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白翎島) 스러움(2/12)
드디어~~!!
백령도에 들어왔다. 우선 백령도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긴 설명도 있고 짧은 설명도 있는데 그래도 길지도 짧지도 않은 네이버 지식백과의 내용이 그중 맘에 든다.
【백령도의 내력】
인천항에서 북서쪽으로 약 178km 떨어진 서해 최북단의 섬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섬의 위치는 동경 124도 53분, 북위 37도 52분에 위치한다. 북한의 장여군에서 약 10km, 장산곳에서 15km떨어져 있다. 섬의 최고봉은 해발 184m의 업죽산이며 동쪽에 145m의 남산이 있고 서쪽에는 해발 162m의 망골산이 있다. 섬의 남부에는 동쪽에 해발 130m의 이랑구미산, 중앙에 해발 114m의 매막골산, 서쪽에 해발 176m의 삼각산이 있다. 섬의 모양은 동쪽을 바라보는 ㄷ자이다. 처음에는 황해도 옹진반도와 이어져 있었으나 후빙기에 해면이 상승하면서 평원에 돌출되어 있던 부분이 수면 위에 남아 형성되었다. 1월 평균기온 -4.5℃, 8월 평균기온 25℃, 연강우량은 755.8mm이다. 면적 45.83㎢, 인구는 약 5,393명(2014)이다. 본래 황해도 장연군(長淵郡)에 속했으나 광복후 옹진군에 편입되었다. 원래의 이름은 곡도인데,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날으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백령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진촌리 조개무지(말등패총)에서 신석기시대의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되어 일찍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 백령도를 곡도(鵠島)라고 하였으며 신라 진성여왕 때 당나라로 가던 사신이 풍랑을 만나 곡도에서 10여 일을 머물렀다고 한다. 후삼국시대에는 당나라로 통하는 중요한 해상교통의 요지였기에 백령도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해전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고려 태조 때 명장이었던 유금필 장군이 무고를 당해 곡도로 유배를 당했다. 조선 세종 때 편찬된 《고려사》에 의하면 고려는 곡도를 백령(白翎)으로 개명하고 진을 설치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1051년 백령진에 화재가 발생하여 백령진장 최성도와 부장 최숭망을 처벌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부터 백령도에 진을 설치하고 진장과 부장을 두어 군사적 요충지로 관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백령진을 설치하였고 1894년(고종 31년) 폐지되었다. 역사적으로 백령도는 고려시대부터 유배지로 이용되었다.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가 있으며 1999년 10월에는 2층 규모의 심청각 전시관이 준공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심청이의 효심을 배워가기도 한다. 까나리액젓·참다래(키위)·흑염소엑기스·전복·해삼·멸치·약쑥·가리비·농어·우럭·놀래미 등의 특산물이 있다.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과 세계에서 두 곳뿐인 사곶천연비행장으로 유명하다. 관광지로도 유명하여 섬 북서쪽의 두무진은 고려시대의 충신 이대기가 《백령지》에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표현했을 만큼 기묘한 절경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관광코스는 백령도 선착장 → 사곶천연비행장 → 심청각 → 물개바위 → 담수호 관광 → 두무진 관광 → 콩돌해안 → 백령도 선착장이다.[네이버 지식백과] 백령도 [白翎島] (두산백과)
그러니까 원래는 곡도(鵠島)였는데 후에 고려시대에 백령도가 되었다는 이야기로구나. 곡(鵠)은 고니라는 뜻이고 고니는 보통 백조라고도 부른다. 백령(白翎)은 햐얀 깃털이라는 뜻인데 묶어보니 「고니의 깃털」이라고 하면 되겠다. 이런 것을 절충이라고 하나? ㅋㅋㅋ
근데 원래의 곡도가 더 나을 뻔했다. 고니라고 하면 깃털도 포함되는데 구태여 하얀 깃털이라고 한 것은 등급이 하락된 듯한 느낌이 든다. 뭐, 이름은 이름일 뿐이니깐.
백령도여객터미널이 아니다. 용기포(龍機浦)항여객터미널이다. 이름이 특이한데 한자를 찾지 못해서 또 인터넷을 뒤적뒤적.... 이것은 일종의 「한자집착증」이다. 왠지 한자로 된 것은 한자로 표시를 해야 의미가 전달이 잘 되고 기억도 잘 되는 낭월식 기억법이기도 하다. 한글로 보면 당최 기억이 되지 않으니 이것도 병이라면 병인 게다.
진촌에서 남동쪽으로 약 2㎞ 거리 해안에 위치한 포구로서 백령과 인천간을 왕래하는 쾌속여객선을 비롯한 많은 배들이 기항하는 백령도의 문호(門戶)이다. 『백령진지』 산천조에 대용기원(大龍機院)과 소용기원(小龍機院) 등의 지명이 나타나고 있다. 용기포 뒷산은 소용기원산이고 그 북쪽 바다 가운데로 뻗어나와 끝에 산봉을 이룬 것이 대용기원산(해발136m)이다. 용기포는 소용기원산 밑에 있는 포구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1620년에 이대기(李大期)의 『백령도지』 서두의 “백령도는 동쪽인 용토로(龍吐露)에서 서쪽 두모진(頭毛津)까지 40여리”라는 기록에서 용토로는 오늘의 용기원산을, 두모진은 두무진을 가르킨 것을 알 수 있다. 용토로(龍吐露)는 진촌 서쪽의 두룡산(頭龍山)을 용의 머리부분으로 보아 마치 용이 토해낸 물체의 모양과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용기원은 용틀원의 용(龍)과 틀 기(機)자를 써서 한자화한 것으로 당초의 용토로가 용틀원, 용기원으로 변한 지명임을 알 수 있다. [인천광역시 자료에서]
백령도에 첫발은 용기포에서 시작한다는 것만 알아둬도 그만이고, 그것만으로도 「여행사진가」의 역할은 손색이 없을 줄은 알지만, 그래도 파고 들어가야 속이 시원한 성깔머리로 인해서 뒤져내고 후벼판다. 이것이 낭월의 팔자니 워짜것남. ㅋㅋㅋ 용기포의 황당함이라니~~!! 배에서 생각한 용기포와 현실의 용기포는 많이 달랐다. 보통은 배턱의 주변에는 상업시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배에서 내리면 렌트카 가게도 보이고, 식당도 보이고, 팬션이든 민박이든 몇 개는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울릉도에 갈 적에 배에서 생각한 것과 현실이 그와 같았음을 봤을 적에 낭월만의 망상은 아니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용기포는 달랐다. 신항(新港)이라는 말이 보이는 것은 원래 용기포가 주변에 있었는데, 확장해서 이전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할런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썰~렁~한 모습일 줄은 상상밖이었다. 그래서 여행은 항상 황당함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여행인 것이기도 하다.
그럼 그렇지, 원래 백령도 선착장이 있는 곳이 용기포항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신항으로 여객선이 닿게 되면서 이렇게 썰렁한 백령도의 첫 인상을 심어주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미리 예약을 했었어야 하는지를 떠올렸다. 우선 차를 빌리든, 숙소를 마련하든 보여야 할 것이란 말이지. 거 참..... 그렇게 백령도 안내지도를 보면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할아버지 자유로 오셨습니까?"
문득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봤다. 스타렉스를 운전하는 남자가 한 말이었다.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다 봤다. 그런데 이렇게 기웃거리고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든 아저씨든 포함해서 낭월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가 말을 건넨 것은 분명히 낭월에게 한 말이었다.
'할아버지'
가끔 들어보기는 했다. 어린 아기에게 엄마가 말을 할 적에, '할아버지 드려라'라는 정도로 들어본 것이긴 하지만. 그런데 이렇게 대 놓고 할아버지라니,
"어디로 봐서 내가 할아버지냐~~!!"
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보다도 누군가 말을 걸어 준 것이 반가워서 이내 삼켜버렸다. 5분간의 황당함은 이렇게 해서 더 황당한 '할아버지'와 함께 막을 내렸다.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긴 하다. 환갑 진갑 다 지났으면 할아버지인 게지. 그래도 애둘러 위로를 했다.
'할아버지는 늙은이라는 뜻이고, 늙은이는 노자(老子)니깐, 저 영감쟁이(실은 영감까지는 아니었던듯... ㅎㅎ)가 내 학문의 깊이를 순간적으로 느끼고, '노자님~!'이라고 한 걸꺼야. 암 그럴꺼야. 정말로~!'
아무리 늙은이로 보였어도 그렇지, 아저씨도 있고, 선생님도 있는데 대놓고 할아버지라고 했으니 이제부터 '할아버지'라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될 것이라는 전주곡인 양 하고 마음으로 수용을 했다. (안 하면 어쩔껀데. ㅋㅋㅋ)
낭월 : 예, 자유로 왔습니다.
영감 : 그럼 차를 타세요. 뭘 하든 여기선 아무 것도 못해요.
낭월 : 그렇네요. 이럴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영감 : 몇 분입니까?
낭월 : 둘입니다.
영감 : 타세요. 시내까지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반가웠다. 느낌이야 딱 왔지. '삐끼~!'겠지... 삐끼라는 말은 어느 나라 말일까? 우리말인 모양이네. '호객행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니깐. 그런데 속되거나 말거나 이러한 상황에서 이보다 더 적합한 말도 없지 싶다.
영감 : 숙소는 정하셨습니까?
낭월 :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영감 : 그럼 제가 운영하는 모텔로 가시겠습니까?
낭월 : 그것도 괜찮고요.
영감 : 점심도 드셔야지요?
낭월 : 우선 시내 들어가 보고요.
영감 : 백령도는 냉면이 유명합니다.
낭월 : 그래요....?
영감 : 우선 냉면을 드시고 숙소로 가시겠습니까?
낭월 : 숙소부터 봅시다.
영감 : 관광도 이 차로 모십니다.
낭월 : 그건 아닙니다.
영감 : 그럼 렌트를 하실랍니까?
낭월 : 그럴 예정입니다.
영감 : 그럼 렌트카도 알아봐 드릴까요?
이런 것이 낭월스러운 여행기이지 싶다.
①현장감
②진실성
③시시콜콜
소소한 여행의 경험담이 누군가의 가이드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지 사진작품집이 되고 싶지 않은 것도 이런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게다. 기사와의 대화를 이렇게 적어놓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현장감이 있는 참고사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그냥
'백령도에 도착해서 봉고차 기사를 만나 쉽게 숙소를 얻었다.'
이렇게 '한줄요약'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그 과정이 누군가에겐 필요한 것이고, 사전에 이러한 이야기를 알아 둔다면 재미는 없더라도 선행학습의 효과가 있을 것이고, 자유여행을 생각하고 검색한 마우스 끝에 걸려든 내용으로 인해서 조금이나마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또 있으랴~
여러 옵션을 다 물리치고 숙소만 가자고 했고, 그래서 그가 운영한다는 숙소에 도착했다.
「프로포즈」
좋다. 구혼(求婚)이란다. 백령도와 프로포즈..... 이름은 이름일 뿐이니깐. 빨간 벽돌집이 더 나을뻔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문제는 조용함과, 정갈함, 그리고 더 중요한 무연초향(無煙草香)이다. 담배 냄새가 베개에 배어 있으면 정말 싫어지거든.
방의 호수를 찍어 놓는 것은 방이 엄청 많은 호텔에서 생긴 버릇이다. 번호를 못 찾아서 다시 입구로 가서 내 방을 알아야 했던 촌스러운 일을 겪게 되면 자연스럽게 방의 번호를 폰으로 담아두게 된다. 이런 것은 카메라로 찍는 것이 아니라 폰으로 찍는 것이다. 언제라도 찾아보기 좋으려면 폰이 최적이기 때문이다.
있을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는 조촐한 방이다. 일단 잠을 잘 곳이 마련되었으니 의식주 중에서 주(住)가 해결되었다. 여행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이다. 정글의 법칙에 적응하면서 돌아다니는 병만이도 낯선 곳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잠잘 곳을 만들지 않는가 말이다.
1박에 5만원, 백령도의 평균 가격인 모양이다. 팬션은 7만원, 모텔은 5만원이란다. 적당하다. 시간은 12시 52분. 새벽부터 달린 하루는 아직도 절반이 남았다. 살림살이는 방에 던져 놓고 카메라 가방만 짊어졌다.
'별미로 짠지떡을 드셔도 좋다'는 영감의 말이 영향을 미쳤던 모양이다. 간판에 「짠지떡」이라는 문구를 보고서 오늘 점심은 여기에서 해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만두도 아닌 것이, 부꾸미도 아닌 것이 이렇게 생겼는데 속은 김치를 다져넣고 부꾸미처럼 지졌다고 하면 될랑가 모르겠군.
별미랄 것까지는 아니고, 그냥 만두가 생각날 적에 대용으로 먹는다면 그런대로 위로가 되지 싶은 음식이었다.
근데, 칼국수는 먹을 만 했다. 메밀면으로 해서 그런지 부드럽고 풍미가 있어서 이건 맘에 들었다. 그렇게 출출한 속을 채우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백령도 관광에 나설 수가 있었다. 주(住)도 해결 되었고, 식(食)도 해결했으니 이제 낙(樂)을 찾아야 할 단계인 셈이다.
의식주인데 의(衣)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그건 모르시는 말씀이다. 옷이야 태어나면서 얻은 것인데, 의식주의 의(衣)가 어찌 몸을 가리는 옷을 말했겠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의식주의 의는 살아가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일하는 옷이고 노는 옷인 것이다. 지금은 놀이에 빠져야 하니까 낙(樂)이어야 하는 것이니 즐기면 되는 까닭이다.
잠시(5분 정도) 백령면 소재지를 걸어 봤다. 물론 볼 것도 없고 시간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자. 옷을 마련하기로 했다. 웬 옷? 설마 그 옷을 생각하신 건가? 착각이다. 여행자의 옷은 뭐니뭐니 해도 '아반테옷'이 최고이다. '모닝옷'도 있지만 행여 모를 돌발사태를 감안한다면 1만원을 더 쓰고 싶은 것은 당장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까닭일 게다.
렌트카 전화번호를 얻기 위해서 영감이 준 백령여행가이드지도를 폈다. 현지에서 얻는 정보가 가장 정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것은 잘 챙겨두면 이로움이 많은 법이다.
백령도에서 이용할 수가 있는 교통편이 소상하게 나와 있었다. 그 중에서 초이스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프로포즈에서 시작된 선택이고, 유진 초이의 초이스이다. 오늘은 계속 선택만 하자. ㅋㅋㅋ
통화하고 알려 준 위치로 찾아갔더니 이미 지나쳤던 곳이기도 했다. 원래 찜을 해야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누군가 지적질을 하면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기도 하겠군. 이렇게 벽에 붙여 놓은 간판이라서 얼른 눈에 안 들어왔지만, 일단 초이스가 인연이 되고 나니까 그것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사물은 주의깊게 봐야 눈에 들어오는 것이기도 하다.
습관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이벤트가 생기면 그 현장에서는 셔터를 찾는다. 일종의 셔터광일 수도 있다.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정보가 또 어떻게 쓰일지도 모르고, 무엇보다도 순간에 지나가는 이러한 장면이야말로 여행사진가의 역할이기도 한 까닭이다.
그런데, 사진이 깜깜하다.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 이유는 방금 밖에서 찍던 설정을 그대로 들고 들어와서 찍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밖에서 사용할 ISO160으로 렌트가 사무실에서 찍었으니 당연한 것이고 이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로우파일의 관용성을 믿기 때문이다. 라이트룸에서 클릭 몇 번이면 마법처럼 숨은 영상이 드러난다. 사진이 어둡다고 해서 망친 것으로 생각하고 절대로 지우면 안 되고, 그래서 찍은 사진은 JPG로 저장하지 않고, RAW로 저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요즘 제자 두어 명이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 글을 읽을 확실한 독자인데, 뭔 말인지 몰라서 어리벙벙~할까봐 한 마디 첨부한다. 라우와 제이피지로 같이 찍었을 적에는 보정에 자신이 없었을 때이다. 보정을 아예 모를 적에는 파인으로만 찍기도 했다. 보정을 하려면 라우파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나중을 위해서 겸용으로 찍었는데 산처럼 쌓이는 파일을 바라보면서 한숨만 짓다가 보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보정을 알고 나서는 이제 모든 사진은 라우로 저장한다. 라우라고도 하고 로우라고도 하지만 같은 말이다. 영국식과 미국식의 차이인지는 모르지만 글자만으로는 라우라고 해야 할 것 같고, 통상 쓰는 말을 보면 로우라고 하니까 그냥 되는대로 말해도 다 알아 들으니 문제는 없을 게다. (제자양반들 잘 아셨쥬? ㅋㅋ)
시커먼 사진 속에서 본래의 그림이 드러난다. 렌트가 주인은 명찰가게를 겸업으로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오바로크를 치다가 차를 빌리러 왔다니까 또 일을 멈추고 일어선다.
주인 : 무슨 차를 사용하시게요?
낭월 : 어떤 차가 있죠?
주인 : 승용차는 아반테와 모닝이 있습니다.
낭월 : 얼마입니까?
주인 : 아반테는 7만원, 모닝은 6만원입니다.
낭월 : 그럼 아반테로 하겠습니다.
주인 : 그럼 이것 좀 작성해 주시고요.
요구사항을 적어놓고 나자, 차는 용기포항에 있다면서 산타페를 타란다. 그래서 다시 두 번째로 용기포로 가게 되었고, 비로소 우리의 발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 반갑다. 차를 안 가져 왔으니 네가 수고를 좀 해야 하겠구나.
주인 : 차의 외관은 동영상으로 찍어두시면 좋아요.
연지 : 아, 그래요.
주인 : 범퍼 아래와 오른쪽 뒷문에 흠이 있습니다.
연지 : 확인 했어요.
일단 차를 인계 받고서 바로 출발하려다가 잠시 기다리라고 해 놓고는 도로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나가는 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것도 폰꺼리이다. 코리아킹의 이동시간을 적어놓은 안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전광판이 아닌 안내판이 백령도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일정대로라면 10월 2일 오후 1시 30분에 출항하는 배를 타면 되는 구나.
연지 : 어디로 가지?
낭월 : 직진~!
낭월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어디로 가더라도 결국은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백령도는 쪼맨하니까. ㅎㅎㅎ 그래서 흐름에 맡기고서 출발을 했다.
뭐가 보인다. 천안함 어쩌고 하더니 그 탑인가....? 차를 세웠다.
현충탑이란다. 2016년에 세웠으면 천안함의 기념비가 맞는 모양이다.
탑을 한 바퀴 돌아보고, 설명서도 들여다 본다.
그렇구나. 나라를 지켜 준 덕분에 이러고 잘 돌아다닌다만, 차가운 시신으로 삶을 마무리 한 장병들께 큰 자유로움이 주어졌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해서 천안함 장병들에 대한 위령탑을 본 것이려니 했다. 그런데 실로 그 천안함 위령탑은 다른 곳에 있었고, 결국 그곳은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것을 본 것으로 땜빵하기로 했다. ㅋㅋㅋ
위령탑 앞에는 포를 사격하는 차량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러한 현장을 보면서 백령도 스러움을 떠올렸다.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백령도만의 모습이려니 싶었다.
구멍 하나하나마다 한 아름씩의 사연이 들어있을 게다. 포탄을 넣은 사람과, 포탄에 맞은 사람, 그 가족들 그 나라 그리고 그 포탄을 만든 사람까지..... 그것이 인간의 역사일 게다.
'세워~!'
길가의 깽마람을 본 순간 차를 세웠다. 굵기가 이렇게나 굵은 깽마람은 본 적이 없다. 안면도 삼봉의 깽마람도 이보다는 훨씬 작은데, 영양이 좋은 토양인지 종자가 다른 것인진 알 수가 없지만 탐스럽게 달린 해당화 열매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종자가 달라 보인다. 탐스럽게 결실을 맺은 열매는 그대로 꽃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다만, 따먹으면 안 된다. 혹 맛을 보고 싶다면 따서 반으로 가른 다음에 씨앗을 모두 털어 내고 껍질만 먹을 수는 있지만 복숭아의 열 배는 됨직한 껄끄레기의 가려움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고 손을 대야 한다.
삼봉에서야 실컷 까 먹고는 손이나 얼굴에 털이 날려서 가렵더라도 얼른 물로 뛰어들어가면 해결이 되어버리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손을 댈 일은 없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추억을 불러오는 코드로 충분하다.
아직도 피고 있는 것은 천성이 장미과이기 때문일 게다. 아, 매괴과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군. 장미가 여기에서 개량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서이다. 매괴는 해당화 열매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바로 이것인 까닭이다.
그렇게 놀다가 다시 차를 탔더니 그제서야 조수석 앞에 붙여놓은 경고성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이 튀어오르면 배상할 각오를 하라는 것으로 봐서 차주도 골치깨나 앓았던 모양이다.
어느 바닷가에서 차를 멈췄다. 어디로 움직이든 5분만 이동하면 바닷가이기는 하다. 안내판으로 봐서는 오색 콩돌길로 가는 첫머리인 모양이다. 산길은 일단 뒤로 미루고 해안이나 둘러보자는 속셈이다.
아마도 이 언저리이지 싶다.
해안에 쳐 놓은 철망이 눈에 들어와서 차를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백령도는 백령도스러워야 백령도 여행을 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이러한 풍경도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철망으로 둘러쌓인 경비초소도 있다. 비어 있는 것은 관리를 하지 않거나, 해가 지면 군인들이 해안을 지키러 나올 것으로 짐작이 된다. 군사시설은 사진을 찍지 말라는 문구를 하도 많이 봤지만 이러한 정도는 군사시설이랄 것도 없지 싶어서 그냥 찍었다.
산 아래 쪽에는 경고판, 아니 안내판이 붙어 있다. 북한에서 고무보트라도 타고 넘어오는 북한군에게 보여주는 안내판이니 낭월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여행객의 흔적으로는 유관하다. 이러한 자리에 지금 서 있다는 정보인 까닭이다.
땅으로 올라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군부대에 연락을 하는 일이다. 그냥 돌아다니다가 붙잡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황을 생각해 보고 과연 북한이 10여 km저쪽에 있다는 것도 실감이 난다. 소리없는 전쟁터인 셈이다.
바위가 눈길을 끈다.
지도를 확대해서 보이는 '창바위'라는 이름이 이 바위에 붙여준 이름인가 싶다. 창이라기 보다는 몽둥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지만, 백령도이니깐, 모든 것이 무기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여 준다. ㅎㅎ
지나가는 먹이를 노리고 있는 가마우지 두 마리가 눈길을 끈다. 손에 들고 있는 24-105렌즈를 급히 들이댔다. 그러나 너무 작게 나온다. 새와의 궁합은 800mm망원이다. 급히 찾았을 때...
고맙게도 그 자리에 그대로 기다려 준다. 그래서 한 장을 찍었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그 살금살금이 항상 판을 깬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지 가마우지는 하늘로 날아가고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대충 찍었지만 제대로 찍혔을 리가 없다. 비록 초점도 맞지 않았지만 두 마리의 가마우지가 날아간다는 것은 분명히 전달이 되겠거니 싶어서 그냥 살려 둔다. 이야기에는 이런 샷도 무용하지 않은 까닭이다.
모래 사장과 단층이 기울어져 있는 바위의 풍경도 백령도라고 할만 하겠다. 그래서 바위들 사이를 누비면서 자연의 세월과 함께 억겁의 공간을 갖는다.
바위 구멍.....
아니네... 바위 틈....
구멍에 앉은 걸로 치자. 뭔 상관이람. ㅋㅋㅋ
새를 찍어 보겠다고.....
"아이고 팔이야~~!!"
세월 위에 바위가 앉고,
바위에 석화가 앉고,
석화에 따개비가 앉았다.
모두가 동시공존이다.
이것만 까먹고 살아도 3일은 버티지 싶다.
낭월의 눈길이 바위에 머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천성이 바위를 좋아하나 보다.
카메라 초점이 향하는 곳이 주인의 마음임을 항상 느낀다.
바위가 시(詩)다.
바위가 이야기이다.
바위가 삶이다.
바위가 백령도 이다.
바위가 낭월이다.
바위가 우주로 가는 문이다.
바위가 바위이다.
바위가.... 뭔지 모르겠다.
백령도에서도 벼는 익어가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이다. 쌀밥을 먹겠구나.
그리고....
익어가는 논의 건너편을 바라 본 순간.
맞아, 그렇지, 여기는 백령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