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처럼

이른 새벽의 아침 풍경은 항상 신선하다.
문득 '오늘 새벽은 어떤 그림일까....' 궁금해 지면
밖으로 슬며시 나가서 하늘을 본다.

서쪽 하늘에 멋진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뭔가가 눈길을 끌면 그것은 신선한 것이다.
새로운 것은 남겨야 한다. 그래서 바빠진다.
카메라..... 12mm.....
구름과 놀이를 하려면, 광각렌즈가 큰 몫을 한다.

넓은 하늘에서 구름의 쇼가 벌어지곤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형태를 보고 있노라면....
구름은 살아있다는 생각이 솟아나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도.... 또 하늘의 변화가 궁금해진다.
청산(靑山)은 묵묵(默默)하고
녹수(綠水)는 잔잔(潺潺)한데
백운(白雲)은 유풍(流風)따라
동서(東西)로 소요(
逍遙)하네
그냥, 하늘을 보면서 중얼중얼....

아침의 풍경을 그렇게 즐긴다.
구름은 도인의 마음을 닮았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오직 이 순간, 지금 여기에 머문다.
그래서 도인들은 구름을 사랑했을까.....?

대중방(大衆房)은 좌우로 나눠진다.
절에 붙박이로 일을 보는 화상은 청산(靑山)에 머물고

잠시 머물다 떠날 화상은 백운(白雲)에 머문다.
청산에 앉으면 사판승(事
判僧)이라고 부르고
백운에 앉으면 이판승(理判僧)이라 부른다.
그리고,
사판승은 이판승을 거친 다음에 주어지는 역할이기도 하다.
이렇게 분명했던 경계는.... 이제.... 전설이 되었을까....?
구름을 보면서 온갖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다시 구름과 마주 한다.
서산(西山)에 낙조(落照)하니
청산(靑山)은 홍조(紅潮)이다.
연지 : 들깨 모종이 타 죽겠네...
낭월 : 왜? 물이라도 줘 볼라고?
연지 : 그래야 할 것 같지?
낭월 : 그럼 그러던가.
연지 : 같이 가서 줄을 잡아줘야 하는데?
낭월 : 그려? 뭐, 그러지....

어제 모종한 들깨들이 고스라지고 있다.
이것을 보고서야 어찌 그냥 지나치랴....
무심한 종다리 태풍은 제 갈 길로 가버리는 모양이다.
시원한 물 한 모금...
여기에 생명이 달린 들깨 한 포기, 한 포기 들...

너희는 청산이로구나.....
청산은 뿌리를 내려야 자기 몫을 한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돌던 시절.....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어느 사이에 청산이 되어버렸으니....
청산은 백운을 부러워하지만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하늘을 본다.

폭염의 하루를 마감하는...
그 시간은 또 장엄하기도 하다.

어둠이 내려서....
들깨 포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침내....
청산엔 깊은 휴식이 찾아 온다.
오늘은...
구름과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