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밭의 다슬기

호박밭에서 연지님이 전화를 했다.
재미있는 것이 있으니 구경 오라고...
그래서 뭔가 싶어서 쫓아 갔지......

호박 하나가 넝쿨을 따라서 물가에 매달렸던 모양이다.
그것을 따려고 무심코 들었다가 깜짝 놀랐단다.

그 순간,
산골화상이 떠올랐다는 것이고,
그래서 얼른 도로 내려놓고 전화를 한 거였다.

사~알~짝~~
뒤집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수십 마리의 다슬기가 새카맣게 붙이었었던 것이다.
얼마나 열심히 파 먹었는지
그 큰 호박이 절반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무엇보다도 낭월이 놀랐던 것은
도대체 이 산고랑에 어떻게 알고.....
그렇게나 많은 다슬기들이 모여들었느냐는 것이다.
참 자연의 조화는 신비롭기만 하다.

뒤짚힌 먹거리를 찾느라고 허둥대는 녀석들....
엄마의 가슴을 놓친 아기가 허둥대는 모습 같다.

다슬기를 자세히 본 적은 없었지만.
오늘 보니 과연 나름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 싶다.

그래서....
파먹던 호박은 도로 제 자리에 덮어 놓고,
다 먹을 때까지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누리길.
가을의 풍요를 함께 누리는 것에 대한 행복이다.
다슬기들이 호박에 떼거지로 붙은 것을 보니 떠오르는 생각...

안면도에 살 적에 이웃 아주머니 한 분은 소라를 안 드셨다.
잡기는 해도 먹지는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하루는 저녁 때에 물이 빠져서 바카지 잡으러 갔는데
한 곳에 소라가 백여 개는 됨직한 숫자가 모여 있더란다.
그래서 신나게 떼어 담았는데, 그 바닥에는
죽은 사람의 머리가 있었더라지....
그래서 소름이 돋아서 잡았던 소라를 다 쏟아버리고
그 후로는....
소라만 보면 그 생각이 나서 못 드신다고 했다.
가끔 시신들이 떠돌아 다니다가 굴밭에 걸리가도 한다.
아마도 그랬던 모양이다.
지금 같으면 유골이라도 수습해서 묻어줬을텐데..
그랬으면 소라불식병도 해결이 되었을테데...
잠시 이런 생각도 해 본다.