....
옆이다. 이건 빗자루 없는 해리포터의 공중부양이다. 그러니까 해리포터보다 더 고수라는 이야기이다. 빗자루가 없어도 되잖아. 봐봐~!
그래 잘 한다. 이건 뭐꼬? 낭월도 모른다. 그냥~! ㅋㅋㅋ
그냥 좋다.
해가 뜨면 이렇게 대상도 만난다. 그렇게 놀다가 아침을 먹으러 다시 숙소행이다. 그리고 숙소로 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전자렌지로 데워 먹을 것을 하나 사보기로 했는데 마침 적당한 것을 찾았다.
그렇다.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참 복도 많은 인생이다. 이런 기회에 별미로 한 번 먹어보자. 즉석피자이다.
팬션의 1층에는 이런 것을 해 먹으라고 전자렌지가 있더란다. 그런 것은 잘도 본다. 역시 연지님은 살림꾼이다.
근데, 칼이 없다. 그래서 젓가락신공으로 4등분을 했다. 그리고 둘이서 배가 부르게 먹었다. 새벽부터 운동을 하면 아침 밥은 꿀맛이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없다. ㅎㅎ
이제 씻고 짐을 싼다. 차는 끌고 가서 배턱에다 버려 놓으면 되는 걸로 이야기 했다. 하루 연장하는데 숙비랑 차비랑 12만원씩만 더 들면 되었다. 문득 어느 벗께서 해 준 말씀이 떠올랐다.
'달랑달랑하는 비용으로 제주도를 갔는데 교통편이 막히는 바람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라는 이야가 떠올랐다. 달랑거리는 경비는 항상 여행객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예전에는 낭월도 그렇게 돌아 다녔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 형편이 나아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팬션을 나와서 출발하려는데 까마귀들의 환송비행이 하늘을 가득 메운다. 고맙구로. 잘 있거라. 솔밭도 잘 지키고~!
하모니플라워호는 그렇게 백령도쪽으로 떠나 갔다. 그렇다면 40분 후에는 코리아킹호도 그 길을 따라서 왔다가 가겠지. 그리고 그렇게 갔다가 돌아오면 우리가 타게 되는 것이고. 우선 점심을 먹잔다.
그래서 대청도의 별미라는 생홍어를 맛보기로 했다. 삭힌 것이야 이미 많이 먹었지만 생홍어는 처음이지 싶다. 옛날에는 대청도 주변에서 홍어가 그렇게 많이 잡혔더란다.
그래도 여행객이 맛을 볼 만큼은 잡히나 보다. 색이 참 곱다. 오늘은 모든 것이 다 마지막이다. 그래서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양껏 먹고 배를 탈 준비를 했다. 연지님도 키미테를 미리 써버려서 보건소에서 처방하고 먹는 약으로 구입했다. 배가 간다 만다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셈이다.
표를 발급받았다. 금휘가 수고를 한 결과이다. 그리고 사람도 얼마 없었기는 했다. 풍랑주의보를 듣고서 인천에서 아예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 다시 코리아킹호다.
그 사이에 백령도를 갔던 노랑배가 들어왔고.
다시 그 배가 소청도를 들리는 것이 보였다.
갈매기랑 노는 사이에.
드디어. 우리 배도 들어왔다.
겨냥하고 있다가..... 샷! 그래서 줄 던지는 장면을 잡았다. 연사로 안 하고서 잡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흠흠~!
그렇게 배가 정박하고...
몇 안 되는 대청도의 손님들이 승선하고...
소청도의 등대 앞을 지나서....
잔잔한 바다를 내달린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런 사진 떡 띄워 놓고서 이름을 그럴싸 하게 붙이면 또 느낌이 달라진다.
「바다를 떠도는 난민선」
이렇게 해 놓으면 즐거운 여행의 사진에서 지난한 삶의 현장을 느끼게 되는 다큐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그대로이지만 이름을 붙이기에 따라서 감정이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물렌즈를 소금얼룩 가득한 유리창에 바짝 붙여야 그나마 얼룩이 덜 보인다. 이런 것도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어떻게 찍어 보겠다고 하는 것은 뭘 찍기 위함이 아니다. 그냥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이다. 멍하게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다. ㅎㅎ
그렇게 한 참을 달려서...
섬이 하나 둘 나타나면 아마도 덕적군도일게다.
덕적도는 이름도 좋다.
이런 섬도 보고, 저런 섬도 보면서....
등대 섬까지 스쳐 지나가면....
저만치 영흥도의 화력발전소...
그리고 잠시 후에는 인천대교를 만나게 된다.
배 밖에서 봐야 하는데...
소금기로 얼룩진 유리창 안에서 보는 풍경이라니...
그러는 사이에 배는 인천항이다.
다들 묶여 있다가 풀려나는 기분일게다. ㅋㅋㅋ
도착했다는 인증샷을 남긴다.
이러고 다녔다는 말인 셈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사했다는 것도.
석양이 기운다.
마중을 나와 준 아들이 한 마디.
"아니 좀 일찍 나오시지 않고서 맨 꼴지로 나와요~!"
반갑다는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한다. 그래도 다 안다. ㅋㅋㅋ
이렇게 해서 서해의 끝을 무사히 잘, 그것도 매우 재미나게 둘러보고 귀로에 올랐다. 자료를 정리하다가 문득 돌아다닌 흔적을 뒤져 봤다.
백령도의 1박2일 흔적이다. 어지간히 돌아 다녔다.
대청도의 3박4일 흔적이다. 언뜻 봐서는 별로 안 다닌 것처럼 보인다.
숙소를 중심으로 확대를 해 봤더니 이렇게 들락거렸다.
좀 더 확대했더니 찬란하다. 대청도에서는 갔던 곳을 다시 가고 해서 많은 경로가 보이지 않았던가 싶다.
다음 번에는 또 어디를 가보나 싶은 생각이 앞선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보려는 곳은 두어 군데 있는데, 하늘이 도와야 한다. 또 난데없이 태풍이라도 불면 어렵고, 그렇지만 않으면 다시 짐을 쌀 수가 있지 싶다. 이번에는 카메라 충전기를 필히 챙겨야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